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9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00화(96/675)
제 100화
-2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제 : 강 건너기
-시간 제한 : 5시간
솨아아-
빛이 사라지자, 눈앞에 시원한 강줄기가 드러났다.
서른 명이 넘는 클랜원들이 전부 보이지 않았음에도 세운은 당황하지 않았다.
‘전이랑 똑같네.’
반대편 땅이 간신히 보일 정도로 폭이 넓은 강. 그 사이로 크고 작은 돌다리가 듬성듬성 드러나 있었다.
주제에 적힌 것처럼, 2층의 시련은 그저 이 강을 건너 반대편에 도착하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가 볼까.’
시련의 내용에 대해 알고 있으니, 세운은 망설임 없이 첫 번째 돌다리에 발을 디뎠다.
물기 때문에 제법 미끄러웠지만, 단단하게 박혀 있는지 흔들림이 없어 꽤 안정적인 바위였다.
탓, 탓.
보법을 활용할 필요도 없이 가볍게 발을 옮겼다.
안쪽으로 이동할수록 강의 물줄기가 빠르게 느껴졌다.
물줄기가 빨라지니, 물결이 바위와 부딪히며 시원한 물보라를 일으켰다.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세운이 경쾌한 발걸음을 멈추고 뒤랑달을 뽑아 들자, 거친 물결 사이로 생명체 하나가 뛰어올랐다.
피라냐를 닮아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물고기였는데, 실제 피라냐의 2배에 달하는 크기였다.
크기가 커진 만큼 이빨 역시 더욱 컸기에, 그 모습은 꽤나 위협적이었지만.
서걱-
세운이 가볍게 휘두른 검에, 쩍 벌린 입을 닫지도 못한 채 반으로 썰려 나갔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신선한 물고기는 언제든 환영이라며 피라냐를 뼈째로 오독오독 씹어 삼킵니다.
단지 이것만이라면 너무 쉬운 시련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건 맛보기일 뿐이었다.
파바바밧!
순간, 한없이 푸르던 물길이 어두워지며 수십 마리의 피라냐가 뛰어올랐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지금 서 있는 곳은 좁은 돌다리 위였다. 피하기도 어렵고, 공격 자세를 잡기도 어려웠다.
이게 바로 2층 시련의 진정한 위험성.
세운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반응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피라냐의 습격에 당황하고 말 것이다.
서거거걱-
수십 마리의 피라냐가 닥쳐옴에도, 세운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가만히 선 그대로 검을 휘두를 뿐.
그 당당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강의 흐름을 역행하면서까지 닥쳐온 피라냐들이 세운의 등 뒤를 노렸다.
검이 아무리 빠르다고 하여도, 그것들을 모두 한 번에 막아낼 수는 없는 노릇.
그 순간, 잠잠하던 세운의 서클이 팽팽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흑탑의 묘리에 따라 ‘라이트닝 웨이브’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파지지직!
검은빛의 뇌전이 세운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피라냐들은 몸에 물기를 듬뿍 묻힌 상태였기에, 전기에 대한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놈들이 위협적인 점은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점과 지형적인 이점일 뿐. 각각의 전투력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후두두둑-
전기에 감전당한 피라냐들이 입을 벌린 그대로 타들어 가며 물속으로 떨어졌다.
녀석들이 흘러가기 전에, 세운이 팔을 내뻗어 폭식의 권능을 일으켰다.
-‘샤프 피라냐’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민첩이 2 상승합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민첩이 0.2 상승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잘 구워진 피라냐를 한입에 물더니 살만 발라낸 채 뼈만 쏙 빼냅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특히 이 눈알이 별미라며 맛을 깊이 음미합니다.
라이트닝 웨이브는 광역기인만큼 주변의 피라냐들을 한 번에 휩쓸었다.
적이 사라지자, 검을 돌려 넣은 세운이 클랜챗을 열어 짧은 글을 적어넣었다.
[20번째 돌다리 부근에서 피라냐 출현. 주의 바람.]마음 같아서는 미리 알려주고 싶었지만, 회귀를 밝히지 않는 이상 너무 일찍 밝힐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일부러 피라냐들에게 당하고 난 뒤에야 채팅을 입력한 것이다.
세운이 뒤이어 돌다리를 빠르게 건너던 중, 잠잠했던 클랜챗이 활발하게 흘러갔다.
[백현 : 아, 조금만 더 늦게 봤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한아름 : 혈랑 오빠, 고마워요!] [한다운 : 와, 임시벽 미리 안 만들어 놨으면 위험할 뻔!] [박정필 : 형니이이이임!]…
저마다 방식은 달라도, 어떻게든 이겨내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세운의 활약 때문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지 다들 어엿한 플레이어였으니까.
고작 2층의 시련에서 무너질 리가 없었다.
-흑탑의 묘리에 따라 ‘라이트닝 웨이브’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파지지직!
그 뒤로도 몇 차례나 피라냐의 기습이 일어났지만, 세운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족의 죽음에 위협을 느낀 것인지 피라냐의 기습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생각보다 긴 돌다리를 빠르게 건너던 중, 세운이 돌연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쯤이었나.’
회귀 전의 세운 역시 같은 시련을 도전하며, 여정의 지침표가 발동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피라냐의 기습에 쫓겨 도망치느라 바빠 미처 확인도 하지 못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운이 당시의 기억을 최대한 떠올리며 돌다리를 하나하나 관찰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중.
“찾았다.”
여정의 지침표가 반응했을 때에 밟았던 돌다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숨 가쁘게 도망치던 사이에 겪은 찰나의 히든 피스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냐고?
간단했다. 여정의 지침표가 가리켰던 바위는 다른 바위들과 달리 불안정한 바위였기 때문이다.
고작 사람 하나가 올라탔을 뿐인데 휘청일 정도로.
다만, 문제는 이게 어떤 히든 피스인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파지직!
주변에 전류를 흘려 보았지만, 특별한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신을 집중해 보거나, 서칭 마법을 사용해 보아도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기억이 잘못된 건가 의심해 봤지만, 피라냐를 피해 달리다 돌다리 하나가 휘청였던 기억은 머릿속에 선명했다.
그 휘청임 때문에, 당시에는 생사의 갈림길을 겪었으니까.
고민을 이어가던 세운의 머릿속에 속담 하나가 떠올랐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였던가.’
지금의 상황과 어울리는 속담은 아니지만, 뭐 어떤가? 일단 시도하면 될 일이다.
어차피 이전에 사용했던 ‘인어의 아가미’ 덕분에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으니, 정 안 되면 물에 들어가 확인해 보면 된다.
물살이 빠르긴 하지만, ‘머맨의 지느러미’까지 사용하면 충분히 견딜 수 있어 보였다.
‘이거면 되겠지.’
세운이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무기 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망치. 아니, 일반적인 망치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생긴 배틀 해머였다.
다른 무기였다면 마몬의 보물 중에서 망치의 사용법과 관계된 무공서라도 찾아봤겠지만, 지금은 그런 기술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망치를 머리 뒤로 넘기며, 숨을 들이마신 후.
“흡!”
힘껏 내려치면 그만이다.
까아아앙!
바위를 내려찍자마자, 망치 머리에서 일어난 진동이 손잡이를 타고 흘러들어 왔다.
충격이 꽤 컸는지, 손바닥이 얼얼해 올 지경이다.
그러나, 충격이 큰 건 세운만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휘청이던 바위는 큰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위태로울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세운이 다급하게 뛰어올라 앞의 돌다리로 이동하였다.
‘이게 아닌가?’
역시 강바닥으로 잠수를 해야 하는지 고민할 무렵. 바위의 흔들림과의 별개로, 바위의 옆에서 거대한 파동이 일어났다.
콰아아아!
물보라가 높이 일어나며, 거대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고기 특유의 비늘 하나 없이 매끄러워 보이는 피부와 입가에 달린 두 쌍의 수염, 옆으로 찢어진 큰 입까지.
몬스터의 형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세운은 놈과 비슷한 동물을 지구에서 본 적이 있었다.
“메기?”
주로 저수지나 호수 등에서 서식한다고 알려진 대형 어류인 메기.
지구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상상 이상으로 덩치가 거대했다는 것이다.
쩍 벌린 입이 얼마나 커다란지 돌다리 하나쯤은 가뿐히 삼킬 수 있어 보일 정도였는데.
“꿔어어어!”
“미친.”
타앗!
놈은 이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지켜내며, 세운이 서 있던 돌다리를 한입에 꿀꺽 삼켰다.
조금만 늦게 움직였다면, 돌다리와 함께 메기의 배 속으로 들어갈 뻔했다.
-흑탑의 묘리에 따라 ‘라이트닝 스피어’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녀석이 과거에 여정의 지침표가 가리켰던 히든 피스라는 것을 깨달은 세운이 즉시 마법을 일으켰다.
상대해 본 적이 없는 몬스터였지만, 물에 사는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전기 마법에 약하다.
그 커다란 돌다리를 삼켜놓고 아무렇지 않은 듯 머리를 드러내는 놈을 향해 뇌창을 내던졌다.
파직!
치지익…….
“꿔어어어?”
그러나 결과는 세운의 예상과 달랐다.
라이트닝 스피어가 녀석의 머리에 닿자마자 검은 피부를 타고 흐르더니 주변으로 흘러나간 것이다.
피해가 분산된 건 그렇다 쳐도, 당장 뇌창을 이마에 직격으로 맞은 녀석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세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기가 안 통해?”
“꿔어어!”
물고기가 원래 저런 소리를 내던가?
녀석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세운이 올라 있는 돌다리를 처박았다.
그 단단하던 돌다리가 단숨에 휘청이며 강가로 기울어졌다.
‘이거, 잠수했으면 조금 위험했겠는데.’
녀석은 이 거친 물살에도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반면에, 세운이라고 하여도 이 물살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기도 통하지 않았으니, 싸울 생각이면 불편하더라도 돌다리 위에서 싸우는 게 정답이었다.
“꿔어어!”
녀석이 다시 한번 크게 뛰어오르며 입을 쩍 벌렸다. 세운과 함께 돌다리를 집어삼킬 생각이었다.
이에 세운은 피하지 않고 뒤랑달을 꺼내 쥐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면.’
검으로 베어내면 그만이다.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이 초식, 혈랑아(血狼牙)가 강화됩니다.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서걱!
녀석과 부딪히기 직전,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뒤로 점프하며 검을 횡으로 휘두른다.
뇌창을 맞고도 그을음 하나 나지 않았던 녀석의 매끄러운 가죽이 부드럽게 갈라진다.
피부가 얼마나 두꺼운지 큰 상처를 입힌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것으로 녀석의 약점을 확실히 알아낼 수 있었다.
“꿔어, 어어어!”
다만, 놈이 멍청해 보이긴 해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었다.
세운의 검이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녀석이 멀찍이 자리를 벌리더니 입을 크게 벌렸다.
곧이어.
꿀렁!
“진짜 별 공격을 다 하네.”
입에서 갈색의 진흙더미를 내뱉었다.
집어삼킨 바위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진흙 같은데, 도저히 원리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원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녀석이 뱉어낸 진흙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태양을 다 가릴 정도였으니까.
세운이 다급하게 돌다리를 몇 개나 이동하고서야, 간신히 진흙의 범위를 피해 낼 수 있었다.
“꿔어어어!”
놈이 어류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거슬리게 울어댔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앞으로도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럼 거기 있든가.”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윈드 커터(Wind cutter) ]–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 내는 녹탑의 공격 마법. 그 절삭력은 동급의 모든 마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
“……꿔?”
세운의 손끝에서 녹색 바람이 압축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