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8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91화(87/675)
제 91화
치이익-
세운의 주위로 새까맣게 익은 벌레들이 배를 뒤집어 까고 있었다.
과연, 다크 플레어. 마나 소모량이 큰 만큼 위력만큼은 확실한 마법이다.
다리를 꿈틀거리며 경련을 일으키는 벌레도 있었지만, 검은 불꽃은 집요하게 생명력을 불태우며 모든 벌레의 생을 불살랐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본래 1층에 존재할 리가 없는 몬스터였기에 경험치 역시 상당했다.
튜토리얼에서 말도 안 되게 많이 레벨을 올렸던 세운이 한 번에 레벨이 올랐을 정도였으니까.
마나를 갈무리하던 세운은, 애타게 식사를 기다리고 있을 한 존재를 떠올리며 벌레들에게 손을 내뻗었다.
-폭식의 어금니가 먹이를 포식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검은 이빨들. 그것들은 평소처럼 먹이를 씹지도 않고, 벌레들을 한입에 집어 물어 꿀꺽 삼켰다.
베엘제붑이 그만큼 배고팠다는 건지, 벌레들이 영체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씹기가 불가능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주위의 벌레들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블러리 버그’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마나가 소폭 상승합니다.
-‘블러리 버그’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마나가 소폭 상승합니다.
…
‘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능력치가 아닌 마나 그 자체가 흡수되었다.
물론 대량의 몬스터를 지정 포식할 때는 마나가 오르긴 했지만, 이렇게 몬스터 하나하나의 마나를 따로 흡수하는 건 처음이었다.
아마, 놈들이 그만큼 능력치보다는 마나에 특화된 존재이기 때문이겠지.
네 번째 서클을 만들 생각이었던 세운으로서는 무척이나 환영할 만한 상황이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비쩍 마른 몰골로 바닥을 기어 다니다 힘겹게 먹이를 집어삼킵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놀랍도록 신선한 맛이라며 크게 감탄합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의 비쩍 말랐던 몸이 빠르게 차오릅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물배를 채운 느낌이라 조금 아쉽긴 하지만, 훌륭한 식사였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폭식의 권능을 사용한 게 오랜만이기 때문일까 베엘제붑의 반응이 유독 요란스러웠다.
‘하긴, 폭식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내가 죽인 몬스터뿐이니까.’
전날에 파티를 벌였을 때도, 베엘제붑은 군침을 흘리며 세운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렇게 보니 조금 안쓰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세운이라고 해도 베엘제붑을 위해 매일 같이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닐 수는 없었으니까.
오히려 이렇게 적당히 먹이 간격을 벌리며 먹이 교육을 해 둘 필요가 있었다.
아마, 세운의 이런 생각을 읽었다면 아무리 베엘제붑이라 하여도 불같이 화를 냈으리라.
그래 봤자 맛있는 먹이를 하나 먹여주면 화가 싹 풀리겠지만 말이다.
스으으-
“응?”
벌레가 모두 사라지자 어쩐지 주위가 더욱 환해진 느낌이 들었다.
다크 플레어를 사용한 탓에 어두워진 빛이 돌아오는 건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벌레들로 인해 파먹혀 있던 나무에서 지금까지보다 더욱 찬란한 빛이 뿜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반짝이는 동산의 나무가 악충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반짝이는 동산의 나무가 당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합니다.
-보상으로 ‘반짝이는 열매’를 획득합니다.
-반짝이는 동산의 나무가 악충으로부터 입은 상처를 회복하려 합니다.
-상처를 회복하는 동안, 나무의 주위로 마나 분포도가 더욱 상승합니다.
나무의 풍성한 나뭇잎 사이에서 빛나는 열매 하나가 천천히 떨어지더니, 세운의 손 위에 안착하였다.
빛이 그리 강하진 않았지만, 세운은 이 열매가 그만큼 뛰어난 마력을 압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반짝이는 열매 ]분류 : 영약
등급 : C+
설명 : 반짝이는 동산의 나무가 악충에게 숨기며 오랜 시간 동안 품고 있었던 열매.
능력 : 1. 마나의 정수 – 섭취 시, 마나의 흡수량이 대폭 상승한다.
영약.
그것도 영약 중에서도 상당히 귀하다는 ‘마나를 상승시키는’ 영약이었다.
‘1층의 히든 피스는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세운의 오만이었던 듯하다.
회귀 전, 여정의 지침표로 여러 히든 피스를 찾아냈던 세운이었지만, 당시에는 그 히든 피스를 파헤칠 능력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 탑에는 아직 세운이 알지 못하는 히든 피스가 엄청나게 많을 것 같았다.
게다가.
‘마나 분포도의 상승이라.’
나무의 상처가 회복되는 동안, 주위의 마나 분포량이 상승한다고 하였다.
거기에 영약까지 섭취한다면? 그야말로 마나를 수련하기 가장 이성적인 상황이었다.
꿀꺽.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댄 세운은, 작은 앵두 같은 열매를 한입에 삼키는 것으로 마나의 수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현재까지 세운이 배운 마나 수련법은 두 가지였다.
청탑의 수련법과 흑탑의 수련법.
청탑의 수련법은 서클의 훌륭한 기반을 닦아주는 것은 물론, 마나의 유동성을 높여주어 섬세한 컨트롤이 가능하게 해 준다.
그에 반해 흑탑의 수련법은 어디까지나 공격에 치중되어 있었다.
본래는 3 서클을 다른 수련법을 이용하여 균형을 잡으려 하였으나, 3 서클을 생각보다 일찍 생성한 덕분에, 현재 세운의 서클은 균형이 깨져 있는 상태였다.
만약 이대로 네 번째 서클마저 다크 서클로 만들었다가는, 자칫 서클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세운이 선택한 것이 바로 이것.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브라운 마나 서클 ]– 제국의 칠대 마탑 중 하나인 황색의 마탑에서 간부 이상의 직계 제자에게만 전수된다고 알려진 수련법.
브라운 마나 서클. 황색 마탑의 수련법이었다.
대지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황탑은 마법의 특성과 마찬가지로 마나와 서클 역시 바위처럼 단단하다.
대지 마법만 아니라 실드 같은 물리계 마법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그뿐만 아니라, 브라운 마나 서클은 그 특유의 튼튼함으로 서클의 기둥이 되어 주기도 한다.
때문에, 황색의 마법사들은 전투 중에 서클이 깨지는 일이 가장 적은 마법사로도 알려져 있었다.
청색의 수련법으로 쌓은 바닥과 황색의 수련법으로 세운 기둥.
두 가지라면, 불안정한 서클을 확실히 바로잡을 수 있을 터였다.
“후우…….”
숨을 깊게 내쉬며, 세운이 정신을 집중한다.
그러자 아래에서는 든든한 대지의 기운이, 등 뒤에서는 나무의 굳건한 기운이 느껴졌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택한 수련법이지만, 반짝이는 동산이라는 지형은 황탑의 수련법과 가장 어울리는 장소이기도 했다.
우우웅!
풍만한 대지의 느낀 서클이 조금씩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리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바위가 굴러가듯 가속도가 생겨나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마나 분포도가 포화할 정도로 높아진 주위에서도 끌어 올 마나가 부족해질 지경이었다.
그때, 세운이 삼켰던 열매의 힘이 빛을 발했다.
-특정 수련법의 사용으로 ‘반짝이는 열매’의 마나 흡수율이 대폭 상승합니다.
본래, 영약이란 복용하는 방법에 따라서 그 흡수율이 달라지는 법이다. 그 때문에 대부분은 탕약으로 만들어 복용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세운은 달랐다.
열매를 가공하여 복용하는 대신, 극도로 뛰어난 수련법을 통해 영약의 흡수율을 상승시킨다.
반짝이는 열매에 깃들어 있던 마나의 정수가 빠르게 회전하는 서클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갑작스레 일렁이는 마나의 파장에 이변을 느낀 정령들이 세운에게 모여들었다.
이지가 존재하지 않는다지만, 그들은 모두 마나에서 태어난 정령들. 그러니 마나 친화력이 높은 존재에게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었다.
-정령들이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정령이 모여듦에 따라, 주변의 마나 분포도가 더욱 상승합니다.
마나에서 태어난 정령들이 모여드니 마나 분포도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덧 동산 대부분의 정령들이 세운의 주위로 몰려들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밝은 빛을 은은하게 흘리고 있던 동산의 빛이 전부 세운에게 집중되었다.
그럴수록 세운의 서클은 멈추지 않고 더욱 빠르게 회전하였다.
높아진 마나 분포도와 영약, 그리고 정령의 힘이 겹치며 비정상적으로 순도 높은 마나가 빠르게 흡수되고 있었다.
드드드득!
세운이 가지고 있는 세 개의 서클 주변에, 모든 서클을 아우르는 크고 단단한 원이 생겨났다.
그것은 정말 기둥처럼 든든하게 다른 서클을 받쳐주었고 채 한 시간도 지나기 전에 기둥의 건설이 완료되었다.
-황탑의 수련법을 통해 네 번째 마나 서클(Mana circle)을 생성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새로운 서클의 생성에 따라 4 서클 마법의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마나 서클의 수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수준이나 위력, 속도 등이 상승합니다.
-황탑의 수련법이 가진 묘리에 따라 사용하는 마법이 이전보다 더욱 견고해집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아무리 세 번째 마나 서클이 거의 다 차오른 상태였다고는 하나, 겨우 한 시간 만에 네 번째 서클을 완성하다니.
이것은 탑의 길고 긴 역사를 살펴보아도 존재하지 않는 일이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아무리 자신의 권능을 사용했다고 하나 믿기지 않는 성장 속도라며 날개를 크게 펼칩니다.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경이로운 성장 속도에 감탄하며 당신과의 약속에 더 큰 신용을 느낍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 속도라면 더 맛있는 먹이도 금방 먹을 수 있겠다며 침을 흘립니다.
-성좌, ‘다섯 번째 날’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당연하게도 세운을 지켜보고 있던 성좌의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네 번째 서클을 생성시킨 것도 모자라, 서클의 회전이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빨라졌다.
이전이 경사를 구르는 바위와 같았다면, 지금은 절벽에서 떨어진 바위처럼 맹렬한 속도로.
이것은 무턱대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당장 마나를 흡수하고 있는 세운이 서클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으니까.
‘이대로는 위험하다.’
세운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바위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스스로의 힘과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깨지는 것처럼 자신의 서클 역시 이대로 한계를 돌파하면, 서클 자체가 깨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세운은 다급하게 탐욕의 권능을 발현하였고, 동산의 꼭대기로 녹색의 바람이 불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