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13
313
제 313화
311.
‘그러고 보니 스텟이…….’
유일하게 나와 있는 착용 조건.
바로 그 착용 조건이 문제였다.
생명의 정령은 착용하기 위해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첫째, 전사 계열의 직업일 것.
수호자는 전사 계열의 직업이다.
문제 될 것 없었다.
둘째, 힘 1천.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도 힘 1천이 넘어가는 연중이다.
두 번째 조건 역시 문제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 것은 마지막 조건 체력 5천이었다.
수혁이야 끊임없이 책을 읽었고 칭호 ‘책을 좋아하는 자’ 덕분에 스텟 5천 정도야 가볍게 넘었지만 다른 유저들은 아니다.
5천 스텟을 넘기는 것은 장비를 무수히 착용한다고 해도 힘들었다.
랭커 중에서도 주스텟 5천을 넘긴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주스텟 5천을 넘긴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수호자가 되어 체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연중이었지만 아직 체력 5천은 달성하지 못했다.
착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언제 5천을 만들어…….”
연중은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이럴 거면 보너스 스텟도 초기화시켜주지.”
수호자로 전직하며 초기화된 것은 레벨뿐이었다.
보너스 스텟은 분배한 그대로 유지가 됐다.
힘이 체력보다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엇비슷하게 분배했던 연중이었다.
“착용해야 개방 가능하잖아.”
“그렇지.”
수혁이 연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개방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착용을 해야 했다.
“하…….”
연중이 다시 한 번 깊게 숨을 내뱉었다.
만들었으나 착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잘 착용하고 있던 생명의 파도와 생명의 폭풍을 재료로 사용해 더욱 아팠다.
“이번에 퀘스트 끝나면 본격적으로 칭호 작업 들어가야겠다.”
그렇지 않아도 체력 스텟을 올려주는 칭호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조사를 한 연중이었다.
11마계의 일만 끝나면 연중은 본격적으로 칭호 획득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다짐했다.
“수혁 님, 연중 님!”
바로 그때 사냥왕이 다가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보상은 받으셨습니까?”
수혁은 사냥왕의 말에 답한 뒤 물었다.
“예.”
그러자 사냥왕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수혁은 사냥왕의 웃음을 보며 생각했다.
‘설마 신 등급 레시피를 받으셨나?’
웃는 것을 보니 아주 좋은 보상을 받은 것 같았다.
‘물어볼 수도 없고.’
혹시나 연중과 마찬가지로 신 등급 레시피를 얻은 것일까?
“저게 11마계로 이어진 포탈이군요.”
사냥왕이 포탈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수혁을 보며 이어 말했다.
“이곳에 거점을 만든다고 하던데 혹시 이야기 들으신 거 있으십니까?”
“거점이요?”
사냥왕이 무슨 보상을 받았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수혁은 예상치 못한 사냥왕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
수혁의 반문에 사냥왕은 수혁과 마찬가지로 의아한 눈빛을 짓더니 이내 이어 말했다.
“예,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방금 크라노손 님에게 듣기로는 이곳에 거점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이야기 못 들으셨습니까?”
“아…… 네.”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거점을 만든다고?’
바로 11마계에 진입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거점이라니?
물론 거점을 만드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거점을 만드는 것이 당연했다.
‘만드는 데 꽤나 시간이 걸릴 텐데.’
하지만 거점은 한순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수혁이 걱정하는 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혹시나 또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신경 쓰였다.
“저기 오시네요.”
사냥왕의 말에 수혁은 생각을 끝냈다.
그리고 전방에서 다가오는 크라노손을 보았다.
이내 크라노손이 도착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도착과 동시에 크라노손이 입을 열었다.
“네.”
“원래는 바로 11마계에 진입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크라노손은 포탈을 힐끔 보고는 이어 말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저 포탈과 연결된 11마계의 지역을 발록들이 장악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원 주변에는 생각보다 발록들이 많았다.
사냥왕은 그 발록들이 전부 정찰병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수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수혁이 물었다.
“일단 포탈을 중심으로 거점을 만들 생각입니다. 그리고 기다리며 발록들의 반응을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수혁에게 모든 발록들이 죽임을 당했다.
아니, 어딘가에 숨어 있는 발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포탈을 중심으로 거점을 만든다면?
11마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발록들은 전무해진다.
정찰병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발록들은 또다시 정찰병을 보낼 것이다.
물론 크라노손의 생각과 달리 발록들이 정찰병이 아닐 수 있다.
그리고 정찰병을 보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다행이었다.
포탈과 연결된 11마계 지역을 발록들이 장악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거점을 만드신다라…….”
수혁은 크라노손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이미 사냥왕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듣고 나니 살짝 아쉬웠다.
“그럼 저희가 도울 일은…….”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음…….”
크라노손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끝낸 크라노손이 입을 열었다.
“다른 곳은 다 정리를 했지만 이곳은 금지인지라 아직 주변 정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몬스터 정리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포탈에 도착한 크라노손.
그러나 크라노손은 바로 11마계로 출발할 생각이 없다.
포탈과 이어진 11마계의 지역을 발록들이 장악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크라노손은 우선 포탈을 중심으로 거점을 만들 생각이다.
거점을 만드는 것은 마족들을 동원하면 된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이 문제다.
10마계의 대부분의 지역을 안정화시켰지만 금지 ‘발록의 사원’ 근처는 안정화시키지 못했다.
여전히 위험한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다.
발록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몬스터들이 나타난다면?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라 생각을 한 크라노손은 발록의 사원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거점이 완성될 때까지 금지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처치하라!
[기여도 : 0 / ???]퀘스트 보상 : ???
크라노손의 물음과 동시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거점이 완성될 때까지 몬스터를 잡는 퀘스트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수혁은 바로 퀘스트를 수락했다.
“……알겠습니다.”
[퀘스트 ‘거점 주변 정리’를 수락하셨습니다.]“감사합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자 크라노손이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내 거점을 만들기 위해 사라졌다.
“영역을 나눠 사냥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크라노손이 사라지고 사냥왕이 물었다.
리더 길드와 제왕 길드 두 길드가 있었다.
사냥을 하다가 충돌을 할 수도 있다.
퀘스트 수행 장소가 한곳으로 지정된 것도 아니고 굳이 한곳에서 사냥을 할 필요가 없었다.
“좋습니다.”
사냥왕이 말하지 않았다면 먼저 제안하려 했던 연중은 흡족한 미소로 답했다.
연중의 답에 사냥왕이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내 펼쳤다.
“저희 길드원이 만든 지도입니다.”
지도에는 발록의 사원과 주변 지형이 세세하게 나와 있었다.
“이렇게 딱 반으로 나누면 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저희가 아래쪽 해도 될까요?”
“예, 그럼 저희가 위쪽 하겠습니다.”
수혁은 연중과 사냥왕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보상이 기여도 같은데.’
퀘스트 조건을 보니 퀘스트 보상은 기여도임이 분명했다.
‘사냥해야 하나.’
기여도가 없는 것도 아니고 넘쳐나는 상황에 기여도를 받기 위해 사냥을 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 있습니다.”
“어? 지도 주셔도 괜찮아요?”
“물론입니다. 지도야 더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이내 연중과 사냥왕의 대화가 끝났고 사냥왕은 제왕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할래?”
사냥왕이 가고 연중이 물었다.
퀘스트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정신을 차리고 반문했다.
“뭘?”
“너 읽을 책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 그랬지.”
수혁은 연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냥왕이 보내준 책들을 떠올렸다.
“나 참여 안 해도 돼?”
그리고 이어 연중에게 물었다.
“응, 그래도 될 것 같아. 퀘스트 완료 조건 보니까 일정 수를 잡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강한 몬스터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퀘스트 ‘거점 주변 정리’는 완료 조건이 없는 퀘스트였다.
거점이 완성될 때까지 주야장천 몬스터만 잡으면 되는 퀘스트였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이 아무리 강해 봤자 발록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길드원들도 경험 좀 쌓아야지.”
말끝을 흐렸던 연중이 씨익 웃으며 이어 말했다.
리더 길드원들은 아직 마계의 몬스터들과 제대로 된 전투를 치러본 적이 없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수혁과 연중의 보호 안에서 움직였다.
이제 11마계로 가면 발록들과 전투를 벌이게 될 것인데 미리미리 경험을 쌓아야 했다.
하지만 수혁과 함께라면?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다.
수혁 홀로 싹 쓸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마음 편히 나가도 되겠네.”
연중의 말에 수혁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연락 주고.”
“알았다. 바로 갈 거야?”
“응, 너도 어차피 바로 사냥 가는 거 아냐?”
“그렇지.”
“나중에 보자!”
연중의 말에 수혁은 인사와 함께 로그아웃했다.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좋아.’
그리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도착한 수혁은 최근에 구매한 책장으로 다가갔다.
책장에는 오재용이 보내준 책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책 몇 권을 꺼내 책상으로 향했다.
* * *
11마계의 금지 ‘어둠의 늪’.
“흐음.”
10마계 침공을 위해 어둠의 늪에 온 최상급 발록 코잔은 침음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르펭!”
그리고 천막 밖을 향해 외쳤다.
“부르셨습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상급 발록 아르펭이 천막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거야?”
“……예?”
“보고 말이야. 보고! 10마계!”
“아…….”
반문을 했던 아르펭은 이어진 코잔의 말에 탄성을 내뱉었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뭐? 아직도? 돌아올 시간이 지나지 않았나?”
“그렇지 않아도 그에 관해 말씀드리려 했는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르펭의 답에 천막 구석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있던 또 다른 최상급 발록 아사크가 중얼거렸다.
“내가 간다니까 그렇게 못 가게 하더니.”
스윽
코잔은 고개를 돌려 아사크를 보았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아사크를 잠시 노려보고는 아르펭에게 말했다.
“다시 한 번 보내. 이번에는 일반 발록들만 보내지 말고 상급들도 몇 섞어서.”
“알겠습니다.”
코잔의 말에 아르펭은 천막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