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화(1/439)
<살려보시겠어요?>
“개 같은 자식!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건데!”
김유현은 더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그대로 검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길고 길었던 악연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
가스님 : 와, 드디어 죽네.
저 ㅅㅂ 것.
서리는 새카맣다 : 솔직히 너무 편하게 죽여준 거 아님?
나 같으면 사지를 잘랐다
다다드다다 : 주인공이 너무 병신임.
진작 죽였으면 히로인 안 죽었잖아 ㅉㅉ
zipongkiki : 잘 읽고 갑니다
IkoooUU : 사이다 너무 부족한 거 아님?
솔까 저 새끼가 주인공 엿 먹이고 변태 새끼마냥 따라다니면서 사사건건 방해해서 결국 지 여자까지 죽었는데 이렇게 흐지부지 마무리한다고?
익펠라투라무스 : 초반 찌질하던 새끼가 결국 일 저지르고 온갖 폐급 짓 다 했으면서 마지막에 뭘 잘못했냐고 떠드네 ㅋ 역시 죽어야 함 ㅇㅇㅇㅇㅇ
한동안 잠잠하던 댓글창이 소란스러워졌다.
언제 최후를 맞이하나 기다리던 캐릭터의 죽음이 그 이유였다.
초반에 등장해서 잠깐 모습을 비추다 사라지는 것으로 끝날 줄 알았던 악역.
하지만 그 인물은 후반부까지 주인공을 따라오면서 온갖 악행들을 저지르고 다녔다.
일정 수 이상의 독자들이 지지하던 히로인까지 그 악역에 의해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고, 결국 소설의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주인공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조금 아쉬운데.”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자판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여태까지 한 편도 빼먹지 않고 모조리 정독하며 댓글과 추천을 꼬박꼬박 남기던 애독자로써 이번에도 댓글을 남겼다.
열심히읽는중 : 이번 편도 잘 봤습니다, 작가님.
결국 주인공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는 군요.
당연히 죽어 마땅한 캐릭터였지만 솔직히 조금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자꾸만 갑툭튀해서 주인공을 훼방 놓는 것도 좀 이상했고 캐릭터가 너무 단조로워서 후반부까지 남은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강렬한 이펙트도 주지 못 한 채 그저 삼류 악당에 머무르는 부분이요.
다른 악역들도 그렇고···.
여태까지의 내용은 대충 볼만 했습니다.
그런데 악역들이 너무 단조롭고 소모도 빨라 아쉽네요.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들이었다면 주인공의 원맨쇼로 버티는 글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후.”
글을 남긴 후 ‘작성 완료’를 클릭했다.
댓글이 올라가고 잠시 뒤, 여러 대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다, 악역들이 전부 재미가 없다, 등의 동조하는 글부터.
또 작가 납셨냐, 그럴 거면 네가 쓰라는 둥의 시비조 글까지.
물론 거기에 일일이 반응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 작가의 글을 읽는 독자로써 솔직한 감상을 비난이 아닌 비판으로써 예를 갖춰 이야기할 뿐, 다른 이들이 뭐라 하든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그저 지금 보고 있는 이 글이 이런 식으로 흘러갔으면 조금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애독자로써의 쓸데없는 상상만 할 뿐이었다.
―새로운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
화면 하단에 뜨는 알림 메시지.
일전에 응모했던 소설 이용권 이벤트가 당첨된 것을 아닐까 하고 쪽지창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보낸 이의 이름은 이벤트 배너 관리자가 아니었다.
쪽지를 보낸 이는 믿으십니까, 라는 인물.
다름 아닌 여태까지 정독하고 댓글까지 남겼던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의 아이디였다.
―믿으십니까 님이 보낸 쪽지
안녕하세요, 열심히읽는중님.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많은 조언과 비판글 남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려고 쪽지 드렸습니다.
더해서 이번에 남겨주신 댓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하고요.
소설을 보면서 작가가 이렇게 쪽지를 보낸 적은 처음 있는 일.
잠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간단한 인사말 후 아까 남긴 것처럼 몇몇 악역들의 캐릭터성이 단조롭다는 것과 너무 빨리 소모된다는 부분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차기작에서는 그런 아쉬운 부분이 보완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새로운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
그런데 다음 도착한 쪽지의 내용은 전혀 뜻밖의 것이었다.
―믿으십니까 님이 보낸 쪽지
악역들의 소모가 아쉬우셨다는 말씀이군요.
그러면 독자님이 한 번 살려보시겠어요?
“···화났나?”
쪽지 내용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작가가 독자에게 한다는 말이 살려보겠냐, 라니.
혹시 이쪽의 뜻이 곡해되어 받아들여진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조금 더 상세한 글을 쪽지로 남기려고 자판 위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이었다.
―――――――――――
“싫어요!
제발, 제발 놔주세요!
이러지 마세요!”
“아가리 닥쳐라!
평민 주제에 공자님께서 은혜를 내려 주시겠다는데 왜 자꾸 반항질인 거냐!”
그 말과 동시에 트레이가 다시금 여인의 몸을 힘껏 앞으로 내던졌다.
건장한 남성, 그것도 보통 이가 아닌 기사가 그렇게 던져대니 그에게 잡혀있던 여인은 짐짝처럼 나뒹굴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후.
그 애비에 그 딸년이라고.
고집은 황소고집이군.”
몸을 푼 트레이는 어서 제 작은 주인의 다음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옷을 찢고 먹음직스러운 새하얀 속살을 내보이라는 명령.
저항하면서도 결국 어쩌지 못하는 여인의 옷을 북북 찢는 손맛은 정말이지 짜릿했었다.
“공자님.
이제야 좀 조용해졌습니다.
다음 순서로 넘어갈까요?”
“···.”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잠시 제 작은 주인의 답을 기다리던 트레이는 그 기다림이 좀 과하게 길어지자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한 번 더 말을 걸어보았다.
“공자님?
다음으로 넘어가도 되겠습니까?”
“···.”
“공자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겁니까?”
“···.”
“공자님?”
“입 좀 다물어봐.”
그것은 여태까지 그가 들었던 제 작은 주인의 평소 목소리가 아니었다.
원래라면 눈앞의 식사에 잔뜩 흥분하여 잘게 흔들리고 있어야 할 텐데, 지금은 달랐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 거기에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잔뜩 찡그리고 있는 얼굴.
두 눈은 지그시 감은 채 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기까지.
작은 주인이 말하던 ‘식사’ 를 앞에 두고 보일 행동은 전혀 아니었다.
‘갑자기 왜 그러시지?’
바들바들 떨며 잔뜩 움츠리고 앉아있는 여인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그의 작은 주인은 자리에 앉아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저 거칠게 숨만 내뱉으며 이마를 쓸어 올리다가 얼굴을 감싸 쥐고 한숨을 내뱉고, 그러다가 다시 손을 치우곤 천장을 올려다보며 뭐라고 혼잣말을 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자리에 앉아있던 청년이 시선을 돌려 앞에 주저앉아있던 여인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항상 그러했듯 이제 좋다고 박수를 치며 어서 다음 순서로 넘어가자고 자신의 작은 주인이 외칠 것만 같았다.
“···아, 젠장.이건 아니지.”
하지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전혀 뜻밖의 것이었다.
“공자님?”
너무나 갑작스러운 말에 트레이는 무례를 무릅쓰고 제 작은 주인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순간, 자리에 앉아있던 청년이 안광을 번쩍이며 자신을 내려다본다.
설마 자신의 무례에 불쾌함을 느끼곤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리려 하는 것일까?
“···.”
청년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트레이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그 앞에 다다르자마자 바로 무릎을 꿇었다.
저 성격 지랄 맞기로 유명한 작은 주인을 허락도 없이 똑바로 쳐다보았으니 어떤 불호령이 떨어져도, 설사 그 어떤 손찌검을 당해도 인내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밖에 해가···.”
“예?”
“밖에 해가 떠있는지, 아니면 이미 저물었는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다.
무슨 지랄을 할지 몰라 속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이런 질문이 끝이라니.
속으로 안도하며 트레이는 해가 이미 떨어져서 어두컴컴한 밤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그러자 청년은 더욱 절망한 듯 ‘오오, 신이시여.’ 라고 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저, 갑자기 왜 그러시는 겁니까?
공자님?
시온 공자님?”
시온.
그래, 분명 그 이름이었다.
시온 클라우젠.
소설 초반부에 등장한 악역으로 잠깐 나왔다가 바로 소모될 한량아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이후 끈질기게 주인공을 괴롭히는 최악의 악역이 되는 소설 속 인물.
그 첫 등장은 소설 속 주인공인 김유현의 은인이자 스승이기도 한 라이도의 하나뿐인 딸, 루시아를 납치해서 범하려고 했다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온 김유현에 의해 묵사발이 나는 장면이었다.
그 일이 언제 벌어진 것인지 정확한 시간은 쓰여 있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루시아를 구출하여 데리고 나가는 와중에 달빛이 아름답게 그 둘을 비추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즉, 지금도 어딘가에서 그 무시무시한 소설 속 주인공이 미친놈처럼 내달리며 바로 이곳을 향해 똑바로 날아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발!’
시온은, 아니 이지훈은 욕설을 내뱉었다.
이건 꿈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기 에는 모든 것이 너무나 생생하다.
그걸 떠나서 소설 속 묘사와 모든 것이 동일하게 흘러가고 있다.
납치된 여인과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빛의 속도로 다가오고 있을 주인공.
그리고 그걸 전혀 모른 채 낄낄거리며 눈앞의 여인을 희롱하기에 바쁜 악역.
‘살아야 한다!’
보통 주인공이 아니다.
평범한 대한민국의 복학생에서 무림으로 강제 전이되어 그곳에서 지존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차원의 틈에 빠져 이번에는 이세계로 날아온 남자다.
검 한 자루만 있으면 그 어떤 적이라도 벨 수 있다 하여 붙여진 별호마저 검선이다.
지금 그런 놈이 제 스승의 딸을 구하기 위해 날아오고 있다.
지금 그런 무시무시한 놈에게 맞아 죽게 생겼다, 이 소리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이지훈은, 아니 시온은 머리를 싸매고 열심히 뇌를 가동했다.
시작부터 세계관 최강자과 원수지간 사이에 놓이게 생겼다.
차라리 시간 여유가 많았으면 김유현과의 만남을 피할 수 있기라도 했을 텐데.
이미 일은 저질러졌고 드래곤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남자는 지금도 이리로 다가오고 있다.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앞의 문을 가루로 만들고 들이닥쳐서는 자신을 곤죽을 내놓을 지도 모른다.
‘빌까?’
잠깐 정신이 나갔었다고 하고 잘못을 시인할까?
그렇게 생각한 시온은 소설 속 김유현의 모습을 떠올렸다.
생명을 함부로 거두지는 않지만 ‘처벌’ 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잔혹한 면모를 지녔다.
제 스승의 딸을 납치했다는 이유로 시온의 팔 한쪽을 잘랐다.
지금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을 주인공은, 그런 남자였다.
‘아니야, 그 김유현 성격에 아, 그러셨습니까.
개과천선이란게 있다고 이번 한 번은 봐드리지요.
라고 웃으면서 넘어갈 놈은 절대 아냐.’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시온은 꿀꺽 하고 마른침을 삼키고는 자신의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루시아와 공손한 건지 비굴한 건지 모를 분위기로 무릎을 꿇고 있는 트레이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트레이 경?”
“네, 공자님.”
역시나 이 기사의 이름은 트레이가 맞았다.
딱 2화분 출연하고 김유현에게 머리가 터져 죽는, 악당의 불쌍한 심부름꾼.
그 기사를 손짓으로 부른 시온은 옆에 놓여있던 촛대를 집어 들었다.
일렁이던 촛불을 후!
하고 입김으로 불어 끈 후 초를 빼버리고 그 대만 쥐어본다.
‘통할지 모르겠지만··· 방법이 없다.’
다행히도 이지훈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 있을 때 여러 사람들에게서 무척이나 유용한 가르침을 많이 받았었다.
“공자님?”
그리고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만 바라보는 남자의 머리통을.
있는 그대로, 아주 힘껏 후려쳤다.
“이런 멍청한 놈!
귀한 분을 잘 모셔오라고 했더니 이런 무례를 저지른 거냐!
이 천하의 쓸모없는 엑스트라 자식아!”
“깩!”
대한민국의 이지훈이 다른 이들에게 받은 가르침 중 하나는 바로 책임 전가.
혹은 ‘남 탓’ 이라고 불리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라도 항상 유용한 것이었다![작품후기]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