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544
544
제 544화
542.
스걱!
거리를 벌리려다가 한 번 더 공격을 허용했다.
커맨더는 인상을 구긴 채 생명력을 힐끔 확인했다.
‘이런 미친!’
생명력 4만이 사라졌다.
방금 전 허용한 공격은 단 두 방뿐이었다.
고작 두 방에 4만이 사라진 것이다.
‘단검인데 데미지가 도대체!’
커맨더는 최근 전설 등급의 상의를 얻어 방어력이 대폭 오른 상황이었다.
어떤 공격이든 버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자신감이 무너져 사라졌다.
해피의 공격을 허용할 때마다 생명력이 움푹움푹 깎이고 있었다.
커맨더가 계속해서 해피의 공격을 피하는 이유도 바로 해피의 데미지 때문이었다.
섣불리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공격을 하려면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금 남은 생명력을 생각하면 몇 번 더 공격받았다가는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정도면 보통 레벨이 아닌 것 같은데.’
데미지를 보아 고레벨 유저임이 분명했다.
‘잠깐, 설마 32위 그 새끼인가?’
문득 든 생각에 커맨더는 미간을 찌푸렸다.
변동이 거의 없던 공식 랭킹을 최근 완전히 뒤집어 놓은 유저가 있었다.
바로 ‘해피’.
지금 단검을 휘두르는 녀석 역시 아이디가 해피였다.
만약 둘이 동일인물이라면?
아니, 동일인물이 확실했다.
그래야만 지금의 단검 데미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근데 왜?’
물론 데미지가 이해 간다는 것이지 모든 게 이해 간다는 뜻은 아니었다.
어째서 해피가 이곳에서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커맨더는 난감했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일단 귓속말로 지원 요청을 보냈다.
그러나 지원군이 오기 전 죽을 것 같았다.
스걱!
다시 한번 해피의 공격을 허용했다.
또다시 생명력 2만이 깎였다.
깎인 생명력을 보며 커맨더는 생각했다.
‘이러다 그냥 막다가 뒤질 것 같은데.’
완벽히 피할 수 있다면 계속해서 피하겠지만 해피의 공격은 단순했고 빨랐다.
모든 공격을 다 피할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 번 한 번 공격을 허용하다가 말라 죽을 것 같았다.
‘도박해봐?’
원래는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틸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이렇게 데미지를 많이 주는 것을 보면 공격력에 대부분을 투자한 게 분명했다.
방어력과 생명력은 형편없을 것이다.
해피 역시 몇 번 공격을 받으면 몸을 사릴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
“왜 계속 피하기만 하시나?”
해피가 입가에 비웃음을 띄운 채 물었다.
“……망할 새끼가!”
비웃음을 본 순간 커맨더는 화가 솟구쳤다.
그렇지 않아도 그냥 공격을 할까 망설였던 커맨더는 공격을 결정하고 2주 전에 구매한 전설 등급의 망치를 휘둘렀다.
후웅!
바람을 가르며 망치가 해피에게 향했다.
해피는 망치를 보며 씨익 웃었다.
커맨더가 공격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해피였다.
“역습.”
해피는 스킬 ‘역습’을 시전했다.
스악!
땅으로 꺼지듯 해피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망치는 허공을 지나쳤고 해피는 커맨더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해피는 커맨더가 눈치를 채기 전 단검을 휘둘렀다.
갑작스레 자리에서 사라진 해피에 당황하던 커맨더는 반응하지 못했고, 단검은 성공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스걱 스걱 스걱 스걱
해피는 단검으로 커맨더의 등을 난자했다.
커맨더는 공격을 당하자마자 뒤로 돌아섰다.
“시불…….”
그러나 그 전에 생명력이 0이 되었고 커맨더는 욕을 내뱉으며 쓰러졌다.
쓰러진 커맨더의 시체가 검은빛으로 물들었다.
커맨더의 죽음을 확인한 해피는 활짝 웃으며 상상했다.
“이게 알려지면…….”
고독 길드의 중요 사업인 정보 길드.
정보 길드가 단 한 명에게 박살 났다.
거기다 부길드장인 커맨더까지 있었다.
이게 일반 유저들에게 알려진다면?
엄청난 관심을 끌 것이다.
라만 왕국의 최강 길드인 고독 길드가 아니던가?
해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수혁을 잡으면…….”
고독 길드로도 엄청난 관심을 받을 것인데 수혁을 잡을 경우에는 얼마나 큰 관심을 받게 될까?
수혁을 잡게 될 날이 너무나 기대됐다.
바로 그때였다.
허공에서 스르륵 로브를 눌러쓴 사내가 나타났다.
“해피 님.”
호위를 맡은 흑월 대원 ‘토에킨’이었다.
“지금 이곳으로 벌레들이 오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토에킨의 말에 해피는 씨익 웃었다.
“다 죽일 겁니다.”
* * *
“……그게 무슨 소리야?”
고독 길드의 마스터 햇별 김현성은 반문했다.
“해피가 정보 길드를 습격해? 왜?”
-나도 모르겠어.
김현성의 반문에 커맨더 이호영이 답했다.
-근데 그 새끼 존나 쎄!
-나 한 방 맞을 때마다 2만씩 깎였어.
-그것도 단검 한 방에!
“뭐?”
이호영의 말에 김현성은 또다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호영의 방어력이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는 김현성이기 때문이었다.
김현성이 가장 강한 스킬을 써야 5만이라는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그런데 고작 단검 한 번에 2만이라니?
-형, 어떻게 할 거야? 잘 거야?
이호영이 물었다.
밤새 사냥을 하다가 방금 로그아웃을 한 김현성이었다.
“끙…….”
김현성은 이호영의 물음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접속해야지.”
피로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 잘 수는 없었다.
이미 잠이 들어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 상관없겠지만 연락을 받은 지금 잠을 잔다면?
길드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심어질 것이다.
“끊자, 접속해야 하니.”
-응, 형! 연락 기다릴게!
“그래.”
김현성은 이호영과의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침대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캡슐로 향했다.
-레이곤 : 길마님! 큰일 났습니다! 정보 길드가 박살 났어요!
-제보자 : 지금 상단에 이상한 미친놈이 나타났어요. 해피라는 새낀데 무차별 학살 벌이고 있어요!
-케팜 : 어디십니까?
접속함과 동시에 귓속말이 주르륵 나타났다.
‘상단까지 갔어?’
귓속말을 보며 햇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진짜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건데.’
처음에 정보 길드를 노렸다고 했을 때는 정보 길드에 뭔가를 노리고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상단까지 공격했다는 것은 고독 길드를 노리고 있음을 의미했다.
어째서 해피가 이러는 걸까?
햇별은 잠시 생각했다.
생각을 하자마자 이유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새끼 설마 그때 그 일을?’
예전 해피에게 척살령을 내린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해피가 지금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은 척살령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아니, 확실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유가 없다.
‘겁대가리 없는 새끼.’
햇별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그리 강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리 강해졌어도 개인의 힘으로 길드의 힘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길드의 힘을 감당하려면 적어도 수혁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해피가 수혁만큼 강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일대일은 힘들어도 길드의 힘으로 찍어 누르면 눌러질 것이다.
생각을 마친 햇별은 케팜에게 답을 보냈다.
-햇별 : 지금 길드 하우스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전투 가능한 인원들 싹 다 모아주세요.
-케팜 : 예, 알겠습니다.
햇별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워프 스크롤을 통해 헤르딘으로 워프했다.
헤르딘에 도착한 햇별은 유저들의 웅성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그거 들었냐?”
“무슨 이야기?”
“지금 고독 길드에서 운영하는 정보 길드, 유저 한 명한테 개털렸다는데?”
“엥? 리얼루다가?”
“어, 커맨더까지 죽었다는 소리가 들리더라.”
햇별은 유저들의 대화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벌써 소문이 퍼진 건가.’
방금 전 일어난 일이 벌써 유저들에게 퍼지다니?
하기야 평소 정보 길드를 이용하는 이들의 수를 생각하면 빠르게 퍼지는 것이 당연했다.
햇별은 피해가 더욱 커질까 봐 길드 하우스로 향했다.
-케팜 : 상단으로 갔던 인원들 전원 사망입니다. 해피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길드 하우스로 향하던 중 케팜에게 귓속말이 도착했다.
‘그사이에 상단을 박살 냈다고?’
햇별은 당황스러웠다.
방금 전 상단에서 해피가 날뛴다는 이야기를 전해 받았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고 그사이에 상단을 박살 내다니?
-케팜 : 그리고 지금 후작이 찾고 있습니다. 정보 길드 일을 전해 받은 것 같습니다.
이어진 케팜의 말에 햇별은 걸음을 멈췄다.
“하아…….”
그리고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햇별 : 케팜 님에게 맡겨야 하겠네요.
해피를 함께 잡으려 했지만 후작과의 만남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애초에 햇별이 없어도 해피를 잡는 데에는 크게 문제없을 것이다.
-햇별 : 아마 해피는 바다 여관으로 갔을 겁니다. 그쪽으로 가주세요.
정보 길드에 이어 상단까지.
해피는 고독 길드에서 운영하는 곳들을 노리고 있었다.
아마 다음 목표는 여관이 될 것이었다.
-케팜 :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햇별은 케팜의 답을 듣고 발걸음을 돌려 후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리고 저택에 도착한 순간.
-케팜 :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처리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케팜에게서 귓속말이 도착했다.
예상대로 해피가 노린 곳은 여관이었다.
혹시나 해피가 다른 곳에 나타나면 어쩌나 걱정했던 햇별은 걱정을 덜었다.
케팜과 정예 부대가 여관에 있었다.
이제 해피는 죽을 것이다.
햇별은 마음 편히 저택으로 들어가 후작과 만났다.
“정보 길드가 당했다고 들었네만.”
“……오기 전 녀석을 찾았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지금쯤이면 녀석을 잡았을 겁니다.”
“도대체 그자는 누구인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보통 녀석은 아닌 것 같습니다.”
햇별은 후작의 말에 해피를 최대한 띄웠다.
이미 정보 길드는 박살이 났다.
어중이떠중이에게 정보 길드가 박살 난 것보다 강자에게 박살 난 것이 그나마 보기에 더 나았다.
“으음…….”
후작은 침음을 내뱉었다.
햇별은 후작의 침음에 생각했다.
‘왜 보고를 안 하시는 거지?’
연락을 준다고 했던 케팜이 연락을 주지 않고 있었다.
전투가 오래 걸리는 것일까?
햇별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케팜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상대방이 귓속말을 받을 수 없습니다.]귓속말을 보내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햇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햇별의 표정에서 이상함을 느낀 후작이 물었다.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후작의 물음에 햇별은 난감한 미소로 길드 창을 열었다.
“……!”
그리고 다시 한번 놀랐다.
케팜을 포함해 대부분의 길드원이 미접속 상태였다.
* * *
“위험하셨습니다.”
토에킨이 말했다.
“…….”
해피는 토에킨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미 여관에는 고독 길드의 정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정보 길드와 상단을 박살 내고 자신감이 붙어 있던 해피는 자신감 넘치게 학살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독 길드의 정예들은 강했다.
만약 토에킨이 돕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이다.
“이제 돌아가시는 겁니까?”
토에킨이 물었다.
“아니요.”
해피는 토에킨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들를 곳이 있습니다.”
원래는 고독 길드만 상대하고 돌아가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토에킨의 힘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어차피 수혁을 불러내는 걸 혼자 할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