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2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22화(122/439)
122―――――
강해져서 돌아와라···
“북부 야만족의 수상한 움직임을 파악한 후, 비공식이지만 왕실 특사를 파견했었다.
헌데 그들이 특사를 만나보지도 않고 돌려보냈다.”
“···전쟁이 임박했다는 소리군요.”
“그나마 비공식 특사를 죽이지 않아서 다행이지.
예전에는 공식 사신단마저 죽여서 그 목을 보낸 적도 있는 자들이다.”
남은 시간이 없다는 소리였다.
칼타와 아이기오르의 갈등이 심화되어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기 전에 가서 두 자매를 뜯어말리고 전력을 온전히 보전하게 만들어야 했다.
‘북부 야만족은 척박한 곳에서 사는 이들이라 상대적으로 평화를 주창하는 천족 추종자들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야.
거칠긴 하지만 광신도는 아니라는 소리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온은 슬쩍 옆을 보았다.
에드가 4세는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후, 아까부터 말없이 자신과 바네사 왕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북부의 일에 대해서 전적으로 바네사에게 맡기고 밀어줄 요량인 듯 했다.
‘바네사 왕녀가 가장 먼저 북부의 이상 동향을 확인했으니 공을 세울 기회를 주겠다는 건가?
이러면 나쁘지 않아.
에라더 왕자와 비교해서 그녀가 부족한 건 그냥 장자가 아니라는 것뿐이니까.’
바네사가 제 능력을 아직 제대로 드러난 적이 없는 상황이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공만 세운다면 에라더 왕자와 서열권을 두고 경쟁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뒤를 받쳐주는 세력은 자신이 속한 클라우젠과 함께, 저번 왕실 파티에서 나름 호감도를 쌓아둔 여러 귀족 가문들로 하면 될 테고 말이다.
“북부 귀족들이 불안감을 견디다 못해 군대의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를 곧이곧대로 수용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지.”
“야만족이 보기에 자신을 토벌할 목적을 가진 정복군인지, 아니면 국경 방어를 견고히 할 원군인지 알 수가 없고, 딱히 알고자 노력도 하지 않을테니까요.”
“바로 봤다.
그나마 왕국과 친선을 주장하는 몇몇 야만족들이 있어 당장의 전쟁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군대 파견은 그런 자들마저 전부 주전(主戰)파로 만들기 딱 좋으니까.”
시온은 바네사 왕녀의 말을 듣고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딱히 긴장했다거나 급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에드가 4세를 확인했다.
역시나 국왕 역시 바네사처럼 딱히 아무렇지도 않은 기색.
‘···이 상황에서 둘 모두가 꽤나 여유로운 모습이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시온이었다.
에드가 4세라면 몰라도 아직 연약한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이는 바네사라면 조금이라도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상인데 심지가 무척이나 굳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면 답은 둘 정도인데, 하나는 상황 자체를 꾸며 그냥 질 나쁜 농담을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북부 야만족의 준동은 헬렌도 확인한 사항이 설마 거짓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이유는 하나.
이미 저 둘은 이 상황을 파훼할 방법을 다 알고 있다는 소리다.
‘자, 그러면 다음 문제.
바네사 왕녀는 왜 굳이 나를 불렀을까.
북부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말해준 건 내가 맞지만, 클라우젠의 후계자이자 거리고 꽤나 먼 곳에 있는 나를 이 왕성으로 부른 진짜 이유.
설마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서 답 좀 가르쳐달라고 불렀다면 그건 바네사 왕녀라고 보기에는 좀 실망인데.’
그러다 문득, 시온은 에드가 4세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굳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을 필요가 없는데도 그는 현재 이 회의실에 앉아있다.
마치 누군가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왕실에서 보낸 특사가 거부당했다.
그렇다면 그 특사가 과연 최후 통첩권을 지닌, 결정권자였는가 아니면 그냥 왕실의 뜻을 전하고 야만족들의 뜻을 알아보기 위한 전달자에 지나지 않았는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시온은 점차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사와의 면담을 거부하면 높은 확률로 왕국과 전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특사를 되돌려 보낸 야만족, 그런 상황에서 군대 파견을 여전히 망설이는 왕성, 그리고 전쟁영웅이라는 자신을 굳이 왕성으로 불러낸 왕녀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국왕까지.
“하아.”
시온은 일부러 들으라는 뜻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왕녀가 움찔, 하고는 시온을 바라본다.
“왕녀님.”
“왜 그러지?”
“이런 방식으로 굳이 부르지 않았어도 되었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그냥 저를 북쪽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씀하셨어도 저도, 리히텐 변경백도 군말 없이 따랐을 겁니다.
클라우젠 백작가문이 왕국에 가지는 충성심을 의심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슬쩍 세게 나가보기로 한다.
역시나 바네사 왕녀는 살짝 흔들리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북부 야만족들도 왕국의 특사를 돌려보낸다는 게 곧 전쟁을 하자는 것임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특사를 돌려보낸 이유는 하나죠.
누구의 말을 전하고, 또 누구의 말을 가져가서 내려놓는 이 말고, 자신들과 직접 대면하여 이후 정세의 향방을 결정할 선택권을 지닌 진짜 인물을 보내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
“그에 더불어서 왕국과 자신들의 위치가 어느 정도 대등하다는 것도 외부에 보이기 위해 왕국에서도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오기를 바랄 테고 말입니다.”
“시온 공자.”
“왕실도 어중이떠중이 귀족 말고, 상황을 직시하여 저 건방진 야만족들에게 움츠러들지 않고 최후통첩을 할 수 있는 인물, 동시에 왕국에 ‘전쟁’을 요청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과 명성을 지닌 인물을 원했고 말입니다.”
왕국 곳곳에는 시온보다도 더 많은 공훈을 세운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존재, 몇 년 만 지나도 승전은 빛바랜 영광이 되어 버린다.
히스파냐는 왕국 복구를 위해 평화를 선택했었고 당연히 시간이 흐르며 옛 전장의 영광과 승전을 거둔 이들은 자연스레 잊혀졌다.
무엇보다 큰 공훈을 세운 이들은 대부분이 전장에서 닳고 닳은 노병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로 교체를 원하는 젊은 피들을 자극할 무언가가 확실히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이제 겨우 갓 스무 살이 된 전쟁영웅의 등장.혈통이 별로라면 또 모르겠는데 그 가문은 예부터 왕국을 지키는 가장 견고한 방패인 클라우젠 가문의 후계자라고 한다면?’
왕국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북부 야만족 입장에서 보기에는 자신들의 자존심을 세워줄 충분한 명사였고, 왕실에서 보기에는 왕국의 향후 행동을 정할 결정권과, 야만족들을 압박할 최후 통첩권을 주어도 모자람이 없는 인물이었다.
“국왕 전하.”
자리에서 일어난 시온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식’ 으로 ‘요청’ 했다.
“저를 보내주시길 청하겠습니다.
제가 북쪽으로 올라가서 야만족들을 만난 이후, 향후 두 세력 간의 향방을 결정짓는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
에드가 4세는 대답이 없었다.
이걸 원했지만, 이렇게 직접 요청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자신과 바네사가 원했던 것은, 그에게 적당히 ‘너한테 이런 중대한 임무를 맡긴다.’ 라고 눈치를 주며 왕실에서 임명하듯 북쪽으로 보내게 되면 그를 받아들이는 정도의 그림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혹시나 그의 결정으로 인해 왕국에 피해가 온다고 했을 때, 그 책임을 다른 이들이 클라우젠으로 전부 돌리는 것을 왕실에서 막아주겠다는 것이었다.
클라우젠의 후계자에게 그런 막중한 임무를 맡긴 것은 왕실이고, 때문에 책임도 어느 정도 왕실에 있다고 한다면 귀족들도 더는 시온을 물어뜯지 않을 테니까.
“시온 클라우젠.”
“네, 국왕 전하.”
“그대가 이렇게 직접 요청을 한다는 건 향후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대가 책임을 지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그렇습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었다.
그에 에드가 4세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고, 바네사 왕녀는 당황한 얼굴을 해보였다.
지금 분위기는 당장 전쟁으로 치달아도 모자람이 없는 때인데 굳이 자신이 직접 요청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왕실의 요청으로 비밀리에 수도로 올라와서, 임무를 띠고 북부로 파견되는 형식이면 충분했다.
한편, 에드가 4세는 미소를 짓고는 시온에게 말했다.
“직접 요청을 할 정도라면 북부의 일을 전쟁이든 평화든, 어떤 방식으로든 왕국에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내 말이 틀린가?”
“아닙니다.”
“이런 힘들고 어려운 일에 자원한 것이니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그대가 세운 공을 이유로, 그에 합당한 보상을 왕실과 내게 요구할 수도 있겠군.”
그래도 이 아저씨는 말이 좀 통하네.
역시 한 나라의 지도자답다.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찌 되었든 이 부녀가 자신에게 막중한 임무를 내릴 생각으로 왕성으로 불러냈다.
물론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을 테지만, 에드가 4세도 바네사 왕녀도 시온이 히스파냐를 위한 일에 거부를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호출한 모양.
‘그럴 거면 차라리 마음 놓고 정말 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게 편해.’
왕실의 요청으로 북부로 향하는 것과, 직접 자원하여 가는 것은 주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그냥 속 편이 자신의 영지에서 지내다가 새로운 변경백이 되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왕국의 위기일 때 스스로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시온이 그동안 착실히 쌓아온 ‘히스파냐를 위하는 젊은 귀족’ 이라는 이미지와도 상당히 부합된다.
‘그리고 북부의 야만족이 보기에도 직접 자원해서 올라온 히스파냐의 전쟁영웅이라고 하면 나를 대우하는 데에 있어서 왕실의 특사와는 다를 수밖에 없지.’
그렇지 않아도 북부로 가서 도대체 어떻게 겨울의 딸과 칸을 만나냐 하는가, 로 고민했던 시온이다.
북부로 향하는 왕실의 사신단에 일행으로 끼자니 너무 조연급으로 겉도는 느낌이고,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니 분위기상 쉬울 것 같지도 않다.
이런 때에 직접 자원하여 모든 결정권을 쥔 채 북부로 올라온 ‘대변인’ 이라는 직함이야말로 시온이 가장 원하는 그림이었다.
“시온 공자.
내가 그대를 부른 건 정말 그런 위험한 일을 맡기고자 함이 아니다.
그냥 적당한 인선을 가려보자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왕녀님도 결국 제가 최고의 적임자라는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해서 저를 왕성으로 부른 것이고 말이죠.”
“···그대에게 위험이나 부담감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장 적절한 이가 그대밖에 떠오르지 않았어.
정말 미안하구나.”
그에 시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히려 자신이 원하던 그림이었다.
북부로 갈 생각이 없었다면 애초에 바네사의 요청을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하고 영지에 틀어박혀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바네사 왕녀에게 빚을 지게 해둬야 차후 남부의 일을 정리할 때 힘을 빌릴 수 있어.
덤으로 약간은 부족했던 영웅이라는 가면에 덧칠도 좀 하고 말이야.’
누디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 노예들을 해방한 참된 귀족이라는 것만으로는 약간 부족했다.
아니, 부족해도 한참이나 부족했다.
후일 히스파냐 왕국의 사람들 앞에서 사실은 천족들이 우리를 전부 불태워 한 줌 재로 만들려고 하는 놈들이라 대놓고 말할 수 있으려면, 사회적인 영향력을 더 키워야만 했다.
“시온 클라우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묻겠다.
그 자리를 정말 고집하겠느냐?
내가 네게 그런 임무를 맡기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다.
허나 바네사 왕녀의 말대로 네가 거부한다면 다른 인원을 찾을 생각이었고, 네게는 조언을 구하려고 했던 것이다.”
“적임자는 저라는 것을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왕 전하.”
“위험할 수도 있다.”
“북부 야만족은 싸움을 피하는 자를 멸시하고 조롱하며 반대로 싸움 앞에서도 당당한 자를 좋아합니다.
전쟁영웅이란 호칭을 이럴 때 써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놈 보냈다가 오히려 정말 목이 잘릴 수도 있다는 말.
에드가 4세는 껄껄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좋다.
시온 클라우젠.
그대에게 히스퍄나의 향후 북부에 대한 행동 결정권을 주겠다.
그대의 말 하나, 생각 한 줌이 곧 이 나라와 왕실의 것이니 주의하기를 바란다.”
시온은 예를 취해 보이며 그리 하겠다는 뜻을 밝혀보였다.
바네사 왕녀가 심히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시온은 전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일단 자신은 이 나라를 말아먹을 생각도, 죽을 생각도 전혀 없으니까 말이다.
“호위 인원들을 왕실에서 몇 더 차출하여 붙일까 한다.
괜찮겠는가?”
국왕이 시온에게 인원 편성에 대해서 가능하겠냐고 ‘묻고’ 있다.
이 순간부터 북부로 향하는 모든 권한은 시온에게 넘어갔음을 국왕 스스로가 알려주는 모습.
그에 시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왕실 기사를 몇 붙이도록 하고.
시온 클라우젠.
혹 북부로 향할 인원에 대해서 대충이나마 알려줄 수 있겠는가?”
그 질문에 시온은 차례대로 자신이 데리고 갈 이들을 열거했다.
지금은 마법사로 위장하고 있는 릴리트와, 겨울의 딸과 이어줄 생각으로 데려가는 김유현, 반드시 옆에 두고서 지켜봐야 할 폭탄인 트리샤,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따라올 리시키다까지.
“어?”
그러자 여태까지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루시아가 당황하고 말았다.
북부로 향할 일행들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누락되어 있어서였다.
―――――――작품 후기―――――――
8연참 후유증이 ···.
너무 무리했었나 봅니다 ···.
그에엨···.
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