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1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13화(113/439)
113―――――
달빛이 참 좋구나
‘보통 정도의 마나를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 기연을 만나서 강해지는 경우는 꽤 있었어.
다들 얼마 가지 못 해서 김유현에게 아웃되거나 역으로 악역들한테 제압당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딱히 무게 없는 조연들, 혹은 잠깐 거론되는 캐릭터들이었다.
애초에 정갈한 마나를 체내에 가득 쌓은 것이 아니라 특수한 뭔가를 이용해서 일시적으로 마나의 양을 높인 것이었으니, 역으로 그게 없어지면 순식간에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염병.
결국 전부 기본적으로 체내에 마나 정도는 다 가지고 있던 놈들이잖아.
이 몸뚱이처럼 아예 마나가 없는 놈들이 아니었다고!’
2에 10을 곱하면 20이고, 하다못해 1에 10을 곱해도 10은 된다.
하지만 처음 수치가 0이라면, 거기에 어떤 숫자를 곱해도 결국 값은 0이 나온다.
지금 시온의 상태가 딱 그러했다.
무슨 지랄을 해도 0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
‘결국 기존의 마나를 뻥튀기 해주는 마법 무구들이나 아티팩트 같은 건 내게는 아무런 쓸모도 없다는 소리지.
남은 건 원래 있는 뭔가를 내게 더하는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건데.’
대륙 위에 존재하는 그런 보조 마법 무구들은 전부가 기존에 있는 마력을 증폭시키는 데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애초에 마나가 1도 없는 놈한테까지 친절할 필요는 없었고, 마나 고자인 이 몸이 흔한 것도 아니니 그런 무구를 만들겠다고 배려할 이유도 없었다.
“시펄···.”
시온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나마 루시아가 여러 고생 끝에 만들어준 망토가 있으니 마법 한 방에 삭제될 일은 없겠지만, 그것도 루시아 수준의 마법 정도만이 한계였다.
그녀가 라이도의 피를 이어받아 마법에 제법 일가견이 있기는 하지만, 시온은 그게 루시아의 본 재능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망토는 어디까지나 마법만을 막을 뿐이다.
아까 전의 트리샤와 같이 무지막지한 괴물 놈이 전차마냥 육탄전으로 달려든다면 자신으로서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수준이었다.
‘혹시 소설에서 지나가는 뭐라도 도움이 될 만 한 건 없나?’
응, 없어.
있을 리가.
애초에 이 소설은 세계관 최강자로 성장하는 김유현의 일대기를 묘사한다.
시온마냥 마나 조루가 아니라는 소리고, 이런 일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나마 김유현 주변의 아군들이 쓰던 마법 무구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그건 현재의 시온에게 있어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쓸 수 없는, 레벨 제한 있고 직업 제한도 걸려있는 아이템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아.
아쉬운 대로 그것들이나 구해서 얘들 스펙업이나 시켜야지.’
오늘 느낀 건데, 리시키다나 루시아의 스펙이 조금 아쉬웠다.
리아야 성체가 되면 본격적으로 ‘번개의 선택을 받은 아이’ 라는 칭호가 발동되고, 릴리트는 애초부터 비교 불가능의 강자이니 괜찮지만 둘은 달랐다.
일단 인간이라는 명확한 한계, 거기에 더해서 하나는 소설 초반부에 일찌감치 퇴장하여 성장 가능성도 제대로 시사되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마법이 자신의 최고 무기인 줄 알고 끝까지 거기에만 집중하다가 역시 리타이어했다.
즉, 둘 모두 시온이 자극을 주지 않거나 조언을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거기에서 머물 확률이 무척이나 높다는 소리였다.
‘절대 안 돼.
암, 절대 그래서는 아니 된다, 이것들아!
끝까지 함께 가야지!’
자신의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었고, 또 계속 도움이 될 여인들이다.
시온은 가능하다면 그 어떤 카드라도 알뜰하게 써먹어서 계속 살아남을 계획이었다.
당연히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등 따스하고 배부르게 말이다.
‘그리고 뭐··· 모두가 내 여자들인데 사내새끼로서 당연히 챙겨야 하는 법이지.’
아들, 혹시나 사고 치면 무조건 그 여자 데려오렴.
남자가 되어서 제 여자 챙기는 건 당연한 거야.
만약에 여자 내팽겨 치면 그 때는 등에서 아주 불벼락이 날 줄 알고.
오랜만에 떠오르는 어머니의 말씀에 시온은 온 몸을 잘게 떨었다.
고작 등짝 스매싱 가지고 뭘 그리 호달달 떠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일단 한 번 맞아보고 그런 소리를 해보라고 외치고 싶은 시온이었다.
아무튼, 거사를 치렀으면 응당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지닌 시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리시키다와 루시아는 자신이 무조건적으로 데리고 가야 할 ‘내 여자’ 들이었다.
‘야발.
사실은 내 목숨부터 걱정하는 게 맞긴 하지만.’
둘 모두 자신이 안전하면 자연스레 리타이어 할 걱정이 없는 여인들이다.
반대로 자신의 목숨이 간당간당 하다면, 진작 그 둘은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시온 혼자만의 안전이 아닌, 자신을 따르는 모든 이들의 안전까지 책임져야만 했다.
이것이 가장의 무게라는 것인가, 하는 개소리를 하며 시온은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에 처박혀서 고민만 한가득 하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고, 이런 야밤에 싸돌아다니는 건 딱히 하지 않던 짓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오늘은 안 하던 짓 해보고 싶다는 남자의 본능이 치밀어 올라서였다.
오후의 햇살과는 전혀 다른,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달빛과 별빛이 반짝인다.
원래부터 성 안 사람들도 잘 오지 않는 정원의 한 구석이라 조용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어둠과 함께 어우러져 있으니 전혀 다른 곳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서늘한 밤공기와 함께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이 뒤죽박죽이던 머리를 진정시켜준다.
시온은 정원의 풍경을 멍하니 감상하며,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들었다.
‘나름 잘 버텼네.
정말 여기까지 올 줄이야.’
솔직히 릴리트를 아무 문제없이 받아들였을 때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누디아와의 전쟁이나 리시키다 줍줍은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고, 그 루시아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먼저 안아달라고 앙앙거릴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 했다.
그 뿐인가?
왕궁 습격 사건도 그렇고, 노예 시장건도 그러하며 클라우젠의 몬스터 공격까지.
여러 가지 우연과 상황이 딱딱 맞아 들어가서 거의 문제없이 잘 정리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바네사 왕녀나 헬렌과도 접점을 만들었고, ‘사익’ 트리샤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수확은, 주인공인 김유현의 경계를 누그러트리고 이쪽에 대해 완벽한 신뢰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호감을 사두는 데에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김유현이 없으면 천족들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없다는 것에서, 그를 옆에 둘 수 있다는 건 시온에게 있어 정말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이제 북부의 야만족 문제와 얼마 후 일어날 남쪽 해적들의 준동까지 잘 막아내고, 이종족 문제까지 해결하면 히스파냐는 아무 문제없이 대륙 대전쟁 시기를 맞이할 수 있어.’
원래라면 히스파냐는 나라가 반쯤 초토화된 이후 대륙 대전쟁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북쪽의 야만족 준동과 귀족 반란, 남쪽의 해적, 그리고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붕괴까지.
그 상태에서 ‘모든 소행이 마족들의 짓이었다!’ 라는 헛소문에 속아 넘어가 있는 힘, 없는 힘 전부 끌어 모아서 마족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공을 세우고 싶어 안달이었던 루드비히와 역시나 왕이 되기 위해 결정적인 공이 필요했던 에라더 왕자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신중파인 바네사 왕녀에게 힘이 실렸어.’
그것도 전부 자신의 작품이었다.
이렇게까지 연쇄 반응을 노리고 한 일들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결정이 되었다.
“잘 해내고 있어.”
시온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입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놀라지 않았다고, 겁먹지 않았다고 한다면 다 거짓말이다.
솔직히 처음 김유현을 봤을 때에는 진짜 조금 지렸을 정도였다.
까딱 하다가 바로 목이 날아갈 판국이라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심지어 자신은 소설 속 시온 클라우젠, 최약의 악역이 아니라 세계관 최강자의 조력자로 자리잡고 있는 중이었다.
‘영리한 악당은 결코 자신을 악당이라고 안 해.’
세상 멸망, 내지는 세계 정복.
그것들은 삼류, 이류 악당이나 내뱉는 개소리일 뿐이다.
세상을 왜 멸망시키나, 세계를 왜 정복하나.
둘 모두 피곤하기만 하고 얻는 것 하나 없는 일들인데.
최고로 재미있고 또 편한 일이 바로 비선실세임을, 시온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영웅의 뒤에 숨어서, 내지는 영웅 행세를 하면서.
추종자들에게 받아먹을 거 다 받아먹고 반대하는 자들에게는 있는 죄 없는 죄 다 뒤집어씌울 것이다.
‘작가 놈 보란 듯이 성공해준다.’
살려보시겠어요?
라는 작가의 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했다.
대충 보면 그냥 질문을 던진 것에 불과한데, 또 다르게 보면 도발하는 것 같았다.
독자인 네가 작가인 자신보다 더 잘 해낼 수 있겠냐고, 한 번 해보라고 비웃듯이.
바스락―.
시온이 딴 생각을 하느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 한 사이.
한 그림자가 조심스레 그의 뒤로 접근하고 있었다.
어찌나 조용히 다가오는지, 풀을 밟는 소리가 바람 소리에 묻힐 정도였다.
당연히 시온이 그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결국 그는 정체불명의 이에게 등 뒤를 허락하고 말았다.
덥석!
“게엑!”
갑자기 목을 조르는 듯한 감각에 시온이 깜짝 놀라서는 버둥거린다.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그래도 안 되자 비명이라도 지르려 했지만 뭔가가 확, 하고 입을 틀어막아서 그마저도 실패하고 말았다.
‘시펄!
뭐, 뭐야.
뭐냐고!
설마 납치?’
처음 든 생각은 이전에 자신을 노렸다는 천족들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자신에 의해 왕궁은 물론 클라우젠 영지까지 어떻게 하지 못한 급진하 요정 놈들.
그 둘의 공통점은, 자신을 재차 제거하려고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크윽!’
움직임을 제한하고, 소리까지 내지 못 하게 만드는 것을 보아하면 일단 그 의도가 심히 좋지 않다는 건 코찔찔이가 와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시온이었지만, 상대의 힘이 워낙 강해서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이제는 시야까지 허락지 않겠다는 듯, 손바닥이 시온의 눈을 가려버렸다.
‘···이런 우라질.
서, 설마 이렇게 그냥 뒈지는 건가?’
염병, 너무 안일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갑자기 시온의 몸이 풀밭 위로 넘어가더니 그대로 자리에 누운 형국이 되었다.
그리고는 아주 잠깐 시야가 보이는 것 같더니, 다시 뭔가에 의해 어두컴컴함이 찾아들었다.
‘···뭐지?’
뭔가 이상했다.
아주 이상했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 했는데 달콤하면서도 묘하게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진하게 감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곧이어 축축한 뭔가가 코와 인중, 그리고 입술을 적셔 내렸다.
말캉하고, 따뜻하고, 뜨겁고, 달콤하며 열기를 뿜어내는, 움찔거리는 뭔가.
입술의 틈 사이로 액체가 조금씩 스며들자 시온은 저도 모르게 그걸 혀로 살살 맛보았다.
이렇게 달짝지근한 뭔가를 맛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기에 시온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흐읏!”
그 순간,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어랍쇼?
하고 시온이 손을 움직이려는 찰나.
그의 눈을 가리고 있던 말캉한 살들이 치워지고 곧이어 달빛이 반사되어 부서지는 듯한, 찬란하게 반짝이는 은빛 폭포수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안녕.”
루비를 박아놓았다고 해도 누구나 다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붉은 눈동자.
도톰해 보이는 입술에서 나온 그 안녕이라는 말 하나에 수많은 남성들이 넘어가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애초 풍기는 분위기가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마당에 달빛을 받고 있으니 정말 여신이 강림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리, 리이트이?”
시온의 말에 서큐버스 퀸, 릴리트가 아찔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시온.
조금만 더.”
“으에?”
“혀, 다시 내밀어줘.
핥아줘.
그거 기분 좋아.
으응···.”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릴리트는 제 음부를 시온의 입 주변에 두고는 허리를 살살 돌리고 있었다.
덕분에 여인의 아찔한 향기와 함께, 서큐버스 특유의 달콤한 애액이 흘러들어온다.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그 무시무시한 유혹에 시온은 절로 제 똘똘이가 웅장해지는 느낌이었다.
일단 비켜달라고 할까 잠시 고민한 시온이었지만, 등신같이 그걸 바깥으로 내놓지는 않았다.
이 분위기를 깨는 것이나 여인을 밀쳐내는 건 ‘신사’ 로써 예의가 아니었으니까.
츄릅―.
시온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혀를 내밀어서 촉촉이 젖은 여인의 균열을 핥아주었다.
그러자 릴리트는 허리를 곧게 피더니 하으으!
하고 만족에 겨운 신음을 내질렀다.
마치 오래된 갈증이나 불만족이 해소된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점령하고서 엉덩이를 흔드는 여인.
불편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불쾌함보다는 쾌감이 더욱 컸다.
이렇게 아찔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가진 여성이 제 음부를 자신의 입에 가져다대고는 자신의 혀에 몸을 떨며 연신 쾌락에 겨운 신음을 내뱉고 있었으니까.
‘릴리트님의 모습이 잘 안 보이는 것만 빼면 다 좋은데.’
무아지경으로 허리를 흔들고 있는 릴리트 덕분에 시온은 그녀의 모습을 잘 볼 수가 없었다.
보일라치면 그녀의 가랑이가 시야를 가려버렸으니까 말이다.
결국 시온은 슬며시 손을 들어 그녀의 옆구리를 톡톡 건드렸다.
이만하면 되었으니 좀 내려와달라는 뜻이었다.
“아응?
아, 미안.
너무 기분 좋아서.”
그제야 조금이나마 이성이 돌아온 듯, 릴리트가 부끄러운 목소리로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긴 은색의 실이 늘어지며, 여인의 둔부가 얼굴에서 떨어지자 그제야 시온은 릴리트의 아름다운 자태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와.’
이건 너무 사기적이라서, 욕설조차 안 나오는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