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sing my Fiancè with Money RAW novel - Chapter (28)
솔직히 말해서 거래를 제시했을 때만 해도 적당히 이득만 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계속 얽히다 보니 점점 가까워지게 되었다.
‘계약만 아니었다면 계속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벌써부터 헤어질 생각을 하니 아쉬움마저 느껴졌다.
조용히 술을 마시던 카르한이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고민 많은 얼굴로 눈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저도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잘 이어가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있었던 일을 마음에 담아 둔 모양이었다. 일리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주었다.
“음, 저는 가끔씩 상대의 말을 되묻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긴 해요.”
“예를 들면요……?”
“만약 상대가 ‘나 어제 친구하고 만났어.’라고 말하면 ‘친구랑?’하고 되물어요. 그럼 상대에게 다시 대화의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
카르한은 명심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아는 잠시 잔을 내려놓고 조용히 물었다.
“아까 속상했죠?”
카르한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일리아를 마주 보았다.
“미술관에서 그분들이 좀 지나치게 굴었잖아요.”
노귀족들은 편협적인 시각을 가지고 카르한을 대했다. 나중에 오해가 풀리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잠시 말이 없던 카르한이 고개를 내저었다.
“딱히 속상하진 않았습니다. 제가 실수했다고 생각했기에…….”
“화가 나지 않아요?”
“화는…….”
카르한이 머뭇거렸다. 그리고 비밀을 털어놓듯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사실 저는 분노라는 감정을 잘 모르겠습니다.”
“…….”
“억울하고 슬픈 것은 알겠지만요.”
일리아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감정은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이다. 누군가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가끔 보고 있으면 카르한은 어린아이 같았다.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서투른 구석이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물처럼 순수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일리아는 고민에 빠졌다. 분노라는 감정을 가르쳐주기엔 너무나 막연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저는 화가 나면 속이 끓어올라요. 옷을 겹겹이 입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전부 쏟아내고 싶어져요.”
“…….”
“저는 그걸 분노라고 불러요.”
카르한은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단어를 깨우치는 아이처럼 그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하여간 아까 그분들에게 잘 보이면 나중에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나중에 작위를 계승할 때 기반을 쌓기도 좋을 거고요.”
작위 이야기가 나오자 카르한이 움찔했다. 그것을 보지 못한 일리아는 술을 한 모금 마신 후에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후계자 수업 힘들지 않아요? 많이 바쁠 텐데……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따로 만날 시간이 있느냐고 일리아가 물었다. 그러자 카르한은 대답 없이 테이블 위만 쳐다보았다. 그가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였다. 일리아는 잠자코 기다려주며 다시 술잔을 집어 들었다.
그때 일리아는 맞은편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가 함께 앉아 있던 이들에게 뭐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기려는데, 덜컹 하고 의자가 뒤로 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리아, 저는…….”
카르한이 어렵사리 입술을 떼는 것과 동시에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살짝 비틀대는 와중에도 호기로운 얼굴이었다. 일리아의 얼굴만 뚫어져라 보는 것이, 목적이 뻔했다.
그리고 남자가 일리아 쪽으로 다가오기도 전에 프란체와 말렉이 동시에 일어났다.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남자의 어깨를 붙들었다.
“어휴, 많이 취하셨네.”
“……어어?”
“자, 집으로 갑시다.”
프란체가 무력으로 남자의 몸을 완전히 틀어버렸다. 얼떨결에 남자는 출입문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잠깐만…….”
남자가 놓으라며 팔로 밀어냈으나, 프란체와 말렉은 전혀 밀려나지 않았다. 말렉이 남자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이내 조용해진 남자는 말렉에게 끌려 나갔다.
프란체는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말렉과 남자가 나가자, 문을 닫고 등을 딱 붙였다. 프란체가 일리아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 꼴을 고스란히 지켜본 일리아는 뒤늦게 카르한에게 물었다.
“미안한데, 방금 뭐라고 했어요?”
일리아의 보랏빛 눈동자가 카르한을 향했다. 카르한은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겨우 용기를 내어, 자신이 일리아가 생각하는 후계자가 아님을 털어놓으려 했다. 하지만 뒤늦게 정신이 돌아오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꺼내고 나서도 일리아는 평소처럼 저를 대해줄까? 그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별 거 아니었습니다.”
카르한은 결국 입술까지 차올랐던 말을 삼키고 말았다. 자신은 형편없는 겁쟁이였다.
카르한은 곧바로 술잔을 들었다. 빠르게 술잔을 비우는 그를 보던 일리아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가 되돌아왔다.
두 사람은 잠시 대화 없이 술만 마셨다. 술잔을 비우는 속도는 일리아가 카르한보다 빨랐다. 그러나 멀쩡해 보이는 일리아와 달리, 카르한의 목덜미와 귓불은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취한 거 아니죠?”
“……괜찮습니다.”
대답이 반 박자 느리게 돌아왔다. 슬슬 취기가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아까 취한 적이 없다고 하더니.’
솔직히 외모만 보고 잘 마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전이었다.
일리아는 가만히 카르한을 살폈다. 군살 하나 없는 턱선이 무척 날렵해 보였다. 햇빛이 드는 눈동자는 평소보다 좀 더 맑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짙고 반듯한 속눈썹,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입술과 이마를 살짝 덮은 단정한 검은 머리카락……. 아래로 내려오니 그의 쭉 뻗은 목선과 대칭을 이루는 넓은 어깨가 보였다. 얼굴부터 몸까지 어디 하나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이쯤 되었으면 익숙해질 법도 되었는데, 도리어 점점 더 시선이 갔다. 요즘 들어 표정이 좀 더 다채로워져서 그런 모양이었다. 첫 만남 때는 박물관에 세워둔 동상처럼 딱딱했지만, 지금은 생동감이 넘쳤다.
천천히 시선을 내리던 일리아의 눈에 카르한의 손등이 들어왔다. 단단해 보이는 손 위로 불거진 핏줄이 미약한 골을 만들고 있었다. 분명 저와 똑같은 유리잔을 들고 있는데, 손이 큼직해서 그런지 유리잔이 작아 보였다.
‘저번에 손잡았을 때 내 손을 완전히 감쌀 정도로 컸지.’
이전의 경험을 떠올리는데, 순간 카르한과 눈이 마주쳤다. 일리아는 저도 모르게 말을 툭 내뱉고 말았다.
“손이 참 크네요.”
카르한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일리아는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같은 유리잔인데 당신이 드니까 유독 작아 보여서요.”
“……아.”
“저는 손이 작은 편이거든요.”
일리아가 손바닥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많이 차이 나 보이죠?”
카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테이블 위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대보아도 좋다는 듯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던 일리아는 냉큼 손바닥을 대보았다.
손이 겹쳐지자 온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일리아는 조심스럽게 손 크기를 비교해 보았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는 차이 났다.
‘오랫동안 검을 잡아서 그런지 단단하네. 굳은살도 많고.’
탄탄하다 못해서 단단하게 느껴지는 손바닥이었다. 부드러운 제 손바닥과 너무나 달라서 신기했다. 촉감이 좋아서 일리아는 카르한의 손가락 사이로 제 손가락을 살짝 밀어 넣었다.
느슨하게 깍지가 껴지자 카르한이 파드득 떨었다. 일리아는 온통 손바닥에 집중하느라 카르한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
가만히 지켜보던 카르한은 다른 쪽 손바닥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불을 오랫동안 쬔 것처럼 뺨이 뜨끈했다. 멀쩡하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심장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이앓이 하듯 욱신거리는 감각이 가슴께부터 손끝까지 전해졌다. 요즘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재발한 모양이었다.
“잠시만…….”
카르한이 조금 초조하게 말하자, 일리아가 손을 놓아주었다. 카르한은 외투에서 다급히 약통 하나를 꺼냈다. 뚜껑을 열고 탈탈 털자, 흰 알약 두 개가 나왔다. 카르한은 물도 마시지 않고 약을 삼켰다. 그것을 본 일리아가 놀라서 물었다.
“웬 약이에요?”
“……요즘 심장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심장이요? 언제부터요?”
일리아가 놀라서 묻자, 카르한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저번에 일리아가 에반테온 공작저에 방문했을 때, 카르한은 몸에 이상을 느꼈다. 온몸에 열이 오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카르한이 증상을 말했을 때, 테시온은 곧바로 의원을 불렀다.
-심장이……, 심장이 아프다고 하십니다! 설마 죽을병은 아니지요?
테시온은 이미 큰 병에 걸렸다고 생각한 채 의원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의원은 카르한에게서 증상을 들은 후 약을 지어서 건네주었다.
-심장에 통증을 느끼거나 비정상적으로 뛴다고 생각되실 때 드십시오.
그러나 막상 약을 짓고 나니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혹시 몰라서 들고 다니긴 했는데, 하필 지금 그때처럼 심장에 통증이 느껴졌다.
“……최근 들어서 가끔씩 통증이 있습니다.”
“우리 가문 주치의라도 보내드릴까요? 황실 주치의 출신인데.”
“자주 그런 건 아니라서…….”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일리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카르한을 바라보았다. 카르한은 입매를 꾹 다물었다. 일리아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간질거렸다.
살아오면서 걱정 받을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과 엮인 사람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상황이 익숙하진 않지만, 싫진 않았다.
조금 잦아들었던 심장 소리가 다시 북을 치듯 둥둥 울려 퍼졌다. 점점 커져가는 소리는 주변의 소음을 모두 집어삼켰다.
카르한은 약 효과가 돌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쉬이 진정이 되질 않아서 심호흡만 여러 번 할 뿐이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심장 소리가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저릿하던 감각도 많이 줄었다.
“이제 괜찮습니다.”
“다행이에요. 약도 먹었으니 술은 그만 마시는 게 좋겠어요.”
일리아가 카르한의 술잔을 치우려고 하자, 그가 빠르게 말했다.
“이 약은 술을 마시는 것과는 상관없다고 들었습니다.”
일리아는 처음보다 붉어진 카르한의 귓불과 목덜미를 힐끔 보았다.
“그럼 조금만 더 마셔요.”
일리아는 메뉴판을 아예 덮어버렸다. 남은 술만 마시고 일어날 생각이었다. 이 이상으로 마셨다가는 술을 마신 티가 날 것 같았다.
일리아의 목표는 조용히 집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저택을 두고 굳이 밖에서 술을 마시는 까닭은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집에서 술을 마셨다간 온 집안사람들이 귀찮게 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리아는 종종 밖에서 술을 마신 후 안 마신 척하고 들어가곤 했다.
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 없이 술만 홀짝홀짝 마셨다. 살짝 취기가 올라, 기분이 좋아진 일리아가 카르한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카르한은 포크로 애꿎은 토마토만 쿡쿡 찌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좀 취한 것 같았다.
일리아는 이만 일어나자고 말하려 했다. 그때 카르한이 입을 열었다.
“저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일리아가 멈칫했다. 카르한은 포크로 토마토를 가지런히 놓으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나직한 목소리가 천천히 이어졌다. 늘 듣기만 하던 카르한은 먼저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었다. 일리아는 말없이 카르한의 말을 들어주었다.
엄격한 집안에 태어나, 딱 한 번 착하다는 칭찬을 들은 후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누구에게든 좋으니 인정받고 싶었다는 것. 하지만 편견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것.
길고 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카르한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저번에…… 공작저에 방문하셨을 때…….”
조금 늘어지는 말투에서 술에 취한 기색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이윽고 검은 속눈썹이 차양처럼 드리웠다가 천천히 올라갔다. 속눈썹 안에 숨어 있던 새파란 눈동자가 일리아를 가득 담았다.
“그때 정말 기뻤습니다.”
일리아가 눈을 깜빡였다.
“좋은 사람이라고 해줘서. 그것이…… 무척…….”
카르한이 배시시 웃었다. 무해한 웃음에 일리아는 술잔을 들려다가 놓쳤다.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카르한이 무엇을 말한 것인지 깨달았다.
-하여튼 당신은 제가 보기엔 정말 좋은 사람이니까,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카르한이 저 스스로를 구제 불능이라 말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서 내뱉은 말이었다. 엄청난 의미를 둔 말도 아니었는데, 카르한에게 깊이 남았을 줄은 몰랐다.
카르한은 가만히 일리아만 바라보았다. 일렁이는 벽안에 흠뻑 빠져버릴 것 같았다. 살짝 휘어진 눈매가 부드러워서 일리아는 잠시 숨을 멈춘 채 눈만 깜빡였다.
평소에 카르한은 부끄러움이 많아서 눈이 마주치면 먼저 피하곤 했다. 이런 식으로 저를 빤히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녹을 것 같은 시선이었다. 카르한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제가 나쁜 남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카르한의 목소리가 좀 더 낮아졌다. 그리고 일리아에게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당신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일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술에 취한 사람의 별 의미 없는 말일 텐데, 그게 오랫동안 귀에 박혀들었다. 괜히 쑥스러워진 일리아는 퉁명스레 대답했다.
“당연하죠. 앞으로 나한테 잘해요.”
카르한은 고개만 끄덕끄덕했다. 순간 카르한이 귀엽다는 생각을 해버린 일리아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벌써요?”
아쉬움 가득한 말투에 일리아는 순간 마음이 약해질 뻔했다.
“가야죠.”
벌써 날이 저물었다. 슬슬 돌아가야 할 때였다.
일리아는 곧바로 프란체와 말렉이 앉아 있는 테이블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프란체와 말렉이 빠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시온은 술을 좀 마셨는지 목과 뺨이 발갰다. 모두가 일어나자, 카르한 또한 얌전히 일리아를 따랐다.
계산을 마친 후 가게를 나왔다. 강가라 그런지 바람이 유독 차가웠다. 일리아가 어깨를 떨자, 카르한이 빠르게 외투를 벗었다.
“괜찮으니까 그냥 입고 있어요.”
그에게 매번 외투를 얻어 입었다. 심지어 저번에 걸친 외투는 아직 돌려주지 못한 채였다.
“감기 걸리면 안 됩니다.”
단호한 말투에 일리아는 당황했다. 그사이 카르한은 자신의 외투를 일리아에게 걸쳐주었다.
일리아는 단추를 꼼꼼히 채워주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강가의 불빛 때문인지, 카르한의 눈동자에 불빛이 강물처럼 흘렀다. 그것이 야경보다 아름다워서 일리아는 잠시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단추를 완전히 채운 카르한이 손을 거두었다.
“……다음에 저번에 빌린 외투와 함께 갖다 줄게요.”
카르한은 대답 대신 눈매를 조금 접었다. 아무래도 카르한은 술을 마시면 웃음이 많아지는 모양이었다.
일리아는 제 안에서 파도가 밀려오듯 술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