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3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32화(132/439)
132―――――
누님들, 보통이 아님
당황스러웠다.
아니, 당황스러움을 넘어 그냥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소문, 그리고 직접 만나보니 더욱 그렇다는 확신이 들었던.
히스파냐의 대귀족, 젊은 전쟁영웅이라던 시온 클라우젠.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야 한다기에 뭔가 엄청난 대안이라도 내놓을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 한다는 말이 기다려, 라고?’
에오스는 슬쩍 옆에 앉아있던 쟌을 바라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왕국에 대해서 적의를 품고 있는 제 언니가 저런 말을 듣고 과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북부 부족들과 농담 따먹기라도 하자는 건가?”
그리고 그녀의 걱정대로, 쟌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헌데 희한하게, 여전히 시선은 시온을 피한 채였다.
쟌이 대화를 할 때 원래부터 눈을 피하던 여자인가?
아니, 절대 아니다.
애초에 북부 전사들 사이에서 눈을 피하는 건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져 상당한 무례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저러는 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중요한 건 쟌의 행동 이유를 밝히기 보다는 ‘기다려.’ 라고 짧게 해결 방안을 내놓은 저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남자의 말이었다.
“시온 클라우젠.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죠?
그저 기다리기만 하라니.”
“말 그대로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어차피 숨어들었던 몬스터들이 지겹게 쏟아질 테니 그 때까지만 버티면 일단 교역 물품의 고갈은 해결된다는 소리죠.”
“그걸 어찌 확신합니까?”
“감이라고 해두죠.”
시온의 대답에 에오스는 기가 막히다는 듯 한숨을, 쟌은 시온을 노려보다가 그가 자신을 돌아보자 또 고개를 돌려버렸다.
한편, 감이라는 시온의 말에 슈마허 부단장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왕국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을 떠올렸다.
확실히 이 남자,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귀족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노예시장 건도 그렇고 클라우젠에 가해진 몬스터 습격 사건을 해결했을 때도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 있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그게 ‘감’ 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
김유현은 애초 시온과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이제는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가만히 옆에 서있었고 말이다.
“기가 막히는군.
당장 굶어죽으나 싸우다 죽느나 마찬가지라는 칼타의 전사들이 그 말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 건가?”
“맨입으로는 안 되겠죠.
그래서, 최소한의 정성을 보일까 하는데.”
“···정성이요?”
사실 이럴 때를 위해 거래를 한 건 아니었지만, 믿을 거 하나 없는 왕국의 북부를 그나마 훌륭하게 지킬 수 있는 두 자매와 야만 전사들을 끝내 적으로 돌리기는 무척 아쉬웠다.
곧 벌어질 남쪽의 일을 마음 놓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부의 안정과 함께, 유사시에 언제든 굴려먹을 수 있는 무력 집단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야만 부족들의 율법 중 하나, 받은 은혜는 무조건 갚아야 한다는 부분이 있지.’
약탈이 주산업인 야만부족 주제에 또 은근히 율법을 고집하고, 명예에도 욕심을 부린다.
매일이 싸움의 연속인 그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지도자가 전사들을 이끌 수 있는 이유에 단순히 ‘강하다.’ 라는 것만이 아니라 또 다른 지배의 이유가 필요했던 것이다.
“가장 급한 것이 식량이겠죠.
그걸 이쪽이 부담하겠습니다.”
“···뭐?”
“왕국이 식량을 내어주겠다는 건가요?”
“아아.
왕국이 아니라 시온 클라우젠, 내가 부담을 하겠다는 겁니다.”
하이네스 상단에서 자신에게 치러야 할 대금은 아직 반 정도 밖에 지급되지 않았다.
그런데 클라우젠 변경백령을 떠나기 전, 시온은 그걸 전부 받기도 곤란하다는 생각에 잠겼다.
보관이 보기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식량들이 썩거나 쥐들의 기습을 받을 경우 자리에 앉아서 돈만 날리는 상황으로 발생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꾸 식량이 계속 들어오게 되면 누디아 측에서 클라우젠이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요정 놈들은 얼씨구나!
하고 또 다시 누디아를 흔들려고 할 것이 두 눈에 훤히 보이는 상황.
‘풍족한 게 좋기는 하지만 너무 남아돌게 만들어서 썩힐 필요는 없어.
필요한 곳으로 재배치하고 대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으면 되는 일이야.’
물론 클라우젠 영지보다 북부의 야만 부족들이 그 수가 훨씬 많다.
때문에 풍족하게 식량을 나눌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시온이 원하는 그림.
너무 호의를 베풀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
딱 적당하게, 배만 곯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여기서 조금만 더 버티면 다시 예전의 그 풍족하고 배부르며 따스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합니까?
아무리 왕국의 대귀족이라고 해도 우리 북부 부족들의 수는 아주 많습니다.
수만이 훨씬 넘는 부족민들인데···.”
“풍족하게 나눌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불씨 정도는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왕국이 그걸로 우리의 눈과 귀를 막아두고, 병사들을 모아 북부를 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내 말이 틀리나?”
쟌의 질문은 꽤나 날카로웠다.
적당한 미끼 하나 던져두고 시간을 끌고 방심을 유도하게 만든 다음, 왕국의 정규군이 밀고 들어와서 부족민들을 싹 쓸어버린다.
여기까지 보면 상당히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계획이었다.
“쟌 테무친.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데.”
하지만, 시온에게는 되도 않는 개소리였다.
“당신들 북부 부족들을 밀어버릴 생각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왕국의 최종결정권자로 직접 찾아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냥 군대를 이끌고 와서 당신과 그 휘하들을 지금쯤 싸그리 밀어버렸겠죠.”
“···.”
쟌은 시온의 싸늘한 목소리에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끙, 하고 침음을 내뱉곤 얼굴을 돌렸다.
확실히 왕국이 전쟁을 할 생각이었다면 저런 자를 보낼 필요도 없이 군대를 보냈을 것이다.
왕국의 대귀족을 굳이 이 북부로 보내면서까지 작업을 할 가치는, 솔직히 자신이 봐도 없을 정도로 초라한 북부였고, 부족들이었으니까 말이다.
“당신네들 사정은 잘 들었습니다.
3년 동안 교역으로 인해 얻었던 평화와 배부름, 따스함.
하지만 그 교역 물품이 빨리 소진되어 이제는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도 그럴 방법조차 없는 당신 부족들.
결국 다시 예전의 약탈로, 아니.
더 나아가 스스로 그 부를 창조할 수 있는 나라를 건설하려고 한다는 것.”
시온은 흥미롭다는 듯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신들이 국가를 세우는 그 순간, 왕국은 여태까지 대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당신들을 몰아붙일 겁니다.
국가가 부족을 경계하는 것과, 국가가 또 다른 국가를 경계하는 수준은 전혀 다르니까요.”
“그렇겠죠.”
“···.”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테무친에게, 그리고 방법을 찾아달라는 버일러에게 말하겠습니다.
나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이게 내가 당신들에게 내어줄 수 있는 최고의, 그리고 최선의 대답입니다.”
“···.”
“히스파냐는 전쟁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걸어오겠다면, 피할 생각도 없습니다.
여태까지는 그대들의 살 길이 그것 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으니 적당히 넘어가주었지만, 이렇게 살 길을 알려줌에도 고집을 부리겠다면 왕국도 더는 웃으면서 당신들을 받아줄 수가 없을 겁니다.
그대들이 북부 부족들로 이루어진 왕국을 세우느냐, 아니면 왕국의 군대가 북부에 펼쳐져 있는 그대들의 천막들을 모조리 불태우느냐.
둘 중 하나겠지요.”
그 말에 에오스도, 쟌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서로가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정말 왕국의 대규모 군대가 들이닥치면 결국 패배하는 건 자신들임을 둘 모두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게릴라 전법도, 위장후퇴전술도 돌아갈 집이 있고, 고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법이다.
너른 평야가 전부인 들판에서는 숨을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왕국의 엄청난 군세가 밀고 들어오면, 결국 부족들은 밀리고 밀려나다가 저 칼날 산맥으로 들어가서 모두가 얼어 죽고 말 것이 확실했다.
‘몰아붙이지만 아예 막다른 길로 내세우면 안 돼.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두고 몰아야 굴복하고 거기로 기어들어가던, 아니면 반항을 해도 이탈자를 생기게 할 수 있다.’
시온은 에오스와 쟌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둘 모두 난감한 기색만 흘릴 뿐, 섣불리 대답을 하지는 못 했다.
이미 부족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또 기다리라는 말은, 지도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피하고 싶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부족민들을 케어해야 진정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지.
그걸 내게 보이라고.
이 북부를 안정시키려면 당신 자매들의 능력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단 말이야.’
아무래도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시온은 충격 요법을 좀 쓰기로 했다.
어차피 이 테이블의 분위기는 자신에게 흐르고 있으니 거기에 몸을 좀 맡겨도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고민이 너무 깊은 것 같으니, 그러면 다른 방식으로 말할까요.”
그렇게 말한 시온은 옆으로 몸을 돌려, 그 자리에 서있던 김유현의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미처 두 여인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싸늘한 섬광을 토해내는 검을 테이블 위에 일부러 소리가 나도록 올려두었다.
챙강!―.
“서로가 고민해봤자 시간만 아깝다는 거, 잘 알고 있잖습니까.
내가 도와드리죠.
이래도 어찌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그 검으로 내 목을 치고 왕국과 전쟁하세요.
그게 제일 빠르고 깨끗하겠군요.”
“시, 시온 공자님!”
슈마허 부단장이 대경실색을 했지만 시온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어차피 저들이 이제 와서 자신을 죽일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 확실했다.
죽일 생각이었다면 진작 죽였지, 왜 굳이 이 자리에서 끝을 보려고 하겠는가.
‘뛰어내려야 할 때 망설인다면 그 때는 그냥 등을 미는게 최고야.’
아무리 설득해봤자 소용없다.
등 한 번 밀어주면 모든 게 끝, 이 얼마나 깔끔한 일이란 말인가.
“나도 시간이 아까운 사람입니다.
여기서 흐지부지 되어서 대답 기다린다고 몇 달을 기다릴 바에 그냥 여기서 끝장을 보는 게 낫겠어요.”
“시온 클라우젠.
일단 진정하고···.”
“솔직히 말하지.
그대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 역시 믿어보고 싶다.
부족민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지도자로써 결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오오, 드디어 쟌 테무친의 입에서.
그 ‘칸’ 의 입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왔네!
유현아, 보고 있냐!
네가 뭔 지랄을 해도 들어먹지도 않던 여자가 내 말 듣는다고!
아무래도 채찍과 당근이 제대로 먹힌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고 쳐도 칼타에 포함된 여러 부족민들은 왕국을 믿지 못 한다.
그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나도 방법이 없어.”
“그걸 설득하는 게 테무친, 당신의 일이 아닙니까?”
“그래서 요청하는 거다.
그대의 도움을.”
···아니, 도움을 요청할 거면 시발.
얼굴이나 좀 보고 대화합시다.
아까부터 얼굴을 돌리고 앉아 있어서 시온이 볼 수 있는 건 쟌의 옆모습, 정확히는 귀만 보고 있는 중이었다.
“도와달라니.
무슨 소리입니까?”
“내가 칼타의 여러 부족민들을 설득할 수 있게 그대의 진정성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냥, 그냥 왕국의 대귀족이라는 자가 우리 북부의 여러 부족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분위기만 좀 내주었으면 좋겠어.
그리 하면 나도 여러 부족장들을 설득하기 용이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시간 끄는 거 질색이라고 했습니다.”
“일주일이면 될 거다.
마침 내일이 부족들이 게르를 거두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때이니까.”
“정확히.”
시온의 재촉에 쟌은 한숨을 내뱉고는 드디어 몸을 돌려 시온과 마주했다.
확실히 에오스와 비슷한 생김새라서 그런지 매력적인 여인이기는 했다.
다만, 볼에 난 흉터가 조금 흉하기는 했지만.
“···그대가 우리 북부를 방문한 ‘지극히 평범한 손님’ 이 되어 함께 어울려주었으면 한다.
호위도 최소한으로 줄인 채로.
일주일 정도만 그렇게 해준다고 해도 북부의 전사들 사이에서 왕국을 한 번 믿어보자는 기류가 흐를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당장 불가하다는 뜻을 밝힌 이는 역시나 슈마허 부단장.그는 두 눈을 사납게 치켜뜨며 쟌을 노려보았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은 국왕 전하의 대리인이자 왕국의 최종결정권을 위임받은 분이다.
그런 분을 ‘평범한 손님’ 으로 대하겠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천막을 거두고 이동한다는 때에 동행을 요청한다?
그게 준 군사 행동에 버금가는 행동인데?”
“그러니 동행을 부탁하는 거다.
그대들이 보기에는 왕국의 협상단을 속이고 은밀히 전사들을 움직이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까.
최종결정권자가 그 안에서 본대를 살피고 있다면 그런 의혹을 받을 일은 없겠지.”
“하지만···.”
“큰 건 바라지 않는다.
분위기만 내어줘도 된다.
왕국이 절대 우리 북부를 함부로 대하고 있지 않다는 그 느낌.
그것만 있으면 전사들도 왕국에 대한 이유 없는 적의를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평화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솔직히 그렇게 구미가 당기는 일은 아닌데 말이야.
시온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고민이라는 듯 팔짱을 끼었다.
일주일 내에 끝나는 일이라면 일단 시간적 문제는 나름 오케이다.
무엇보다 하이네스 상단에 연락을 해서 식량을 여기로 가지고 오는 데에만 시일이 꽤나 많이 걸리니 조금이나마 시간을 끌 건수도 필요했다.
‘그리고 그 일주일 후에 칼타가 여전히 왕국과의 싸움을 원한다면 그 때는 돈 굳는 거지 뭐.’
저들이 끝내 전쟁을 외친다면 그 때는 자신이 약조한 식량 원조고 뭐고 없다.
그냥 왕국의 군대가 몰려들어서 북부를 싹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몰려드는 몬스터들로 인해 왕국의 북부가 탈탈 털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니까, 숨을 곳 하나 없는 이 너른 평야야말로 침입해오는 몬스터들을 찾아내고 격멸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검증된 네임드를 잃는 건 천족들 좋은 일만 시키는 거지.’
동행 정도라면 뭐, 해줄 만하겠다 싶었다.
남은 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호위인데.
‘릴리트님을 빼자니 트리샤를 막을 사람이 없고, 트리샤를 데려가자니 이 녀석은 방해만 될 것 같고.
김유현은···.’
에오스를 바라보고 있던 김유현을 확인한 시온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사랑하는 임이 여기 있는데 다른 곳으로 가고 싶겠니.
“슈마허 부단장님.”
“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가서 리시키다 암셸 경 좀 데려오세요.”
“···설마, 저들의 요청을 수락하시는 건···.”
“해줘야죠.
그것으로 왕국과 저들 북부 부족간의 평화를 지속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물론, 그 다음 말도 잊지 않고 해주는 시온이었다.
“하지만 명심해요.
내가 이렇게 기회를 주었음에도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때는 아주 재미있어질 겁니다.
기대에 배신당하는 것만큼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도 없으니까.”
“···그대가 노력한다면, 나 역시 노력하겠다.”
쟌이 그렇게 대답을 하자 시온은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한편, 에오스는 아까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 쟌의 귀가 붉게 물들어 있던 것이었다.
‘···저 년이 정말 미쳤나?’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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