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29)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29화(129/439)
129―――――
누님들, 보통이 아님
시온 일행은 에오스와 버일러를 곁에서 따르는 바야라, 즉 친위대의 안내를 받으며 아이기오르의 본영으로 향하게 되었다.
물론 서로 간에 불편한 기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시온과 에오스 사이에는 특별한 적대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단하군요.
그런 방식으로 적들을 물리쳤다니.”
“운이 좋았다고 해두죠.”
“운도 하늘의 뜻입니다.
우리 북쪽에서는 운이 좋다고 하여 상대를 깔보지 않죠.”
“좋네요.”
언뜻 들으면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모양새였다.
잠시도 쉬지 않고 서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버일러 휘하의 친위대나 시온의 호위대는 약간 난감한 기색으로 그들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 정신없는 이야기의 와중에, 시온도 에오스 모두는 이번 협상에 대한 어떠한 부분도, 심지어 왕국과 북부 부족 간의 문제에 대해서 일말의 언급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서로가 조심하며 혹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는 수 싸움이 진작 시작되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게 시온과 에오스 일행은 마침내 아이기오르의 게르에 도착하게 되었다.
원래라면 칼타와의 계속된 갈등과 대립으로굉장히 거칠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던 곳이었지만, 왕국이 보낸 특별 인사가 온다는 소식에 재빠르게 분위기를 환기시킨 모양이었다.
“시일을 오래 끌 생각은 없겠죠, 시온 클라우젠.”
“당연한 말을 하는 군요, 버일러.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긍정적인 답을 가지고 왕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내 소망이랍니다.
기다리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그래서 왕실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는 이도 대동한 건가요.”
“역시 나를 기다리시는 분이 붙여준 거랍니다.”
은근슬쩍 ‘나는 왕국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라고 강조하는 시온이었다.
유치하다면 유치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이런 작은 부분이 상대를 위축시키거나 협상에서 유리한 부분을 차지하게 만드는 작용을 할 수도 있었다.
‘눈앞의 여자가 칼타의 지도자, 쟌 테무친이었다면 이런 말은 죽어도 안 했지.’
그녀라면 얼씨구나, 하고 인질로 잡아서 왕국과 다른 의미의 협상을 벌였을 지도 모른다.
농담이라면 좋겠지만 칸이라면 그럴 확률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부족민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열혈 누님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이기오르는, 그리고 에오스 버일러는 다르다.
왕국과의 화친을 원하며 비록 살기 힘겨운 땅이지만 최소한 이 땅이 아내와 자식들의 피로 넘쳐흐르는 잔혹한 미래가 들이닥치지 않기를 바란다.
“앉으시죠.”
에오스의 권유에 시온은 별 의심 없이 자리에 앉았다.
거대한 게르 안에 한쪽은 에오스를 주축으로 하는 아이기오르의 일원들이.
반대편에는 시온을 중심으로 하여 히스파냐의 인원들로 가득 찼다.
원래라면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부가 안내된 숙소로 이동해서 여독을 풀 테지만, 이곳은 히스파냐의 사람들 입장에서는 사지나 다름없는 곳이었고, 아이기오르 측에서도 감시해야 할 적대 세력의 인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이 더 편했다.
‘근데 저 새끼는 벌써부터 눈에서 아련 빔이 막 나가시네.’
시온은 김유현의 상태가 마치 매혹 효과에라도 걸린 놈 마냥 굳어있음을 눈치 채고 있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에오스의 생김새가 김유현이 무림에 있을 때 알게 모르게 호감을 가졌었던 서역인과 비슷했던 것이다.
심지어 더 문제는, 이후 김유현이 칸과 대립할 때 나타난다.
자매 사이인 겨울의 딸과 칸.
당연히 생김새가 무척 닮을 수밖에 없었다.
김유현은 도저히 칸을 벨 수가 없었고, 결국 부상만 입힌 채 모든 것이 흐지부지되고 만다.
‘이 모든 것이 작가의 농간이란다.
겨울의 딸과 칸을 동시 퇴장시키려는 간악한 술수!’
부상을 입어 제대로 싸울 수 없었던 칸과 그런 언니를 끝내 죽일 수 없었던 겨울의 딸.
결국 둘 모두가 최후를 맞이하는 것으로, 북방 야만 부족들은 다시 그랬던 것처럼 사방팔방으로 쪼개어져 다시는 예전만큼의 강력한 힘을 보이지 못 했다.
“이전 왕실에서 보낸 특사를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아예 이야기도 들어보지 않고 돌려보냈다죠.”
“뻔한 거 아닌가요?
우리 북부는 예전처럼 조용히, 왕국은 원래대로 자신들의 풍족한 영토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게 끝이죠.
당신들이 보낸 그 특사에게는 아무런 해결 방안이 없어요.”
“하지만 그걸 들어보고 돌려보내는 것과, 듣지도 않고 돌려보낸 것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걸 알기에 버일러도 나와 이 사람들을 이리 반가이 맞이한 거 아닙니까?”
한 마디로 네가 쫄리는 부분이 있으니 그렇게 다급히 마중을 나온 거 아니냐는 소리.
그에 아이기오르의 버일러, 에오스는 ‘킥!’ 하고 웃음을 내뱉고는 우아하게 다리를 꼬았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당히 무례해 보일 수도 있는 모습.
당장 슈마허 부단장이나 리시키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지만 시온은 그녀의 행동에 대해서 별 불만이 없는 듯,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뭔가 오해한 모양이네요.
나는 당신들을 반갑게 맞이해준 것이 아니랍니다.
오히려 어디선가 왕국민들의 목을 벨 생각으로 흥분 중인 테무친으로부터 당신들을 구조한 것이지.”
“구조라.”
“알아차리지 못 했나요?
우리가 아이기오르의 게르로 향할 때, 이쪽을 주시하고 있던 몇몇 기병들의 모습을.
그들이 과연 어느 쪽의 사람이었을까요.
또 누구에게 보고를 하러 사라졌을까요.
내가 먼저 도착하지 않았다면 과연 당신들은 지금 찬바람이 들이치지 않는 이 게르에서 편히 앉아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수 있었을까요?”
무척이나 친절한 모습으로 그렇게 말하는 에오스였다.
내가 왕국을 적대하는 다른 세력으로부터 당신들을 구했다는 말.
동시에 언제든 당신들을 내쳐서 그들 앞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무례하오.”
결국 슈마허 부단장이 입을 열어 불쾌함을 표시했다.
“버일러.
여기 앉아계시는 분은 히스파냐의 국왕 전하께 모든 결정권을 위임받고 오신 분입니다.
아무리 여기가 그대들의 게르라고 해도 겁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가 언제 겁박을 했나요?
그리고, 우리가 겁박을 한다면 당신들은 ‘아이고, 무서워라.
말을 잘 들어야겠군요!’ 라고 따를 인물들인가요?”
“···.”
“내가 보기에는 우리 아이기오르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전력을 가져온 것 같은데.”
그제야 슈마허 부단장은 버일러라 불리는 여인이 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너무 과한 인원들 끌고 왔다는 점, 그래서 자칫 왕국에 반하는 생각을 지닌 다른 이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분도 아니고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후계자.
거기에 전쟁영웅이기까지 한 시온 공자를 허투루 모실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애초에 이런 호위 병력이 붙게 된 건 히스파냐의 지배자, 에드가 4세의 명에 의해서였다.
그가 이런 상황조차 예상치 못 하고 자신들을 시온 클라우젠의 곁에 붙였겠는가.
시온 클라우젠이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옆에 서서 단단한 방패이자 날카로이 벼려져 있는 창이 되라고 말하던 국왕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버일러.”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시온이 입을 열었다.
에오스는 말해보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대들의 부족함을 나와 이쪽 사람들에게, 그리고 왕국에게 씌우지 마시죠.”
“···뭐라고요?”
“애초에 당신들이 상황을 불안케 하니 왕국은 당연한 대응으로써 이만한 호위 병력을 붙인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먼저 북부 부족들을 압박했나요?
아니면 우리가 공격을 했나요.
내가 알기로는 적대적인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 그대들 북부라고 들었는데.
틀린가요?”
“···.”
남 탓으로 돌리기도 때를 봐가며 써야 한다.
가끔 안 먹힐 때도 있지만, 이렇게 인과가 확실한 상황에서는 가벼운 남 탓만으로도 분위기 전환은 물론 기세를 완벽하게 잃게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왕국은 분명 그대들에게 기회를 주었고, 당신들도 그걸 반갑게 맞이했죠.
3년간의 길고도 짧았던 평화가 그 증거일 텐데, 갑자기 이제 와서 호위 병력이 많다고 ‘징징’ 대는 건 얘들 장난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은데.”
상당히 신랄한 비판에 에오스 뒤에 서있던 북부 야만 전사들이 눈을 부라린다.
자존심 드세기로 소문난 그들 앞에서 얘들 장난이라는 말을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
하지만 시온은 오히려 입가에 미소만 더욱 짙게 지을 뿐이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에오스처럼 다리를 꼬는데 그 모습이 여인인 에오스보다도 훨씬 더 우아하고 고풍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내가 오죽하면 다리 꼬고 앉기 연습을 했겠냐.
이것도 다 스킬이지.’
행동 하나 하나에 상대를 압도하는 기운이 있어야 입을 놀릴 때 도움을 받는 법이다.
시온은 하실 말씀이 있다면 어디 한 번 해보시죠, 라는 듯 에오스를 바라보았다.
한편, 에오스는 부글부글 끓어오는 속을 다스리느라 애쓰는 중이었다.
사실 이쪽이 먼저 도발을 했으니 반격이 날아올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하지만 적진이라고 봐도 무방할 곳에서 저렇게 신랄한 비판을 가할 줄은 미처 몰랐다.
어지간한 베짱이 없다면 결코 불가능한 짓이었다.
‘저게 고작 스무 살 먹은 애송이의 입에서 나올, 몸에서 느껴질 여유란 말인가?’
전쟁영웅이라는 말에 왕국 귀족들의 주특기인 부풀리기, 그리고 공적 몰아주기는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 만나보니, 그게 전부 사실이었음을 에오스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건 그냥 뒤에 서있는 사람들을 믿어서 나오는 치기가 아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취해도 여유롭게 받아칠 수 있다는, 모든 준비가 되어있는 강적만이 지닐 수 있는 여유이고 자신감이었다.
“···사정이 좀 있었죠.
3년간 유지되던 왕국과의 교역이 통째로 흔들리고, 불안하게 흔들리던 민심이 결국 전쟁으로 기울어지게 된 원인.”
“그런 이유 듣자고 온 건 아닙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왕국은 전쟁 아니면 평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부디 그대 북부의 강인한 부족들이 후손들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바라고요.”
“칼타는, 왕국와 척을 지려는 이들은 그 현명한 선택을 왕국과의 전쟁을 통해서 살기 좋은 땅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는 있나요?”
에오스의 말에 시온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당장이라도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로 얄미워 보이는 미소를 말이다.
“그러면 전쟁이라는 건가요?”
“우리 아이기오르는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이게 뭔가요.
돌고 돌아서 원점이군요.
당신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데, 다른 이들은 전쟁을 원한다.
그 흉흉한 분위기에 최소한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이들을 데리고 온 우리가 문제라고 걸고넘어지는 건 싸우자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데 또 그건 아니라고 하고.”
“···.”
“버일러.
이 자리는 만담 나누는 자리가 아닙니다.
확실히 의사 표명을 하세요.
왕실의 특사까지 돌려보내고 나를, 이 시온 클라우젠을 이 머나먼 북부까지 오게 만들었으면!”
콰앙!
시온이 테이블을 그대로 내리쳤다.
무례하다고 펄쩍 뛰어도 모자랄 일이었지만, 북부의 전사들은 함부로 나서지를 못 했다.
버일러인 에오스가 가만히 시온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대, 이 아이기오르의 버일러인 에오스의 뜻을 내게, 이 시온 클라우젠에게 전하세요.
이 너른 북부 땅의 강자로써 확실하게, 그리고 강단 있게.”
물론 아까 전의 쟌 테무친이 그러했던 것처럼 테이블을 두 쪽 내지는 못 했지만, 그 행동이 주는 압박감은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에오스는 잠시 침묵하다가 시온을 응시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는, 그리고 여기 있는 아이기오르의 일원들은 왕국과의 평화를 원합니다.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어디로 갔죠?”
“···언니는.”
말실수를 했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에오스는 한숨을 내뱉었다.
같은 피를 나눈 자매 사이인지라, 그리고 어릴 적부터 봐온지라 누구보다 더 잘 안다.
동생인 자신이 아무리 설득하고 설득해도 들어먹을 언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쟌 테무친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나서야만 했다.
“내가 설득할 수 없었어요.
이대로 가면 칼타는 우리 아이기오르의 연합도 없이 독단적으로 왕국 영토를 대대적으로 공격할 겁니다.”
“전쟁을 택하시겠다?”
“왕국의 영토 중 일부를 차지해 거기에 새로운 국가를 만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당신은 어떤가요, 아이기오르의 버일러, 에오스.”
시온의 질문에 그녀는 쓰디쓴 미소를 짓고는 솔직하게 말했다.
“당연히 나도 그러길 원하죠.
우리 북부 부족들을 위한 나라라니.
나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어요.
나라고 우리 부모형제자매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광경을 보고 싶지 않을까.”
“헌데 그들과 대립하는 이유는.”
“우리의 태생은 그게 아니니까.”
여인의 눈동자가 시리게 빛난다.
“우리들은 한겨울의 북풍, 칼날바람.
한 곳에 머물 수 있는 이들이 아니에요.
그게 우리의 태생, 천성이고 그걸 거부할 수는 없죠.
다른 길을 고집하다가는 거기에 휘말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예요.”
시온은 에오스의 말에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어쩌면 저리 제 부족민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그와는 반대로, 쟌은 당장의 문제 해결만을 위해 멀리 바라보지 못 하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그 강한 힘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을 뿐이었다.
‘강한 자가 잘못된 신념을 가질 때 가장 무서운 법이지.’
시온이 막 입을 열려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게르 안으로 구르듯 뛰어들어왔다.
그리고는 에오스 앞에 턱!
하고 머리를 박는다.
“버, 버일러!
자리가 자리임을 알지만!
크, 큰일입니다!”“
이번에는 또 뭐냐.
귀한 손님이 계신 와중에 무례라니.”
“테, 테무친!
카, 칼타가 전사들을 이끌고 우리 게르 앞까지 당도하였습니다!”
그 말에 천막 안의 모든 인원이 싸늘하게 얼어붙고 말았다.
히스파냐는 자신들을 함정으로 끌어 들인게 아니냐는, 꽤나 합당한 의심을 품은 눈길을 하고 있었고 아이기오르 측은 결국 그들이 일을 벌였구나!
싶어 당황한 참이었다.
“···이 미친년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자리를 대차게 말아먹었다는 생각에, 에오스는 여태 숨기고 숨겨왔던 분노를 유감없이 표출해냈다.
그녀는 안광을 번뜩이며 기다리라는 말도 없이, 그댈 게르를 뛰쳐나갔다.
‘설마 벌써 자매 대전이야?’
이러면 곤란한데.
둘 다 벌써 죽으면 안 된다고.
시온은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에오스의 뒤를 따라 게르를 나섰다.
그 직후, 시온은 저 멀리 한 무리의 기병들을 이끌고 있는 또 다른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에오스 버일러, 겨울의 딸이 김유현의 든든한 조력자였다면.
저기 말 등에 앉아 농담 하나 안 붙이고 리아 만한 칼을 뽑아든 여인은 김유현도 인정했던 최고의 난적, ‘칸’ 이라는 이명까지 얻은 북부의 악몽이었다.
“히스파냐의 개들은 어디 있는가!”
···나 개 아닙니다, 누님.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온이 여기 있다고 당당하게 외치려는 순간이었다.
“이 빌어 처먹을 웬수 년아!”
어디선가 한 줄기 삭풍이 불며, 회색 머리의 여인이 말을 타고 달려 나가는 것이 보였다.
―――――――작품 후기―――――――
달려 나간 이유는 추천을 누르시지 않은 독자님들을 잡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