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509
509
제 509화
507.
빛의 길, 독의 길을 생각하면 물의 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 역시 1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안에 모든 길에 도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마탑장은 길에 도전할 권리를 갖게 되지만 모든 길을 동시에 도전할 수는 없다.
한 번에 하나의 길에만 도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파비앙에게 환상의 길을 부탁한 것이었다.
준비하는 데 걸리는 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알겠습니다.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헥솔이 답했다.
“또 필요하신 일은……?”
그리고 이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없습니다.”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탁할 일은 물의 길 도전뿐이었다.
“예, 그럼 물의 마탑에서 답이 오는 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헥솔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방에서 나갔다.
수혁은 헥솔이 나가고 서류를 보았다.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스윽
수혁은 가장 위에 있던 서류를 하나 집어 읽기 시작했다.
헥솔이 말했던 대로 크게 신경 쓸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서류를 다 읽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힐끔 확인하고는 다음 서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렇게 수혁은 차근차근 서류들을 읽어나갔다.
얼마 뒤 서류를 다 읽은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독의 마탑에 가 파비앙을 통해 라스칼에게 연락을 해야 할 차례였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헥솔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노크와 함께 헥솔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수혁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끼이익
헥솔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수혁은 헥솔의 손을 보았다.
서신 하나가 들려 있었다.
“파비앙 님께서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헥솔의 말에 수혁은 서신을 보낸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수혁에게 서신을 건넨 헥솔이 이어 말했다.
“그리고 물의 마탑에서 준비를 하겠다고 답이 왔습니다. 오랜 시간 도전자가 없어 준비하는 데 7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수혁은 헥솔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7일이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알겠습니다.”
수혁은 찌푸렸던 미간을 풀고 답했다.
헥솔은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수혁은 바로 서신을 펼쳤다.
-수혁아! 라스칼 님이 오셨다!
서신의 내용은 짤막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파이어.”
수혁은 서신을 불태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독의 마탑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독의 마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거 뭔가 조치를 취해야 될 것 같은데.’
독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가며 생각했다.
빛의 마탑과 독의 마탑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수혁은 마탑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독의 마탑에 가는 동안 수많은 이들이 수혁을 알아보았다.
앞을 막아선다거나 대화를 거는 이는 없었지만 시선이 부담됐다.
이내 파비앙의 방에 도착한 수혁은 파비앙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라스칼을 만날 수 있었다.
‘응?’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안에는 파비앙과 라스칼만 있는 게 아니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녹발의 중년 사내가 있었다.
‘드래곤인가?’
라스칼의 옆에 앉아 있었다.
거기다 녹발은 판게아의 NPC 중에서도 흔한 머리색이 아니었다.
아마도 중년 사내는 드래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메시지가 안 뜬 걸 보면 호의를 갖고 있다는 건데.’
얼마 전 대대적인 업데이트가 있었다.
호의를 갖고 있는 NPC나 몬스터의 경우 어떠한 경우에도 경고 메시지가 뜨지 않도록.
즉, 녹발 중년 사내는 호의를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
“왔구나!”
수혁을 본 파비앙은 라스칼과의 대화를 잠시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수혁을 반겼다.
그리고 라스칼과 그 옆에 있던 중년 사내 역시 따라 일어났다.
“정말 고맙다. 덕분에 많은 아이를 구할 수 있었어.”
라스칼이 감사를 표했다.
“이분은…….”
그리고 이어 라스칼이 중년 사내를 소개했다.
“그린 일족을 이끄시는 보베니스 님.”
중년 사내의 정체는 바로 그린 드래곤들의 수장 보베니스였다.
“안녕하십니까. 그린 일족을 이끌고 있는 보베니스라고 합니다.”
보베니스가 수혁에게 인사를 하며 다시 한번 자신을 소개했다.
“수혁입니다.”
수혁 역시 자신을 소개하며 보베니스가 청한 악수를 받아주었다.
“여기…….”
인사를 나누고 보베니스가 반대편 손을 내밀었다.
반대편 손에는 스크롤이 하나 쥐어져 있었다.
“……?”
스크롤을 본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보베니스를 보았다.
“서적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러자 보베니스가 이어 말했다.
“저 역시 서적을 좋아해 기나긴 시간 동안 수많은 서적을 모아놓았습니다. 제 컬렉션을 한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수혁은 보베니스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라스칼이 존대를 하는 것을 보면 보베니스는 라스칼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산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동안 서적을 모았다?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수혁은 보베니스가 내민 스크롤을 재빨리 건네받았다.
“그럼 전 이만.”
보베니스는 동족을 구한 수혁에게 감사를 표하고 추후의 만남을 잡기 위해 이곳에 왔다.
모든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돌아갈 차례였다.
이내 보베니스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라스칼과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퀘스트 ‘라스칼과의 대화’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벌’을 완료하셨습니다.]대화가 끝났고 두 개의 퀘스트가 완료됐다.
‘본부를 초토화시켜서 그런 건가?’
퀘스트 ‘벌’이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라고 할 수 있는 장로들을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퀘스트 ‘벌’이 완료된 것은 본부가 초토화되어 장로들이 잔당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남은 녀석들도…….”
말끝을 흐린 라스칼이 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부탁해도 될까?”
라스칼이 말을 끝낸 순간 퀘스트가 나타났다.
드래고니아의 본부를 초토화시킨 당신.
그러나 아직 드래고니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도망친 장로들이 다시 드래고니아를 세우기 전 잔당들을 찾아 처치하라!
[대장로 폴리니아 : 0 /1] [1장로 네이도르문 : 0 / 1].
.
[6장로 보드라 : 0 / 1]퀘스트 보상 : ???
“물론이죠.”
수혁은 퀘스트를 수락했다.
[퀘스트 ‘잔당 토벌’을 수락하셨습니다.] [다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 ‘드래고니아’의 마지막 챕터 ‘도망친 장로들’이 시작됩니다.]“고마워, 녀석들을 찾는 대로 연락 줄게.”
“예, 알겠습니다.”
수혁의 답을 들은 라스칼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품에서 작은 열쇠를 꺼내 수혁에게 내밀었다.
열쇠는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보답이야. 열쇠 끝에 있는 자수정을 누르면 좌표가 나올 거야.”
황금 열쇠는 바로 퀘스트 보상이었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감사를 표하며 바로 열쇠를 받았고 라스칼이 이어 말했다.
“참고로 이건 내가 준비한 보답. 모두 보답을 하고 싶어 해. 아마 조만간 찾아가는 분들이 계실 거야. 아니면 내가 전해주든가.”
“……!”
라스칼의 말에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황금 열쇠가 보상의 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몇 번이나…….’
라스칼은 ‘모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린, 골드 등 각 일족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보상이 준비되어 있는 것일까?
절로 기대가 됐다.
“그럼 나도 가 볼게. 녀석들의 뒤를 쫓아야 하니까.”
라스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수혁과 파비앙의 인사를 받으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라스칼이 사라지고 파비앙이 입을 열었다.
“정말 고생했어. 혹시 다친 곳은 없니?”
파비앙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네, 녀석들 약하더라구요.”
“…….”
수혁의 말에 파비앙은 말없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 킬 웜을 만들어내는 드래고니아가 약할 리 없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수혁뿐이라 확신했다.
“환상의 마탑에서 연락 왔나요?”
수혁이 물었다.
“응, 준비한다고 하더라.”
“얼마나 걸린다고 하던가요?”
“4일!”
파비앙은 수혁의 말에 손가락 네 개를 펼치며 외쳤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바로 도전할 거니?”
“아니요.”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7일 뒤 물의 길에 도전하기로 해서요.”
이미 물의 길 도전 의사를 밝힌 수혁이었다.
물의 길 도전을 끝내기 전에는 환상의 길에 도전할 수 없다.
환상의 길의 준비가 끝난다 하더라도.
“물의 길 끝내고 바로 도전할 생각이에요.”
물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수혁은 물의 길을 끝낸 뒤 바로 도전해 연달아 증표를 얻어낼 생각이었다.
“그래, 알았다.”
파비앙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그다음은 어떤 길에 도전할 생각이니?”
수혁은 앞으로 쭉쭉 각 마탑의 길에 도전할 것이다.
환상의 길, 물의 길 다음으로는 어떤 길에 도전할 것인지 파비앙은 너무나 궁금했다.
파비앙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한 수혁은 이내 생각을 끝내고 답했다.
“바람의 길이요.”
“그럼 환상의 길이 준비되는 대로 바람의 길을 준비시킬게.”
* * *
“후…….”
폴리니아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치욕을 당하게 될 줄이야.”
크라스를 따라 중간계로 넘어온 뒤 단 한 번도 도망을 친 적 없었다.
대마도사 라피드가 마법사들을 이끌고 왔을 때도 도망을 치지 않았다.
이번이 첫 도망이었다.
수많은 병력들에 도망을 친 게 아니라 한 사람 때문에 도망을 쳤다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 상했다.
물론 같은 상황이 다시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폴리니아는 도망을 칠 것이었다.
자존심 역시 중요하지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폴리니아는 고개를 내려 손에 들려 있는 접시를 보았다.
1장로 네이도르문의 라이프 베슬이었다.
여섯 장로는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했다.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미 패배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5분도 버티지 못했다는 것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폴리니아였다.
저벅저벅
폴리니아는 마법진 중앙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라이프 베슬을 내려놓은 뒤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스아악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폴리니아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옆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장로들의 부활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마법진의 수는 여섯.
동시에 부활시킬 수 있다.
폴리니아는 차근차근 각 방에 있는 마법진을 이용해 장로들을 부활시키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보드라의 부활 마법진을 발동시킨 순간.
스아악……
품 안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폴리니아는 품에서 빛을 뿜어내는 수정구를 보고 워프를 시전했다.
“아소멜이 보냈나?”
목적지에 도착한 폴리니아는 자신의 등장에 움찔한 사내에게 물었다.
“예.”
사내는 물음에 답하며 서신을 건넸다.
“그럼 전 이만.”
서신을 건넨 뒤 사내가 사라졌다.
폴리니아는 다시 비처로 워프했다.
그리고 아소멜이 보낸 서신을 확인했다.
“……!”
서신을 확인한 폴리니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장로들 중에 배신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