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47)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47화(147/439)
147―――――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데.”
시온의 말에 김유현은 아아, 하고 탄식을 내뱉더니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평소의 제 모습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으나 이미 시온에게 제 속마음을 다 들킨 후였다.
“···바람이 찬데 그냥 안으로 들어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현재 시온은 마차 밖으로 나와서 마부석에 앉아 가는 중이었다.
덕분에 상황이 상당히 난처해지자 애써 화제를 전환하려는 김유현.
하지만 시온에게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말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아니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한, 김유현의 약점 잡고 늘어지기였다.
놀릴 수 있을 때 적당히 놀려먹어야 나중에 역으로 더 부려먹기 쉬운 법이었다.
“네가 여자한테 눈을 돌리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
“당장 네 옆에 있던 루시아는 미인이고 릴리트님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임자가 있는 여인에게 눈을 돌릴 생각은 없습니다.”
어쭈,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니 맨날 털린 거란다.
수비수 있고 골키퍼 있다고 공이 안 들어 가냐?
다 차는 사람에 따라 다른 법이지.
그리고 지금 그 부분이 중요한 게 아닐 텐데?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건 너도 잘 알 텐데.”
“···다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법입니다.
더는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우리가 비록 시작은 엉망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 같이 고생했으면 막역한 사이는 아니어도 적당히 ‘친구’ 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 정도는 되지 않나?”
“나는, 저는 그냥 지나가는 외지인이고 당신은 왕국의 귀족입니다.”
“친구하면 나만 손해 아니냐, 뭐 이런 소리인가?”
“저와 엮인 거의 대부분의 이들은 항상 그 끝이 좋지 못 했습니다.”
협박 같은 말이었지만, 슬프게도 저게 김유현의 과거였고 현실이었다.
그리고 이게 소설 속 진행을 따라간다면, 미래가 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무림에서부터 김유현은 항상 주변 사람들을 잃었다.
따랐던 스승, 믿었던 친구, 아꼈던 부하, 그리고 사랑했던 여인까지.
오죽하면 코난과 김전일 급으로 죽음을 몰고 다니는 사신이라는 독자들의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
‘물론 죽어나가는 이들은 전부 김유현 측의 사람이었고, 덕분에 점점 단단해지는 몸과는 달리 멘탈이 매번 가루가 되도록 부서졌지.’
누구는 힘든 일을 계속 겪으면 자연스레 내성이 생겨서 튼튼해지지 않겠냐고 묻을 것이다.
정말 그런 질문이 자신에게 날아온다면, 시온은 그 질문자에게 ‘시발,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 법이지!’ 라고 소리를 칠 생각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자꾸 겹치고 겹치다보면 사람이란 존재는 그냥 그대로 무너지거나 어떻게 건드려 볼 수도 없이 망가지게 된다.
처음 태어날 때부터 정신력이 오지게 튼튼한 놈이라면 또 모를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던 이에게 그런 일은 아무리 겪고 겪어도 전혀 익숙해질 수가 없는 부분이다.
김유현이 딱 그런 케이스였다.
전이를 하며 얻은 건 강인한 육체와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학습 능력.
하지만 그럼에도 멘탈 부분까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건 결코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죽어나가는데 멀쩡할 수가 있다면, 그건 멀쩡한 척을 하는 것이나 아니면 이미 내부에서부터 다 무너져서 이제는 ‘사람’ 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상태이리라.
‘오히려 그런 일 겪고도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게 용한 거지.’
지존이 왜 그리 멘탈이 약하냐는 둥, 검선이라는 이름이 아깝다는 둥 논란이 많았었다.
그 때마다 시온은 작가를 옹호 한다기 보다는 김유현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자는 측면에서 그의 멘탈 부분이 튼튼할 수가 없다는 취지로 댓글을 쓰곤 했었다.
“뭐야.
경고치고는 상당히 으스스하고, 협박치고는 뭔가 부실한데.”
“···둘 다 맞을 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네 주변인들이 불행했다.
그러면 나와는 정 반대네.
내 주변 사람들은 행복하거든.
왜 그런 줄 알아?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생각이니까.
일단 내 사람이 되면 무조건 챙겨주자, 가 내 인생 목표거든.
내기할까?
내가 불행해지나, 네가 행복해지나.”
“꽤 자신만만하군요.”
그럴 수밖에 없지, 주인공 놈아.
난 최소한 네가 겪을 비극에 대해서는 아주 세세하게 알고 있는 독자니까.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화두에서 빗나간 부분을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이야기가 어쩌다 보니 상당히 멀리 왔네.
자, 다시 돌아가 보자고.
에오스 버일러랑 상당히 사이가 좋아 보이던데.”
“···.”
“거기에 네가 나한테 해준 이야기도 에오스와 대화를 나누다가 듣게 된 부분이라고 했고 말이야.
설마 네가 정보를 뜯어내기 위해 미인계, 아니 미남계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걸 쓸 만한 위인은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시온은 조그마한 한숨을 내뱉고는 슬쩍 입을 열었다.
“그냥, 옛사람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친근하게 대했던 것 같습니다.”
오오.
이 새끼 조금씩 본심이 나오는데?
시온은 속으로 낄낄거리며 그 다음 말을 얌전히 기다렸다.
“바보 같은 짓이죠.
옛 추억에 잠겨서 또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추억은 내일을 살아가는 양분이라고 누군가가 그랬는데 말이야.”
“예?”
“누가 그랬다고.
내가 지어낸 말은 아니니까 안심하고 말이야.
아무튼 추억에 잠겨서 조금 감상에 젖는다고 문제될 건 없다고 보는데?”
전혀 뜻하지 않은 말을 들어서였을까.
김유현은 살짝 당황한 눈빛으로 시온을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자신이 마주했던 거의 모든 이들은, 추억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도 그들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 애써 스스로를 채찍질 했었다.
‘한데 이 남자, 시온 클라우젠은···.’
그들과는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당했다.
“사람이 뒤도 좀 돌아보고, 옛일도 좀 생각하고, 그러면서 사는 거지.
앞만 보고 살다가는 그 앞에 놓인 길을 바라보고 숨이 막혀서 질식사하겠다.”
앞에 놓인 길이 너무나도 멀고 험해서 지치면, 잠시 몸을 돌려 네가 돌아온 길을 보라고.
그리고 네가 얼마만큼 걸어왔는지, 네가 얼마나 노력해서 잘 버텨왔는지 스스로에게 알려주고 다시금 앞으로 걸어 나갈 용기를 가지라고.
아버지가 사 오셨던 ‘간지 작살 명언집’ 에 분명 그리 수록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추억에 잠깐 잠기는 거 나쁜 일 절대 아니니 대충 넘어가자고.
그래서 대답이 뭐야.
에오스 버일러, 어떠냐고!
응?”
“···.”
시온의 질문에 김유현이 빤히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혹 ‘당신이 도중에 가로채려고 그러는 건 아닙니까.’ 라는 질문이라도 나올까 걱정하던 시온이 절대 그럴 생각 없다고 막 쏘아붙이려는 찰나였다.
“현숙한 여인입니다.
무력도 무력이지만, 제 사람들을 이끄는 능력이 돋보이는 여자.”
“객관적인 평가 말고 주관적인 평가를 하라고.”
“···묘하게 적극적이군요.
그렇게나 궁금합니까?”
“나만 여자들 끼고 사니 옆에 있는 네가 불쌍해보여서.
좀 도와주려고 하는데.”
“마음은 고맙지만 아직은 그럴 생각 없습니다.”
“답답하네.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는 말은 돌려 말하면 아예 생각이 없다는 소리잖아.”
“···.”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 한 사람은 끝끝내 후회하게 되어 있어.
내 말 명심해두는 편이 좋을 거야, 김유현.”
김유현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일이었다.
지금 자신에게 되도 않는 충고를 하는 인물은 고작 해야 스무 살의 청년.
그에 반해 자신은 지천명(知天命)에 다다랐다.
제 옆에 앉아있는 청년이 죽었다 깨어나도 겪지 못 할 일을 자신은 수십 번이나 겪은, 마모되고 마모되어 이제는 모든 것이 흐릿하기만 한 망령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웃기게도 저 청년이 하는 말들이 꽤나 날카로웠다.
가슴에 날아와서 푹푹 박히는데, 아프기 보다는 오히려 막힌 혈을 뚫듯 조금은 편안해지기도 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고, 스스로를 속이라고.
그래야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듯 말하던 자신에게 시온 클라우젠이 하는 말들은 조금은 철이 없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넘쳐 한 번은 그리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왜 그렇게 에오스 버일러에 대해 묻는 겁니까, 시온 클라우젠 공자.
혹 쟌 테무친의 동생이라 하여 챙기려고 하는 생각입니까?”
“그건 아니고, 쟌과 에오스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놈을 어떻게 잡아 족칠까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너도 동참한다고 하면 껴주려고 했던 거지.”
“···무슨 소리입니까?”
김유현의 기세가 순식간에 돌변했다.
방금 전까지 잔잔하기만 하던 호수에서, 순식간에 거센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로 변한 것이다.
마나도, 살기도 잘 모르는 시온조차 ‘와, 시발.’ 이라고 욕설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였다.
“김유현, 네가 저번에 나한테 한 이야기.
기억나지?”
“···에오스 버일러와 나누었던 그 이야기 말입니까.”
“그래.
그거 듣고 생각난 건데, 어쩌면 북부의 여러 부족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이 왕국의 누군가가 야기하지는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게 누구입니까?”
“가장 이득을 많이 벌어먹을 놈들.
사이가 틀어져도 여전히 이득을 볼 수 있는 놈들.
그런 자들이 유력한 용의자이지 않을까?”
“설마 왕국의 귀족들을 의심하는 겁니까?”
시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유현은 여전히 그 날카로운 기세를 숨기지 않으며, 하지만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증거가 있습니까?”
그에 시온은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확실한 물증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증거를 남길 정도로 멍청한 이들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미친 짓을 벌일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시온의 반응에 김유현은 하,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증거도 없이 일을 벌이겠다는 말은 아니겠죠.”
“왜.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
“나는, 저는 상관없습니다만 당신은 다릅니다.
시온 공자, 당신은 이 나라의 귀족 아니었습니까?
안 좋은 말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게 일파만파 다 퍼지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그렇지.
아마 이름값이 높아진 지금 어떻게든 흠집 좀 내보겠다고 개떼처럼 달려들 놈들이 마차로 5대 분량은 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
시온의 덤덤한 말투에 김유현이 그것 보라며 막 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그런데 뭐, 반대로 생각해보면 뭐든 건수를 잡으면 오오!
하고 박수를 칠 놈들도 만만치 않게 많다는 거지.”
“예?”
“네가 전한 이야기대로 가설을 세워보면 북부의 귀족들이 제 잇속을 채우기 위해서 중간 과정에서 장난질을 쳤다고 볼 수 있어.
부족들에게 물건을 받을 때에는 10의 가치로 받아서 그걸 20, 50, 100에 내다 파는 거야.
그것도 모르고 북부의 부족들은 힘들게 약탈할 필요도 없이 몬스터만 잡아도 교역이 되니 열심히 몬스터를 잡았겠지.
그러면 북부의 귀족들이 전부 단합해서 ‘아아, 너무 물건이 몰리면 값이 조금은 싸질 수밖에 없다!’ 라고 하며 점점 단가를 후려치는 거야.
10에서 8로, 6으로 점점 밑으로 곤두박질치지.”
“···.”
“돈이 더 벌고 싶은데 값은 자꾸 떨어지니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은 수량을 구하는 것뿐이지.
북부가 하나의 단결된 국가라도 이루고 있었으면 뭐라도 해볼 텐데, 서로가 잘게 쪼개진 부족들이니 그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 그대로 놀아날 수밖에 없는 거지.”
김유현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고민을 하다가 슬쩍 말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이렇게 들어봐도 엄청난 중죄임이 확실한데, 그걸 겁 없이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왕국의 귀족들이 말입니다.”
그에 시온은 킥, 하고 웃음을 내뱉었다.
욕심이란 게 원래 가지고 있는 자들이 더 부리는 법이다.
조금만 더 벌면, 조금만 더 챙기면 정말 최고일 것 같은데.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있는 걸 안다고, 그걸 누려본 자들이 더 큰 욕심을 가지게 된다.
“난 다른 건 모르겠어도, 3년 만에 거덜이 났다는 부분이 너무 이상해서.
그렇게 몬스터 씨가 마를 정도로 잡아서 왕국에 팔았는데 정작 부족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한 거지.”
“그런 거라면 부족들이 진작···.”
“진작 이상한 걸 깨닫고 왜 왕국에 정식으로 항의하지 않았겠냐고?
뻔하지.
그리 하면 자신들의 약함을 다른 부족들에게 그대로 다 보여주는 꼴이니까.
애써 괜찮은 척 한 거야.
아쉽게도 아직 북부의 전사들은 서로를 적으로 인지하고 있거든.
그게 상황을 더 악화시킨 거지.”
아마 북부의 귀족들도 북쪽의 야만 부족들이 서로 반목하고 도통 친하게 지내지 못 하는 이들임을 진작 알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그들이 단결하지 못 하게 조금씩 완급 조절을 했을 것이라고 시온은 예상했다.
‘머리가 좋은 놈들이 분명 있어.
이건 거의 왕실에 반기를 드는 것 수준으로 중대한 사항이지.
그럼에도 일을 벌였다는 건, 그만큼 들키지 않겠다는 자신감도 있고 능력도 있다는 소리.’
이런 때에 그 놈이 원하는 대로 속을 슬쩍 떠본다거나,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한다거나, 회유 내지는 협박 같은 것도 통하지 않는다.
애초에 준비가 다 끝난 놈들이고, 진작 증거도 전부 정리했을 것이다.
아마 관련된 이들도 회유 및 협박이 끝났으며 제거까지 했겠지.
“김유현.
만약 이 가설이 맞는 것이라면 이 최후에 분명 쟌 테무친과 에오스 버일러는 죽었을 거다.”
“그게 무슨 말···.”
“어찌 되었든 에오스는 왕국과의 전쟁으로 이번 일이 번지를 것을 막고자 했고, 쟌은 왕국과의 전쟁을 외쳤으니까.
만약 내가 중재를 하지 않았다면, 그녀들의 충돌을 막을 수는 없었을 거다.
생각해봐.
네가 보기에, 쟌과 에오스.
그 둘이 싸우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결과야 안 봐도 뻔하다.
서로가 물러서는 순간 그 뒤에 있는 부족원들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제 자매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를 막으려고 했겠지.
‘동귀어진.’
그 단어가 김유현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그 직후, 한 때 자신이 무척이나 사랑했던 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모든 일이 끝나면 조그마한 집 하나를 짓고 서로의 반려가 되어 백년해로 하자고 약속했던 여인.
그리고 끝내 목숨이 지는 순간에도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자, 김유현은 저도 모르게 콰득!
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냥 가설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너는 나를 옆에서 봐서 알잖아.
언제 내가 이상한 생각으로 헛바람을 잡기라도 했었나?
최소한 난 아니라고 자신하는데.”
“···.”
“알잖아, 김유현.
원래 인간이란 게 참으로 간사해서, 몸에 조금의 자극만 주어도 부모자식의 비밀까지 술술 불어대는 존재라는 거.”
아쉽게도 자신은 ‘고문’ 에는 익숙하지 못 하다.
그나마 가장 쓸 만했던 탄산수도 이번에는 챙겨오지 못 했다.
아니 그 전에, 그런 장난으로 입을 열게 만들 생각도 없었다.
자칫 국가를 전쟁으로 밀어 넣으려고 했던 자들을 심문하는 일이고, 조금 피곤하기도 하니 최대한 빠르고 효과적으로 용의자를 조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김유현은, 그런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무림인.’
주인공, 최강자, 검선, 그런 거 다 떠나서 김유현도 ‘사람’ 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싶어도, 생판 모르는 놈이 갑자기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이를 위험으로 밀어 넣으려고 했다고 생각하면 그게 될 리가 있는가.
‘이렇게 생각해보면 작가도 참 너무하네.
일부러 에오스와 그 무림의 여인이 내는 분위기나 말투, 행동, 심지어 기운까지 비슷하게 설정해두어서 김유현의 마음을 한창 무르익게 해놓고 갑자기 동귀어진 엔딩이라니.’
작가도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그걸 또 이용해먹는 시온도 만만치는 않았다.
물론 시온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대답을 내놓겠지만.
“···제가 직접 물어봐야겠군요.
그 자들에게.”
그리고, 저승사자의 입에서 마침내 대답이 흘러나왔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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