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552
552
제 552화
550.
양주혁이 경악한 이유, 그것은 바로 알림의 주인공이 토피앙 크라스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왜 갑자기 흑월을 벗어나려는 거야?”
크라스는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되기 전에는 궁에서 나가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지 메인 에피소드에 변화가 생겼고 크라스가 거처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양주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출발하셨을 텐데…….”
권한을 위임받은 양주혁은 웬만한 일을 전부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아니다.
무려 판게아의 최종 보스 크라스와 관련된 일이었다.
양주혁이 홀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아니, 처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슈퍼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망할, 이렇게 빨리 일이 터질 줄이야.”
양주혁은 인상을 구겼다.
솔직히 장경우가 자리를 비운 사이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냥 편하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궁금증이나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일이 터져버렸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대형 사고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하필 왜 수혁이야…….”
크라스가 거처를 벗어나려는 이유는 바로 수혁 때문이었다.
외출 이유가 다른 이유였다면 이렇게 초조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봉인이 다 풀려도 박살 난다고 하셨는데…….”
장경우가 말했었다.
크라스의 봉인이 전부 풀린다고 해도 수혁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 말을 했던 게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수혁은 그사이 수많은 책을 읽었고 지혜는 더욱더 높아졌다.
그런데 고작 절반의 힘을 되찾은 크라스가 수혁을 이길 수 있을까?
어불성설이다.
거기다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어 생명력 제한이 사라졌다.
1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다.
즉,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죽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일단 전화해보자.”
혹시나 비행기가 지연 혹은 결항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양주혁은 장경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장경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양주혁은 장경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후…….”
한숨을 내뱉으며 핸드폰을 내려놓은 양주혁은 모니터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13시간…….”
장경우의 휴가지는 취리히.
문자를 확인하기까지는 최소 13시간이 필요했다.
“제발 가만히 있어라…….”
양주혁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바랐다.
크라스가 부디 장경우의 연락이 올 때까지 외출을 하지 않기를.
* * *
크라스의 궁.
궁의 주인 크라스의 몸에서 어둠이 넘실넘실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로 그때.
크라스가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 순간 넘실넘실 흘러나오던 어둠이 주변을 향해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궁을 가득 채운 어둠.
“하아…….”
크라스는 깊게 숨을 내뱉었다.
숨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흥분은 숨을 통해서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온몸에 가득 차오르는 흥분에 크라스는 몸을 떨고 있었다.
‘봉인의 절반이 깨졌다.’
크라스가 흥분을 한 이유, 그것은 바로 봉인 때문이었다.
힘을 봉인하고 있던 수많은 봉인진들.
그중 절반이 파괴되었다.
‘지금이라면…….’
크라스는 수혁을 떠올렸다.
라피드의 후예이자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를 보여 주는 인간 마법사.
성장을 막기 위해 수를 썼지만 그 수는 오히려 수혁을 더욱더 강하게 해주었다.
끝없이 강해지는 수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난감했다.
그런데 봉인진이 믿기지 않을 속도로 파괴되었고 크라스는 예상보다 일찍 힘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모든 힘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
되찾은 것은 절반의 힘뿐.
‘녀석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수혁을 죽이는 데에는 절반의 힘으로도 충분했다.
‘지금 잡지 않으면 힘들겠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수혁의 성장 속도는 엄청났다.
한시라도 빨리 제거하는 것이 훗날의 계획을 생각하면 최선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마스터, 아소멜입니다.”
노크와 함께 아소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라스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궁을 가득 채운 어둠이 크라스에게 돌아왔다.
“들어와.”
어둠을 회수한 크라스가 말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아소멜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아소멜은 크라스 앞으로 와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
“잠시 밖을 다녀와야겠어.”
크라스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
아소멜은 크라스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최근 10년 동안 궁을 나선 적 없는 크라스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밖을 나간다는 것일까?
“수혁을 죽여야겠다.”
이어진 크라스의 말에 아소멜의 놀람은 배 이상 커졌다.
“지금이 아니면 녀석을 잡기가 힘들 것 같아서 말이야.”
크라스는 계속해서 이어 말했다.
“녀석의 위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소멜은 크라스의 물음에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얼마 전 첩자들이 대부분 잡혔다.
남은 첩자들은 브리니스를 포함해 몇몇뿐이었다.
그래서 수혁의 행방뿐만 아니라 마탑 내 정보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으음…….”
크라스는 아소멜의 답에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
아소멜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크라스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고 둘 사이에는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내 생각을 끝낸 크라스가 입을 열었다.
“마탑으로 가면 되겠어.”
수혁은 라피드의 뒤를 이어 중앙 마탑장이 되었다.
즉, 마탑을 공격한다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면전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소멜이 흥분이 듬뿍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크라스는 아소멜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면전을 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과거의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수혁을 제거하고 마탑의 힘을 좀 줄여놔야겠지. 그리고 브리니스의 힘도 키워주고.”
이번 마탑행에서 크라스가 할 일은 총 세 가지였다.
첫 번째, 수혁을 죽이는 것.
두 번째, 고위 마법사들의 수를 줄여 마탑의 힘을 약화하는 것.
세 번째, 브리니스의 힘을 키워주는 것.
“필요하신 것을 말씀해주시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아소멜이 크라스의 말에 답했다.
크라스가 부른 이유는 단순히 마탑행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부른 것이 분명했다.
“딱히 필요한 건 없고 에리멘과 코단만 데리고 갈 생각이야, 그리고 브리니스에게 내가 간다고 전해.”
“예, 바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소멜이 답했다.
“언제 출발하실 생각이신지.”
그리고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크라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음에 답했다.
“지금 당장.”
* * *
.
.
“어쩔 거냐?”
김윤찬이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
민혁수는 김윤찬의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멍하니 전방을 바라볼 뿐이었다.
전방에는 수많은 길드원이 한 사내를 둘러싸 공격을 하고 있었다.
‘강주성 이 망할 새끼.’
공격을 받는 사내의 이름은 강주성.
강주성은 수많은 길드원의 공격에도 아주 잘 버티고 있었다.
방패로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고 꾸준히 망치를 휘둘러 길드원들을 죽이고 있었다.
‘이 괴물 같은 새끼!’
벌써 강주성의 망치에 죽은 길드원의 수가 50을 넘어가고 있었다.
‘왜 안 뒤지는 거야?’
아직 많은 길드원이 남아 있었지만 이대로 가면 전멸할 것이 분명했다.
전멸하기 전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후…….”
민혁수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김윤찬에게 말했다.
“녀석들한테 전해, 그 제안 받아들이겠다고.”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
책을 덮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다음 권!’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반납했다.
그리고 다음 권을 가지러 책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귓속말을 확인했다.
저벅!
귓속말을 확인한 순간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날씨 : 수혁 님!!
-연중 : 수혁아?
-사냥왕 : 수혁 님.
.
.
수많은 이들에게서 귓속말이 와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수혁은 천천히 귓속말을 확인했다.
-연중 : 지금 메인 에피소드 봤어? 별일 없냐?
-날씨 : 괜찮으세요?
-연중 : 책 읽고 있는 거야?
-연중 : 귓속말 보는 대로 답해줘!
.
.
‘이게 무슨 소리야? 메인 에피소드?’
귓속말을 보낸 이들은 전부 메인 에피소드를 언급하고 있었다.
수혁은 메시지 창을 확인했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책을 하도 읽어 그런지 메시지 창은 지혜 상승으로 가득했다.
수혁은 천천히 스크롤을 올리며 메시지들을 주시했다.
“……!”
그리고 이내 수혁의 표정에 변화가 나타났다.
[아홉 번째 메인 에피소드 ‘토피앙 크라스, 공격받는 마탑’이 시작됩니다.]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해주세요.]‘토피앙 크라스?’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됐다.
그것도 흑월의 주인이자 1마계의 마왕 토피앙 크라스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마탑을 공격한다고? 크라스가?’
문제는 에피소드명이었다.
‘이상한데…….’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장경우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장경우는 수혁에게 흑월 본부에 가지 말아 달라는 제안을 했다.
제안을 한 이유는 크라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메인 에피소드를 통해 마탑 공격을 시키다니?
수혁은 우선 귓속말을 보낸 이들에게 확인을 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답을 보냈다.
그리고 뒤로 돌아섰다.
책을 읽을 때가 아니었다.
차원 도서관에서 나온 수혁은 중앙 마탑으로 워프했다.
‘조용한데?’
중앙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나 고요했기 때문이다.
‘아직 공격을 시작 안 했나 보네.’
크라스는 흑월의 주인이기도 했지만 마왕이었다.
그것도 가장 강한 마왕.
크라스가 공격을 했다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다.
아직 공격을 받지 않은 게 분명했다.
수혁은 코알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끼이익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수혁은 노크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
“……!”
그리고 방에 들어간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방에는 코알만 있는 게 아니었다.
브리니스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연락드리려 했는데.”
수혁을 발견한 코알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불의 마탑장이 급히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 * *
“와, 아빠 대박! 드디어 도착이야!”
채린이 창문 밖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
장경우는 채린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오길 잘했어.’
그리고 핸드폰을 꺼냈다.
‘별일 없겠지?’
13시간 정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사이에 특별한 일이 일어났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일이란 것이 갑작스레 찾아오는 법이었다.
장경우는 별일 없길 바라며 비행기 모드를 해제했다.
띠링!
띠링!
띠링!
그와 동시에 주르륵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장경우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전부 양주혁에게서 온 메시지들이었다.
‘설마…….’
장경우는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한 장경우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속으로 외칠 뿐이었다.
‘신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