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1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14화(114/439)
114―――――
달빛이 참 좋구나
평소 릴리트는 검은색 옷을 고집했다.
그게 자신의 패션 감각에 가장 어울리는 옷이라나.
물론 외모고 몸매고 너무나 완벽한 존재라 드레스를 입든 거적때기를 입든 소화가 가능했으니 딱히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서있는 릴리트는, 남자에게 너무나도 해로운 요물이 되어 있었다.
달빛이 비치는 정원 아래, 하얀 셔츠 한 장만을 걸친 여인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의 그 자신만만하고 살짝은 도도한 느낌까지 드는 미소 대신, 입가에 머무르고 있는 건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우면서도 상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행복한 웃음.
반짝이는 루비 눈동자에서는 꿀이 뚝뚝 흘러내릴 듯 너무나도 달콤해보였고, 밝은 달빛을 받은 머리는 그야말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은빛으로 찬란하게 부서져 내렸다.
비단결과 같은 백옥 같은 피부는 은은한 월광을 받으며 더욱 도드라졌고, 얇은 셔츠 너머로 언뜻 보이는 여인의 굴곡과 속살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만약 머리에 솟은 뿔이 아니었다면, 천사나 여신이 이 땅에 내려왔다고 해도 누구나 다 믿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런 제 모습을 마치 자랑하듯 살짝 도발적인 자세가 여인의 매력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심장아, 나대지 마.’
시온은 저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잡았다.
여태 엄청난 미인들을 데리고 다녔는데, 이렇게나 심장에 해로운 광경은 본 적이 없었다.
이대로 계속 릴리트를 보고 있다면 우리 똘똘이에게 무리가 올 것 같아 시온은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조금만 진정해보기로 했다.
‘쓰읍, 하아.’
···시펄, 진정이 되기는 무슨.
어서 눈을 뜨고 자신의 앞에 서있는 저 여인을, 아니 여신님을 보고 싶어 죽겠는데.
“뭐해?”
릴리트의 입에서 행복한 기운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시온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번쩍 뜨고는 다시 위를 바라보았다.
허리에 양 손을 가볍게 올린 채, 내 모습이 어떠냐고 묻는 듯 릴리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저.
릴리트님.”
“응응.”
“···그, 속옷···.”
시온의 말에 릴리트는 ‘응?’ 하고 제 몸을 살핀다.
그러다가 씨익, 하고 미소를 짓고는 슬며시 몸을 숙이고는 시온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는 단추가 다 풀린 위쪽 부분을, 다른 손으로는 아슬아슬하게 밑을 가리고 있던 셔츠자락을 붙잡고는 입을 열었다.
“안 입었는데.”
떠흛!
또 다시 엄청난 데미지가 심장에 가해졌다.
이렇게나 무서운 여인일 줄이야.
잘못하면 정말 심장 마비로 죽는 건 아닐까 싶었다.
꿀꺽―.
시온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는 릴리트의 몸을 살폈다.
단추 하나에 셔츠 앞섬이 아슬아슬하게 잠겨있었고, 나머지는 활짝 벌어져 있었다.
그 사이로 여인의 풍만한 가슴이 다 드러나 있었고 분홍빛을 머금은, 조그마하면서도 예쁜 과실이 보일락 말락 자리하고 있었다.
밑을 따라서 군살 하나 없는 여인의 배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다가, 다시 더 시선을 내려 보면 달빛을 받아서 더욱 반짝이는 물기로 흥건한 릴리트의 음부가 언뜻 모습을 비추었다.
한편, 시온의 이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던 릴리트는 쐐기를 박겠다는 듯 시온의 위에 올라타서는 그와 시선을 나란히 했다.
“오늘 나 하마터면 인간 여자한테 걷어차일 뻔 했어.”
“어, 아···.”
“난 잘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나가 똑!
하고 바닥이 나는 거 있지.”
“그, 그랬죠.
그래서 제가 막아드렸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자, 시온.
문제 하나 낼게.
과연 내 마나가 왜 바닥이 났을까?”
너무나 뻔한 질문, 그리고 뻔한 대답.
시온은 침음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저, 저 때문이죠?”
“그래.
네가 자꾸 나만 바라봐주지 않으니까.
다른 여인들한테도 신경을 쓰니까 그런 거야.”
“···죄송합니다, 라고 하면 받아주실까요.”
“무슨 소리를.
넌 내게 사과할 필요 없어.
계약을 한 서큐버스를 안는 건 어디까지나 남자의 마음대로야.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어.”
그렇게 말한 릴리트는 천천히 시온의 손을 붙잡아서 자신의 가슴골에 가져다 대었다.
따스하고, 비단처럼 부드러운 살결 위에서 콩닥거리는 심장의 고동이 느껴진다.
“하지만 만약에, 상대가 나와 동급의 강자였다면.
내가 마나를 다 소모한 순간 나는 분명 그 자리에서 죽었을 거야.”
릴리트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시온의 머릿속에 벼락이 쳤다.
거대한, 아주 거대한 천둥벼락이 말이다.
‘아아.’
잊고 있었다.
이 여인이 그저 자신 옆에 머무는 이유가 호감이 있어서가 아님을.
릴리트는 시온이 없으면 말라비틀어지다가 결국 본성만 남은 마물로 변하게 된다.
동시에, 그녀는 이제 모든 힘을 시온 자신과의 관계에서 얻는다.
자신에게는 그저 가끔 가지는 여인과의 관계가, 그녀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일이었다.
‘만약 오늘 상태가 완전히 각성한 트리샤였다던가, 아니면 다른 칠익이었다고 한다면···.’
릴리트는 분명 죽었을 것이다.
몸에 항상 마나가 돌고 있었다면 그리하지 않았을 텐데, 자신이 그녀에게 소홀히 해서 가장 처음부터 자신과 함께했던 이를 잃는 것이었다.
“···.”
시온은 말없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손끝에서 전해지는 릴리트의 심장 고동에 집중했다.
그래, 저 심장은 오롯이 자신을 위해서 뛰고, 또한 자신만이 뛰게 만들 수 있다.
그걸 알기에 이 여인은 그렇게나 자신을 위해 여왕으로써의 자존심도 내려놓고 위해주었는데, 시온 자신은 그런 그녀를 자칫 위험에 빠트릴 뻔 했다.
“릴리트님.
저···.”
“쉿.”
시온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릴리트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시온의 말을 제 검지로 막아 세웠다.
“혹시나 사과할 생각이라면 그만 두렴.
그런 말 듣자고 내가 이러고 있겠니?”
“그게···.”
“난 괜찮아.
어쩔 수 없는걸.
이게 예속의 계약을 한 서큐버스의 현실이니까.
하지만 괜찮아.
그래도 난 네가 좋거든.
매일 안아주지는 않지만···.
마족이라고 해서, 서큐버스라고 해서 이상한 눈으로 보지도 않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네가 좋아.
그러니까.”
샤아아―.
한 줄기 미풍이 불며 정원에 서로를 품은 채 앉아있는 남녀를 훑고 지나간다.
릴리트가 바람에 휘날리는 제 머리를 뒤로 부드럽게 쓸어 넘기며 시온의 볼을 어루만졌다.
“너도 그냥 지금처럼, 그 대신 계약이 끝나는 그 날까지 나를 대해주었으면 좋겠어.”
“···물론, 가끔 가다가 이렇게 연인 분위기도 내면 더 좋고.”
릴리트가 시온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왔다.
평소의 그녀가 바라던 진한 키스가 아닌, 짧고 간결한 마주침으로.
가벼운 장난에 불과한 말들이었으니,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말로써 하는 대답 대신 앞의 마족 여인을 끌어안았다.
“···시온?”
너무 소설 속 캐릭터로만 생각하고, 그렇게 대하려고 했으며 그렇게 이용하려고 했다.
사실 릴리트를 이렇게 챙기는 것도 김유현을 제외한다면 가장 강한 캐릭터라서.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써먹을 수 있는 카드이니까 미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사심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녀를 특별히 대해주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릴리트가 서큐버스 퀸이기에, 가장 이용가치가 높기에 그런 것이었다.
‘병신 새끼.’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진짜 이세계의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소설 속 캐릭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여기가 아니면 결코 살 수 없는 놈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며 결정하고 행동해야만 했다.
그래서 자신은 시온 클라우젠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서 지내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정작 다른 이들을 대할 때에는 너무 외부인처럼 대했어.’
시온은 그게 더는 의미 없는 짓임을 자각했다.
진심으로 살아남고 싶다면, 진심으로 대해야만 했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진정한 의미로 ‘사는 것’ 이 되니까.
자신에게 내려진 이 상황은, 소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을 겪어야 했으니까.
“릴리트님.”
“응?”
“진짜 아름다우세요.”
“···어?
으응?”
릴리트가 시온의 변화를 눈치 챈 듯 당황한 목소리를 낸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나, 나오는 목소리에 전과는 또 다른 감정이 섞여있었다.
상대의 호감을 사기 위한 약간의 가식조차 전부 사라지고, 이제는 정말 한 여인을 두고서 남자로써 말하는 본심이라고 해야 할까.
릴리트는 잠시 동안 자신을 끌어안은 제 남자를 바라보다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걸 이제 안 거야?
진짜, 바보라니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시온은 슬쩍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입술로 쓰다듬었다.
학!
하는 소리와 함께 여인이 잘게 몸을 떨자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배고프시죠?
오늘 거하게 한 판 하셨잖아요.”
“당연히 배고프지.
너무 배고파.
밤새 먹고 싶고, 또 밤새 먹히고 싶을 정도로.”
“너무 밝히시네.
우리 여왕님.”
“으읏···.
놀리지 마!
이건 생존하고 직결된 문제거든?”
릴리트가 뾰로퉁한 얼굴을 해보이며 시온의 목에 제 팔을 둘렀다.
언뜻 보면 토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면서 입 꼬리는 올라가 있고 남자를 안고 있는 팔에는 가볍게나마 힘이 들어가 있다.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린 시온은 릴리트를 조심스레 안아 들었다.
혹시나 한 번에 못 들면 진짜 개망신인데,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이 몸뚱이는 검술을 단련했던 몸답게 기본 체력은 아주 충실히 가지고 있었다.
‘마나만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뭐, 그랬다면 역으로 릴리트님도 그렇고 다른 인연도 닿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아.
오히려 이게 새옹지마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정원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릴리트가 도리질을 쳤다.
“여기서 하자.”
“···예?”
“바깥공기 좋잖아.
달빛도 좋고, 별빛도 좋고.
밤하늘에 부는 선선한 바람도 좋고.
그리고 시온 너도 좋고.
모든 게 완벽한데?”
“그, 그래도 밖에서 하기는 조금···.”
“어머.
이미 이 여왕님의 꿀을 잔뜩 먹어놓고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그건 릴리트님이 반 강제로 부비적 한 겁니다!”
“그래서 네 죄는 없다?”
물론 그건 아니다.
사실 시온도 그 때는 정말 열심히 혀를 놀렸다.
서큐버스 퀸이 흘리는 애액은 남자라면 절대 무시할 수가 없는 마약이었으니까 말이다.
“응?
시온.
여기서 하자, 여기서.”
“아니, 그래도···.”
혹시 다른 여자나 혹은 성 안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하냐는 말을 하려던 시온.
하지만 그의 품에 안긴 여왕님이 히잉, 하고 애교를 부리자 결국 버티고 버티던 심장이 그대로 일격을 맞고는 GG를 치고 말았다.
‘크윽··· 시발.
이건 버틸 수가 없다.’
사실 시온도 방 안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섹스를 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는 했다.
다만 그런 짓을 벌일 수가 없는 세상이니 사회적 관습에 따라 얌전히 방에서만 했던 것뿐이지.
하지만 여기는 클라우젠의 성, 거기에서도 오고 가는 이가 거의 없는 정원의 구석 한 곳이다.
누구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사내자식의 가슴에서도 욕망의 불꽃이 일렁였다.
“좋아요.
대신 오늘 외식하는 거니까 저 정말 엄청 먹을 겁니다.”
“와우.
서큐버스 퀸한테 그런 말은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수준의 도발인 거 알지?
내가 더 많이 먹을 테니까 걱정 마시지!”
농담이 아니라는 듯, 릴리트는 혀로 제 입술을 할짝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마저 아찔하기 짝이 없었지만 시온은 대충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전혀 쫄지 않고 답할 수 있었다.
“글쎄요.
또 저번처럼 좋아 죽겠다고 앙앙거리실 것 같은데?”
“우씨.
그건 그냥 예속의 계약 때문에 내가 더 민감하게 변한 거야!”
“그러면 이번에도 릴리트님이 민감하게 아앙!
하고 가시겠네.”
“씨잉!
너 진짜!”
릴리트가 ‘내려 봐, 내려 보라고!’ 라고 팔까지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남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그냥 여인이 귀엽게 앙탈을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적당한 자리를 물색하던 시온은 역시나 벤치가 최고지, 하고 중얼거리며 정원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나무 벤치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품에 안겨있던 릴리트를 조심스레 내려놓고는 그 앞에 몸을 굽히고 섰다.
“릴리트님.”
“응?”
“···그 남은 단추 하나, 풀어도 될까요.”
아슬아슬하게나마 그녀의 몸을 가려주던 마지막 보루.
시온이 그 보루를 치워내겠다고 말하자 릴리트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생긋, 미소를 지었다.
“좋아.
대신, 풀면서 부드럽게 몸 쓰다듬어줘.”
그야 당연한 말씀을.
오히려 만지지 말라고 말씀하셨어도 저는 만졌을 겁니다!
라고 속으로 괴성을 내지르며 시온은 천천히 손을 내밀어 여인이 입고 있던 흰 셔츠의 중앙 단추 부근으로 다가갔다.
혹여나 특등급 보석에 흠집이라도 날까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셔츠를 살짝 잡아당긴 후 살짝 힘을 주니 툭!
하고 마지막 잠겨있던 단추마저 풀어졌다.
그러자 아슬아슬하게나마 셔츠에 의해 가려지고 있던 릴리트의 새하얀 가슴이 드러나고, 그 끝에 솟아오른 분홍빛 과실도 달빛을 받아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예쁘네요.”
“말로만?”
어서 약속한 거나 이행하는 릴리트의 칭얼거림에 시온은 셔츠를 걷어내면서 손바닥으로 비단결 같은 여인의 살결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극상의 부드러움, 거기에 여인 특유의 향까지 덮쳐오니 이미 박살이 나있던 심장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서는 바람에 흩날려간다.
‘이대로 박자!
몸뚱이야, 이대로 박아도 돼!
난 준비 되었다!’
라고 똘똘이가 성화를 부렸지만 시온은 그걸 억지로 억눌러냈다.
관계를 가질 때에는 욕구 불만 해소도 중요하고, 쾌락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재구축하고, 보다 더 긴밀하게 발전시키는 것에 있다고 시온은 생각했다.
릴리트의 입에서 나왔던 ‘연인 같은 분위기’ 라는 말이, 그저 장난기에 흘러나온 말이 아님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도 내심 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 시온이 계약으로 묶여서 흉내나 내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진실한 관계이기를.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한 배를 쓰다듬던 손을 움직인다.
이미 풀어져있던 셔츠를 점점 더 바깥으로 밀어내니 릴리트의 가슴과, 가랑이 사이 물기로 번들거리는 속살이 부끄럽게 제 모습을 드러낸다.
“읏.”
시온의 손이 위로 올라와서 가슴을 움켜쥐자 릴리트가 짧은 신음을 내뱉는다.
아닌 척은 하고 있지만, 이미 허벅지를 배배 꼬면서 가랑이 사이를 마구 자극하고 있는 것이 흥분이 되어서 미치겠다는 반응이었다.
“릴리트님.”
“으응, 시온.
왜?”
“이 타이밍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어이없을 수도 있고, 바보 같기도 한데.
우리 계약할래요?”
“에?”
릴리트는 시온의 갑작스러운 말에 의문이 가득 담긴 탄식을 내뱉었다.
계약이라면 지금도 충실히 이행되고 있지 않은가.
자신과 시온은 그 계약으로 인해 이렇게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예속의 계약, 그런 거 말고요.”
“그러면?”
“연인?
아니지.
굳이 말하자면··· 부부라고 해야 할까.”
“···엑?”
사실 시온에게는 못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리시키다와는 주인과 기사로, 하지만 그녀가 원할 때에는 남자와 여자로 있어주기로 했다.
루시아에게는 호감을 품어도 된다고, 틈을 비집고 들어와도 된다고 답했다.
리아에게는?
짝짓기까지 언급하며 그녀의 짝이 되겠다는 뜻으로 이름까지 새로 지어주었다.
‘그런데 릴리트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계약을 맺고, 서로가 서로를 원하기에 이렇게 있다고 하지만.
다른 여인들처럼 약속한 것도, 하다못해 달콤한 말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냥 서로 배고프니까, 서로를 원하고 먹고 싶으니까 몸을 섞었었다.
“어때요?”
헌데 릴리트의 반응이 영 이상했다.
기뻐하던가, 부끄러워하던가, 아니면 그건 좀 아니라고 말이라도 하던가.
무슨 반응이 나와야 하는데 눈만 껌뻑이며 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에 시온이 확실히 들은 게 맞냐고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이··· 이 등신아!”
“···에?”
“이미 난 널 연인으로 대하고 있었는데!
다른 녀석들도 전부 나를 첫 번째라고 대우해주고 있었는데!
너는, 너는 그게 아니었어?
이런 썅!
여태 나만 묘한 분위기였던 거였니?
개새끼야!”
“게엑!
리, 릴리트님.
소리 지르시면 누가 올 수도 있는뎁쇼!”
“시끄러워!
이 등신 머저리!
너가 그러고도 남자냐!
누가 고자 아니랄까봐···.”
정말 더 소리를 크게 내면 동네방네 다 들릴 기세였다.
시온은 단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대로 키스를 해서 릴리트의 입술을 덮어버렸다.
“으응···.”
파닥거리던 여인의 몸이 점점 잦아들고, 이내 혀를 내밀어서는 키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자 비로소 안심한 시온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그러자 릴리트는 잠깐 시온을 응시하다가 입술을 삐죽였다.
“···바보.”
“인정합니다.”
그러니까 그 잘못을 빌기 위해서라도.
“으앗?
뭐, 뭐해?”
“오늘은 특별히 여왕님 코스로 먹어드리려고요.”
“무, 무슨 소리를···.”
시온은 말없이 릴리트의 다리를 잡고서는 그 매끄러운 살을 핥아가며 허벅지를 지나 종아리를 거쳐 발목까지 내려갔다.
여태까지는 다른 여인들처럼 먹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발끝부터 먹어드릴 생각이다.
‘처음 하는 외식인데 남기지 말고 다 맛봐야지 않겠어?’
심지어 외식 메뉴가 릴리트이니, 더더욱 식욕이 돋을 수밖에 없는 시온이었다.
―――――――작품 후기―――――――
릴리트의 모습은 이번 릴리트 일러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