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99
99
제99화
여우고블린들의 데미지 확인은 끝이 났다. 더 이상 여우고블린들의 공격을 맞아 줄 필요가 없었다.
쾅!
파이어 스피어가 작렬했다. 물론 파이어 스피어가 시작이었다.
“플레임, 독의 사슬, 불놀이, 파이어 볼, 포이즌 스피어.”
수혁은 마법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랍 창을 볼 수 있었다.
-여우고블린의 특별한 독침 주머니 2개
-여우고블린의 독침 대롱
‘아예,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
드랍 창을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여우고블린들은 쉴 새 없이 작렬하는 마법 공격에 아무런 반항도 못 했다.
아마도 공격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 분명했다. 어떻게 해서든 조금씩 거리를 좁히던 늑대오크와는 달랐다.
‘무조건 선빵으로 가면 되겠어.’
무조건 선제 공격을 시작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한 수혁은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하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쾅! 쾅! 쾅! 쾅!
전방에서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폭음들.
“…….”
“…….”
“…….”
“…….”
카미안, 케토토, 가란, 케이크로스는 입을 다문 채 전방을 보았다.
“방패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침묵을 깬 것은 케토토였다. 케토토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한 뒤 방패를 보았다. 아무리 수혁이 강하다고 하지만 탱커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지하 수로의 난이도는 정말 높았으니까.
‘드디어 할 일이 생기나 했는데…….’
하지만 케토토의 생각과 달리 탱커가 필요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늑대오크도 그렇고 지금 수혁이 공격하고 있는 여우고블린도 그랬다. 탱커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었다.
‘나만 그냥 완전 버스네.’
케이크로스와 가란은 하는 일이 있었다. 사냥에 크게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분명 도움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케토토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씁쓸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폭음이 멈췄다. 케토토 역시 생각을 멈추고 전방을 보았다. 수혁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법사나 키울까.’
수혁을 보며 케토토는 생각했다. 탱커가 필요 없는 수혁의 강함을 보니 마법사란 직업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물론 이루어질 리 없는, 일어날 리 없는 생각이었다. 지금 와서 마법사로 전향하기에는 탱커에 너무나도 많은 투자를 한 케토토였다.
“당장 방패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도착을 한 수혁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씁쓸해하던 케토토는 수혁의 말에 더욱 씁쓸함을 느꼈다. 물론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괜히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었다. 거기다 탱커가 나설 일이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던가?
“출발하죠!”
“옙!”
수혁의 말에 케토토는 씁쓸함을 감추고 활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답하며 수혁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후…….’
걸음을 옮기며 케토토는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뭔가 하게 될 상황이 올까?’
탱커라는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올까?
‘나도 뭔가 하고 싶긴 한데…….’
케토토가 이곳에 온 것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악마 길드원들을 학살하며 악마 사냥꾼이란 별명을 얻은 수혁의 도움이라면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리고 그런 케토토의 바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루어졌다.
“케토토 님.”
“……예!”
생각에 잠겨 있던 케토토는 수혁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진 수혁의 말에 케토토는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98.
* * *
두 번째 목적지에 근접한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역시.’
역시나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갈림길이 있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수혁은 뒤로 돌아 케토토에게 말했다.
“옙! 걱정 마십쇼! 독침 따위야 문제없습니다!”
케토토는 수혁의 말에 활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처음 봤을 때처럼 활기가 가득한 케토토의 답을 듣고 수혁은 다시 뒤로 돌아 왼쪽 통로로 향했다.
어둠으로 가득 찬 왼쪽 통로에 들어서며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어 라이트 마법이 각인되어 있는 수정구를 꺼내 활성화시켰다.
[10초마다 마나 100이 소모됩니다.]메시지와 함께 밝은 빛이 퍼져나가며 시야가 확보됐다. 수혁은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고 곧 통로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퀘스트가 있어야 보이는 건가?”
통로의 끝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퀘스트가 있어야 복구 마법진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없는 건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뭐 써 보면 알겠지.”
확인하면 그만이었다. 수혁은 뒤로 거리를 벌렸다.
“파이어 스톰.”
거리를 벌린 수혁은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스아악
불의 회오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나타났다.
[복구 마법진이 파괴되었습니다.] [더 이상 키메라 소환 마법진 D가 복구되지 않습니다.] [복구 마법진이 파괴되며 함정 마법이 드러납니다.]복구 마법진이 파괴되었다는 메시지였다.
“퀘스트가 없어도 되는구나.”
퀘스트가 있어야 복구 마법진을 볼 수 있다. 퀘스트가 없으면 지금처럼 복구 마법진이 존재한다고 해도 볼 수 없다. 물론 볼 수 없다고 해서 파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메시지가 그 증거였다.
“쓸데없이 퀘스트 받으러 갈 필요가 없겠어.”
만약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마 소환 마법진에 가서 퀘스트를 받아야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굳이 소환 마법진에 가서 퀘스트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수혁은 카미안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파괴했습니다.
-카미안 : 옙! 전하겠습니다.
카미안의 답을 들으며 수혁은 함정 마법을 피해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갔다.
“오셨어요?”
곧 입구에 도착한 수혁은 방패를 들고 오른쪽 통로 입구를 막고 있는 케토토를 볼 수 있었다.
툭툭툭툭툭
케토토가 들고 있는 방패와 보호막에 쉴 새 없이 독침이 날아와 떨어지고 있었다. 케토토는 매우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
수혁은 케토토의 말에 답하며 케토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전방에서 독침을 날리고 있는 여우고블린들을 보았다.
‘많네.’
많았다.
“아직 생명력 높은 녀석은 안 나왔나요?”
수혁은 여우고블린들을 보며 물었다. 물론 물음의 대상은 케이크로스였다. 늑대오크 때에는 생명력이 500만이었던 중간 보스 키메라가 있었다. 여우고블린 역시 중간 보스 키메라가 있을 것이었다.
“예, 아직까지는…….”
케이크로스가 말끝을 흐리며 답했다.
바로 그때였다.
픽! 쩌적!
독침 하나가 날아와 보호막에 박히며 금이 나타났다.
“어?”
보호막에 금이 간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케토토가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다른 독침과 달리 보호막에 박혀 있는 독침을 수혁 역시 발견했고 수혁은 독침을 보며 생각했다.
‘왔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아무래도 중간 보스가 온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보호막이 뚫릴 이유가 없었다.
픽! 쩌적!
그 사이 독침 하나가 또 보호막에 박혔다. 보호막에 금이 가긴 했어도 여전히 다른 독침들은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보호막에 박힌 독침은 먼저 박힌 독침과 같은 독침이 분명했다. 중간 보스의 독침이 확실했다.
“포이즌 스톰.”
이대로 가다가 보호막이 깨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호막이 깨지면 일반 여우고블린들의 독침도 막지 못할 것이었다. 수혁은 포이즌 스톰을 시전했다. 스아악
독의 회오리가 등장했다. 그리고 대롱을 입에 물고 독침을 날리는 여우고블린들을 집어 삼켰다.
* * *
거대한 솥단지 안.
-우어어어어어!
-크르르륵!
솥단지 안에는 보라색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오우거 한 마리와 트롤 한 마리가 고통을 토해내고 있었다.
“…….”
고통을 토해내는 오우거와 트롤을 말없이 바라보던 라모스는 이내 미간을 좁혔다.
“끙, 또 실패라…….”
오우거와 트롤의 비명이 멈췄기 때문이었다. 죽은 것이고 죽었다는 것은 실험의 실패를 의미했다.
“오늘은 이만 쉬어야겠군.”
라모스는 중얼거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라모스는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하 켈라드에게 물었다.
“생산에 차질은?”
“들어오는 늑대의 수가 줄어 늑대오크 생산에 지장이 있는 것 빼고는 문제없습니다.”
“흐음, 알겠다.”
켈라드의 답에 라모스는 침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켈라드를 지나쳐 공동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하 동굴에서 나가기 위해 수많은 갈림길들을 지나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취익! 아프다! 취익!
-아우우우!
-크어엉!
비명이 들려왔다. 물론 항상 들어왔던 비명이었고 익숙했기에 라모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걸음을 옮겨 지하 동굴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라모스는 동굴 밖에 만들어둔 집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끙, 오우거와 트롤이라면 꽤 쓸 만할 텐데 말이야.”
키메라들을 만드는 데에는 많은 재료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한 재료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합성될 몬스터였다. 하지만 눈에 차는 몬스터가 없었다. 오우거와 트롤이 그나마 눈에 들었지만 키메라로 만드는 데 성공을 한 적이 없었다.
“음?”
그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들어온 라모스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개를 갸웃거린 라모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라모스가 미간을 찌푸린 이유, 그것은 바로 책장 가장 위쪽에 있는 여섯 개의 수정구 중 세 개가 빛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진이 파괴됐다고?”
키메라들을 만들기만 하는 게 아니다. 만든 후 소환 마법진을 통해 대륙 곳곳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수정구는 키메라들을 보낼 때 쓰이는 마법진의 상태를 알려 준다. 수정구가 빛을 잃었다는 것은 연결된 마법진이 파괴되었음을 의미했다.
“복구 마법진도 만들어 놨는데.”
혹시나 마법진에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복구가 되도록 복구 마법진도 만들어 뒀다. 그런데도 빛을 잃었다는 것은 복구 마법진에도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했다.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인 건가?”
수정구의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어디인지 라모스는 알고 있었다.
“아니지, 그래도 내 독을 고작 용병 녀석들이 해결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하드락, 책장 가장 위쪽에 자리 잡은 여섯 개의 수정구와 연결되어 있는 마법진은 하드락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본격적으로 움직였다고 해도 용병들이다. 용병들의 수준을 생각해 보면 키메라들에게 심어 놓은 독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마 파비앙 그 개 같은 자식이 움직인 건가?”
문득 든 생각에 라모스는 다시 한 번 미간을 찌푸렸다. 라모스의 눈빛에는 짙은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빛을 뿜어내고 있던 수정구 중 하나가 빛을 잃었다. 가장 위쪽에 자리 잡고 있는 수정구가 아닌 위에서 4번째 줄에 자리 잡고 있는 4개의 수정구 중 하나가 빛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