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8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92화(88/675)
제 92화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그린 마나 서클 ]– 제국의 칠대 마탑 중 하나인 녹색의 마탑. 그곳의 3대 마탑주 리버스 제르엘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비전 수련법.
세운이 선택한 해결 방법은 새로운 마나 수련법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전에 잊혀진 영웅의 수련 터에서 폭주하는 마나를 단전과 서클 두 군데로 나눠 보내어 지정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흐름에 따르며, 바다와 같은 수용력을 가진 녹탑의 수련법이 폭주하는 마나를 두 갈래로 나눕니다.
이번에는 단전과 서클이 아닌, 마나를 두 개의 서클로 나누어 보낸다.
하나는 기존에 세워진 브라운 마나 서클에, 하나는 새로운 그린 마나 서클에.
물론,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이제 막 네 번째 서클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무턱대고 다섯 번째 서클을 만들어내다니.
하지만, 세운은 확신할 수 있었다.
‘충분하다.’
언덕의 나무와 영약의 힘, 거기에 정령의 힘까지 더해져 이곳의 마나 포화도는 어지간한 용맥(龍脈)보다 뛰어난 수준이었다.
흡수만 잘해 낸다면, 충분히 다섯 번째 서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우웅-
예상대로, 두 개의 서클을 사용하자 팽팽하게 과열되던 네 번째 서클이 조금씩 진정되었다.
시원한 바람이 들이닥쳐 열기를 식혀주는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세운의 주변으로는 시원한 산들바람이 몰려들고 있었다. 녹탑의 수련법에 반응하여, 바람의 마나가 일렁인 덕분이다.
휘이이-
황색의 서클이 기둥 같았다면, 녹색의 서클은 벽처럼 부드럽게 모든 서클을 휘감아 주었다.
두 개의 수련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서클의 균형이 잘 맞아떨어져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나가 차오르는 충만한 기분을 즐기며 시간의 개념을 잊고 말았다.
시원한 밤공기가 가라앉고, 촉촉한 아침 이슬이 살을 적셔왔다. 곧이어 나뭇잎 사이로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비춰 들어올 때쯤에야…….
-녹탑의 수련법을 통해 다섯 번째 마나 서클(Mana circle)을 생성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새로운 서클의 생성에 따라 5 서클 마법의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마나 서클의 수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수준이나 위력, 속도 등이 상승합니다.
-녹탑의 수련법이 가진 묘리에 따라 사용하는 마법의 속도가 이전보다 더욱 빨라집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2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세운의 심장에 다섯 번째 고리가 생겨나며, 주변의 모든 마나가 가라앉았다.
‘아슬아슬했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네 번째 서클의 마나량은 생각 이상으로 엄청났다.
주변의 마나가 조금만 부족했어도, 네 번째 서클을 다 채우지 못할 뻔했다. 만약 그랬다면, 엉성한 기둥이 흔들리며 마나 역류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멍한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
성좌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애초에 탑 1층의 플레이어가 4 서클을 달성하는 것도 유례없을 정도로 놀라운 사건인데 그것을 뛰어넘어, 하룻밤 사이에 다섯 번째 서클을 생성하다니.
이는 단순히 탑의 플레이어만이 아니라, 성좌들 사이에서도 화제 될 법한 사건이었다.
그 증거로.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시끄러워지기 전에 미리 자신보다 격이 낮은 성좌들의 통신을 전부 차단하였습니다.
마몬이 튜토리얼 때 보였던 것처럼 다시 한번 세운에 대한 메시지를 차단하였다.
세운으로서도 괜히 귀찮은 상황이 안 벌어지게 되어서 긍정적인 일이었다.
‘나무도 다 회복됐나 보네.’
고개를 돌려 서칭 마법을 사용해 보니, 벌레들에게 파먹혀 생긴 마나의 빈틈이 모두 매워져 있었다.
세운을 지켜보던 정령들은 해가 뜨니 뒤늦은 휴식을 취하러 풀잎에 숨어든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마나를 흡수한 탓에 동산이 손상되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오히려 과한 마나를 정리해 준 탓에, 전보다 안정된 모습이었다.
‘답례는 하고 가야지.’
길면 보름까지도 걸릴 것으로 생각하였던 서클 생성이 고작 하룻밤으로 단축되었다.
그것을 넘어, 목표했던 4 서클을 뛰어넘는 5 서클의 경지를 달성하였다.
그 공로는, 누가 뭐래도 이 반짝이는 동산 덕분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세운이 심장을 둘러싼 다섯 개의 서클을 부드럽게 회전시켰다.
5 서클의 달성하고 처음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레인 샤워.’
세운의 머리 위로 작은 먹구름이 생겨났다.
잠깐의 소나기를 쏟아붓는 저서클 마법인 레인 샤워.
그러나, 단순히 5서클을 달성한 것을 넘어 네 마탑의 묘리마저 깨우친 세운이었다.
쿠르르-
먹구름은 세운의 마나를 집어삼키며 크기를 키워가더니, 이내 드넓은 동산 위를 가득 덮었다.
저서클 마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넓은 범위.
청탑의 묘리로 물 마법을 강화하고, 녹탑의 묘리로 바람을 일으켜 비구름을 퍼트린 결과였다.
곧이어.
스스스-
세운이 만족할 만큼 퍼져 나간 먹구름이 물줄기를 쏟아냈다.
소나기라는 이름과는 달리, 여우비를 닮은 얕은 이슬비.
이 역시 세운이 마나를 섬세하게 컨트롤하여 마법을 변화시킨 결과였다.
아침 여우비의 촉촉한 빗방울과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동산의 풀과 나무가 기분 좋게 흔들렸다.
* * *
그 시각, 디아블로 클랜의 거점 주위에서는 흉흉한 맹수의 으르렁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서아 씨, 어쩌죠? 계속 몰려오고 있습니다.”
“음, 아무래도 우연은 아닌 듯하네요.”
“네.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대놓고 공격을 준비 중인 것 같습니다.”
거점을 둘러싸고 있는 수백 마리의 늑대들.
거점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인지 덤벼드는 늑대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숨거나 하지도 않았다.
대놓고 거점을 바라보며 적의를 드러내면서도, 수가 충분히 모일 때까지 공격을 해 오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가 지휘를 내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바로 공격할까요?”
“아뇨. 일단 다들 방어 준비만 해 주세요. 늑대들이 공격 범위 안으로 들어오면, 그때 일제 공격을 시작하겠습니다.”
“네.”
늑대들은 아슬아슬하게 화살 범위의 밖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그것도 무성한 나무의 뒤에 몸을 숨기며.
늑대가 아무리 똑똑하고 집단생활을 잘한다고 해도, 저런 모습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튜토리얼에서 봤던 늑대들보다 강해 보이는군.”
“탑이니까요. 세운 씨 말대로, 대부분의 몬스터가 튜토리얼 때보다는 강한 게 당연하겠죠.”
“마침 잘 됐군. 몸을 풀 상대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늑대들이 성벽 앞까지 도달하면, 같이 나가요.”
“알겠다.”
강한철이 건틀렛을 낀 양 주먹을 쿵 부딪치며 손목을 풀었다.
수십 마리도 아니고 수백 마리의 늑대가 거점을 노리고 있음에도, 공포에 떠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튜토리얼을 통해 다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진 덕분이다.
게다가, 그들은 디아블로 클랜.
세운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누가 뭐래도 이번 튜토리얼을 통과한 이들 중 가장 강한 클랜이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상대가 아무리 많고 강하더라도, 자신감을 가질 이유는 충분했다.
“으르릉-”
“크릉-!”
그토록 평화롭던 탑의 1층 어디에서 몰려든 것인지, 늑대의 수는 천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그러자 숲속을 일렁이던 늑대들이 본격적으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다가왔다.
“모두, 공격 준비!”
유서아의 지시하에 사람들이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튜토리얼의 세 번째 장과 다섯 번째 장. 수성전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적의 수도 많고, 세운이 존재하지 않아 힘겨운 전투가 될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우우우-!”
“크아앙!”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가 떨려오기 직전, 늑대 무리의 중심에서 우렁찬 하울링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숲의 늑대들이 일제히 달려왔다.
이에 유서아가 공격을 지시하려던 찰나, 늑대들의 사이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화륵!
콰과아앙!!
“깨앵!”
“크, 크릉!”
폭탄이 떨어진 듯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바로 이어서 검자줏빛 뇌전이 늑대 사이를 난폭하게 휩쓸었다.
순식간에 이백에 달하는 늑대가 검게 익은 채로 목숨을 잃어갔다.
이에 어리둥절한 사람들이 활시위에서 힘을 놓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지만, 다들 알 수 있었다. 저 이변을 벌인 정체가 누구인지 말이다.
“사냥감을 전부 뺏길 수는 없지.”
타앗!
강한철이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고 늑대 무리로 달려 나갔다.
이에 유서아 역시 가볍게 미소 지으며 사람들에게 전체 공격 지시를 내렸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점을 기준으로 방어를 펼치려던 것이었지만.
‘세운 씨가 도착했다면.’
지금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디아블로 클랜이 늑대의 하울링에 지지 않을 정도로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며 늑대 무리를 향해 내달렸다.
* *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버스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콰아앙!!
-녹탑의 묘리에 따라 ‘체인 라이트닝’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파지지직!
5서클의 도달한 마법사가 강한 이유는, 단순히 5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5서클에 도달하며 얻은 깨달음.
세운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사용해 온 네 마탑의 묘리. 청탑과 흑탑, 황탑, 녹탑의 묘리를 마법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각각 해당하는 속성에 묘리를 적용하면 위력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고.
다른 마법에 적용해도 청탑의 묘리는 안정성을, 흑탑의 묘리는 위력을, 황탑의 묘리는 강도를, 녹탑의 묘리는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이를 잘만 사용하면 같은 마법이라도 전혀 새로운 형태로 사용이 가능했다.
지금, 세운이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크앙!”
“크르릉!”
세운의 존재를 깨달은 늑대들이 거점 방향에서 몸을 돌려 세운을 향한다.
수백 마리의 늑대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은, 꽤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쯤에는 이미 세운의 손에서 새로운 마법이 준비되어 있었다.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토네이도(Tornado) ]– 녹탑의 공격 마법으로써 거대한 회오리를 일으켜 적을 날려 보낸다.
세운의 손 위에 떠 오른 녹색의 작은 회오리.
이대로 날려 보내도 충분히 강력하겠지만, 세운은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흑탑의 묘리에 따라 ‘토네이도’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녹탑의 묘리에 따라 ‘토네이도’의 속도가 강화됩니다.
후웅!
고유의 녹빛이 진해지며, 거기에 검은 마나가 깃든다.
검녹빛으로 변한 회오리가 당장에라도 퍼져 나갈 것처럼 불안하게 흔들린다.
과도한 힘에 의해 마법이 퍼져 나가려는 중이었다.
-청탑의 묘리에 따라 ‘토네이도’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그러나, 청탑의 묘리까지 깃들자 회오리는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위력이 약해진 건 아니었다.
이성을 잃고 날뛰려던 맹수가 찬물을 맞아 정신을 차리고, 풀숲에 숨어 적을 노려보는 듯했다.
이에 세운이 손을 내뻗는 순간.
콰아아아아-!!
난폭한 회오리가 전장을 휩쓸며, 수백 마리의 늑대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