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1화(1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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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은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당장 자신을 잡아먹을 듯 몰아붙이던 배다른 형이, 지금은 자신과 함께 공놀이를, 그것도 아주 즐겁게 하고 있는 중이었다.
방심이라도 하게 해놓고 갑작스레 심술이라도 부리는 건 아닐까 여전이 바짝 얼어있는 아덴이었지만, 곧 알 수 있었다.
시온 클라우젠, 자신의 배다른 형이자 그토록 자신을 싫어하고 증오하던 남자는.
지금 진짜로 자신과 놀아주고 있었다.
“제법이네?
너 정말 다섯 살 맞는거냐?”
“다, 다섯 살 맞아요.
아니, 맞습니다.
형님!”
“말투는 또 왜 그래.”
“이건, 이건 형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그만.
다시 애들 말투로 돌아간다.
그 오글거리는 말투 금지.
알겠냐?”
“아, 알겠습니다.
형님!”
시온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다시 한 번 대답해봐.’ 라고 말하자 아덴은 다급하게 말투를 다른 것으로 바꾸었다.
“네, 형!”
그 뒤로 두 형제는 다시금 공놀이를 시작했다.
다 큰 스무 살 청년이 이제 겨우 다섯 살인 동생과 놀아주는 중이니 당연히 시온이 그냥 설렁설렁 하고 있다고 생각할 테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타타탓!
슈슉!
타탓!
슉!
‘왓더 뻑?
저게 정말 다섯 살 먹은 애의 몸놀림이라고?’
혹 아이가 공을 놓칠까 살살 찼는데, 아덴은 그런 호의는 되었다는 듯 무척이나 날쌘 움직임으로 공을 캐치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앞을 가로막은 시온을 따돌리곤 화려한 드리블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건 전적으로 시온이 동생을 봐주어서가 아니었다.
‘···시온 클라우젠이 왜 이복동생을 그렇게도 미워했는지 이제 좀 알겠네.’
그저 이복동생이라서, 자신의 후계자 자리를 위협할까봐 아덴을 경계한 것이 아니었다.
마나 고자인 시온과는 달리 자유자재로 자신의 마나를 다루는 아덴 클라우젠.
덕분에 다섯 살이라는 무척이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다.
성인이 된, 그리고 후계 서열 1위인 자신은 단 한 톨의 마나도 다루지 못 하는데.
성인은커녕 아직 꼬마 티도 벗지 못 한, 심지어 장자도 아닌 녀석이 마나를 다룬다.
심지어 웬만한 기사들이나 마법사만큼 아주 자유자재로 말이다!
‘시온에게는 쥐 털 만큼도 없던 재능을 아덴이 전부 가져간 셈이구만.’
천재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지금도 저 정도일 텐데, 나이를 먹고 체계적인 수련을 거친다면 과연 그 미래가 어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시온이었다.
‘아쉽게도 시온의 등쌀 때문에 클라우젠 변경백령을 떠나고, 그대로 아덴의 이야기는 끝이 나서 그 후의 일들은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저건 하늘이 내린 재능이었다.
그걸 알아차린 순간, 시온은 반드시 저 꼬마 아이를 제 편으로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의 언급 후 사라진 등장인물이니 미래가 바뀌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고, 무엇보다 형제라는 강력한 연이 있기에 쉽게 곁에 붙잡아둘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실력은 어릴 때부터 보증되었으니 잘만 큰다면 김유현은 아니어도 ‘미니’ 김유현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었다.
‘망가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놀아주고, 많이 웃어야 한다!’
그리하여 반나절에 가까운 시간동안 시온은 아덴과 함께 미친 듯이 공놀이를 했다.
마침내 시녀들이 점심때라며 식사를 하셔야 한다고 찾아왔을 때까지, 형제의 불꽃 튀기는 공놀이는 끝날 줄을 몰랐다.
“헤헤헤!”
처음에는 꽤나 의젓해보였던 아덴도 결국에는 어쩔 수 없는 어린아이였다.
경계심은 봄볕에 눈 녹듯이 사라졌고, 걱정 가득하던 얼굴에는 밝은 빛만이 머무는 중이었다.
“헥헥헥!”
그리고 마나 고자인 시온은, 여름 땡볕에 얼음 녹듯이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시바!
좆됬다!
공놀이 하다가 내가 먼저 죽을 판이야!’
선천적으로 마나를 다루는데 뛰어난 아덴은 본능적으로 마나를 사용하며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온은 마나 한 톨 없이 오직 체력으로만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더 큰 문제는 시온 클라우젠이 마나 고자인 주제에 체력도 조루라는 것이었다.
괜히 작가 공인 ‘최약체’ 악역이 아니었다.
“헤헤!
형!
내일도 놀아주실 거죠?”
이런 젠장!
네놈이 나를 암살하려고 하는 것이 확실하구나!
공놀이 두 번 더 하면 정말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시온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시온은 부디 저 어린 녀석이 공놀이에 흥미를 잃기를 바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성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 식사 이후에는 작살난 체력이라도 좀 보충할 겸 성 내부의 서재에 틀어박혔다.
공자님이 갑자기 책까지 읽는다며 수군대는 시녀들의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지만, 사실 시온의 목적은 그냥 낮잠이나 잘까 해서 들어온 것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위장용으로 대충 굵직해 보이는 책 몇 권을 팔 사이에 낀 후 책상 앞으로 다가가서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허어미, 죽겠네.
어머니, 아버지···.”
“그 아버지 여기 있다만.”
···―(―)$―프로^!
아마 리히텐 변경백이 아니었다면 진작 쌍욕을 처박으며 정색을 했을 것이다.
사람이 있으면 인기척이라도 내야지, 변태같이 그걸 왜 지켜보고 있냐는 말이다!
“아, 아버지!”
“왜 그리 놀라느냐.
누가 보면 귀신이라도 본 줄 알겠구나.”
“그게···.”
“네가 서재에 들어온 것도, 그리고 책을 읽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구나.”
“예?”
“네 어머니가 죽은 이후로 내 말은 한 번을 듣지 않으며 되는대로 살아왔던 너였지 않느냐.
당연히 독서와는 담을 쌓고 지냈고 말이다.”
그렇게 말한 리히텐 변경백은 시온이 들고 온 책을 유심히 살펴봤다.
“천족과 마족에 대한 고찰, 이라.
꽤나 흥미로운 책이구나.”
“아, 이건···.”
차마 ‘이건 책이 아니라 베개입니다’ 라고 말할 수 없었던 시온은 갑자기 이게 자신의 시선을 확 잡아당겼다며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리히텐 변경백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제 라이도님이 다녀가셨다.
너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내게 알려주시더구나.
그리고 네가 진작 그 분의 정체를 예상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그런···.”
이런 망할 노인네.
그걸 바로 쫓아가서 샤바샤바 치고 앉아있냐!
속으로 괴성을 지르며 시온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라이도와 세바스찬도 흘려보낸 상황에서 또 다른 장애물이 자신을 가로막고 있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시온 클라우젠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아버지다.
“왜 그리 힘든 길을 선택했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해주겠느냐?”
다행히 리히텐 변경백은 아들의 변화를 의심하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당장 흘러나온 질문도 꽤나 호의적은 기운을 품고 있지 않은가.
‘다행인 건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시온은 어제 라이도에게 했던 말을 다시금 꺼내놓았다.
아무 것도 이룬 게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신처럼 죽을 수는 없으니 이제라도 스스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남자의 결심을 말이다.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리히텐은 읽고 있던 책을 소리 나게 덮은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온 클라우젠.”
“네, 아버지.”
“실은 오전 중에 누디아 왕국의 영지에서 서신이 도착했다.”
클라우젠 변경백령과 바로 맞대고 있는 적국의 영지.
그곳에서 서신이 도착했다는 건 아주 좋은 소식이거나, 혹은 아주 나쁜 소식이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번에는 전자가 아니라 후자였다.
“선전포고다.
저들은 평화가 아닌 전쟁을 택하겠다고 했다.”
“저, 정말입니까?”
놀라는 척을 했지만 사실 시온은 이미 이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다.
시온 클라우젠의 팔을 잘라버린 이후로 변경백과 원수가 되어야만 했던 김유현이 갑자기 변경백령의 구원자가 되는 무대, 바로 누디아 왕국과의 전면전이었다.
“선전포고를 했다는 건 진작 저들이 전쟁 준비를 마쳤다는 소리겠지.
아무래도 조만간 쳐들어 올 것 같다만, 시온 네가 보기에 어느 지점에서 방어를 하면 좋겠느냐?”
“제가 보기에는···.”
잠깐, 소설에서는 분명 변경백령이 역으로 선제공격을 가했는데?
갑자기 방어 지점을 논하는 리히텐 변경백이라니, 시온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챘다.
라이도의 말마따나 클라우젠 가문은 애써 숨기고는 있지만 무인 기질을 타고난 곳이다.
적이 나타나면 영지로 쳐들어오기 전에 먼저 찾아가서 그 머갈통을 부숴버리는 것이 바로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오랜 역사이자 전통이었다.
소설에서도 리히텐 변경백은 선전포고를 받자마자 바로 선제공격에 들어가서는 누디아 왕국에 엄청난 피해를 가하는 데에 성공하기는 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는데, 미처 예상치 못한 적 기사단의 기습으로 전열이 와해되고 변경백 자신까지 포로로 붙잡힐 뻔 했던 것이다.
그 순간에 나타나서는 누디아 왕국군을 그야말로 학살한 것이 바로 김유현.
일반 병사도, 훈련이 잘 된 기사도 주인공의 검 앞에서는 공평하게 잘려나갈 뿐이었다.
그렇게 변경백과 그 군사들을 구원한 김유현은 시온 클라우젠의 팔을 잘랐음에도 불구하고 리히텐 변경백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고 왕국 중앙의 왕성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렇게 리히텐 변경백의 비극이 시작되었고 말이지.’
자신의 팔을 자른 원수를 살려 보냈다며 노발대발한 시온 클라우젠은 결국 제 아비를 죽인다.
절대 용서 받지 못 할, 천인공노한 패륜을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껍데기는 비록 예전의 시온 클라우젠일지 몰라도 내용물은 소설 내용을 전부 알고 있는, 작가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마저 애독자라고 인정해준 진성 변태 독자였다!
“아버지.”
“말하거라.”
“적들이 선전포고를 했다는 건 침공 준비를 거의 끝마쳤다는 소리일 겁니다.”
“그럴 것이다.
준비를 다 했으니 이렇게 대놓고 공격하겠다고 하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저희가 역으로 치는 건 어떻겠습니까?”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지혜, 그 첫 번째.
나보다 위에 있는 상대의 의중을 이미 알고 있다면 그것을 십분 활용하라.
“역으로 공격을 한다?”
“적들은 분명 자신들의 갑작스러운 선전포고에 저희가 당황했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바로 이때에 놈들의 주둥이에 주먹을 꽂아주면 놈들의 예기를 시작부터 꺾어버릴 수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방책이구나.
확실히 그게 클라우젠 가문답긴 하지.”
턱을 만지작거리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리히텐 변경백.
그러면서 그는 속으로 시온을 내심 대견하게 생각하는 중이었다.
마치 자신의 의중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원하는 바를 콕 짚어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
라이도의 말이 그저 빈말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변경백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군사들과 패기로는 부족하지.
내가 보기에는 하나가 더 필요할 것 같다만.”
“그러십니까?
사실 저도 하나가 더 필요하면 좋겠다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현재 적의 영지에는 누디아 왕국이 비밀리에 보낸 1개 기사단이 대기 중이다.
기습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가던 변경백령의 군사들이 순식간에 패잔병이 되어버리는 데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무력 단체.
하지만 그들은 김유현에 의해 그야말로 미세먼지 수준으로 공중분해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래, 네가 필요한 그 하나가 무엇이더냐?”
“최근에 라이도님께서 제자를 두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제자를 데려오면 전력에 꽤나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버지.”
“그러고 보니 라이도님께서 말년에 제자가 생겼다고 투덜거리던 때가 있었지.
그래도 표정으로는 무척이나 즐거워보이던 것이 그 청년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야.”
“제게도 그런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한 적 없다.
그냥 소설에서 봤을 뿐이다.
“네가 생각하는 그 하나가 라이도님의 제자를 말하는 것이었구나.
흐음, 나와는 조금 다른 의견이구나, 시온 클라우젠.”
“아버지는 누구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안 봐도 비디오였다.
변경백이 선택할 인선은 라이도, 아니면 세바스찬.
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시온 클라우젠.”
“예?”
“난 너를 필요로 한다는 거다.
시온 클라우젠, 바로 너를 말이다.”
“···?”
리히텐 변경백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온 순간, 시온은 그대로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었다.
창칼이 오고 가고 사람 목숨이 파리만도 못 하게 사라지는 곳이 바로 전장이다.
그곳에 마나 한 톨 다루지 못 하는 자신이 가야 한다고?
“아버지,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여태까지 너 스스로를 숨겨온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
너도 이제 스무 살 청년이고 성인이다.
이제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마음껏 날개를 펼쳐도 된다, 이 말이다.”
아니, 저기요?
리히텐 변경백님?
아버지?
저는 애초에 날개가 없는 놈이라고요.
마나 고자에 체력은 조루인데 뭔 전쟁이냐고요!
아이고, 이 멍청한 놈아!
그러게 왜 나대서 이 모양이냐!
아버지, 제가 죽는다고요!
제가 죽는다고요!
“아버지, 저는 전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한 번은 겪어봐야 할 첫 경험이다.
나도 함께 갈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안심하라는 듯 제 아들의 어깨를 토닥이는 리히텐 변경백.
하지만 시온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기껏 살기 위해서 온갖 괴물들을 만나서 입까지 나불거렸는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전쟁터로 끌려가게 생겼다.
마나 한 톨 못 다루고, 다섯 살 난 동생한테 공놀이로도 줫발리는 체력 조루로 말이다!
‘···안 되겠다.
정말 뭐라도 어떻게 해야겠어.
마나도 없이 살 수는 없겠다, 시발.’
[작품후기]다음편은 오후 1시 전후로 해서 올리겠습니당···.선작과 추천, 댓글은 항상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