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9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98화(94/675)
제 98화
디아블로 클랜의 거점에서 화려한 파티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클랜원들끼리만 하는 간소한 파티가 아닌, 주위의 플레이어들까지 불러 벌인 대형 파티였다.
그 시초는 늑대인간을 사냥하기 위해 마을에서 플레이어를 빼내는 아이디어에 있었다.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으니 실제로 파티를 열었던 것이다.
사냥을 끝낸 세운과 클랜원들도 뒤늦게 참여하여, 파티는 졸지에 사냥 성공 축하 파티가 되었다.
물론, 함께 웃고 떠드는 외부의 플레이어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제발 받아주시면 안 됩니까? 저만 살자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저희 클랜 전부요!”
“클랜의 인원은 50명을 못 넘기는 거, 아시잖아요.”
“그럼 산하 클랜으로 받아주십쇼! 이래 봬도 저희 다들 랭킹 백 위권 플레이어들만 모인 정예 클랜입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거점의 중앙에서는 헤드릭이 유서아를 붙잡고 열심히 자기 클랜에 대해 어필하는 중이었다.
혼자 들어갈 수는 없으니, 클랜을 전부 받아주라는 것이었다.
‘산하 클랜이라…….’
솔직히, 길드도 아니고 클랜의 아래에 산하 클랜으로 들어가는 건 아무런 메리트도 없었다.
그러나, 받아주는 입장에서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득이었다.
산하 클랜이라면 딱히 무언가 해 줄 필요도 없고, 도움이 필요할 때 편하게 요청할 수도 있었으니까.
단지, ‘디아블로 클랜’이라는 이름을 빌려주는 것만으로.
그렇게 생각한 세운이 마시던 음료를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줘.”
“그렇지만, 괜찮을까요?”
“저렇게 원하는데, 어쩔 수 있나.”
“저, 정말이십니까? 우왓! 약속하신 겁니다? 저 지금 바로 저희 클랜장한테 가서 보고합니다? 야호! 클랜장! 어이, 클랜장!”
얼마 안 가 세운의 눈앞에 ‘레드 이글’ 클랜이 산하로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헤드릭만 난리 쳤던 게 아니라, 그쪽 클랜에서도 꽤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세운 씨, 다음 층은 언제 가실 거예요?”
“한 달은 다 채우고 가야지.”
“의외네요. 히든 피스를 찾았으니 바로 올라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어르신이랑 약속한 게 있거든.”
“아, 대장간 말이죠?”
층을 오르기 시작하면 마을의 대장간과 같이 제대로 된 제련 시설을 찾기 힘들어진다.
다음 쉼터에 도착하여도, 대장간을 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니, 일단은 대장간과 계약한 한 달은 다 채우고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편이 디아블로 클랜의 생존 확률도 더욱 올라갈 테니 말이다.
“형님, 여기 계셨군요! 한참 찾았잖습니까! 얼른 저랑 가시죠. 제가 형님을 위해서 옆 클랜 미인들을 꽉 붙잡아놨습니다!”
그렇게 유서아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박정필이 나타났다.
오늘 하루만은 음주를 허용한다고 했더니, 세운의 교육은 까맣게 잊은 듯이, 벌써부터 거나하게 취한 듯하다.
그런 녀석을 바라보고 세운이 고개를 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서아, 쟤 좀 부탁해.”
“네? 제가요?”
“아니다. 강한철!”
“아, 아니 형님! 갑자기 그놈은 왜 부릅니까!”
“불렀나?”
“히이이익!”
강한철에게 박정필을 떠넘기는 것으로 귀찮은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세운이 유서아에게 인사를 남기고 거점의 외각으로 이동하였다. 주위가 살짝 시끄럽긴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떤 거래를 원하시는 거죠?”
세운이 허공을 향해 읊조렸다.
늑대인간 사냥을 마치고 거점으로 돌아가던 중, 마몬이 남긴 메시지를 떠올리며.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마몬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늑대인간의 소재를 언급합니다.
“이거 말입니까?”
세운이 이번에 얻은 소재 몇 개를 꺼내 들었다.
타락한 늑대 인간의 눈동자와 혈액 등.
타뷸라의 늑대에게서 얻은 소재들인데, 세운으로서도 사용처를 파악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본래 늑대인간의 소재는 손톱이나 이빨 말고는 그리 큰 가치가 없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아공간 주머니 덕분인지, 시간이 지났음에도 생생한 소재들을 보며 마몬이 메시지를 이어갔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것들을 바친다면 창고의 최하급 보물의 이용권을 유지해 주겠다며 약속합니다.
‘흐음…….’
마몬의 보물창고. 즉, 탐욕(眞)의 보물창고의 개방권.
이전에 그것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뒤랑달을 빌려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뒤랑달을 돌려받은 지금, 그 권한은 사라진 상태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개방권을 영구히 제공해 주겠단다.
최하급 보물 중에서는 쓸 만한 게 별로 없다고는 해도, 세운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애초에 지금 들고 있는 소재들의 사용처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니까.
한참을 고민하던 세운이 제안을 수락하기 직전, 새로운 성좌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저 까마귀에게 속지 말라며 조언합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끼어들지 말라며 날개를 크게 펼칩니다.
‘응?’
질투의 마신, 레비아탄의 조언. 그것을 보는 순간 세운은 알아챌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소재들의 가치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일지도 모르겠다고.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늑대인간의 타락은 탑의 역사 속에서도 극히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읊조립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조용히 하라며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때문에 타락한 늑대인간의 소재는 희귀성으로만 따진다면 그 어떤 보석보다 뛰어나다며…….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뱀의 메시지를 가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날개를 펼칩니다.
‘그런 거였나.’
레비아탄의 조언 덕분에, 세운은 상황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회귀 전, 세운이 그토록 다양한 지식을 탐구했음에도 늑대인간의 타락에 대해 알지 못했던 이유.
그것은 늑대인간들이 기본적으로 지닌 자긍심 때문이었다.
목숨이 끊어지더라도, 동료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신념.
심지어 무리에서 쫓겨난 늑대인간도, 그 신념은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타뷸라의 늑대는 그 신념을 깨부수고, 동족을 포식하며 타락의 길을 택한 것이다.
소재의 효과는 알지 못하지만, 레비아탄의 말대로 희귀성 하나로는 엄청나게 귀한 소재였다.
“흠, 그런 거군요.”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이마를 부여잡고 한숨을 크게 내쉽니다.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누구 앞에서 사기를 치려 하냐며 머리를 높게 치켜듭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렇다고 해도, 당신에게 절대 나쁘지 않은 거래라며 제안을 반복합니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제약이었다. 눈앞의 소재가 희귀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세운으로서는 사용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가만히 들고 있는 것보다야 마몬과의 거래를 통해 창고를 조금이라도 이용하는 게 더 이득이었다.
그러나.
“거래 조건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은데요.”
가치를 파악한 이상, 거래의 수준을 끌어 올릴 필요는 있었다.
“최하급 말고, 하급 보물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시죠.”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인상을 찌푸립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것들의 가치가 그 정도로 크지는 않다며 단언합니다.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거짓말하지 말라며 반박합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잠시 멈칫하더니 그렇다고 해도 하급 보물을 모두 제공하는 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며 고개를 젓습니다.
“소모품은 여유분이 있는 것만 사용하겠습니다. 컬렉션을 망칠 생각은 없거든요.”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안 될 일이라며 고개를 젓습니다.
“다른 물건들은 ‘대여’ 방식으로 사용하겠습니다. 제가 뒤랑달을 빌려드렸던 것처럼요.”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자신의 보물에 먼지가 묻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외칩니다.
“그런가요? 그럼 뭐, 이것들의 가치를 알아봐 줄 이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죠.”
세운이 타락한 늑대인간의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동공이 영롱하게 빛나는 모습이 꽤 아름다워 보였다.
굳이 희귀도 때문이 아니더라도, 정말 보석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것은, 비단 세운만이 아니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근심을 흘리며 고민에 빠져듭니다.
걸려들었다.
사실, 세운이 이 소재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 금방 이루어질 거래였지만, 레비아탄을 통해 세운이 소재의 가치를 알아챈 무렵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마몬은 스스로가 먼저 이 소재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고, 소재의 소유자인 세운이 갑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저도 허용선은 지키겠습니다. 최하급 보물을 개방하셨을 때도, 제가 함부로 사용하진 않았잖습니까?”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세운이 여유롭게 마몬의 대답을 기다렸다.
인제 와서 마몬이 시간을 끄는 것은 거래의 여부에 대한 고민 때문이 아니었다.
저 소재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며, 스스로를 세뇌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시원한 밤바람을 느끼며 기다리고 있으니, 곧 마몬의 대답이 들려왔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알겠다며 당신의 제안을 승낙합니다.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나쁘지 않은 거래라며 중재를 마칩니다.
슥.
세운이 뒤랑달의 날로 검지 끝을 살짝 베었다.
아무리 튜토리얼을 함께 해 온 성좌라고 해도, 단순히 믿음만으로 거래를 이룰 생각은 없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의 털끝에서 혈액이 흘러나옵니다.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계약법을 알려주려다가, 당신의 행동에 놀라움을 표합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와의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성좌와의 계약을 통해, 앞으로 ‘마몬의 보물창고’ 일부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약이 성립됨과 함께, 세운이 들고 있던 타뷸라의 소재들이 전부 사라졌다.
조금 아깝긴 했지만, 세운으로서 이번 거래는 별다른 손해 하나 없이 전투력을 강화한 훌륭한 거래였다.
가치를 알아볼 이를 찾겠다며 허세를 부렸지만, 그런 이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곧이어.
-탐욕(眞)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촤르륵-
세운의 눈앞으로 보물창고의 새로운 목록이 펼쳐졌다.
최하급에서 하급으로 한 단계 올라갔을 뿐인데, 목록의 수가 수백을 넘어 천 가지에 달할 지경이었다.
‘천천히 구경해 볼까?’
아무래도, 오늘 밤은 보물을 둘러보다 시간이 다 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