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50
50
제50화
경고 메시지가 나타난 것을 보아 보스 몬스터가 분명했다.
‘없는 줄 알았는데.’
수혁은 트롤을 사냥하며 단 한 번도 보스 몬스터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보스 몬스터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쿵!
다시 한 번 귓가에 들려오는 폭음과 땅울림. 폭음은 전보다 더 커졌고 땅울림 역시 커져 있었다. 수혁은 메시지에서 고개를 돌려 폭음과 땅울림이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
그리고 고개를 돌린 수혁은 볼 수 있었다. 나무 위로 드러난 4개의 눈동자를.
51.
‘크네.’
처음 든 생각은 크다는 것이었다. 나무가 작은 것도 아닌데 머리가 나무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아르거는 수혁의 생각대로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
바로 그때였다.
-우어엉!
-우어어엉!
트윈 헤드 트롤 아르거의 두 머리가 괴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수혁은 볼 수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몽둥이가 날아오는 것을.
쩌저적!
수혁은 나무를 아작 내며 날아오는 몽둥이를 보고 재빨리 뒤로 몸을 날렸다.
쾅!
이어 아르거의 몽둥이가 수혁이 있던 자리에 작렬했다. 그 순간 폭음이 울려 퍼지며 땅울림이 느껴졌다.
‘이거였구나.’
수혁은 폭음과 땅울림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잘못 맞으면 죽겠는데?’
생명력이 많긴 하지만 생명력에 비해 방어력은 높지 않았다. 잘못 맞으면 골로 갈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우어엉?
-우어어엉!
수혁이 피한 것 때문일까? 아르거의 두 머리가 서로 대화를 나눴다. 물론 수혁에게는 그저 괴성이었기에 대화한다는 느낌만 받을 뿐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대화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대화가 끝나면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즉, 대화가 끝나기 전 공격을 시작해야 한다.
“파이어 스톰.”
수혁은 때마침 쿨타임이 끝난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우어어엉!
-우어어!
불의 회오리가 생겨났고 대화를 나누고 있던 아르거의 두 머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고통스런 포효를 내뱉었다.
“플레임.”
수혁은 포효 후 다가오는 아르거를 보고 뒤로 빠지며 플레임을 시전했다.
화르륵!
아르거의 피부 곳곳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스피어, 파이어 볼.”
수혁의 공격은 플레임으로 끝난 게 아니다. 플레임은 시작이었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스피어 등 연달아 마법을 날렸다.
그렇게 뒤로 빠지며 아르거를 공격하던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이유는 아르거가 움직임을 멈췄기 때문이었다.
-우어엉!
죽은 건 아니었다.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고 오른쪽 머리가 괴성을 내뱉고 있었다.
‘머리 하나가 죽은 건가?’
괴성을 내뱉는 오른쪽 머리와 달리 왼쪽 머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눈 역시 감겨 있었고 고개가 축 처져 있었다.
‘하나씩 죽는구나.’
동시에 죽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수혁은 입을 열었다.
“매직 미사일!”
알게 된 건 알게 된 거고 공격은 공격이었다. 다시 이어진 수혁의 공격에 오른쪽 머리 역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트윈 헤드 트롤, 아르거가 죽음을 맞습니다.] [레벨 업!]“……오!”
메시지를 본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레벨이 오를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아무리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남은 경험치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경험치 엄청난가 보네?’
그런데 아르거가 준 경험치는 생각 이상이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100
경험치 : 0%
생명력 : 22500
마나 : 40240
포만감 : 62%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434 (+10)
지혜 : 2012 (+10)
보너스 스텟 : 5
목표했던 레벨 100.
‘드디어 100이네.’
100은 수혁에게 상당한 의미 있는 레벨이었다.
‘이제 2번째 문을 개방할 수 있는 건가.’
2번째 속성을 개방할 수 있는 레벨이 바로 100이었기 때문이다. 수혁은 보너스 스텟을 지혜에 투자한 뒤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드랍 창을 확인했다.
“헐.”
드랍 창을 확인한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장비 아이템 때문이 아니었다. 장비 아이템은 드랍 되지 않았다.
-트윈 헤드 트롤의 가죽
-트윈 헤드 트롤의 머리
-트윈 헤드 트롤의 힘줄
-트윈 헤드 트롤의 피
‘피가 나왔어?’
수혁이 탄성을 내뱉은 이유, 그것은 바로 트윈 헤드 트롤의 피 때문이었다. 트윈 헤드 트롤도 결국 트롤이다. 일반 트롤과 마찬가지로 피의 드랍률이 낮다.
그런데 문제는 트윈 헤드 트롤의 경우 개체수가 정말 적다는 것이다. 이곳만 해도 보스 몬스터로 등장할 정도다.
개체수도 적은데 드랍률도 낮은 트윈 헤드 트롤의 피는 정말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1000골드!’
무려 1000골드. 현금으로 따지면 현 시세 기준으로 10만원이나 되는 아이템이 바로 트윈 헤드 트롤의 피였다.
물론 피의 가격만 1000골드다. 드랍 된 건 피뿐만이 아니었다. 가죽, 머리, 힘줄 역시 드랍 되었다.
‘이게 다 얼마야?’
수혁은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했다. 그리고 이러한 큰 선물을 준 트윈 헤드 트롤 아르거의 시체를 흐뭇한 미소로 쳐다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야, 저기 있다!”
“근데 왜 안 움직이냐?”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응?’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나무 사이로 두 사내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르거의 시체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발, 죽었잖아!”
“헐, 뭐야.”
이어진 두 사내의 반응에 수혁은 일단 몸을 숨겼다. 그리고 수혁은 두 사내의 대화에 집중했다.
“아, 내가 일찍 오자고 했잖아. 10일에 한 번인데 그걸 늦냐?”
“아니, 나는 리젠 시간도 우리가 관리하고 우연히 발견한다고 해도 여기에서 사냥할 정도의 레벨이면 절대 못 잡을 거라 생각해서…….”
“씨댕아, 잡혔잖아.”
“미안.”
“시체 남아 있는 걸 봐서 잡힌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아, 이번에 상납해야 되는데 개 같네. 도대체 어떤 새끼야?”
“에이, 트윈 헤드 트롤 잡을 정도면 고렙일 테고 이미 귀환 탔겠지.”
“닥치고 있어. 짜증 나니까.”
“응…….”
둘의 대화를 들으며 수혁은 생각했다.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두 사내 중 한 사내의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주친다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사냥 끝낼까?’
아직 사냥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꼭 사냥 시간을 채워야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이상한 녀석들일 수 있으니까.’
혹시나 짜증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아딜로가 있었다.
‘어차피 문도 개방해야 되고.’
거기다 100레벨을 달성했으니 문을 개방하러 가야 된다. 수혁은 사냥을 끝내기로 결정하고 스킬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메시지가 나타났고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얼마 뒤 일그러진 공간이 복구되며 수혁은 대마도사의 아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전방을 보았다.
10개의 문. 이미 개방한 불의 문은 열려 있었고 나머지 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다. 수혁은 굳게 닫힌 9개의 문을 보며 생각했다.
‘어떤 문을 열까?’
9개의 문 중 하나를 열 수 있다.
‘독?’
가장 먼저 시선이 간 것은 독의 문이었다.
‘아니야, 마법을 알려 준다고 했잖아?’
독의 문을 바라보던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퀘스트 ‘30일간의 여정’이 완료되면 독 마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그것도 독의 마탑장인 파비앙이 직접.
‘스킬 퀘스트면 굳이 독의 문을 개방할 필요는 없지.’
독의 문을 개방하면 수많은 스킬 퀘스트들이 생성될 것이었다. 하지만 파비앙이 가르쳐 줄 때 스킬북이 아니라 스킬 퀘스트로 나타난다면?
독의 문을 개방해 생기는 스킬 퀘스트들과 중복이 될 것이다. 그러니 독의 문은 제외하는 것이 나았다.
‘그럼…….’
수혁은 독의 문에서 시선을 돌려 나머지 8개의 문을 하나하나 살피며 생각했다. 가장 먼저 살핀 것은 물의 문이었다.
‘물, 좋지.’
나쁘지 않은 속성이었다.
‘근데 내가 쓰기에는…….’
하지만 수혁에게는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속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수혁이 사용하고 있는 마법들은 전부 불이다. 물과 불은 궁합이 좋지 않다.
‘연계가 안 되니까.’
연계하기가 힘들다. 서로 잡아먹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지만.’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상극이기에 좋은 점. 그것은 바로 서로의 약점이 어느 정도 보완된다는 점이었다.
불 속성 마법으로 잡기 힘든 몬스터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피닉스. 피닉스는 불 속성 공격에 오히려 생명력을 회복해 버린다. 지금의 수혁이라면 절대 잡을 수 없는 아니, 매직 미사일로만 잡아야 되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불에 강한 만큼 상극인 물에 약하다. 즉, 수혁이 물의 문을 개방한다면 불 속성으로 잡기 힘든 피닉스 같은 몬스터들을 수월하게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아오, 상쇄되는 것만 아니었어도.’
그러나 상쇄된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에 걸렸다. 수혁은 다음 문을 확인했다.
‘대지도 나쁘진 않은데…….’
그다음 확인한 문은 대지의 문이었다. 대지 역시 나쁘지는 않았다. 더구나 물과 달리 상쇄되지도 않는다.
‘좋지도 않아.’
근데 딱 그뿐이었다. 불과 궁합이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속성이 바로 대지였다.
‘바람뿐인가.’
수혁은 바람의 문을 보았다. 불과 바람은 궁합이 좋다. 서로를 키워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불과 연계하기 좋은 마법은 바람뿐이었다. 연계를 생각한다면 바람의 문을 개방해야 된다.
‘근데.’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문 여는데 조건이 필요하잖아.’
불의 문을 개방했을 때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개방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개방을 해 주지만 두 번째부터는 조건이 필요했다.
‘조건이 나와 있지도 않고.’
수혁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책을 보았다. 책에는 문을 여는데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쓰여 있지 않았다.
‘다 다르려나?’
책을 보던 수혁은 다시 문을 보며 생각했다. 제각기 다른 속성을 상징하고 있다. 혹시나 속성마다 조건이 다르지 않을까?
“흐음…….”
수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확인해 보자.’
확인해 보면 될 일이었다. 수혁은 우선 바람의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불의 문을 개방했을 때처럼 손을 가져다 댔다.
[바람의 문을 개방하시겠습니까?]바람의 문에 손을 대자 창이 나타났다.
‘확인해야 나타나나?’
조건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개방을 시작해야 조건이 나타날 것 같았다. 수혁은 일단 창을 닫았다.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개방을 시작하는 건 찝찝했다.
‘어떻게 하지.’
창을 닫고 수혁은 생각했다.
‘잘 정해야 될 것 같은데.’
이번에 문을 개방하면 200레벨까지 버텨야 한다. 100까지는 수월하게 올렸지만 200까지는 수월하게 올리지 못할 것이다.
일반 직업보다 경험치가 5배나 더 필요하지 않던가? 지금이야 빠르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느려질 것이다. 아무리 사냥이 수월하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
고민 끝에 수혁은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