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25)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25화(125/439)
125―――――
강해져서 돌아와라···
그런 웃긴 짤이 있었다.
한 사람이 막 엄청나고, 대단하고, 멋지고, 화려하며 강력하고 어느 누구라도 기립 박수를 칠 만한 뭔가를 고안해낸다.
그러면 이제 이걸 어떻게 만들 거냐?
라는 질문에 ‘그건 이제부터 너희가 해야 할 일이고.’ 라면서 기술자들한테 맡겨버리는 것 말이다.
“···무투술에 단순히 마나를 싣는 것이 아니라 아예 마법을 같이 운용하는 방식이라.”
“그냥 딱 파이어 볼트 수준의 폭발이나 화염이면 적당할 것 싶습니다만.”
“말처럼 쉬웠으면 내가 다 해봤겠지.
네놈은 마나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면서··· 아.”
라이도가 말을 하다 말고 스스로 놀라서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마나를 다루지 못 하는 건 몇 번이나 말했지만, 이 세상에서는 불치병 취급을 받는 동시에 그 당사자 앞에서는 되도록 말하지 않는 것이 예의.
하지만 이미 라이도의 입에서 나온 말이 시온의 귀에 들어갔기에 루시아가 도끼눈을 뜬 채로 아주 사납게 그를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는 신경 안 씁니다.
라이도님.
그리고 루시아도 걱정 마요.”
“하지만, 내가 더 듣기 싫은걸요.”
“벌써부터 제 남편 걱정이냐···.”
라이도가 또 입을 잘못 놀린 꼴이었다.
결국 참지 못 한 루시아가 괴성을 지르고 나서야 입을 다물고 얌전히 방법을 생각해보는 라이도.
“결국 시온, 네 말은 루시아가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무투술에 마법이 가진 화력을 합치면 다른 부분의 부족함을 어느 정도 메꿀 수 있다는 소리군.”
“그렇습니다.”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어떤 미친놈이 그런 틈을 주려고 하겠어?”
“그거야 루시아가 훈련을 해서 마나응 응집하는 속도나 무투술의 수준을 높이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네가 고생 안 한다고 말을 막 하는구나.
내 딸 고생하는 건 싫다.”
“전 어떤 고생도 마다치 않을 거에요, 아버지.”
루시아의 당당한 말에 라이도는 ‘저, 저!’ 하고 혀를 찼다.
마음 같아서는 ‘딸 키워서 아무 소용없다느니!’ 뭐 그런 비슷한 말이라도 장난삼아 해보고 싶었지만, 그리 했다가는 죽은 아내와 판박이인 제 딸이 무슨 사자후를 내뿜을지 모르는 일.
‘···그래.
이렇게 된 거 딸아이가 좋아하는 놈이랑 엮이게 된 걸 좋게 여겨야지.’
그렇게 생각하다 말고 라이도는 시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여자가 여럿인 놈은 좀 그랬다.
‘하, 개새끼··· 조금은 부럽네.’
뒤통수를 긁적이며 라이도는 다시 자신의 마나 운용에 집중했다.
무투술에 마법을 접목시키는 건 말대로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정신을 집중하여 체내의 마나를 한 곳에 집중시키고 수인을 그려 그 힘이 진을 이루고 외부로 방출될 길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끄응.”
일단 그 길만 어떻게 해결하면 될 듯 싶다.
무투술이야 밥 먹는 것보다도 익숙한 일, 마법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딸인 루시아도 아비를 닮아 마법에 능통하고 마나의 보유량은 방대하며 무투술의 기본적인 부분도 전부 이루고 있다.
시온의 말대로 정말 그녀의 재능이 마법에 아니고 무투술에 있다면, 그리고 그 무투술에 조금이나마 마법을 가미할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엄청난 일이었다.
‘문제는,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지!’
라이도가 생각에 빠져들어서 멍한 기색이 되자 시온은 루시아를 옆으로 불렀다.
“아무튼, 내가 왜 루시아를 북쪽으로 향하는 인원에서 제외한지 알겠죠?”
“···여기는 알아들었는데, 여기가 여전히 받아들이지를 못 하네요.”
머리와 가슴을 번갈아가며 가리키는 루시아.
그게 여인의 귀여운 앙탈임을 눈치 챈 시온은 그녀의 결심을 더욱 굳혀주기 위해 살짝 미친 짓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라이도가 앞에 있는 상황에서 루시아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아?”
“뭣?”
루시아는 발갛게 볼을 물들이더니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또 좋아 죽겠다는 표정.
반대로 라이도는 ‘뭐 저딴 도적놈의 쉐끼가 다 있어!’ 라는 얼굴이었다.
결국 라이도는 에라이!
하고 투덜거리며 아예 구석에 처박혔다.
덕분에 시온은 루시아와 이야기를 나누기가 조금 더 수월해졌다.
“라이도님한테는 루시아가 말해주세요.
요정들에 대한 일, 그리고 그 놈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벌이려고 하는지 말이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천족이 그런 천족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시온의 의견 말이군요.”
“추종자들을 보면 대충은 알 수 있는게 윗대가리죠.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상당히 우려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그동안 있었던 일들, 급진파 요정들과 그들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라이도에게 설명하는 건 자신보다는 루시아가 낫다고 판단한 시온이었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딸이 심각한 어조로 입을 연다면 라이도 역시 진중하게 반응하고 생각하며 어쩌면 조사에 나설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 그리고 루시아.”
“네, 시온.”
“혹시나 실패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요.
그냥 내가 이상한 생각을 했던 것뿐 일 수도 있으니까.”
“···실패요?”
“네.
무투술에 마법을 접목시키는 거요.
라이도님도 힘들다고 하니 가능성이 그리 커보이지는 않으니 일단은···.”
“벌써부터 단정 짓는 것 같네요.
실패라고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무척 달라져있었다.
마치 자신을 무시해서 화라도 났다는 듯 두 눈에서 불꽃이 튀기고 있다고 해야 할까.
“걱정 마요, 시온.
당신이 북쪽에서 돌아올 때 확실한 뭔가를 이루고서 당당히 요구할 테니까.
그 때 놀라지나 마요.”
당연하지, 당연히 그래야 하고 말고!
속으로 웃으면서 시온은 짐짓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시아가 천성이 착하고 순수하다는 거야 소설에서 확실히 지켜봤다.
문제는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그림에서 그런 인물들은 자칫 적들에게 놀아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아주 약간의 타락, 혹은 심성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질투, 욕심 뭐 다 좋지.
착하기만 해서는, 양보만 해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란 걸 알아야 해.
트리샤 만큼은 아니어도 적당히는, 하다못해 최소한의 경쟁심리라도.’
그래서 리아와 루시아를 일부러 곁에서 잠시 떨어트려 두었다.
둘 모두 자신의 곁에 붙어있기만을 고집하지, 딱히 은근히 욕심을 낸다거나 다른 경쟁자들을 온건하면서도 타당한 방식으로 견제할 생각조차 없다.
릴리트는 항상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고, 리시키다는 트리샤를 향해 저도 모르게 날카롭게 굴며 트리샤난 말할 것도 없이 송곳니를 드러내는데 그 둘은 물러도 너무 물렀다.
‘착하기만 해서는 가장 필요할 때 전력이 될 수 없어.
개조가 필요하다, 개조가.’
진짜 의미의 고생을 해보고, 거기에서 얻은 성과로 보상을 받아야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더욱 미친 듯이 달려들기 마련이다.
천족과의 전투에서 1인분을 하려면 그 둘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성장해야 했다.
야만족과의 일을 전부 끝내고 돌아왔을 때, 부디 붕권이 현실화되기를 기원하면서, 시온은 먼저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내일 새벽에 출발해야 하니 쉬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라이도도 딱히 거기에 태클을 걸 생각이 없는 듯 잘 다녀오라는 말을 끝으로 다시 생각에 잠겼다.
방으러 돌아가며 시온은 자신 곁에 있는 인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보았다.
‘일단 릴리트님은 완성된 상태라고 보는 게 맞지.
거기에 알아서 점점 더 강해지실 분이니 걱정할 건 없어.
김유현 그 놈도 마찬가지.
알게 모르게 계속 제 몸 상태를 회복시키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검을 갈고 닦는 중.
이 둘은 일단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고.’
트리샤는 다른 부분이 좀 걱정이긴 하지만 일단 ‘강해진다.’ 라는 부분만큼은 마음을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시온이었다.
성흔이 미약하게나마 발현되어서 순도 100퍼센트의 인간도 아니고, 무엇보다 나중에야 각성하게 될 그 지랄 맞은 모습이 일부 깨어났으니 얌전히 지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나마 전처럼 아예 흑화를 한 것이 아니라 시온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을 한다.’ 라는 설정으로 자신이 강제 변경을 해주었으니 최소한 폭탄 타이머는 이쪽이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걱정인 건 역시 리아와 루시아.
하나는 성체가 되자마자 사망해서 전력 탈락, 다른 하나는 그 뛰어나던 마법은 전부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냥 정신적 휴식처만 되다가 또 사망.
결국 둘 모두 천족과의 싸움에서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지 알 수가 없어.’
성장 가능성은 정확히 모르지만, 일단 잃는다고 생각하면 속이 쓰리고 욕설이 튀어나온다.
‘내 것’ 이라고 판명되는 순간 어느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마인드가 바로 시온의 것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루 빨리 그 둘이 김유현 만큼은 아니어도 지금의 트리샤 정도로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 시온이 원하는 그림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었다가는 정말 여인들 싸움에 제 등만 펑펑!
하고 터져나갈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테지만, 어이없이 잃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더 나았다.
‘···그러고 보니 리시도 조금 문제이긴 하네.’
상급 기사, 리시키다 암셸.
그나마 서술이 약간은 되어 있던 리아나 후반부까지 김유현 옆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던 루시아와는 달리, 아예 초반부에 일찌감치 퇴장한 누디아의 기사.
운명이 바뀌어서 자신의 호위 기사로 있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성장 한계에 대해서는 리아나 루시아처럼 알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상급 기사라고 해서 마음을 놓고는 있었는데, 얘도 생각해보면 여기서 정체되었다가는 자칫 리아나 루시아에게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 말이지.
그랬다가는 그 고지식한 여자가 호위 기사의 자격이 없다면서 스스로 내 곁에서 멀어지려 할 테고, 간신히 회복된 멘탈이 또 흔들릴 수도 있다.’
리시키다의 고지식함이야 평소에도, 둘만 있을 때에도, 심지어 잠자리에서조차 봤다.
시온은 방으로 돌아가면서 여기사를 어떻게 해야 마음의 상처 하나 없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별장 내의 연무장.그곳에서 한 남녀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한창 살 떨리는 결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시온은 그들의 움직임을 쫓기는커녕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식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방금 검을 들고 있는 건 보였으니 남자 쪽은 김유현인 것 같고, 다른 한 쪽은···.’
리시키다, 혹은 트리샤일 수도 있겠지만 저 정도의 속도와 힘으로 김유현을 무리 없이 상대할 수준은 아직 아니다.
그렇다면 이 안에 그럴 가능성이 있는 여인은 단 하나.
“아아, 진짜.
너 정말 인간 맞아?
너무 무섭게 쫓아오는데?”
“말은 바로 하지.
쫓아오는 게 아니라 이미 그쪽을 추월했다고 봐야 할 거다.”
“어쭈?
이야, 시온이라면 또 모를까.
다른 인간 남자가 그렇게 말하면 무시당한 이 누나가 조금은 화가 나는데.
감당할 수 있겠니?”
약간 오글거리는 대화지만, 그 말하는 이가 릴리트라면 또 다르다.
그 천하의 김유현을 속이고 유효타를 먹였으며 그 후로도 여러 번이고 주인공을 고달프게 한 악역 중의 악역.
천족들이 등장하고 갑자기 칠익이라는 뜬금포 악역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칸과 백사병이 리타이어 한 이후로 최종 보스가 아니냐는 예상까지 들었던 인물이다.
‘결국에는 김유현에게 부상을 입은 이후 전장을 이탈했다가 찾아온 천족들에게 살해당했지만, 그 때는 부상이 워낙 심해서 그랬던 거고.
이번에는 다를 거다, 비둘기 새끼들아.’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다른 여인 하나가 더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아까 전부터 저 둘이 부딪치는 모습을 두 눈에 담고 있었던 모양.
“···.”
부드럽게 웨이브가 진 금발을 찰랑이며, 가벼운 무장을 걸친 여기사는 릴리트와 김유현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는 듯, 그리고 뭔가 마음에 와 닿은 것이 있다는 듯 강하게 칼자루를 쥐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리시키다의 모습을 확인한 시온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그녀에 대한 걱정은 일단은 접어두어도 괜찮을 듯 싶었다.
‘그래도 명색이 상급 기사니까.
괜한 걱정이나 우려는 오히려 리시에게 독이 될 수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 일수도 있겠지.’
자신 앞에서는 부끄러움을 떨쳐버리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도 좀 하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말도 하는 여인이지만 다른 이들 앞에서는 여전히 기사의 모습을 고집하고 있는 그녀다.
덕분에 고지식하다는 말도 좀 듣고, 딱딱하다는 소리도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
그 부분을 조금은 부드럽게 바꾸려고 노력한 시온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천성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또 없는 그였다.
‘여기사는 여기사만의 매력이 있는 법이니까.’
점점 다가오는 D―day, 조금씩 성장하는 소설 인물들.
초조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시온은 이제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로 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제부터는 북쪽 야만족을 어떻게 설득할지, 그리고 칸과 겨울의 딸을 어떻게 아군으로 끌어들일지 고민해야 하는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