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9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96화(92/675)
제 96화
타뷸라의 늑대를 색출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의 정체는 알지 못하지만, 그가 선대 플레이어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증거로, 디아블로 클랜의 거점에 무려 천 마리가량의 늑대도 보냈었다.
그러니 선대 플레이어를 미끼로 내세우면 범인의 정체를 쉽게 밝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수긍하시네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놈을 상상하는 순간 머리가 마비될 정도로 공포스러웠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어쩐지, 머릿속이 밝아진 기분입니다.”
공포라…….
아마도, 사티로스의 성흔으로 그의 공포를 포식한 효과인 듯했다.
“계획은 오늘 저녁입니다. 거점을 빠져나와서 모습을 드러내 주기만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호위도 붙여드리겠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이미 놈들을 피해 일 년간 도망 다닌 몸입니다. 제 한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시지 않겠습니까?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놈을 처리해 주십시오. 그건 제 복수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러죠.”
그리하여, 선대 플레이어라는 미끼를 내세운 후, 세운은 촌장댁으로 숨어들었다.
킬케르데식 은신술을 사용하고, 클리어 슬라임의 땀샘으로 냄새까지 감추었다.
그리고 몇 시간.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를 때까지 지루한 인내의 시간을 견뎌냈다.
그리고 마침내.
“놈이 헛소리하기 전에 성대를 끊어놔라. 뒤처리는 내가 직접 하지.”
“그르릉…….”
촌장이 타뷸라의 늑대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기지개를 켜며 보인 늑대 인간의 특징까지, 모든 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누구냐!”
쉭!
늑대의 본능이란 것일까?
이렇게나 기척을 숨기고 있는데도, 촌장은 어떻게 알았는지 세운을 향해 정확하게 손톱을 날렸다.
조금만 움직임이 늦었어도 가슴이 베일 뻔했지만, 세운은 촌장의 어깨가 꿈틀거리는 순간 본능적으로 자세를 낮추고 반대편으로 몸을 움직인 상태였다.
곧이어, 고창석에게 받은 무기 중 하나인 단검을 꺼내 들었고.
“역시, 네놈이었구나.”
푹!
“커헉!”
촌장의 목덜미에 단검을 박아넣었다.
킬케르가식 기술을 활용하여 정확하게 급소를 내지르는 정교한 암살술. 단검이 놈의 경추의 사이를 끊고 들어가 척수를 가르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털썩.
늑대 인간을 상대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 중 하나. 바로, 늑대 인간의 형태로 변신하기 전에 일격으로 숨통을 끊는 것이다.
어설프게 심장을 찔러봤자 늑대 인간 특유의 재생력 때문에 일격에 끝내지 못할 확률이 있었다.
몬스터에 대한 세운의 지식과 킬케르가식 암살술이라는 마몬의 보물. 둘의 힘이 더해진 결과였다.
그런데…….
꿈틀!
바닥에 퍼질러 있던 촌장의 몸이 움직였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한 세운이 즉시 뒤랑달을 꺼내며 놈에게 달렸지만, 그보다 촌장의 몸이 변하는 게 먼저였다.
우득, 뿌드득!
검갈색의 털이 자라나고, 골격이 기이하게 비틀어진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덩치가 기형적으로 커지고, 주둥이가 툭 튀어나오며 날카로운 송곳니가 뻗쳐 나온다.
완벽한 늑대 인간의 형상.
세운이 뚫었던 목덜미는 어느새 완전히 아물어 있었다.
“아우우우-!!”
뒤랑달을 휘두르기 직전,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웅장한 하울링이 풍압으로 변하여 세운의 몸을 뒤로 밀쳐냈다.
고개를 돌린 놈이 안 그래도 포악해 보이는 인상을 더욱 구기며 세운을 내려보았다.
‘분명 경추를 끊어놨는데.’
제아무리 늑대인간이라 하여도 신경은 쉽게 재생하지 못한다.
말초신경계도 아니고, 중추신경계인 척수를 끊어놨는데도 저렇게 멀쩡하게 움직이다니.
‘빌어먹을 탑 놈들.’
아무리 히든 피스라고 하여도, 이곳은 1층이다.
그런 곳에 늑대 인간을 심어 두는 것도 비정상적인데, 중추신경계를 끊어놓아도 멀쩡하게 움직이는 늑대 인간을 심어 두다니.
어떻게든 한 달 안에 플레이어들을 모두 올려 보내려는 탑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르르……. 네놈, 언제부터 숨어든 거지?”
“글쎄. 네가 하도 악취를 뿌려대길래 말이지.”
풍압에 밀려난 세운이 금세 자세를 다잡았다.
일격에 마무리를 짓지는 못했지만, 숨이 고르지 못한 것을 보니 데미지는 확실하게 들어갔다.
게다가, 지금은 반월(半月)이 떠 있는 상태.
아무리 보스 몬스터 격의 늑대 인간이라 하더라도 100%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시기의 눈초리가 ‘타뷸라의 늑대’를 응시하기 시작합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세운은 놈에게 질투의 권능을 사용한 참이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것일까? 놈이 자세를 낮게 숙이더니, 곧바로 세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들킨 이상 네놈은 이제 끝이다!”
카앙!
순식간에 길게 늘어난 놈의 손톱에 뒤랑달과 부딪혔다.
덩치에 걸맞게 강력한 힘.
이대로 맞부딪히는 건 어리석다는 걸 깨달은 세운이 검을 기울이며 태극검의 묘리를 일으켰다.
놈의 손톱이 거친 마찰임을 일으키며 미끄러졌고, 반대쪽 손톱의 경로를 방해했다.
그리고 그 즉시, 세운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내공을 통해 태산십팔반검의 제이 초식, 태산이격(泰山二格)이 강화됩니다.
쾅!!
“크륵…….”
태산의 힘을 지닌 검격이 놈을 강타했다.
놈이 다급하게 손톱을 올려 막아보았지만, 세운의 내공은 무려 일 갑자에 도달한 상태.
그것도 가장 공격적인 내공이라는 파극심공의 묘리가 담긴 공격이었다.
거기에 강검이라는 특성까지 합쳐지니, 놈은 버티지 못하고 팔을 벌리고 말았다.
위험을 느끼고 바로 발을 빼려 하였지만, 이미 놈의 품 안으로 세운이 파고들어 와 있었다.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콰과과괏!
내공으로 구현된 붉은 늑대 형상이 놈의 가슴을 흉포하게 물어뜯었다.
질긴 가죽이 갈라지고, 두꺼운 근육이 터져 나간다.
갈비뼈 두어 개가 베어질 때쯤에야, 가까스로 몸을 비틀며 세운의 검격을 회피하였다.
“크윽, 빌어먹을 놈이…….”
놈이 부러진 갈비뼈를 붙잡으며 세운을 노려보았다.
생각보다 쉬운 전투에 세운이 의아함을 느낄 때쯤, 놈의 눈이 은빛으로 번뜩였다.
“아우우우-!!”
-타뷸라의 늑대가 하울링을 내지릅니다.
-흉포한 맹수의 포효로 인해 압도적인 공포가 침식해 옵니다.
아까보다 더욱 강한 풍압을 일으키며 세운을 덮쳐온 하울링.
씨 드레이크를 상대할 때 느꼈던 드래곤 피어와 마찬가지로, 그의 하울링에도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도 그랬듯이, 놈의 공포는 세운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였다.
-‘사티로스의 성흔’이 타뷸라의 공포를 집어삼킵니다.
사티로스의 성흔. 공포를 집어삼킬수록 그 힘은 오히려 더욱 강해질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저건…….’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반월의 옆으로 은빛 기운이 스멀스멀 차오르고 있는 게 보였다.
늑대 인간 중에서도 뛰어난 혈통을 지닌 이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힘.
마나를 이용하여 강제로 보름달을 만들어 내는 고유 의식, 만월식(滿月式)이었다.
드드드득!
보름달이 차오름과 동시에, 놈의 가슴에 나 있던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다.
안 그래도 위협적이던 근육이 더욱 크게 부풀었고, 송곳니는 턱을 가릴 정도로 길게 내려왔다.
“크흐흐. 여기서 이 힘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감히 순수혈통의 늑대 인간에게 대든 벌은 내려줘야겠지.”
“크르릉.”
“크릉…….”
세운의 주위로 수십 마리의 늑대가 몰려들었다.
아무래도 놈의 하울링을 듣고 몰려든 것 같았는데, 보름달 때문인지 늑대들의 상태도 평범하지 않았다.
눈이 붉게 충혈되어 침을 질질 흘리는 게, 광견병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이제 곧 나의 충실한 수하들도 몰려들 것이다. 네놈이 과연, 수백의 늑대를 뚫고 내 발톱에 닿을 수나 있을까?”
놈의 말뜻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만월식을 이용하여 강제로 만들어 낸 보름달이지만, 보름달이 떠오른 이상 거주민들 역시 늑대의 형상으로 변했을 것이다.
거기에 놈의 하울링까지 들었으니, 거주민들 전부 세운을 공격하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올 게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늑대 인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 아래의 마을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무슨……!”
“혹시 몰라서 대비 정도는 하고 있었거든.”
이곳으로 오기 전, 세운은 박정필을 시켜 미리 마을의 플레이어들을 모두 대피시켜 두었다.
바비큐 파티를 가장하여 마을 밖으로 불러냈으니 모두 즐거워하며 디아블로 클랜의 거점 앞으로 모여 있었다.
다음으로, 디아블로 클랜은 저마다 거주민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들이 늑대 인간으로 변하면 즉시 제압할 수 있도록.
“이 간악한 놈이!”
“칭찬 고맙다.”
“공격해라! 얼른 저 잡놈의 목을 물어뜯어 내 앞으로 가져와라!”
“아우우-!”
세운을 둘러싸고 있던 늑대들이 혀를 내빼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세운은 저런 자잘한 늑대들을 상대하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사티로스의 성흔을 밝히며 선두에서 내달리던 늑대의 몸을 이등분했다.
그 순간.
-사티로스의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성흔의 첫 번째 능력, ‘공포’가 깨어납니다.
이등분된 늑대의 사체가 피를 흩뿌리며, 주위로 감당키 어려운 공포의 힘이 퍼져 나갔다.
단순한 스킬의 개념이 아니었다. 신의 격, 그 자체가 깃들어 있는 성흔으로 일으킨 공포.
미친 듯이 달려오던 늑대들이 다급하게 움직임을 멈추었다.
“깨, 깨앵!”
“뭐, 뭣들 하는 것이냐! 얼른 저놈을 물어뜯어라!”
붉게 충혈되었던 늑대들의 눈빛이 하얗게 가라앉더니 공포에 질린 듯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도망칠 이성도 잃고 땅에 고개를 파묻거나, 오줌을 지리는 늑대도 있었다.
압도적인 공포.
이명과 성흔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생겨난 공포는, 늑대의 이성을 모조리 마비시켰다.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벌써부터 ‘격’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시작하는 당신의 모습에 더욱 큰 기대를 가집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순수혈통을 타고난 늑대 인간의 혈액을 원합니다.
다만, 공포에 질린 것은 늑대들뿐. 정작 세운의 목표인 늑대 인간은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공포의 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는지, 전신의 털을 바짝 일으킨 채 경계의 눈초리로 세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늑대 인간이라면 역시…….’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진은(眞銀) ]– 진은, 또는 미스릴이라고도 불리며 강한 은의 성질과 뛰어난 마나 전도력을 품고 있는 희귀 광석이다.
드드득.
세운이 뒤랑달을 검집으로 돌려 넣고 고창석이 만들어 주었던 ‘용아검’을 꺼내 들었다.
검붉은 빛이 특징이었던 용아검의 검날이 은빛으로 물들었다.
늑대 인간의 약점 중 하나라는 은. 그중에서도 진은이라 불리는 미스릴이라면 놈의 재생 능력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오지 않을 거면, 내가 먼저 가지.”
타앗!
세운이 발을 도약하며, 용아검이 달빛에 반사되어 은빛 궤적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