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0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06화(106/439)
106―――――
흑염룡과 흑화, 그 사이의 어딘가
릴리트와의 대화를 마무리 한 후, 시온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생각은 전부 마무리가 되었으니 이제 행동으로 옮겨 일단 간부터 볼 때였다.
그 때까지도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기사들을 잠시 둘러본 시온은 리시키다를 제외하고는 전부 밖에서 대기토록 했다.
기사들 역시 더는 위험한 것이 없다는 확신이 들자 근접 호위는 리시키다에게 맡긴 채 건물 바깥으로 나서서 일부는 입구를 지키고, 나머지는 마을에 불안감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마차로 돌아가서 대기토록 했다.
이제 남매의 집에 남은 건 시온과 릴리트, 그리고 리시키다와 벽에 기대어 서있는 김유현이 전부였다.
아, 물론 지붕 위에 리아가 자리하고 있었고 말이다.
“기사들을 전부 물리다니.
무슨 꿍꿍이지?
서, 설마 이 몸을 사냥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
참자, 빌어먹을.
참자!
사익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건 김유현 MK쩜2를 얻는 것과 거의 비슷한 일이다.
어렵지 않게 천족들을 격퇴하고 말 그대로 완벽한 안전 및 평화가 보장되기 전까지는 SSR 급 카드들을 모으고 또 모아도 부족한 형국이었다.
“하.”
김유현은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는 듯 이마를 감싸 쥐었고 리시키다는 매서운 눈빛으로 트리샤를 노려보았다.
천장에서 주변을 살피면서 내부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거리던 리아는 ‘냐앙?’ 하고 어이가 없다는 울음소리를 내었고, 릴리트는 쿡!
하고 짧은 웃음을 내뱉었다.
“트, 트리샤!
이 오빠가 적당히 하라고 했지!”
오히려 기절할 정도로 당황한 건 불쌍한 지미였다.
결국 그는 허둥지둥 하다가 트리샤의 정수리에 꽤나 아플 것 같은 꿀밤을 놓고야 말았다.
“으앗!
왜, 왜 때려!”
“예의를 지켜, 트리샤!
저 분은 우리 영지의 차기 백작님이시라고!”
“흥!”
“그 뿐이야?
나를 구해주신 분이야.
전쟁터에서 죽을 뻔한 이 오빠를 목숨까지 걸면서 구해준 분이라고!
이 이상 오빠를 곤란하게 했다가는 정말 화낼 거야!”
원래는 저 그림이 철없는 한 자릿수 여동생을 혼내는 성인 오빠이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시온이 보고 있는 그림은, 내일 모레면 성인이 되는 다 큰 처자가 중2병 짓을 하다가 나이차도 얼마 나지 않는 오빠에게 혼나고 있는 장면이었다.
‘적응이 안 된다.
현실 남매는 결코 저렇지 않다고.
소설이라지만 염병을 떨고 있네.’
그렇게 자기 최면을 하며 시온은 트리샤가 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제 오빠한테는 다크드래곤 트리샤가 아닌, 여동생 트리샤였는지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감히 이 몸을 때린 것이냐!’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알고 있어.
오빠를 구해준 사람이라는 거.”
“그러면 예의 바르게 굴어.
지금 네 언행은 내가 여태 네게 가르치던 올바른 여인의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
얼른!”
뭘 해도 밉다는 4살의 꼬마 숙녀와 그런 딸을 엄하게 가르치는 젊은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여전히 김유현은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었고 리시키다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
릴리트와 시온만이 조금은 고분고분해진 트리샤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고마워.
···요.
오빠를 구해주어서.
···요.”
지미가 눈을 부릅뜨자 마지못해 ‘요’ 까지 붙이는 트리샤.
정밀이지, 웬만한 귀족 가문의 자제였다면 바로 경을 쳐도 모자람이 없는 일이었지만, 시온은 좋게 좋게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 눈앞의 이 여자가 후일 제대로 흑화해서는 말 그대로 미친년이 되는 ‘사익’ 인데, 그 여자를 제 무기로 삼을 수 있다면 뭐든 못 하고 뭐든 못 받아주겠냐 식이었다.
“무척이나 위험해 보이는 다크드래곤도 감사 인사를 할 줄 아네.
원래 위대한 존재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해야 할 때 응당 그리 하는 법이지.”
“에?”
시온이 슬쩍 미소를 짓고 자신의 흑염룡 코스프레를 받아주자 살짝 당황한 기색의 트리샤.
그녀는 옆에 있던 지미의 눈치를 살피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요.
나는 위대한 의지를 잇는 존재이니까, 요.”
혹시 이 여자, 제 몸에 성흔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닐까.
본격적으로 성흔이 활동하여 각성하는 시기가 천족의 재림 후라고 본다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었는데, 또 아예 아니라고 볼 수는 없으니 골이 아픈 시온이었다.
“···내 오빠를 무사히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 요.”
“별 말씀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귀족이라는데 무척 부드럽네, 요.”
“너는 극히 평범한 영지민인데도 나를 어려워하지 않고.”
사실은 어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접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 중2병 캐릭터를 쓸 만한 카드로 만드는 방법은 역시 하나지.’
흑화 시켜서 각성하게 만드는 것.
대신 그 창끝을 이쪽이 아닌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지미.”
“네, 넵!
공자님.”
“사실 내가 여기까지 따라온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야.”
“이유라니요?”
“내 휘하에 리시키다가 경이 새로이 들어왔는데, 아직 스콰이어(Squire,종자) 가 없어서 말이야.
아직 적당한 사람들 찾지 못 했는데 딱 자네가 괜찮은 것 같더라고.”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스콰이어는 기사의 보조 업무를 맡는 이로써 동시에 견습기사 훈련을 받을 수도 있는 사회적 위치에 속하는 자리다.
즉 지미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하늘에서 호박이 넝쿨 째 떨어진 셈이었다.
“제, 제가 스콰이어를 말입니까?
아, 아니 제가 어떻게 그런 막중한 임무를···.”
“전장에서 싸우는 모습도 좀 봤고, 무엇보다 싸워서 이겨야 하는 이유가 확실한 녀석이었으니까.
내 선에서 그런 인재라면 딱 합격선이었거든.
어때, 리시.
스콰이어로 괜찮지 않아?”
리시키다와 사전 합의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부분.
하지만 그녀는 단 한 치의 불만사항도 드러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리시도 합격이라네.
그러면 이제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겠지?
어때, 지미.
스콰이어로 일하면서 견습기사 자격도 얻을 수 있을 텐데 생각 없어?”
“저, 저야 물론 시켜만 주신다면 영광이지만 재능 하나 없는 제가 무슨 스콰이어로···.”
괜찮아.
동생 잘 두는 것도 재능이니까.
원래 운도 재능이고 빽도 재능이라고 했다.
그래도 자신감이 없다면, 이번에는 다른 쪽을 노리기로 했다.
“흐음.
지미는 그렇다는데.
트리샤?
네 오빠가 그리도 재능이 없는 사람인가?”
“무슨 소리를!
비록 바보 같고 착하기만 한 오빠이지만 능력 하나만큼은 내가 인정한다!
요!
기사의 시종 정도는 눈 감고 다 할 수 있는 법이지!”
“그렇다는데.
지미 페이커.”
“그, 그래도···.”
“당연히 숙식 문제는 우리 클라우젠이 해결해준다.
성 내부에 집을 마련해줄 거고 거기에서 생활하게 될 거야.
혹 트리샤가 걱정이라면 같이 스콰이어를 해도 되고.”
“진심이십니까?”
“주, 주인님?”
화색을 보이는 지미와 달리 순식간에 대경실색하는 리시키다.
상급 기사인 그녀에게도 저 흑염룡 타령인 트리샤는 감당 불가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시온은 유감스럽게도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할 생각이었다.
‘미안, 리시.’
속으로 자신의 호위 기사에게 사죄를 하며, 말을 잇는다.
“이쪽의 의사는 전달했다.
남은 건 네 결정이야.
지금 당장 해도 되고, 시간을 좀 줄 수도 있지.
하지만 난 시간 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어쩌면 네가 늦장 부리는 사이에 다른 스콰이어를 뽑을 수도 있는 법이지.”
“그, 그렇죠.”
“알았다면 빠르게 결정 내려.
난 이 마을에서 30분 뒤에는 출발할 생각이니까.”
“···.”
“혹시나 짐이나 이사, 뭐 이런 걸 걱정하는 중이라면 그건 네가 아니라 내가 해결해줄 일이니 걱정 말라고 말해두마.”
그렇게 말한 시온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집 밖으로 향했다.
뒤를 따라서 릴리트, 리시키다, 김유현,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붕 위에 있던 리아가 훌쩍 뛰어내려서는 시온의 뒤를 따랐다.
“주인님.
정말 저 남매를 전부 제 스콰이어로 넣으실 생각입니까?”
“가능하다면.
왜, 리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주인님의 결정에 토를 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저 둘을 보자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둘 모두 딱히 기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렇습니다.
혹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지만···.”
아니, 정확하다.
리시키다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미도 그렇고 지금의 트리샤도 그렇고 둘 모두 기사가 될 재목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 수 외에는 딱히 저 남매를 빠르게 내 곁으로 붙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마침 리시키다에게는 여전히 스콰이어가 없는 상태이니 딱히 어느 누가 반발하거나 의심을 할 여지조차 없는 상황이다.
최대한 저 둘을 빠르게 끌어들여서 곁에서 바라보고, 차후 저 무서운 여자를 부릴 수 있게 준비도 해야 했다.
‘만약 이 수에 넘어오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 강제성을 띤 작전 밖에 없어.
부탁인데 그냥 넘어와라, 지미.’
시온은 슬슬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며 마차 안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30분이 거의 다 흘러갈 무렵, 마차 문을 조심스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지미 페이커가 왔습니다.”
리시키다의 말에 시온은 마차 문을 열고는 밖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듯 결심이 굳은 표정으로 서있는 지미가 보였다.
“대답.”
“하겠습니다.
하고 싶습니다.”
그래, 저런 대답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시온은 미소를 짓고는 대충 필요한 짐을 챙겨서 마차에 타라고 해두었다.
물론 동생인 트리샤도 함께 말이다.
나머지 짐들은 성에서 인부들을 보내 먼지 한 톨까지 전부 새로운 집으로 보내둘 테니 걱정 말라고 일러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
리시키다는 짐과 동생을 챙기러 집으로 뛰어가는 지미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스콰이어가 있으면 기사 입장에서도 편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일단 기사의 종자가 되면 일반 병사보다도 훨씬 더 고되고 힘든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견습기사’ 라는 자격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리시.”
“네, 주인님.”
“이리 가까이로.”
시온의 말에 리시키다는 조심스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둘 모두 네가 맡게 되면, 지미는 적당히 대해주고 트리샤는 미친 듯이 굴려.”
“···예?”
“그 녀석 입에서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혹독하게 훈련시키라고.
개인감정을 담아서 괴롭혀도 돼.
독기고 뭐고 가지지도 못 하게 완전히 밟아놔.”
“주, 주인님.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대신 지미한테는 무척이나 잘 해주는 모습을 보여.
트리샤에게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말이야.
물론 둘이 같이 있을 때에는 트리샤에게도 잘 해주는 모습을 보이고.”
리시키다는 도대체 시온의 진의를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에 시온은 손을 들어서 리시키다의 입술을 천천히 매만지기 시작했다.
“리시, 리시.
내 충성스러운 기사.”
“네, 네.
주인님.”
“네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다 알아.
하지만 지금은 전부 설명해주지 못 해.
나중에, 나중에 반드시 네 궁금증에 대한 답을 해줄 테니 말없이 따라주렴.”
그렇게 말하면서 지그시 쳐다보는 것은 필수적 요소.
아아, 하고 탄식을 내뱉은 리시키다는 멍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적인 이유고 뭐고 간에 일단 시온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좋아.
리시라면 분명 내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세요, 나의 주인이시여.”
리시키다의 대답에 시온은 그녀의 볼을 부드러이 쓸어주는 것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리고는 마차 안으로 들어가서 의자에 편히 기대어 앉았다.
‘후우.
이걸로 일단 미끼는 던져두었고.
이제 남은 건 흑염룡이 그걸 덜컥 하고 물어야 한다는 점인데.’
중2병 말기에 흑염룡 캐릭터를 밀고 앉아있는 트리샤를 자신이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유일하게 의지하고 또 따르는 관계를 지미에게서 빼앗아 그 자리에 자신이 앉는 것이었다.
‘리시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무척이나 따르고 또 의지하는 상대가 어느 순간 자신을 멀리하기 시작하면 거기서 얻는 절망감과 배신감이 정말 어마무시하지.
리시는 그래도 상급 기사에 아주 성숙한 여인이니 그냥 스스로가 못 났다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트리샤는 다를 걸.’
죽기 직전까지도 ‘아하하!’를 남발하며 히스파냐를 불태우던 여자다.
여태 믿고 따랐던 오빠가 갑자기 이상한 여자와 하하호호 하는 모습을 본다면 과연 제 오빠에 대한 환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참으로 궁금해졌다.
‘그렇게 지미와 트리샤의 사이가 벌어질 때 끼어드는 거지.
그리고 조금씩 잠식하고 또 확인시켜주는 거야.
너를 보호하고 또 감쌀 수 있는 존재는 오빠 따위가 아니라 바로 나.
시온 클라우젠이라고 말이지.’
아마 캐릭터의 구조로 보건데, 그리고 소설에서 행했던 지랄로 보건데.
트리샤는 리시마냥 결코 만만한 부하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시온이 이 방법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원래 악역 옆에 집착 죽여주는 캐릭터가 하나쯤은 있어야 최소한의 매너 아니겠냐.’
어째 스스로 지옥 길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흑염룡을 붙잡겠다고 결정했는데 그저 그런 관계로는 어림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집착하게 만들고, 너 아니면 안 되게 하며, 살짝 극단적으로 가자면 내가 가지지 못 하면 부숴버리겠다는 마인드까지 심어주어야만 했다.
그런 지극히 바람직한 사이가 되어야 훗날 남은 칠익들을 잡아 족칠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카드가 되지 않겠는가.
‘···이거 생각해보니 결국 또 여자 구하겠다고 온 셈이 되었잖아.
기껏 아니라고 분위기까지 잡아놓았는데.
이걸 릴리트님한테 어째 설명한다냐.
염병.’
날이 가면 갈수록 릴리트에게 갚아야 할 빚만 늘어가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정력에 좋은 음식을 지금부터 미리미리 먹어야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시온이었다.
―――――――작품 후기―――――――
또 다시 궁극기 쿨타임이 차고 있는데 말이죠.
추천수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쿨감이 너무 더뎌요!
추천···.
추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일러스트가 완성되었습니다!
보고 싶으면 역시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