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sing my Fiancè with Money RAW novel - Chapter (37)
10장
***
리하트는 머리를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숙취가 심해 머리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듯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침대 끄트머리에 앉았다. 멍하니 앉아 있는데 또다시 이전 일이 떠올랐다.
약 한 달 전, 카르한 에반테온의 약점을 알게 된 리하트는 일리아를 찾아갔다. 이번에야말로 일리아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요?
진실을 알게 된 일리아는 매몰차게 쏘아붙였다.
-쓰레기인 줄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뒷조사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
저를 힐난하던 일리아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했다. 결국 리하트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두 사람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카르한이 매일같이 블로든 저택에 찾아간다는 이야기만 듣게 되었다.
“……정말 그놈을 사랑하기라도 한다는 거야?”
지금껏 후계자인 척 속였던 가증스러운 놈을?
리하트는 아직까지 일리아가 제게 마음이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일리아의 마음이 카르한에게 옮겨갔다면…… 더 이상 비벼볼 구석이 없었다. 무릎을 꿇고 사과해도 받아주지 않는데, 무슨 수로 마음을 돌린단 말인가.
한참 침대에 앉아있던 리하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실에는 일리아가 선물한 것들로 가득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오랫동안 손도 대지 않았던 서랍을 열었다. 구석에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던 편지지가 보였다. 일리아가 자신에게 써준 편지였다.
리하트는 조용히 그것을 읽었다. 작고 네모난 공간에 일리아의 마음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함께했던 시간들, 교류했던 감정……. 리하트는 편지지를 반쯤 구겨서 내려놓았다.
카르한과 나란히 서 있던 일리아가 떠올랐다. 그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원망과 뒤늦은 후회, 질투로 얼룩진 감정은 화마였다. 들끓는 감정에 집어삼켜질 것만 같았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도련님, 다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 말에 뒤늦게 이성이 돌아왔다. 리하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방계 사람들까지 참석하는 가문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리하트는 외투를 대충 걸친 후 방을 나섰다. 회의장에 도착하니, 익숙한 얼굴들이 여럿 보였다. 상석에는 가주인 아버지와 후작부인인 어머니 그리고 이미 결혼한 시오나까지 앉아 있었다. 그 아래로 방계 사람들이 주르륵 착석한 상태였다.
“너무 늦지 않았느냐.”
테르시안 후작이 타박하자, 리하트는 고개를 살짝 숙인 후에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의 착석과 함께 가문 회의가 시작되었다.
분기마다 열리는 테르시안 가문 모임에서는 후작을 중심으로 여러 중요한 문제를 논의했다. 대부분의 결론은 돈으로 흘러가기 마련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자본금이 필요한데…….”
평소 같았으면 리하트가 자신만만하게 나설 때였다. 그러나 오늘따라 리하트는 조용하기만 했다. 다들 눈치 보던 중, 방계 사람 중 하나가 슬쩍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리하트 님의 결혼식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하나가 말문을 떼자 다들 궁금한 얼굴로 리하트를 쳐다보았다. 모두의 관심사는 리하트의 결혼이었다. 리하트가 곧장 대답하지 않자, 테르시안 후작부인이 말을 받았다.
“그래, 결혼식 준비는 그쪽에 전부 맡겼는데 소식이 없구나.”
그녀가 리하트를 빤히 보며 물었다.
“결혼식 날짜는 언제쯤 잡는다니?”
후작부인이 결혼식을 서두르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블로든 가문을 통해 사업 자본금을 유치하기 위함이었다. 리하트의 누나인 시오나가 냉큼 말을 이었다.
“그래, 결혼식은 미리 말해줘야 우리도 준비하지.”
그녀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리하트에게 졸랐다.
“남편이 새로 봐둔 땅이 하나 있는데, 네가 빨리 결혼하면 훨씬 수월하지 않겠니.”
다들 각자의 욕망을 늘어놓기 바빴다. 기대 어린 눈빛을 받은 리하트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한참 말이 없던 리하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결혼식은 없던 일로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이윽고 후작과 후작부인 그리고 시오나가 동시에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냐!”
“아니, 왜……!”
“농담하는 거지?”
리하트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가족들에게 기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블로든 측에서 파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테르시안 후작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결혼이 장난도 아니고!!”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파혼을 운운한 것이 무척 분한 모양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있던 후작부인이 순식간에 표정을 굳혔다. 유령이라도 씐 것처럼 그녀가 무서운 얼굴로 빠르게 쏘아붙였다.
“어째서? 혹시 네가 실수라도 한 거니? 당장 블로든 저택에 찾아가서 잘못했다고 빌거라.”
“당신은 자존심도 없소?”
“지금 자존심 가릴 때예요?! 벌여둔 사업이 몇 갠데!!”
블로든 가문과 공동으로 벌인 사업도 잠시 중단된 상태였다. 여태껏 신나게 깔고 앉아 있던 돈방석을 뺏길 위기인 것이다.
“너 그때 파혼하는 거 아니라며? 어떻게 된 거야!”
시오나가 참지 않고 따지기 시작했다. 후작 또한 뒤늦게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리하트를 노려보았다.
“후계자 공부를 소홀히 해도 곧 결혼할 거라 생각해서 넘어가 줬더니……. 한심한 놈.”
방계 가족들도 조용히 눈빛으로 리하트를 탓하고 있었다. 테르시안 가문 사람들 대부분이 리하트를 통해 일리아에게 기생하고 있었기에 타격이 컸다.
가족들이 하나가 되어 비난하자, 리하트는 숨이 막혔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후작이 방계 사람들을 모두 물렸다. 회의장에 후작과 후작부인, 시오나, 리하트만 남았다.
“그래서 갑자기 파혼하자는 이유가 뭔데?”
리하트는 그제야 꾹 다물린 입을 열었다.
“잠깐 다른 여자를 만났는데……,”
“너 미쳤니?”
후작부인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리하트가 버럭 대꾸했다.
“이미 무릎까지 꿇고 사과했다고요!”
“…….”
“몇 번이나 찾아가도 아예 받아주질 않아서…….”
리하트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여자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말에 권위주의적인 후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나 후작부인은 리하트를 쪼기 바빴다.
“그걸로 되겠어? 앞에서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시끄럽소!!”
후작이 소리치자, 후작부인이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리하트는 자신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덮기 위해 주절댔다.
“저도 잘해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일리아도 곧바로 새 남자를 만났다고요.”
“뭐, 새 남자?”
리하트는 말을 멈추었다. 상대가 카르한 에반테온이라는 이야기를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리하트가 침묵하자, 후작이 침음을 흘렸다.
“이렇게 되었으니 더 이상 블로든 가문과 결혼을 추진할 수 없을 것 같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후작은 입매를 비틀었다. 헤인리 블로든이 떠오른 탓이었다.
이전에 헤인리에게 일리아와 리하트를 화해시키라고 권유했건만 끝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그사이 리하트와 일리아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모양이었다.
거기다 헤인리 본인은 자신이 얹어준 업무를 전부 훌륭하게 처리했고,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까지 앞두고 있었다. 두 사람을 결혼시킬 수 없게 된 이상, 다른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였다.
“……마지막으로 뜯어낼 거리를 찾아봐야겠군.”
후작의 혼잣말에 가족들이 모두 그를 쳐다보았다. 테르시안 후작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법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
스텔라가 주최한 모임을 다녀온 지 이틀이 지났다. 그날 일리아는 티파티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은 사교계 모임과 체질상 맞지 않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으면서 말이다.
그 후로 일리아는 나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머니를 대신해 블로든 저택을 관리하며 틈틈이 경제 공부도 했다. 아침마다 블로든 저택에 찾아오는 카르한을 마중하는 것도 일과 중 하나였다.
오늘도 집무실에서 서류를 살피던 일리아는 문득 카르한이 생각났다.
‘점심 같이 먹자고 해볼까.’
아직 오전이었기에, 아마 연무장에 있을 듯싶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일리아는 곧바로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 도착한 일리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창 연습하는 기사들이 보였지만, 카르한은 없었다.
“벌써 별관으로 갔나?”
연무장 구석에 위치한 건물 쪽으로 걸어가던 일리아가 멈춰 섰다. 건물 처마 밑에 큰 몸을 구겨 넣은 카르한이 있었다. 그는 무릎을 세운 채 칼 한 자루를 끌어안고 졸고 있었다.
일리아는 카르한의 앞으로 다가갔다. 많이 피곤했는지 사람이 온 줄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모양이었다.
일리아는 무릎을 굽혀, 카르한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검은 속눈썹이 촘촘하게 내려앉은 눈 밑은 살짝 거뭇했다. 살이 조금 빠져서 그런지 인상은 좀 더 날카로워 보였다.
굴곡 없이 활강하는 콧대와 약간 틈이 보이는 입술. 창백해 보이던 피부는 혈색 좋게 그을린 상태였다.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카르한은 가벼운 셔츠 한 장만 입고 있었는데, 쭉 뻗은 목선 아래에 쇄골이 보였다. 일자로 도드라진 쇄골 아래가 움푹 패어 있었다.
일리아는 재빨리 시선을 떼고, 칼집을 붙들고 있는 손등을 유심히 보았다. 제 손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손이었다.
카르한은 저보다 뭐든 커서, 이야기할 때도 고개를 들어야 했다. 그래서 카르한은 늘 저와 함께 있을 때 허리를 살짝 굽혀 시선을 마주해왔다.
“덩치도 크면서 왜 이렇게 구겨져서 자는지.”
괜히 불쌍해 보였다. 아무리 열이 많은 편이라 해도, 땀 흘린 후에 그늘진 곳에서 잤다간 감기 걸리기 십상이었다.
“카르한.”
일리아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 순간 눈썹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카르한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고민하던 일리아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여름용 모포를 들고 나왔다. 펼친 모포를 덮어주다가 손가락이 카르한의 손에 닿았다. 잠결인지 카르한이 일리아의 손끝을 붙잡았다.
일리아는 잠시 멈추었다. 아기가 손가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듯 그는 일리아의 손끝을 잡은 채 숨만 내뱉었다. 그러더니 입매가 서서히 허물어졌다.
헤실헤실 풀어지는 그의 입가를 보며 일리아는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붙잡힌 손끝에서 맥박이 뛰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듯 일정한 맥박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손에서부터 가슴까지 천천히 타고 흘러갔다.
“……일리아.”
카르한의 중얼거림에 일리아는 화들짝 놀라서 손을 거두었다. 그러나 카르한의 눈꺼풀은 여전히 덮여있었다. 아무래도 잠꼬대를 한 모양이었다.
꼼짝 않던 일리아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일리아는 모포를 대강 덮어준 후에 곧바로 자리를 떠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느릿하게 눈을 뜬 카르한은 멍하니 있다가 어깨까지 덮인 모포를 발견했다. 모포를 덮고 잔 기억은 없었기에,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가 모포를…….”
의아해하던 카르한은 모포를 가볍게 그러쥐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향기가 희미하게 묻어나왔다. 무척 좋은 냄새라고 생각하며, 카르한은 설핏 웃었다.
***
일리아는 오랜만에 나갈 채비를 끝내고 마차에 올라탔다. 카르한과 데이트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요즘 카르한은 검술 연습과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정도로 몹시 바빴다.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카르한이 안쓰러웠던 일리아는 이틀 정도 쉬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카르한은 뜻밖의 부탁을 해왔다.
-그럼 쉬는 날에 함께 외출해주시겠습니까?
-집에서 쉬지 않고요?
-예. 당신만 괜찮다면…….
일리아는 흔쾌히 그러자고 말했다. 안 그래도 보고 싶은 연극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비올레가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집에만 붙어 있는데, 둘이 데이트는 하니?
일리아와 카르한은 연인인 척하는 중이었다. 특히 비올레는 카르한에게 검술을 가르치기 시작한 뒤로 두 사람의 교제를 긍정적으로 봤다. 아무래도 카르한이 검술 수업을 받으면서 점수를 톡톡히 딴 모양이었다.
비올레는 카르한을 제법 마음에 들어 했지만, 다른 이들 앞에서는 티를 거의 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일리아의 아버지인 클리프는 아직도 카르한을 싫어하는 척 연기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부모님과 달리 헤인리는 여전히 카르한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싫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교제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헤인리의 출근 시간에 맞춰서 카르한이 왔기에 마주칠 일은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헤인리가 일찍 집에 돌아오는 날이 있었다. 그는 별관에 거의 발걸음하지 않았는데, 하필 그날따라 별관에 왔다가 카르한과 마주쳤다. 헤인리는 유령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로 서 있다가 안경을 추어올리며 물었다.
-소공자께서 왜 우리 집에 계십니까?
당황한 카르한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사실을 알게 된 헤인리는 크게 뒤집어졌다. 일리아는 열심히 헤인리를 설득했다. 얌전히 있다가 가는 것이 전부다. 집안에 절대 폐를 끼치지 않겠다.
평소 같으면 넘어가줄 법도 했지만, 그날따라 헤인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일리아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알겠어요. 그럼 제가 매일 에반테온 공작저에 갈게요.
-……차라리 우리 집으로 불러라.
헤인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카르한이 블로든 저택에 들르는 것을 승낙했다. 그때 일을 떠올린 일리아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질 만한 계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리하트를 무척 싫어했던 헤인리는 카르한에게도 불신을 품고 있었다. 거기다 황궁에서 일하다 보니 고위 귀족들의 비리를 많이 알고 있었다. 때문에 높은 신분의 귀족가 후계자인 카르한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는 쉽지 않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일리아는 마차에서 내렸다. 아직 카르한은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평소에 카르한이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오기에 일리아도 맞춰 나온 것인데 의외였다.
찻집에 들어가기도 애매해 거리에서 카르한을 기다리던 때였다. 일리아는 문득 시선을 느끼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검은 모자를 쓴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일리아의 얼굴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곧바로 보타이를 고쳐 맨 그가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일리아를 향해 다가왔다. 뒤에 서 있던 프란체와 말렉이 나서려 하자, 일리아는 손짓으로 막아 세웠다. 일리아의 앞에 멈춰 선 남자가 심호흡을 내뱉은 후 입을 열었다.
“저기, 첫눈에 반했습니다.”
“…….”
“혹시 시간 있으시면 차라도 한잔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프란체와 말렉이 얼굴을 구겼다. 프란체가 칼집에 손을 얹는 것을 본 일리아는 가볍게 흘겨보았다.
고개를 돌린 일리아는 남자를 다시 응시했다. 온통 유명 상표를 두른 그는 졸부 티가 팍팍 났다. 차림새 때문인지 저보다 나이가 열 살 정도는 더 많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