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4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48화(148/439)
148―――――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바삭―.
오, 이거 맛있네.
“리시, 이리로 와볼래?”
“네?”
얌전히 옆에 서있던 리시키다가 옆으로 다가오니 시온은 ‘아.’ 하고 살짝 입을 벌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여기사가 이내 살며시 입을 열자, 그녀의 주인은 달콤한 향이 나는 쿠키를 그녀의 입에 물려주었다.
“우으?”
“먹어봐.
북부 귀족들이 다른 곳에 비해서 사는 게 영 별로라고 하던데 꽤 괜찮게 사네.”
과자를 입에 물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무척이나 자극적이다.
더 보고 있다가는 눈치 없이 우리의 똘똘이가 슬쩍 일어설 것 같아 시온은 찻잔을 들어 내용물을 홀짝였다.
리시키다는 잠시 멍하니 제 주인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붉히고는 그가 물려준 과자를 조심스레 오물거렸다.
퍽―.
“끄읍!”
퍽퍽!―
“으극!”
시온이 느긋하게 다과를 즐기는 사이, 김유현은 창가에 있는 커튼을 치고는 그 안에서 한 남자를, 말 그대로 신명나게 두들겨 패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대로 말해!’ 내지는 ‘지금이라도 불면 멈추겠다.’ 따위의 말은 없었다.
그냥 아무런 말없이,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있는 김유현.
보기에는 그저 단순한 폭행, 내지는 구타 같았지만 당사자에게는 그런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극악의 주먹질, 그야말로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었다.
사람의 어느 곳을, 어느 혈 자리와 어느 급소를 노리고 주먹찜질을 해줘야 당하는 입장에서 혀를 깨물고 죽고 싶고, 당장이라도 피를 토하고 죽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거리를 줄 수 있는지, 김유현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
거기에 적당히 마모된 양심은 그야말로 최고의 조건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마 다른 이에게 저 일을 시켰다면 그래도 비무장 상태를,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야말로 죽도록 패는 것이니 거부감을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아닌가?
릴리트님은 오히려 좋다고 괴롭혔을 테고, 리시키다는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를 테고, 트리샤는··· 말을 말자.
불태우겠다고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온은 계속 쿠키를 야금야금 먹어치웠다.
아마 여기 위에 올라와 있는 다과는, 분명 저 지노 자작이란 놈이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유로움을 내보이기 위해 준비한 것이겠지.
그런 다과를 현재는 구타 쇼를 즐기면서 이렇게 팝콘 대용으로 쓰고 있는 시온이었다.
“컥!
커흑!”
“흠.”
저승사자의 일격에 또 다시 얻어맞은 지노 자작이 결국 고통을 이겨내지 못 하고는 앞으로 몸을 푹 하고 숙인다.
그러자 김유현은 주먹을 거두고는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을 벗겨내었다.
이후 입을 막고 있던 손수건까지 치워내자 지노 자작은 바로 시온을 바라보며 ‘이게 무슨 짓이냐!’ 라고 외치려던 순간이었다.
“쉿.”
뻐억―.
“끄억!”
김유현의 주먹이 이번에는 등판을 내리찍었다.
순간 저릿한 감각과 함께 지노 자작은 목소리가 콱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남자에게 애써 아무렇지 않게 이게 무슨 짓이냐며 분노를 토해내려던 그의 계획은 단박에 어그러지고 말았다.
“무슨 짓이냐고 묻고 싶나 보네.”
호록―.
여유롭게 찻잔을 기울이며 시온은 두 눈 가득 김유현에 대한 공포가 가득한 지노 자작을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도 아니고 김유현, 자그마치 주인공이 직접 진실의 방으로 데려갔다.
물론 제대로 보여준 것이 아니라 살짝 알려준 정도, 말 그대로 ‘찍먹’ 수준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지노 자작에게는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할 말은.”
“무, 무슨 말인지 도대체···.”
“리시.”
다른 건 필요 없다.
원하는 대답이 아니면 들을 시간도, 마음도 없다.
시온의 손짓에 리시키다는 재차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미처 지노 자작이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또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김유현은 버둥거리는 지노 자작의 뒤통수를 후려친 후에, 충격을 받아서 헤롱거리는 그의 얼굴에 다시금 검은 천을 뒤집어 씌웠다.
“김유현.”
그러다가 시온의 부름에 김유현이 진실의 방으로 들어가다 말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조금씩 수위를 높이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그리 하는게 좋겠군요.”
두 남자의 대화에 지노 자작은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싶었다.
도대체 그 수위라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말이다.
물론 그는 잠시 후, 창가 쪽으로 끌려가서 시온이 말한 그 수위가 무엇인지 ‘온 몸’ 으로 깨우칠 수 있었다.
“꺽!
꺼헉!”
생명에 지장이 가지 않는 곳, 맞아도 치명상이 되지 않는 곳.
그러나 고통은 배로 줄 수 있는 곳을 김유현은 가뿐하게 두들겨 주었다.
대충 이쯤하면 대부분의 끄나풀들은 고통을 못 이기고 사실을 실토했었다.
그에 더해서, 혹여 죽으면 안 되니 김유현은 평소보다도 더욱 집중해서 세밀하게, 손속에 자비가 아닌 정교함을 중점으로 두고 있었다.
“저, 저기.
주인님.”
“응?”
“아, 아까 주신 쿠키가 너무 달아서 그렇습니다만.
차, 차 한 모금만 마셔도 될 런지요?”
“내가 마시던 차를 마시려고?
그냥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이에게 한 잔 더 가져다 달라고 하면 될 텐데 왜 굳이···.”
“하, 한 모금만 마시면 됩니다!”
“꺼헉!
꺽!
크흡!”
커튼 건너편에서 사람이 고문을 당하든 폭행을 당하든, 그래서 반쯤 죽어나가든 말든 그건 이미 리시키다의 신경에서 저 멀리 벗어난 지 오래였다.
그녀의 신경은 오직 시온의 입술이 닿았던 찻잔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마치 강아지가 간식 봉지를 뜯는 소리에 다다다!
달려와서는 두 눈을 반짝이며 어서 자기도 맛난 걸 달라고 주인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리시키다가 시온을 바라본다.
그 눈빛이 심히 부담스러워진 시온은 슬쩍 제 찻잔을 내밀었다.
확실히 쿠키가 달달하기는 했으니 차로 입가심을 하는 거야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굳이 자신의 잔을 마시겠다니 뭔가 수상하긴 했다.
“으음···.”
시온의 잔을 유심히 바라보던 리시키다는 이내 곁눈질로 살피던 위치를 발견했다.
그 분의 입술이 닿은 자리다!
마치 차의 향을 맡듯 코를 가까이에 대고 킁킁거리며 리시키다는 붉은 입술을 정확히 그 자리에 대고 찻잔을 머금었다.
‘···릴리트님만 급한 줄 알았더니 쟤도 만만치 않게 달아올랐구나.’
더 시간을 끌다가는 리시키다도 흑화하는 건 아닐까 우려되는 시온이었다.
아무래도 슬슬 저 강아지 같은 여기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촤악!
“끄읍!”
진실의 방에서 나온 지노 자작의 몰골은 처참했다.
혹시나 티가 나지 않도록 얼굴 같이 바로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를 곳은 당연히 피했다.
또한 멍이 들어 보이면 안 되니 팔과 다리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 부분은 전부 피한 채, 김유현은 마나를 이용해 지노 자작의 혈과 급소, 내장들을 산뜻하게 다듬어준 것이다.
“컥, 커헉!”
손수건을 치워주자 지노 자작은 연신 고통으로 가득한 기침을 내뱉었다.
얼마나 아팠는지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고, 콧물이 질질 흘러내렸으며 침까지 흘린 흔적이 아주 제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흠.”
시온은 얼마 남지 않은 쿠키를 와삭, 하고 깨물며 물끄러미 지노 자작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뭔가 할 말이 있지 않겠냐는 무언의 질문.
다른 이도 아니고 김유현에게 그렇게나 두들겨 맞았음에도 지노 자작은 시온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고는 급히 입을 열었다.
“시, 시온 클라우젠 공자.
혹 북부 야만족 놈들이 이상한 소리를 했다면 그건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왕국을 분열시키고 국론을 나누며 우리 북부 귀족들을 모함하려는···.”
“리시.”
너도 참 대단하다,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박수를 친 시온은 차를 홀짝이고 있던 강아지 같은 여인을 불렀다.
그러자 리시키다는 다급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또 다시 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 모습에 다음 벌어질 일을 예상한 듯 지노 자작이 버둥거리자 김유현은 당장이라도 상대를 찢어죽이겠다는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붙잡았다.
“궁금하지?
내 호위 기사가 과연 몇 장의 손수건을 가지고 있는지.”
“큽, 크흑!”
“리시.
손수건이 몇 장 남았지?”
“앞으로 3장 남았습니다, 주인님!”
“그렇다네.”
3장, 그리고 방금 자신의 입에 물려진 한 장까지.
앞으로 이 고통을 최소한 4번은 더 겪어야 한다는 소리에 지노 자작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물론 시온은, 이 이상 리시키다의 손수건을 더럽힐 생각이 전혀 없었다.
“김유현.
이제부터 제대로 해도 좋아.
네가 말했던 상대의 입을 열게 하는 방법.
그게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저렇게나 버틴다니 나도 더는 말릴 수가 없겠어.”
그 말에 김유현의 두 눈에 안광이 번뜩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제부터 그가 무엇을 할지 시온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무림에서 몇 번이고 당해서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자신을 몰아세우고.
주변 사람들은 그 수법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었다.
해서 김유현 또한 그 수법을 제 적들에게 단 하나의 망설임 없이 써먹었다.
그리고, 지금 그 ‘적’ 으로 지노 자작이 결정되기 직전이었다.
“지노 자작.
이건 다른 거 없이 진짜 인륜적인 이유로 묻는 거야.”
“큽, 크흡!”
“혹시나, 정말 혹시나 지금이라도 내게 할 말이 있다면 두 눈 꼭 감고 가만히 있어.
그러면 이 이상 험한 꼴은 안 당해.
물론 고집을 더 부리겠다면···.”
“으읍!
으으으!”
아무래도 적당히 두들겨 주었더니 이 정도 고문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시온은 한숨을 내뱉으며 가볍게 손짓을 해보였다.
그에 김유현은 지극히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의자에 칭칭 묶인 지노 자작을 다시 진실의 방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분근착골.’
말 그대로 뼈와 살을 분리시키는 고통을 주는 극악한 수법, 내지는 무공.
소설의 무림 편에서는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단골손님이었는데 일단 그게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면 절대 그 뒤가 좋지 않은 것 중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것이었다.
‘저걸 딱 견습 기사 수준인 남자가 당한다면.’
아마 돼지 멱따는 소리보다도 더욱 흉한 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다.
웬만한 강자조차 저 수법에는 결국에는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지르며 있는 정보고 없는 정보고 다 토해낸다고 했다.
여태까지 지노 자작은 자신이 나름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김유현 입장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진실의 방’ 은 입장하지도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김유현이 지노 자작을 데리고 진실의 방 너머로 사라지자, 김유현은 본격적으로 뼈와 살을 분리시키기 전에 주변을 한 번 정리하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후 살짝 문을 여니,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작가의 집사와 시녀 몇이 모습을 보였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혹 필요하신 것이라도?”
“아아, 자작과 할 이야기가 어째 길어질 듯 해서 말입니다.
여러분들도 여기서 기다리지 말고 돌아가서 대기하다가 한 20분 후에 다시 오면 될 것 같은데.”
수려한 외모의 미청년이 미소까지 지으며 그렇게 말하니 없던 신뢰도도 생길 지경이었다.
당장 시녀들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시온의 미소가 주는 안도감에 전염된 집사 역시 ‘그러면 잠시 볼일을 보다가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다과는 충분히 준비해두었으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시죠.’ 라고 물러나기로 했다.
지노 자작의 입장에서는 통탄할 것이, 최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자들을 줄이겠다고 집사 같은 성 내부의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쉬쉬한 점이었다.
만약 지노 자작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고 있었다면 일이 꼬였음을 눈치 채고 어떤 수라도 써봤을 테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그들로써는 그냥 이야기가 좀 길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김유현이 소리를 지르지 못 하도록 제압을 했을 테지만 혹시나 모르는 게 사람 일이니까 만전을 기하는 편이 좋지.’
준비가 완료되자 시온은 문을 닫았다.
그게 김유현에게는 정보 발굴의 시작을 알리는 시작 소리였고.
지노 자작에는 뼈와 살이 분리되는 첫경험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꺼으으으으···.”
분명 비명을 지르지 못 하게 제압을 했을 텐데도,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이 죽어가는 소리가 진실의 방 너머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소음 공해 시발.’
귓구멍을 긁적인 시온은 어서 이 소음 공해를 지워내기로 했다.
“리시.
이리 와볼래?”
“네?”
리시키다가 슬쩍 옆으로 다가오자, 시온은 그녀의 허리를 붙잡곤 자신의 다리 위에 여인의 몸이 앉도록 슬쩍 잡아당겼다.
원래라면 상급 기사답게 몸에 힘을 주어 버티거나, 아니면 아예 시온의 손길을 가볍게 내칠 수도 있었지만 리시키다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그저 얼굴을 붉히며 얌전한 한 마리의 강아지가 되어서 제 주인 품에 안길 뿐이었다.
“오늘따라 더 예뻐 보이네.”
“아으으?
주, 주인님.
가,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구역질나는 반동 새끼 얼굴을 보다가 널 보니 정말 선녀 같아서 그렇지!
시온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여인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끄으··· 꺼억···.”
진실의 방 너머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지만, 이 자리의 어느 누구도 그걸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시온은 연신 리시키다의 머릿결을 코끝와 입술로 느끼며 여인에게서 나는 향긋한 향을 가득 맡고 있었고, 여기사는 그런 제 주인의 행동에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터져나오려는 행복한 미소를 애써 감추고 있는 중이었다.
“끄, 끄으윽···.”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김유현은, 천천히 사람 하나를 해체하는 중이었다.
―――――――작품 후기―――――――
조만간 리시의 일러와 맞는 장면이 나올 지 모르겠군요···.!
야, 야스?
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