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545
545
제 545화
543.
이번 전투에서 느꼈다.
일대일은 상관없다.
누구든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여럿을 상대할 때, 그것도 합이 잘 맞는 여럿을 상대할 때에는 패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직업의 한계겠지.’
광인은 암살자 계열의 직업.
다수와의 전투가 좋을 리 없었다.
마탑이나 리더 길드와의 전투는 지금보다 더욱 힘들 것이다.
즉, 혼자서 건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토에킨과 함께라면?
다수와의 전투에 특화된 토에킨이었다.
수월하게 마탑과 리더 길드를 공략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토에킨은 해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혹시 어디로 가시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마탑 지부들을 돌아다닐 생각입니다.”
“……!”
해피가 학살을 벌일 때에도,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케팜을 포함한 고독 길드의 정예들을 홀로 박살 냈을 때에도 표정에 변화가 없던,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토에킨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혹시 마탑 지부들도 이곳과 똑같이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놀람을 가라앉힌 토에킨이 재차 물었다.
“예, 토에킨 님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
토에킨은 해피의 말에 바로 답할 수 없었다.
‘위험한데…….’
마탑과 고독 길드는 차원이 다르다.
고독 길드는 왕국을 대표하기는 했지만 길드일 뿐이다.
그러나 마탑은 웬만한 국가를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수혁이라도 나타난다면…….’
문제는 그 마탑의 지배자가 수혁이라는 점이었다.
수혁을 만난 적은 없지만 수혁이 어떤 존재인지 토에킨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동료가 수혁에게 죽음을 맞이했다.
거기다 수장인 에리멘 역시 패배한 후 수련에 들어갔었다.
즉, 마탑 지부를 공격하다가 만에 하나 수혁이라도 만난다면?
‘막아야 해.’
죽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임무를 위해서라도 해피를 설득해야 한다.
“해피 님, 위험합니다. 마탑 지부는 피하시는 것이…….”
“수혁 때문입니까?”
토에킨의 반응에 해피가 물었다.
“……예, 맞습니다.”
해피의 물음에 토에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수혁이 나타난다면…….”
“수혁은 걱정 마세요.”
이미 많은 흑월 대원들이 수혁에게 죽었음을 알고 있었다.
만날 확률은 극히 낮지만 0인 것은 아니니 토에킨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흑월 대원들이 수혁에게 패배한 것은 상성 문제였다.
암살자 계열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해피는 수혁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일대일이라면 무조건.
“그리고 혼자라도 갈 겁니다.”
어차피 토에킨은 호위라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즉, 토에킨은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토에킨은 해피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출발하죠.”
해피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빛의 마탑 라이곤 왕국 지부.
“으음…….”
지부장 라푸잔은 침음을 내뱉으며 서류를 보았다.
암당에서 온 서류였다.
서류를 읽던 라푸잔은 인상을 찌푸리며 서류를 구겼다.
‘나를 인형 취급하는 건가?’
수혁이 중앙 마탑장이 되어 현재 빛의 마탑장은 공석이었다.
이제 빛의 마탑장은 선출이 아닌 임명으로 정해지는 자리가 되었고 라푸잔은 후보에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 암당에서 서신이 도착했다.
서신에는 빛의 마탑장이 될 경우의 계획과 빛의 마탑장이 되지 않았을 경우의 계획 두 가지가 쓰여 있었다.
라푸잔은 서신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신에 쓰여 있는 계획은 명령조였다.
라푸잔은 동등한 위치에서 손을 잡은 것이지 그들의 밑으로 들어간 게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라푸잔 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노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지부장 켈레의 목소리였다.
라푸잔은 재빨리 서신을 불태운 뒤 켈레의 말에 답했다.
“들어오게나.”
끼이익
문이 열리며 켈레가 들어왔다.
켈레의 손에는 서신이 들려 있었다.
“중앙 마탑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켈레의 말에 라푸잔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중앙 마탑에서 서신이?”
“예!”
켈레가 미소를 지은 채 서신을 건넸다.
라푸잔은 켈레에게 서신을 받아 바로 펼쳤다.
서신에 담긴 내용은 짤막했다.
중앙 마탑장인 수혁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호오!”
서신의 내용을 확인한 라푸잔은 탄성을 내뱉었다.
“중앙 마탑에 다녀와야겠어.”
그리고 이어 켈레에게 말했다.
“헛, 그 말씀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군.”
“축하드립니다. 라푸잔 님!”
라푸잔의 말에 켈레가 외쳤다.
빛의 마탑장 후보인 라푸잔을 중앙 마탑장인 수혁이 만나고 싶어 한다?
누구나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허허허, 고맙네! 고마워!”
켈레의 축하 인사에 라푸잔은 껄껄 웃으며 답했다.
“지부장 자리는 자네에게 꼭 넘겨주도록 하지.”
아직 빛의 마탑장이 된 것도 아닌데 라푸잔은 이미 빛의 마탑장이 된 것처럼 말했다.
“감사합니다! 마탑장님!”
켈레가 활짝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럼 바로 다녀와야겠군.”
라푸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심히 다녀오시길!”
그리고 켈레의 배웅을 받으며 라푸잔은 마탑으로 워프했다.
이내 목적지 중앙 마탑에 도착한 라푸잔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부마탑장 코알의 방으로 올라갔다.
마탑장이 될 예정이지만 아직은 지부장의 신분이었다.
지부장의 신분으로는 바로 마탑장을 만날 수 없다.
부마탑장인 코알을 거쳐야 했다.
똑똑
“코알 님? 빛의 마탑 라이곤 왕국 지부장 라푸잔입니다.”
곧 코알의 방에 도착한 라푸잔은 노크와 함께 외쳤다.
저벅저벅……
그리고 안쪽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이 열리며 코알이 나타났다.
“오, 벌써 오셨군요.”
“하하, 마탑장님께서 찾으신다는데 당연하지요!”
“그럼 바로 가시지요!”
코알은 라푸잔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라푸잔은 그 뒤를 따라 걸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라푸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탑장의 방은 여기가 아닐 텐데?’
코알이 가는 방향이 이상했다.
라푸잔이 알고 있는 중앙 마탑장의 방은 위층에 있는데,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중앙 마탑장의 방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즉, 코알은 마탑장의 방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코알 님?”
라푸잔은 코알에게 묻기로 결정했다.
“어디로 가시는 건지…….”
“아아, 마탑장님께서는 지금 지하 수련장에서 수련을 하고 계십니다.”
코알이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라푸잔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그 말을 끝으로 코알과 라푸잔은 침묵했다.
얼마 뒤 코알이 걸음을 멈췄다.
끼이익
“들어가시지요. 안쪽에 계실 겁니다.”
코알은 문을 열며 옆으로 비켜섰다. 라푸잔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살짝 숙여 코알에게 인사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
안으로 들어간 라푸잔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수련을 하고 있어야 할 수혁이 보이지 않았다.
텅 비어 있었다.
‘그사이에 수련을 끝낸 건가?’
라푸잔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라푸잔은 자신을 따라 안으로 들어오는 코알에게 말했다.
“마탑장님이 안 계십니다만.”
쿵!
라푸잔이 묻는 순간 문이 닫혔다.
그리고 라푸잔은 코알의 눈빛에 담긴 싸늘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은 라푸잔은 코알을 경계했다.
“당황스럽나?”
그리고 코알이 말했다.
코알은 더 이상 존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
라푸잔은 갑작스러운 코알의 분위기 변화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코알이 이어 말했다.
“빛의 마탑장을 기대했나 본데…….”
말끝을 흐린 코알은 냉소를 지었다.
“암당의 끄나풀을 빛의 마탑장으로 임명할 리가 없잖아?”
* * *
장경우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처리했구나.”
지부장이고 빛의 마탑장 후보에도 오른 라푸잔이었지만 코알은 수혁이 나타나기 전까지 중앙 마탑을 이끌던 마법사였다.
코알은 압도적으로 밀어붙이며 라푸잔을 처치했다.
바로 그때였다.
띠링!
스피커에서 알림 소리가 흘러나왔다.
장경우는 바로 알림을 확인했다.
알림의 주인공은 해피였다.
“……?”
해피가 위치한 곳을 확인한 장경우의 표정에 물음표가 여럿 나타났다.
“독의 마탑 지부에는 왜…….”
현재 해피는 독의 마탑 고람 공국 지부에 있었다.
장경우는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해피가 무엇을 할지 궁금했다.
이미 예상가는 것이 있기는 했지만 진짜 예상대로 흘러갈지 궁금했다.
“미친.”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장경우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고독 길드 때와 마찬가지로 해피는 독의 마탑 지부에서 학살을 시작했다.
“퀘스트를 받은 것도 아니면서!”
흑월이나 암당에서 퀘스트를 받은 것이었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원래 검은 달의 지배자가 된 이후 진행해야 할 퀘스트였으니.
그러나 현재 해피는 그런 퀘스트를 전혀 받지 않은 상태였다.
퀘스트도 받지 않았는데 무슨 이유로 마탑 지부에서 학살을 벌이는 것일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장경우는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러면…….”
그러고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이내 모니터에 암당의 당주 아소멜과 기로스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하아…….”
정보를 확인한 장경우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다시 수정해야 하잖아…….”
겨우겨우 수정을 끝냈다.
그런데 해피의 행동이 변수가 되어 다시 수정해야 할 상황이 찾아왔다.
장경우는 바로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 * *
“……!”
서신을 읽던 기로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미친!’
그리고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서신을 들고 아소멜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끼이익
너무나 급한 일이라 아소멜의 답을 들을 시간이 없었다.
기로스는 노크 후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감과 동시에 아소멜과 눈이 마주쳤고 기로스는 외쳤다.
“해피 님이 마탑 지부를 습격하려고 하신답니다!”
기로스가 다급했던 이유, 그것은 바로 해피 때문이었다.
서신은 해피의 호위를 맡은 토에킨에게서 온 서신이었다.
해피가 마탑 지부를 공격하려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뭐?”
아소멜은 기로스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고독 길드를 상대하러 가신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고독 길드가 끝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기로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수혁의 위치는?”
“파악되지 않습니다.”
아소멜은 기로스의 답에 미간을 찡그렸다.
“해피 님의 위치는?”
“고람 공국 아이샤르트에 계십니다.”
“독의 마탑 지부를 치러 가신 거군.”
“예.”
“당장 준비해, 혹시 수혁이 나타날지도 몰라.”
다른 마탑도 아니고 독의 마탑이다.
독의 마탑은 수혁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수혁이 아이샤르트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아소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때였다.
아소멜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기로스 역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1분 뒤.
“해피 님이라면 충분히 마탑 공략에 성공하실 거야.”
아소멜이 말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호위를 추가해야겠어. 현재 본부에 남아 있는 흑월대가 누구누구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