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131
131
제131화
129.
스악
브리니스는 여러 감정이 담겨 있는 복잡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헬 파이어 근처에서 푸른 불꽃이 나타났다.
‘뭐야?’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먹고 있어?’
브리니스의 푸른 불꽃은 헬 파이어로 날아갔다. 그리고 헬 파이어를 먹었다. ‘먹다’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헬파이어는 작아졌고 푸른 불꽃은 커졌다.
‘저런 불 마법도 있었나?’
처음 보는 불 마법이었다. 『불 마법이란』에서도 본 적 없는 마법이었다. 불을 먹는 마법이라니?
‘브리니스가 개발한 건가?’
아무래도 브리니스가 직접 개발한 마법인 것 같았다.
스아악!
이내 푸른 불꽃이 헬 파이어를 완전히 먹어치웠다. 그리고 그 순간 브리니스가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휘둘렀고 푸른 불꽃 역시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두 불꽃이 사라지고 수혁은 헬 파이어어가 만들어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완전 깨지기 직전 같은데.’
무수히 많은 실금이 나타나 있었다. 툭 건드리면 파괴될 것 같았다.
“우와.”
브리니스가 지팡이를 내리며 감탄을 내뱉었다. 그리고 수혁에게 말했다.
“정말 엄청난 수준의 헬 파이어였어요!”
이 정도로 강력한 헬 파이어를 시전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브리니스였다.
‘역대급 재능인 이유가 있어!’
괜히 측정불가의 재능이 아니었다.
“더 시전해야 될까요?”
수혁이 브리니스에게 물었다.
“아니요.”
브리니스는 수혁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헬 파이어로 충분했다. 다른 마법은 볼 필요도 없었다.
“점심을 준비해 뒀어요. 같이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해요!”
“점심이요?”
“예! 혹시 일이 있으신가요? 많이 준비해 뒀는데…….”
수혁이 반문하자 브리니스가 말끝을 흐리며 수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브리니스의 눈빛을 보니 거절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코델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이것도 선물로 생각할 수 있어.’
그냥 밥을 먹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밥 역시 선물이었다. 코델이 밥 먹는 것을 선물로 보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애초에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차 마시는데 1시간인데 밥 먹는 건…….’
코델과의 약속도 약속이지만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시간이었다. 차를 마시는 데 1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밥을 먹는 데에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수혁은 그렇게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급히 갈 곳이 있어서.”
결정을 내린 수혁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아…….”
브리니스는 수혁의 답에 매우 아쉬운 표정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그 탄성에 수혁은 살짝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번복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혹시 필요한 거 없으세요?”
아쉬움을 달랬는지 표정에서 아쉬움을 지운 브리니스가 물었다.
“필요한 거요?”
수혁이 반문하자 브리니스는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마법을 완벽히 시전하셨잖아요. 그걸 기념 삼아 선물을 해드리고 싶어요!”
말을 마친 브리니스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혁을 바라보았다. 그런 브리니스의 눈빛과 말에 수혁은 생각했다.
‘괜히 그런 말을 한 게 아니구나.’
코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해가 갔다.
‘거절해야겠지.’
“죄송합니다. 제가 딱히 필요한 게 없어서.”
수혁은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수혁의 말에 브리니스는 생각했다.
‘필요한 게 없다니…….’
수혁을 바라보는 브리니스의 홍조가 더욱더 짙어졌다.
‘멋져…….’
* * *
불의 마탑에서 나온 수혁은 근처 의자에 앉아 스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끝!’
헬 파이어를 끝으로 습득한 모든 불 마법들을 2번 목록으로 옮긴 수혁은 스킬 창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하드락으로 워프하기 위해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친구 창을 열었다.
-수혁 : 연중아.
연중이 접속 중인 것을 확인한 수혁은 귓속말을 보냈다. 사냥 중인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다른 지인들의 귓속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바로 답이 오지는 않았다.
-수혁 : 내일 12시 도도한돈 맞지?
그러나 언젠가는 볼 것이기에 수혁은 이어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어어, 12시까지 도도한돈으로 오면 돼! 예약해 놨어.
워프 마법진에 도착했을 때 연중에게서 답이 왔다.
-수혁 : 알았다.
-연중 : 내일 봐!
-수혁 : 응.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하드락으로 워프 했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에서 나와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뒤쪽의 책장으로 향했다.
‘음?’
그러나 뒤쪽의 책장으로 걸어가던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시야에 들어온 책 때문이었다.
이미 정복한 책장이었다. 그런데 반짝이는 책이 있었다.
‘남색?’
그것도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색으로 빛나는 책이었다.
‘딱히 한 게 없는데…….’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는 분명 반짝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늘 한 행동으로 인해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것인데 오늘 한 것이라고는 스킬을 배운 것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조건이 충족된 것일까? 의아한 표정으로 수혁은 남색 책의 제목을 확인했다.
‘『마계의 문』이라.’
책의 제목은 『마계의 문』이었다.
‘이거…….’
이미 읽은 책이었다. 수혁은 『마계의 문』의 내용을 떠올렸다. 한 글자, 한 글자 전부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략 기억이 났다.
‘헬 파이어 때문인가?’
책 『마계의 문』에서는 헬 파이어가 언급됐었다. 아무래도 남색이 된 이유는 헬 파이어를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혁은 책 『마계의 문』을 들고 책상으로 돌아와 읽기 시작했다.
.
.
.
그곳에서 헬 파이어를 시전하면 녀석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녀석들은 헬 파이어를 먹어 치우고 다시 돌아간다.
녀석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나는 것일까? 어디에 마계의 문이 있는 것일까? 뒤를 쫓아 알아내고 싶지만 녀석들의 뒤를 쫓는 것은 미친 짓이다. 죽고 말 것이다.
.
.
.
결국 나는 그곳을 봉인하기로 결정했다. 누군가 큰 화를 입을 수 있고 누군가에 의해 세상이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
수혁은 책을 덮었다.
[특수 퀘스트 ‘봉인된 장소’가 생성되었습니다.] [둥지로 가는 지도를 획득합니다.]메시지를 본 수혁은 우선 퀘스트 창을 열어 특수 퀘스트 ‘봉인된 장소’를 확인했다.
지도에 나온 봉인된 장소를 찾아가라!
퀘스트 보상 : 특수 퀘스트 – ???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연계 퀘스트네.’
연계 퀘스트라는 것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이어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지도를 꺼내 확인했다.
“……!”
그리고 지도를 확인한 순간 수혁의 두 눈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지도에 나와 있는 봉인된 장소. 그곳의 이름이 너무나도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악마의 둥지?’
바로 악마의 둥지였다. 지도를 보던 수혁은 지도를 넣고 인벤토리를 뒤졌다. 그리고 아주 예전에 받은 특수 퀘스트 ‘카루의 보물 상자’가 생성되며 획득된 ‘카루의 보물 지도 2’를 꺼내 펼쳤다.
‘어떻게 가나 했는데.’
카루의 보물 지도 2는 악마의 둥지의 지형이 나와 있는 지도였다. 알려진 곳이 아니었기에 가는 방법을 몰라 잠시 봉인해 둔 퀘스트였는데 길이 나타났다.
‘두 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건가.’
퀘스트 두 개를 동시에 완료할 기회가 찾아왔다.
‘근데…….’
물론 문제가 있었다.
‘헤이든이 어디지?’
악마의 둥지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다. 바로 헤이든이라는 곳이었다. 문제는 헤이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뭐, 또 이런 식으로 알게 되겠지.’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마의 둥지처럼 헤이든 역시 언젠가 알게 될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수혁은 남색 빛을 잃은 『마계의 문』을 반납하고 책장으로 향했다.
* * *
“내일은 언제 사냥하실 거예요?”
휴식 장소로 향하며 리리스가 연중에게 물었다.
“제가 점심 약속이 있어서 오후 2시 정도에 들어올 생각이에요!”
“아, 맞다. 점심 약속 있다고 하셨죠?”
“네!”
연중은 히죽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는 문득 든 생각에 리리스에게 물었다.
“토요일 던전 기억하고 계시죠?”
“아유, 당연히 기억하고 있죠.”
리리스는 연중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갈 친구분은 준비 잘 되셨나요?”
“네, 잘됐어요.”
“치유 법사시면 힐량이 조금 부족할 것 같은데 깰 수 있을까요?”
“예, 무조건 깰 겁니다.”
연중은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리리스에게 답하며 생각했다.
‘치유 법사라고 해도 사제 이상으로 힐 들어올 텐데.’
치유 법사는 사제와 비교해 힐량이 낮다. 그러나 수혁은 예외다. 수혁의 지혜는 장난이 없었고 야리온의 분노도 있었다. 힐량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연중은 예상했다.
“한 명만 더 갈 수 있으면 딱 좋을 텐데.”
리리스가 중얼거렸다. 이번에 탐사할 던전의 최대 입장 인원은 셋이었다. 셋은 참으로 애매했다. 한 명만 더 입장할 수 있었다면 수월하게 깰 텐데 그 한 명이 너무나 아쉬웠다.
“진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번에는 진짜 깰 수 있습니다.”
연중은 리리스의 중얼거림에 다시 한 번 말했다.
“그 말 벌써 세 번째이신 거 아시죠?”
“하하, 이번에는 진짜예요! 진짜!”
“그럼 한 번 더 믿어 보겠습니다!”
리리스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이내 휴식 장소에 도착한 리리스는 연중에게 인사를 하고는 로그아웃했다. 그리고 캡슐에서 나온 리리스 아니, 김태환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친구라…….”
이번에 같이 가게 될 연중의 친구.
“던전에 갈 정도면 수준이 꽤나 높을 테고.”
둘이서 깰 수 있는 수준도 아닌데 친구라는 이유로 데려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연중의 친구 역시 수준이 높을 것이다.
“전설 아이템을 얻었다는 지인이 그 친구이려나?”
김태환 역시 궁금했다. 현재 판게아에서 가장 핫한 전설 무기 ‘야리온의 분노’를 가지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그러나 연중은 부길드장인 김태환에게도 말을 해 주지 않았다.
“확률이 상당히 높단 말이지.”
친분에 약한 연중이다. 그럼에도 연중이 말을 해 주지 않았다는 것은 전설 아이템을 얻은 지인이 더 친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김태환은 책상 서랍을 열어 검은색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꺼낸 김태환은 1번을 꾹 눌러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따라라라라라라…….
컬러링이 들려왔다.
-여보세요?
그리고 10초가 지났을 때 컬러링이 끝나고 묵직한 저음이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김태환입니다.”
-아, 네네. 태환 씨.
“알려드릴 정보가 있어 전화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