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02
302
제 302화
300.
“안녕하십니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루타입니다.”
루타는 악수를 청하며 인사에 답했다.
수혁은 루타의 악수를 받으며 물었다.
“바로 갈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루타는 수혁의 말에 답하며 피켓을 회수했다.
그리고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도시 ‘클라제’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암당의 라만 왕국 4지부가 클라제에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 지금 가는 곳에 기밀실이 있나요?”
수혁은 따라 걸음을 옮기며 루타에게 물었다.
“기밀실이요?”
반문을 한 루타는 이어 탄성을 내뱉으며 물음에 답했다.
“아, 비밀 서류 모여 있는 곳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있군요.”
“예, 그쪽으로 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네네.”
“알겠습니다.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수혁과 루타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스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지부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캐슐이 루타에게 인사를 하며 물었다.
“잠시 확인할 게 있어서. 별일 없지?”
“까마귀에서 다녀갔습니다. 마스터를 찾던데요?”
“까마귀에서? 알았다.”
루타는 캐슐과 대화를 마치고 그대로 입구를 지나쳐 지부로 들어갔다.
“NPC인가요?”
수혁은 지부로 들어오자마자 뒤를 힐끔 보고 루타에게 물었다.
분위기를 보아 유저 같지가 않았다.
“예, 제가 이끄는 길드에 소속된 NPC입니다.”
그리고 수혁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캐슐은 유저가 아니었다.
“길드요?”
루타의 답에 수혁은 반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루타는 제왕 길드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판게아는 이중 길드를 허용하지 않았다.
소속된 길드가 있다면 다른 길드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NPC가 만든 길드든 유저가 만든 길드든.
“아아, 제 직업 특성입니다. 하하.”
수혁의 반문에 루타가 껄껄 웃으며 답했다.
“아, 그렇군요.”
수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루타가 걸음을 멈췄다.
“여깁니다.”
루타 앞에는 자물쇠로 굳게 닫힌 문이 있었다.
“잠시만요.”
루타는 수혁에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퀘스트를 완료 후 얻은 만능 열쇠를 꺼냈다.
그리고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죠.”
문을 연 루타가 말했다.
수혁은 루타의 말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수많은 비밀 서류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중복이 하나도 없네.’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나라 자체가 다르기 때문일까?
비밀 서류는 온통 하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빛을 잃은 서류가 단 한 장도 보이지 않았다.
“한번 봐도 될까요?”
수혁은 루타에게 물었다.
“예, 물론입니다.”
루타는 고개를 끄덕였고 수혁은 바로 비밀 서류들을 뭉텅 챙겨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비밀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수혁의 모습을 본 루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읽고 있어?’
비밀 서류는 암호로 쓰여 있었다.
NPC 역시 해독을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뭐야?’
그런데 수혁은 훑어보는 게 아니라 읽고 있었다.
“저 수혁 님.”
루타는 수혁을 불렀다.
“예?”
“읽고 계신 거 맞죠?”
“네.”
수혁은 루타의 물음에 답한 뒤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그건 왜…….”
어째서 이런 질문을 한 것인지 궁금했다.
“아, 그게 너무 자연스레 읽으셔서…… 하하.”
말끝을 흐리던 루타가 소리 내어 웃었다.
“……?”
수혁은 루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비밀 서류를 보았다.
무엇이 이상한 것일까?
‘설마.’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장비 창을 열어 아르헨의 반지를 뺐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레 읽혔던 비밀 서류의 글자들이 지렁이로 변했다.
또한 비밀 서류들이 하얀빛이 아닌 검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암호였구나.’
자연스레 읽혀 몰랐는데 비밀 서류는 암호로 쓰여 있었다.
아르헨의 반지의 특수 옵션 ‘모든 언어’에는 암호도 포함되는 것 같았다.
수혁은 다시 아르헨의 반지를 착용했다.
그러자 지렁이들이 다시 글자로 변했다.
“…….”
수혁은 답을 기다리고 있는 루타에게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것으로 답은 충분했다.
수혁은 다시 비밀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저 혹시…….”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수혁은 루타의 부름에 읽는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대로 읽어드릴까요?”
“예!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수혁은 루타의 말에 비밀 서류에 적혀 있는 내용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로뎀 후작과 나물렌 자작 만남.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 나물렌 자작 파벌을 갈아탈 생각인 듯…….”
“……!”
루타는 수혁의 말을 들으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물렌 자작이 파벌을 갈아타?’
그도 그럴 것이 수혁이 말해 준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라만 왕국에는 아일 공작, 에리둘 공작, 라삼 공작이 이끄는 3개의 파벌이 있다.
그중 아일 공작 파벌과 에리둘 공작 파벌은 극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힐난할 정도였다.
로뎀 후작은 아일 공작 파벌의 2인자.
그리고 나물렌 자작은 에리둘 공작 파벌의 핵심 귀족이었다.
‘이거 잘만 이용하면.’
엄청난 정보였다.
루타는 중립을 지키는 라삼 공작 파벌과 상당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잘 이용하면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분간 주시해야 할 것. 이렇게 쓰여 있네요.”
수혁의 말이 끝났다.
“수혁 님.”
루타는 말이 끝나자마자 수혁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네?”
“죄송한데…….”
그리고 루타는 수혁의 반문에 미안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비밀 서류에 적혀 있는 것 좀 메모지에 적어 주실 수 있나요? 전부는 아니고 몇몇 개만요! 좀 중요하다 싶은?”
말을 마친 루타는 간절한 눈빛으로 수혁을 바라보았다.
“예, 적어드릴게요.”
수혁은 루타의 눈빛에 바로 답을 해주었다.
읽으며 쓰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덕분에 비밀 서류들을 읽게 됐다.
더구나 지부 한 곳을 더 가야 하는 상황.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루타는 수혁의 답에 감사를 표하며 인벤토리에서 메모지와 펜을 꺼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좀 걸릴 것 같은데 쭉 기다리실 건가요?”
수혁은 루타에게 말했다.
그냥 읽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쓰는 것까지 병행한다면 더욱더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아, 그럼 저 잠시 볼일 좀 보고 와도 될까요?”
“넵.”
“감사합니다!”
루타는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고 기밀실에서 나갔다.
수혁은 루타가 나가고 본격적으로 비밀 서류들을 읽기 시작했다.
* * *
“…….”
기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페이드 제국 제 3지부 발각. 괴멸
“페이드 제국 3지부까지…….”
미간을 찌푸린 이유, 그것은 바로 페이드 제국 3지부 역시 괴멸을 당했다는 보고 때문이었다.
“끙…….”
기로스는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이러면 돌아올 때 문제가 생기는데.”
며칠 전 떠난 7차 조사단.
7차 조사단에게 넘겨 준 워프 스크롤은 페이드 제국 제 3지부의 좌표가 각인된 스크롤이었다.
만에 하나 7차 조사단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다면?
괴멸된 3지부로 갈 것이고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바로 8차 조사단을 보내야겠어.’
기로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당주인 아소멜의 방으로 향했다.
우선 3지부의 괴멸을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똑똑
“당주.”
방 앞에 도착한 기로스는 노크와 함께 외쳤다.
“들어와.”
이내 아소멜이 답했고 기로스는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아소멜이 물었다.
“괴멸된 지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아소멜의 물음에 기로스는 들고 온 보고서를 내밀었다.
“…….”
기로스의 답에 잠시 멈칫했던 아소멜은 보고서를 보았다.
“페이드 제국?”
그리고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여긴 어떤 녀석들이…….”
라만 왕국의 4지부와 유스 왕국의 2지부를 괴멸시킨 곳이 어디인지 알아냈다.
두 왕국의 밤을 지배하는 길드 ‘루타’였다.
그런데 페이드 제국은 라만 왕국, 유스 왕국과 매우 멀리 떨어져 있었다.
루타가 페이드 제국 3지부를 괴멸시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또 어떤 곳일까?
“지금 조사 중입니다.”
기로스가 답했다.
“근데 흔적이 너무 없어…….”
물론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흔적.
라만 왕국의 4지부나 유스 왕국의 2지부의 경우 흔적이 매우 많이 남아 있었다.
거기다 여전히 루타의 길드원들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찾는 것이 쉬웠다.
하지만 페이드 제국 3지부에는 흔적이 없었다.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유스 왕국 3지부는?”
아소멜이 기로스에게 물었다
라만 왕국의 4지부와 페이드 제국 3지부는 임시 지부였다.
하지만 유스 왕국의 2지부는 정식 지부.
정식 지부에는 임시 지부에 대한 정보가 있다.
물론 암당에서 사용하는 암호 중 보안 등급이 최고로 높은 1급 암호로 이루어져 있어 해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지만 만에 하나 해독을 한다면?
유스 왕국의 임시 지부인 3지부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다.
“내일이면 철수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기로스가 답했다.
존재가 발각될 가능성이 있는 지부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아소멜은 기로스의 답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로스는 아소멜의 끄덕임에 이어 말했다.
“그리고 8차 조사단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8차 조사단을?”
아소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얼마 전 7차 조사단을 보냈다.
그리고 7차 조사단은 클라빈의 수정구를 가지고 갔다.
임무를 실패할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그런데 왜 8차 조사단을 보내야 한단 말인가?
“7차 조사단이 가지고 간 워프 스크롤이 페이드 제국 3지부입니다.”
“…….”
아소멜은 기로스의 말에 다시 한 번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보내야겠군.”
“차후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수고하라고.”
기로스는 아소멜의 답에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갔다.
아소멜은 기로스가 나가고 생각했다.
방금 보고받은 페이드 제국 3지부에 대한 생각이었다.
‘설마 리더 길드는 아니겠지?’
문득 리더 길드가 떠올랐다.
‘리더 길드에 초점을 맞춰 확인해야겠어.’
확실한 건 아니었지만 페이드 제국에서 지부를 괴멸시킬 만한 조직은 리더 길드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당주…….”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노크와 함께 기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소멜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나간 기로스가 어째서 다시 돌아온 것일까?
“들어와.”
끼이익
아소멜의 말에 문이 열리며 기로스가 들어왔다.
기로스의 손에는 상당히 두꺼운 양의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또한 보고서를 들고 있는 기로스의 표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아소멜은 두꺼운 양의 보고서, 그리고 기로스의 표정에서 불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기로스가 입을 열었다.
“유스 왕국의 3지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