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40
340
제 340화
338.
그러나 이어진 수혁의 답에 연중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에르테를 잡아?’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그럼 메시지가 뜬 게…….’
발록들이 약해진 이유가 지도 업데이트 때문이 아닌 것 같았다.
‘에르테가 죽어서?’
연중은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어, 메시지 떴어. 발록 약화 메시지 말하는 거 맞지?
-수혁 : 응.
-연중 : 근데 도시 돌고 있던 거 아니었어? 어떻게 된 거야?
-수혁 : 도시에 도착했는데 에르테가 있더라구.
-연중 : ……그게 끝?
-수혁 : 응.
수혁의 답에 연중은 잠시 침묵했다.
“왜 그러세요?”
연중의 표정을 주시하고 있던 사냥왕이 물었다.
“아, 그게…….”
사냥왕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연중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이내 멋쩍은 미소로 이어 말했다.
“수혁이가 에르테를 잡았다는데요?”
“에르테요?”
사냥왕은 반문을 했다.
그리고 이내 에르테가 누구인지 기억해낸 사냥왕은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에르테요?”
“예.”
연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메시지가 뜬 게 지도 때문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근데 수혁 님은 어떻게 하신답니까? 돌아오신답니까?”
“잠시만요.”
사냥왕의 물음에 연중은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이제 돌아올 거야?
-수혁 : 아니, 아직 최상급을 못 잡아서. 곧 갈게.
-연중 : 알았어.
-수혁 : 아, 그리고 에르테가 좋은 아이템을 드랍했어. 딱 네 전용!
-연중 : 내 전용?
-수혁 : 응, 기다리고 있어. 나중에 줄게. 기대하고!
-연중 : 어, 그래. 나중에 보자!
연중은 수혁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그리고 사냥왕에게 말했다.
“아직 최상급 발록을 못 찾아서 조금 더 있다가 온다고 하네요.”
“음…….”
사냥왕은 연중의 말에 침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중은 생각했다.
‘무슨 아이템이 뜬 거지?’
궁금했다.
도대체 에르테가 무슨 아이템을 드랍한 것인지.
* * *
“역시.”
장경우는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혁과 에르테의 전투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났네.”
이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에르테를 잡는 데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파멸의 빛이 이렇게 쎈 스킬이 아닌데.”
장경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에르테가 빨리 죽은 이유.
그것은 바로 이번에 수혁이 습득한 빛 속성 마법 ‘파멸의 빛’ 때문이었다.
파멸의 빛을 피할 수 있는 몬스터는 많지 않다.
피할 수 없는 마법이기에 파멸의 빛은 데미지 배율이 상당히 낮은 스킬이었다.
문제는 수혁의 마법 공격력이었다.
토대가 되는 마법 공격력이 너무나 높았다.
“이제 약점도 사라졌다고 봐야 하나.”
수혁은 강했지만 약점 역시 가지고 있었다.
바로 육체파 몬스터들이었다.
육체파 몬스터들 중에도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른 몬스터들이 바로 수혁의 약점이었다.
속도가 빨라 마법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력해도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거기다 물리 공격력까지 높으면?
완벽한 수혁의 카운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고 데미지마저 강력한 파멸의 빛이 있다.
즉, 약점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었다.
“스토리가 문제네.”
걱정이 됐다.
현재 수혁을 막을 수 있는 몬스터나 NPC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앞으로 점점 강해질 것을 감안하면 없다고 봐도 된다.
수혁이 마음만 먹으면 스토리를 쭉쭉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필요한 스토리가 있기에 끝을 보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니지.”
하지만 곧이어 든 생각에 장경우는 미소를 지었다.
생각을 해보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도서관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구나.”
바로 도서관이었다.
사냥하거나 퀘스트를 깨는 시간보다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은 수혁이었다.
그것도 보통 많은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금이야 11마계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태까지 보여온 행동을 보면 곧 도서관으로 떠날 것이다.
스토리 소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걱정을 떨쳐낸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새로운 정보들이 모니터에 주르륵 나타났다.
모니터에 나타난 정보들을 보며 장경우가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퀘스트들이 꽤 많이 스킵됐네.”
에르테가 죽어 스토리가 크게 수정되었다.
그리고 스토리가 수정되며 진행해야 할 퀘스트들이 대거 사라졌다.
물론 새롭게 생성된 퀘스트들도 있지만 사라진 퀘스트들의 수를 생각하면 새 발의 피였다.
“수혁이 안 나서도 한 달이면 끝나겠네.”
남은 퀘스트와 발록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연중, 사냥왕 그리고 마족들만 나서도 한 달 안에 끝낼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안정화를 제외한 시간이었다.
워프 게이트가 있는 10마계와 달리 11마계에는 워프 게이트가 없다.
안정화에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음 포탈은 언제 찾으려나.”
11마계에도 포탈이 있다.
중간계와 연결된 포탈, 그리고 12마계와 연결된 포탈이.
문제는 두 포탈이 숨겨져 있다는 점이었다.
“안정화하면서 찾을 것 같긴 한데.”
바로 그때였다.
띠링!
알림 소리와 함께 모니터 하단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호오.”
메시지를 본 장경우는 감탄을 내뱉었다.
“드디어 12천계를 정복했군.”
오래전 12천계에 입성한 루팅과 그의 파티.
메시지에는 루팅의 파티가 12천계의 스토리를 끝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13마계로 가려나 10천계로 가려나.”
12천계는 13마계, 10천계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10천계로 가면 금방 11마계에 도착할 텐데.”
그리고 10천계는 11천계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11천계는 사냥왕이 스토리를 끝냈다.
즉, 10천계의 스토리만 끝내면 11천계, 10마계, 11마계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장경우는 히죽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변수가 되겠는데.”
루팅의 파티가 10천계로 간다면?상황이 재미있어질 것 같았다.
* * *
-연중 : 어, 그래. 나중에 보자!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인벤토리를 보았다.
인벤토리에는 에르테가 드랍한 아이템들이 새롭게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제 진짜 비워야겠다.’
현재 인벤토리는 에르테가 드랍한 아이템들을 습득하자 진짜 꽉 찬 상태였다.
비워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때 그냥 반납할 걸 그랬네.’
수혁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서들을 보며 인벤토리를 닫았다.
‘이제 가볼까.’
그리고 도시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에르테와의 전투 때문에 아직 도시에 입성하지 못했다.
이제 도시에 있는 발록들과 전투를 할 차례였다.
[경고!] [상급 발록 코라플이 나타났습니다.] [경고!] [상급 발록 엘로플래스가 나타났습니다.].
.
‘호오?’
도시에 가까워지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를 본 수혁은 조금 놀랐다.
‘여긴 생각보다 많네?’
상급 발록의 수가 예상보다 많았다.
‘에르테 때문인가?’
수혁은 메시지에서 고개를 돌려 성벽 위를 보았다.
성벽 위에는 수많은 발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독룡이 없는 게 아쉽네.’
더욱 수월하게 발록들을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살짝 아쉬웠다.
도시에 가까워지고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하지만 수혁은 어둠의 자식 소환을 중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발록들이 성벽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성벽에서 뛰어내려 수혁에게 달려드는 게 아니라 안쪽으로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도망?’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느낌이 도망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혁은 유령마를 소환했다.
그리고 빠르게 도시를 향해 유령마를 몰았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볼.”
두 번의 마법으로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을 파괴한 수혁은 그대로 성문을 지나쳐 도시로 들어갔다.
그리고 도시에 진입한 수혁은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도망쳤어?’
방금 전까지 성벽 위에는 발록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전부 도망친 것이다.
‘에르테 때문인가?’
성벽 위에 있었으니 에르테와의 전투를 보았을 것이다.
‘발록들이 겁을 먹고 도망을…….’
투쟁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발록들이 겁을 먹고 싸움을 피하다니?
수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도시 내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도시는 컸다.
이 큰 도시에 발록이 한두 마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발록들이 에르테와의 전투를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즉, 남아 있는 발록들이 있을 것이었다.
수혁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의 자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드랍 창이 나타났다.
‘일반뿐인가?’
하지만 전부 일반 발록들뿐이었다.
도시 그 어디에도 상급 발록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
수혁은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큰일 났네.’
발록이 도망친 것은 지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방문한 도시들에도 항상 도망친 발록들이 있었다.
문제는 지금 도망친 발록들의 경우 에르테의 죽음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더 꼭꼭 숨는 거 아냐?’
도망친 발록들을 통해 에르테의 죽음이 알려지기 시작할 것이다.
‘최상급 발록이 필요한데.’
현재 수혁은 퀘스트 때문에 최상급 발록 한 마리를 잡아야 했다.
하지만 에르테의 죽음으로 인해 최상급 발록들 역시 숨어버린다면?
‘안 돼.’
도시에서 나온 수혁은 유령마를 몰며 다음 도시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발록들은 워프 게이트가 없다.
즉, 에르테의 죽음이 알려지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전에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최상급 발록을 찾아야 했다.
* * *
“……?”
코잔은 당황했다.
“어떻게…….”
보고서에는 칼라플레인이 초토화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칼라플레인에는 에르테가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칼라플레인을 초토화한 것일까?
코잔은 보고서를 계속해서 읽었고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유를 알게 된 코잔의 인상이 서서히 구겨지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당하셨다고?’
에르테가 패배했다.
용을 다루는 인간에게.
한둘이 본 게 아니다.
수많은 상급 발록들과 일반 발록들이 보았다.
쾅!
“코잔!”
거칠게 문이 열리며 모르테가 들어왔다.
코잔은 모르테의 성난 분위기를 보고 직감했다.
모르테 역시 에르테의 죽음을 안 것이 분명했다.
“진짜냐?”
코잔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모르테는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모르테의 물음에 코잔은 어떻게 답을 할까 생각했다.
일단 거짓을 말할 수는 없다.
당장은 모면할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당장일 뿐이다.
그렇다고 사실을 말하자니 모르테의 성격이 걸렸다.
에르테는 왕이었지만 모르테에게는 하나뿐인 형이기도 했다.
만약 에르테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인간을 찾아 돌아다닐 것이다.
하지만 에르테 역시 패배를 했다.
모르테가 인간을 이길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쾅!
“진짜냐고!”
코잔이 답이 없자 모르테는 책상을 박살 내며 물었다.
“……그래.”
모르테의 분위기에 코잔은 결국 사실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코잔의 답을 들은 모르테는 휙 돌아섰다.
그리고 방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잠깐!”
코잔이 외쳤다.
하지만 모르테는 멈추지 않았다.
이내 시야에서 모르테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코잔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미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