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1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16화(116/439)
116―――――
달빛이 참 좋구나
문득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시온은 천천히 눈을 떴다.
꽤나 많은 부분을 ‘시온 클라우젠’ 답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일단 햇빛이 느껴지면 잠에서 깨어나는 건 자신의 모습과 흡사한 것이었다.
침대에서 슬쩍 상체를 일으키고는 기지개를 켜려 하는데, 옆에 뭔가가 삐죽 튀어나와있다.
검은색 뿔, 그리고 이리저리 흐드러진 은빛 머리칼.
귀를 기울여보니 새근거리는 여인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살짝 이불을 들추어보니 정신없이 자고 있는 릴리트가 시야에 들어왔다.
‘···혹시 밤사이에 본 녀석은 없겠지.’
정원에서의 외식이 끝난 후, 그녀를 안고 제 방까지 들어온 시온이었다.
그 때는 분위기에 휩쓸렸던 모양인데, 생각해보면 꽤나 위험한 짓이었다.
리시키다나 루시아, 리아도 문제였지만 역시나 트리샤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고 할까.
‘내가 자초한 일이니 내가 감당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심은 해야지.’
사익 트리샤.
지금도 웬만한 인간 쪽 실력자들은 압도할 정도로 강하지만, 천족이 이 땅에 나타나면 그야말로 불타는 유성우가 되어 비둘기들한테 수도 없이 날아갈 불벼락.
그녀를 완벽하게 손에 쥐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더러운 짓도 마다치 않았다.
누구는 너무한 짓 아니냐고 말할 테지만, 이런 일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면 시온은 애초 지미 페이커를 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왕 일을 벌일 거 확실하게, 그리고 가질 생각이라면 아주 확실하게 손에 쥘 생각이다.
악역으로 살겠다고 하면 역시 남보다는 내가 먼저가 제격이지 않겠는가.
“우응.”
릴리트가 뒤척이다가 이내 천천히 눈을 떴다.
아무래도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시온의 손길을 느낀 모양이었다.
여전히 잠에 취한 듯 몽롱하게 뜨여있는 붉은 루비 같은 눈동자.
그러면서도 시온을 발견하자 반사적으로 미소를 짓는 그녀를 바라보며 시온은 다시 한 번 심장을 움켜쥐어야만 했다.
‘···아, 제발.
릴리트님.’
이렇게 또 남자 가슴을 후려치면 또 하고 싶어진단 말입니다.
눈치 없는 똘똘이도 주인 따라서 기지개를 켜며 벌떡 솟아오른다.
시온은 애써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슬쩍 무릎을 세우고는 입을 열었다.
“일어나셨어요?”
“···응.
너는?”
“보시는 대로?”
“···더 해줘.”
갑자기 더 해달라는 말에 음란마귀가 시온의 머릿속을 점거한다.
더 해달라니, 아침부터?
흐음.
저렇게 잠에 취한 상태에서 하기에는 조금···.
“뭐라는 거야.
머리 쓰다듬어 달라고.”
“어, 예?”
“표정에 다 쓰여 있어.
등신아.
아무리 서큐버스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자다 말고는 잘 안 해.”
릴리트가 킥킥거리며 얼른 머리나 쓰다듬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덕분에 속마음을 그대로 들킨 시온은 쓰읍, 하고 침음을 내뱉으며 은빛의 폭포수라고 해도 믿을 그녀의 머리칼을 다시금 부드럽게 쓸어주기 시작했다.
행복하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로 그렇게 가만히 엎드려있던 릴리트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이제 어쩔 생각이야?
네가 원하던 대로 성흔 보유자도 손에 넣었잖아.”
“눈치 채고 계셨어요?”
“내가 성흔 보유자 이야기를 할 때에 네 눈이 심상치가 않더라고.
딱 다른 여자한테 한 눈 팔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한 눈 판 적 없습니다만.”
“얼씨구.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봐.
정말 양심에 안 찔리니?”
“넵.”
양심이란 건 진작 개한테 줘서 내다버린 지 오래다.
그거 지킨다고 해봤자 좋은 거 하나 없고, 손해만 보고 살았다.
“진짜 쓰레기라니까.”
“마족한테 그런 소리 들으니 뿌듯하네요.
인생을 잘 살았나 봅니다.”
시온은 대답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트리샤를 손에 넣기 위해 작업에 들어가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슬슬 왕성이든 하이네스 상단이든 어디에선가 소식이 도착할 때가 되었다.
오히려 너무 늦는 것 같아서 자신이 왕성으로 올라가봐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1년도 안 남았나.’
성소는 이곳 히스파냐가 아닌 누디아 너머, 신성 프러센 왕국에 있다.
천족들의 재림은 바로 그곳에서부터 시작되어 가을철의 산불처럼 온 세상으로 정화의 불길을 퍼트렸다.
신성 프러센은 뭐 반항조차 못 해보고 그대로 정화 당했고, 애초에 급진파 요정들에 의해 수뇌부가 장악 당해 있던 누디아도 바로 무너졌다.
그나마 가장 끝에 치우쳐져 있는 히스파냐가 어떻게 대항해보기 괜찮은 위치에 있었는데, 천족들이 사전 작업으로 바네사 왕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결국 그녀는 김유현에 대한 미련으로 그들의 손을 잡았다가 왕가 전체가 통째로 전소되었다.
‘솔직히 왕가 전소도 문제지만, 그 몇 달 전에 있었던 대륙 대전쟁이 문제야.’
신성 프러센 왕국이 주도하고 누디아와 히스퍄나가 거들었던 성전.
실상은 급진파 요정 놈들의 농간에 이리저리 놀아난 등신과 머저리들의 애꿎은 마족 청소.
심지어 마족들을 거의 멸족시킨 이후에는 갑자기 창칼을 돌려서는 이종족들을 공격했기에 대륙에서는 피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특히나 이종족이 더 많이 거주하던 히스파냐는 전쟁의 참화가 다른 어느 곳보다도 심했다.
덕분에 네임드들은 우수수 쓸려나가고, 성소에서 천족들은 서로 낄낄거리며 곧 자신들에 의해 한 줌 잿더미가 될 세상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떠받들어줬는데.
은혜를 포탄으로 갚아?
개새끼들.’
시온의 계획은 간단했다.
어차피 자신의 영향력은 히스파냐가 전부이니 천족의 재림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로 보자면 히스파냐 만큼은 원하는 대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으니 마족을 말살하기 위한 성전이나, 이종족들에게 향하는 창칼을 멈출 수는 있었다.
신성 프러센 왕국, 그리고 누디아 왕국.
둘 다 버린다.
거기까지 신경 쓰다가는 그냥 다 말아먹고 다 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신 히스파냐 쪽에 있는 전력들을 최대한 보존하여 그 비둘기 새끼들과 맞선다.
가능하다면 마족들도 비밀리에 받아들이고, 세상 모든 이들이 ‘천족 개새끼!
우리가 속았어!’를 외칠 때까지 버티다가 반전된 여론을 등에 업고 그놈들을 몰아낸다.
그리고 마지막에, 영웅은 김유현으로 만들고 자신은 뒤로 빠진다.
‘그래야 칭찬도, 욕도.
선망과 질투도 전부 김유현이 먹으니까.’
시온은 가능하다면 끝까지 몸은 사릴 계획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달달한 영광은 취할 생각이지만.
‘일단 북부 야만족부터 안정시키고 두 네임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김유현이 루시아 이전에 가장 사모했던 여인, 겨울의 딸.
그리고···.’
칸.
서큐버스 퀸, 그리고 백사병과 함께 김유현을 거칠게 몰아붙였던 진정한 강자.
그 여자도 가능하다면 조력자로 옆에 둘 생각이었다.
‘근데 방법이 안 떠오른단 말이지.
트리샤는 어떻게 망가트려서 강제로 비뚤어지게 한 다음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라도 했는데.’
칸은 트리샤와 같이 중2병에 감염된 이도 아니고, 오히려 북부 야만족들을 이끄는 수장 중 하나이자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캐릭터였다.
어쭙잖은 언행으로 넘어올 인물이 결코 아니었다.
“뭘 그리 멍하니 서있어?”
“···생각 좀 하느라.
일단 좀 씻어야겠네요.
릴리트님은 더 누워 계세요.”
“으응?
아냐, 아냐.
나도 씻을래.
같이 씻자!”
“예?”
“같이 씻자고.
네 말대로 연인이든 부부든 다 좋으니까 이제 그 정도는 같이 할 수 있잖아?”
릴리트가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시온을 바라본다.
그에 시온은 끄응, 하고 침음을 내뱉으며 과연 자신이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지금도 저렇게 하얀 달덩이 같은 가슴에, 당장이라도 삼키고 싶은 분홍빛 유두가 아름답게 출렁이고 있는데 같이 샤워실로 들어가면 이성이 멀쩡히 박혀있을까 싶다.
“일단 가시죠?”
그래, 참아보자.
어제 실컷 먹었는데 아침부터 고프겠어.
싶은 시온이었다.
여태까지 릴리트를 마주하면서도 잘 참아왔는데 같이 샤워하는 것도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말이다.
하지만 잠시 후.
“아긍!
흐앙!”
츄릅, 츄륵!
“흐으응!
거, 거기 좋아.
아응!
더, 더 세게 해줘!”
시온은 결국 릴리트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는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즐기듯 그녀의 속살을 열심히 맛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싫다며 앙탈을 부리던 여인도 결국 제 스스로 가랑이를 살짝 벌리고 남자를 허락하니, 시온은 더욱 거칠게 혀로 릴리트의 은밀한 곳을 탐닉하고 있었다.
“하악!
히끅!
···시, 시온.
나 정말 좋아?”
“···.”
“나, 나 마족인데.
아응!
그, 그래도 좋다면.
하응!
나, 나도 더 좋아할래.
그러니까···.
아극!”
갑자기 밀고 들어오는 남성에 릴리트가 애타게 시온의 몸을 부여잡았다.
남자는 그런 여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입을 열었다.
“여왕님이 일일이 허락받으실 필요 없잖아요.
마음껏 좋아하세요.
저도 우리 여왕님 마음껏 좋아하렵니다.”
“하응!
너, 너 허락한 거다?
나,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어?
학!
하악!”
마음대로 하라는 뜻으로, 시온은 여인의 속살에 박아 넣은 남성을 더욱 거칠게 휘저었다.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안긴 여인이 교성을 내지르며 안겨오는 것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릴리트님 이야말로 나중에 질렸다고 집 나가지 마시고요.”
“학!
학!
바, 바보.
어차피··· 그 계약 때문에, 아긍!
그, 그럴 일 없다는 거!
아!
아앙!”
또 다시 절정의 순간이 찾아오자, 릴리트가 애타는 울음을 내뱉으며 매달린다.
그녀를 힘껏 안아주며 남자는 차오르는 감각을 그대로 여인의 안에 흩뿌렸다.
“아아···!
아아아···!”
만족에 겨운 여인의 탄식이 안을 가득 채우다가 점점이 사라져갔다.
―
“이상으로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라이온 기사단장은 한 달 동안 진행된 ‘그리핀 기수 육성 계획’ 의 보고서를 내밀었다.
이름만 거창하지, 사실 별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거르고 걸러낸 지원자들을 추린 후 아직 성장기인 그리핀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신뢰도를 쌓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전부.
물론 보고서에는 그렇게 간단히 쓰여 있겠지만 그리핀들을 길들여야 하는 그들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고역이고 힘든 나날이었을 것이다.
“훈련생들은 어떻습니까?”
“그리핀들이 워낙 드세고 또 무서운 놈들이라 애를 좀 먹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공자님께서 특별히 말씀하셨듯이,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 미친놈들’ 이기에 그 욕망 하나 이루겠다고 끝까지 버티고 또 버티더군요.”
“좋네요.”
비행 몬스터 위에 사람을 태우려면 일단 그 사람도 하늘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익숙해지는 부분에 있어서, 참는 놈보다 즐기는 놈이 더 유리하다.
몬스터 위에 기사나 병사를 고집해서 실패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말을 타는 것과는 또 다른 존재들이다.
하늘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거기에 미친놈들이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의미로 시온이 원하는, ‘유효 전력’ 이 될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항상 최고 대우를 해주되, 클라우젠의 소속이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세요, 기사단장.자칫 그리핀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잊고 경거망동하면 바로 내보내겠다는 엄포도 잊지 마시고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몬스터도, 기수도 전부 클라우젠의 것인데 말이죠.”
보고를 마친 후, 라이온 기사단장이 시온의 개인 집무실을 나섰다.
조금씩이지만 영지의 업무들이 이제는 시온에게로 전달되고 있었다.
후계자로 정식 임명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그만 들어와도 돼.”
시온의 말에 한 꼬마 남자 아이가 도도도!
하고 뛰어와서는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시온을 쳐다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극도로 싫어하던 형이 이제는 같이 놀아주어서 무척이나 신났었는데, 그 형이 영웅이라고 하니 더더욱 신이 난 시온의 이복동생, 아덴 클라우젠 이었다.
“형!
형!”
“그래, 그래.
오늘은 뭐하고 놀아주랴.
아, 제발 부탁인데 공놀이 할 때 마나는···.”
“문 밖에요.
어떤 누나가 서있어요.
막 활활 불타는 것 같은 누나가요.”
불타는 것 같은, 이라는 단어에 시온은 그 상대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프로 방화범, 사익 트리샤.
그녀가 아무래도 계속해서 시온의 방을 주시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설마 다른 여자랑 또 같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감시라도 하는 건가.’
어째 원하지 않던 호위가 하나 더 늘은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토커에 가까우려나.
“트리샤.”
시온이 입을 열자 문 너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잠깐 들어와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지 그래.”
리시키다나 리아였다면 부끄러워서든,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든 호다닥!
하고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문 밖에 서있는 여인은 달랐다.
알겠다는 듯 바로 덜컥, 하고 문을 열고 들어선 여인은 불타는 듯 새빨갛고 노란 머리칼을 흩날리며 소파에 앉았다.
“와아.
진짜 불꽃같아.”
아덴이 신기하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리자 트리샤가 상당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년을 응시한다.
그에 아덴이 ‘학!’ 하고 놀라서는 입을 다물자 시온이 혀를 차고는 주의를 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얘다.
괜히 괴롭히지 마.”
“···알겠어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온의 말이라면 듣기라도 한다는 것이었다.
시온은 아무래도 중요한 이야기가 오고 갈 것 같아서 아덴을 방에서 내보내기로 했다.
오늘 놀아주기로 한 건 잠시 후에 다시 약속을 잡자는 말과 함께.
그렇게 아덴이 도도도!
뛰어서는 시온의 방을 나서고 방에는 두 남녀만이 남게 되었다.
트리샤는 책상 앞에 앉아서 보고서를 확인하던 시온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말해주세요.”
“뭐가.”
“어떻게 해야 시온님을 나만의 것으로 둘 수 있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잖아?
짧지만 성흔이 발동되었으니,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았을 거 아냐.”
“···천족들과 싸울 생각인가요?”
“천족들을 막을 생각인 거지.”
어떤 이는 그게 뭐가 다르냐고 묻겠지만 시온 입장에서는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전자는 그냥 마족 숭배자로 몰릴 수도 있다면, 후자는 천족이 뭔가 이상한 짓을 꾸미고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나는 천족 이야기는 잘 몰라요.
그런 옛날 동화를 말해줄 부모님도 없었고.”
“···.”
셀프 패드립이라니.
이건 조금 의외인데.
“내게 중요한 건 지금이에요.
당신, 나,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세상.
나머지는 필요없어요.
그걸 건드리려 하는 년놈들은 전부 찢어죽일 생각이거든요.”
“다른 건 다 좋은데, 내 사람들한테까지 적개심을 드러내는 건 곤란해.”
“···왜요?”
“내 사람들이니까.”
“나도 당신 거잖아요?”
“그러니 더더욱 싸우지 말라는 거야.
너를 미워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놓는 화법이었다.
얌전히 있으면, 싫다고 해도 알아서 예뻐해 주겠다는 말.
트리샤는 시온의 말에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물론 주황빛 눈동자 속에는 갈등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말이다.
“정말이야.
얌전히 지내면서 내 말만 잘 따라주면 중간중간에 보상이 있을 테고.”
“···보상이라면?”
“네가 내 여자라는 증거?”
18살이면 알 거 다 아는 나이다.
시온이 말하는 그 증거라 무엇인지 알아차린 트리샤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내뱉었다.
“허, 헛소리.”
“싫으면 말고.”
“싫다고 한 적 없어요.”
대답은 또 재깍재깍 튀어나온다.
시온은 그런 트리샤의 반응에 미소를 짓고는 손짓으로 그녀를 불렀다.
물론 트리샤는 싫다며 자리에 버티고 앉아있었지만 말이다.
“안 오면 리시 불러서 내 앞에 앉히는 수가 있는데.”
벌떡!
리시키다 이야기에 바로 반응하는 트리샤였다.
―――――――작품 후기―――――――
6연참 인줄 알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