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283
283
제 283화
281.
수혁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진 이유, 그것은 바로 시야에 들어온 수많은 책들 때문이었다.
“책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라스칼이 말했다.
“살면서 내가 모았던 책들이다. 읽고 싶다면 얼마든지 읽어도 된다. 단.”
책들을 바라보던 수혁은 라스칼이 말을 끊자 고개를 돌려 라스칼을 보았다.
라스칼은 수혁의 시선이 자신에게 오자 손을 들어 왼쪽 끝에 있는 문을 가리키며 이어 말했다.
“저 방에는 들어가지 말도록. 금서를 모아둔 곳이다. 아주 위험한.”
“아, 네.”
강조를 하며 라스칼이 말을 마쳤고 수혁은 라스칼이 가리키고 있는 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금서가 어떤 금서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하지 말라는 것을 할 정도로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다 읽을 책이 없는 것도 아니고 널리고 널렸다.
“그럼 난 봉인을 해제하러 가겠다.”
라스칼은 수혁에게 말하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수혁은 왔던 길을 돌아 방으로 향했다.
“어디 갔다 왔어?”
방으로 돌아오자 침대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연중이 물었다.
“미니 도서관.”
“도서관? 여기에도 도서관이 있어?”
“응, 웬만한 도서관 뺨칠 정도로 책 많이 있더라.”
“그래? 하긴 고룡의 서재인데 책이 없을 수가 없겠네.”
수혁은 연중의 말에 방금 전 보았던 수많은 책들을 떠올리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근데 바로 로그아웃할 거야?”
연중이 물었다.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자정까지는 1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문제는 레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나가서 사냥을 할 수도 없었다.
레어의 결계는 라스칼이 아니면 파괴하지 않는 이상 통과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리고 현재 라스칼은 아서르가 갇혀 있는 결계의 봉인을 해제하러 갔다.
“난 책 좀 읽다가 나갈게.”
물론 연중이 할 게 없는 것이지 수혁의 경우 할 게 있었다.
바로 독서였다.
“오케이, 그럼 난 먼저 쉬러 갈게!”
연중은 수혁의 말에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일 보자.”
“응!”
그리고 수혁의 말에 답하며 연중은 그대로 로그아웃해 사라졌다.
수혁은 연중이 사라지고 다시 방에서 나와 책들이 있는 라스칼의 서재로 걸음을 옮겼다.
‘새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야.’
서재로 향하며 수혁은 생각했다.
불의 마탑에서 빌린 고서들을 거의 다 읽었다.
읽었던 책을 또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새로운 책이 등장하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갈 때 빌려 가야겠다.’
내일 아침이면 첫 번째 결계가 사라질 것이고 두 번째 결계를 향해 떠나게 될 것이다.
그때 수혁은 서재에 있는 책들을 빌려 가기로 결심했다.
이내 서재에 도착한 수혁은 생각을 끝내고 활짝 웃으며 가장 오른쪽에 있는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하얗게 반짝이는 책들을 꺼내 서재 가운데 비치되어 있는 책상으로 향했다.
* * *
‘호오.’
라스칼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수혁에게는 봉인을 해제하러 간다고 했지만 가지 않았다.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라스칼은 투명화 상태로 수혁을 지켜보고 있었다.
‘약속을 지키는 인간이군.’
라스칼이 확인하려 했던 것.
그것은 바로 수혁이 어떤 사람인가다.
‘금서에 혹할 법도 한데…….’
수혁을 보던 라스칼은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았다.
금서가 있다고 경고했던 방.
그곳에는 진짜로 세상에 나오면 위험한 금서들이 있었다.
그런데 수혁은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불안했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만에 하나 봉인을 풀었는데 아서르를 탈출시킨다면?
수혁이 강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걱정이지만 수혁의 힘은 너무나도 강했다.
라스칼 역시 껄끄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수혁을 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걱정을 털어낸 라스칼은 워프를 시전해 레어 근처에 있는 첫 번째 결계로 워프했다.
그리고 결계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결계를 해체하며 라스칼은 생각했다.
‘생각보다 견고하군.’
라스칼 홀로 결계를 만든 게 아니었다.
로드를 포함해 여러 동족들의 도움을 받았다.
‘시간이 더 걸리겠어.’
아침이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계의 수준을 보니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았다.
* * *
“……!”
서신을 본 라모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암당에서 온 서신이었다.
그리고 서신에는 라모스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용이 쓰여 있었다.
‘드디어!’
바로 드래곤에 대한 내용이었다.
독의 마탑에 있던 드래곤이 레어 쪽으로 사라졌다.
레어 쪽으로 사라졌다는 것은 레어로 돌아갔음을 의미했다.
이제 일을 시작할 때가 된 것이다.
라모스는 아이클을 호출했다.
호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클이 방으로 왔다.
“지금 당장 일을 시작하게.”
라모스는 아이클이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지금 당장 말입니까?”
아이클은 라모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때를 기다려야 된다고 말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벌써 때가 된 것일까?
“그래, 지금 당장!”
아이클의 반문에 라모스가 재차 답했다.
“알겠습니다.”
더 이상 아이클은 반문을 하지 않았다.
아이클은 라모스의 말에 답하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가 각지에 나가 있는 휘하 마법사들에게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 * *
비욘드 후작의 집무실.
‘많다, 많아.’
책상 위의 수많은 서신을 보며 비욘드는 생각했다.
서신이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독고 길드가 있을 때에도 서신이 많이 오긴 했지만 그때보다 서신의 양이 배 이상 늘었다.
‘리더 길드의 힘이 엄청나긴 하군.’
이게 다 리더 길드의 힘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리더 길드의 힘도 힘이지만 길드 마스터인 연중의 친구 수혁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이번에 키메라 사태로 인해 독의 마탑의 위상은 매우 올라갔다.
그렇지 않아도 웬만한 왕국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향력이 더욱더 커졌다.
그런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 바로 수혁이었다.
즉, 리더 길드와 친분을 쌓는다면 독의 마탑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이건 거절해야겠군.’
비욘드는 들고 있던 서신을 왼쪽에 놓았다.
그리고 다음 서신을 펼쳤다.
“……?”
서신을 펼친 비욘드의 얼굴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아일락?’
서신을 보낸 곳이 아일락 후작가였기 때문이었다.
‘식사를 하자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신에는 식사를 하자는 내용뿐이었지만 진짜로 식사를 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인데 아일락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일락의 관심은 오로지 범죄자들의 척결과 미개척 지역의 개척뿐이었다.
그런 아일락이 어째서 리더 길드와의 자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일까?
설마 변한 것일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그럴 리 없다.’
하지만 아일락을 잘 아는 비욘드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코 변할 사람이 아니다.
애초에 정치와 맞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궁금하군.’
그래서 궁금했다.
무슨 이유로 자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인지.
스윽
비욘드는 서신을 오른쪽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어 다음 서신을 확인했다.
* * *
‘요즘 운동을 너무 빼먹었단 말이지.’
오랜만에 운동을 한 뒤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온 수혁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연중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수혁은 바로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혁아!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2초가 지나기도 전에 연중이 전화를 받았다.
“응.”
-이제 슬슬 접속할까 하는데 어때?
라스칼은 아침에 온다고 했을 뿐 정확한 시간을 말하지 않았다.
혹시나 라스칼이 왔는데 자리에 없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연중은 미리 접속을 해 대기를 할 생각이었다.
수혁은 연중의 말에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이 이르긴 했지만 운동도 했고 샤워도 했고 접속할 준비는 끝났다.
“나야 괜찮은데, 괜찮겠어? 언제 올지 모르잖아.”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접속 후 바로 라스칼이 올 수 있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수혁이야 할 게 있지만 연중의 경우 할 게 없다.
그냥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응, 이번 기회에 스킬 숙련도나 올리려고!
수혁의 물음에 연중이 답했다.
단기간에 폭업을 하며 수많은 스킬들을 습득했다.
아직 숙련도가 낮았다.
연중은 라스칼이 오길 기다리며 숙련도를 올릴 생각이었다.
“알았어. 그럼 지금 바로 접속할게.”
연중의 답에 수혁은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바로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접속과 동시에 수혁은 앞에서 스르륵 나타나는 연중을 볼 수 있었다.
“일단 난 서재에 가 있을게!”
수혁은 연중에게 말했다.
“응.”
연중의 답을 들으며 방에서 나온 수혁은 라스칼의 서재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재에 도착한 수혁은 자연스레 오른쪽 책장으로 가 하얀빛으로 반짝이는 책들을 꺼내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책을 펼쳐 독서를 시작했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가지고 온 책 다섯 권을 전부 읽은 수혁은 메시지를 힐끔 보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상하다.’
시간을 확인한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곧 점심인데.’
라스칼은 아침에 온다고 했다.
그런데 점심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라스칼은 오지 않고 있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아니지, 그랬으면 메시지가 떴겠지.’
그러나 곧 든 생각에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에 하나 라스칼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퀘스트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수혁은 읽은 책들을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고 새로운 책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설마 밤새 책을 읽은 건가?”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혁은 뒤로 돌아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라스칼이었다.
“아뇨. 방금 전에 왔습니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겁니까?”
수혁의 물음에 라스칼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그 전에 내 창고에서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무구들을 찾을 생각이다.”
라스칼의 말에 수혁의 눈이 번뜩였다.
‘무구?’
무구란 장비를 말하는 게 분명했다.
‘신급이 있으려나?’
10마계에도 신급 상자가 2개 있었다.
드래곤, 그것도 일족을 이끄는 라스칼의 창고다.
신급 아이템이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가지.”
라스칼이 뒤로 돌아섰다.
“아, 저기 라스칼 님.”
수혁은 라스칼을 불렀다.
창고에 가기 전 라스칼에게 할 말이 있었다.
“……?”
수혁의 부름에 라스칼은 고개를 돌려 수혁을 보았다.
그리고 수혁은 책을 들며 말했다.
“이 책들 좀 빌릴 수 있을까요?”
“…….”
수혁의 말에 라스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자신감인가?’
지금 상황에 책이라니?
“……알겠다.”
라스칼은 답을 기다리고 있는 수혁의 눈빛에 답하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라스칼의 답에 감사를 표하고 재빨리 책들을 인벤토리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