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50)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50화(150/439)
150―――――
남자라면 한 번쯤은
왕국 북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살짝 겉도는 느낌이, 나쁘게 말하자면 버려진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곳이었다.
그들의 조상 격인 이들이 아주 오래전 왕국으로 투항한 야만 부족이기도 했고, 땅이 험해 물자도 풍족하지 않았으며 야만 부족의 침략이 잊을 만하면 날아오는 곳이었으니까 말이다.
때문에 왕실에서 꽤나 많은 횟수에 걸쳐 지원을 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버려졌다.’ 라고 생각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그것마저 그냥 남은 찌꺼기를 던져주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그런 반감으로 인해 북부의 여러 귀족들은 분명 히스파냐의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말았다.
왕실이 회유도 하고, 경고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야만 부족과의 평화를 이끌어내며 북부에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길을 놓아주었지만, 북부 귀족들이 보기에 그것은 다른 귀족들처럼 누리지 못 하던 뭔가를 독차지할 수 있는 기회, 그것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지노 자작 외에도 대부분의 북부 귀족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른 이에게 질세라 부족들의 피를 짜내서 제 배를 불렸다.
그게 얼마나 최악의 결과로 돌아올지 모르고, 당장 눈앞의 이득에만 눈이 먼 채로 말이다.
“지노 자작이 파티를 열었다고?”
“그렇습니다.
듣자하니 시온 클라우젠 공자가 비밀리에 북부 야만 부족들과 회담을 나누었고, 그 임무가 끝나 왕국으로 돌아온 후 그동안의 피로를 풀 겸 지노 자작에게로 찾아갔다고 합니다.”
“쯧.
하필이면 지노 자작이라니.
우리 가문에 올 것이지.”
다른 자작도, 남작들도 모두가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왕 올 거라면 자신의 가문으로 와서 연줄이라도 만들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도 교역으로 거두던 이득도 이제는 거의 메말랐고, 야만 부족들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며 이제는 무엇으로 힘을 비축하느냐 고민하던 참이었다.
그런 때에 전쟁영웅, 왕국의 신성이라 불리는 젊은 공자가 찾아온다면.
그리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어 다른 경쟁자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부분을 만들어 두었다면 참으로 좋았을 텐데.
“해서 오늘 밤 조촐하게나마 파티를 연다고 합니다.”
“파티라.”
“참석하실 겁니까?”
“그래야지.
그런 대단한 남자가 북부로 왔는데 얼굴도 내밀지 않는 건 다른 가문들과 비교해서 너무 손해니까 말이야.”
걱정이 아예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만에 하나 지노 자작이 자신은 쏙 빠져나가고 여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몽땅 불었을 확률도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노 자작 역시 이번 일에 분명 가담한 자중 하나다.
만일 북부의 귀족들이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드러난다면 그 역시 결코 몸 성히 빠져나갈 수 없음이 확실했다.
설사 모든 사실을 이실직고 하고 용서를 빈다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지노 자작, 그 여우같은 남자가 일을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할 놈도 아니다.’
일의 기밀 유지를 위해 제 조카까지 죽였던 지노 자작이다.
북부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귀족 자제에게 3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일을 들킬 것이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시온에게는 모든 논리적인 가정을 시원하게 뒤엎는 김유현이라는 전술핵이 있었지만.
“타이커 자작 들어오십니다!”
“롤란 자작 오셨습니다!”
“바살라 남작이···.”
그렇게 그 날 저녁, 지노 자작의 성에는 정말 오랜만에 북부의 모든 귀족들이 모이게 되었다.
아, 정확히는 한 곳이 빠져 있었다.
레포엠 남작은 사정이 있어서 오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초대를 받지 못 한 것인지 얼굴조차 비치지 않은 것이었다.
그걸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었지만, 애당초 북부의 여러 귀족들에게 여러모로 미운 털이 박혀있던 자라 그들은 곧 머릿속에 그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더해서 시온 클라우젠이 등장하자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왕국의 신성, 전쟁영웅이라 불리는 젊은 귀족에게로 쏠리게 되었다.
“반갑습니다, 북부 여러 귀족 여러분.”
“시온 클라우젠 공자!”
저 남자가 왕국의 떠오르는 신성,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후계자이자 왕국에서 그 뛰어난 활약으로 이 험한 북부에까지 소문이 퍼진 남자.
시온 클라우젠.
그를 처음 본 이들은 그의 첫인상에 놀랐고, 그의 웃음에 두 번 놀랐다.
전쟁영웅이라 하여 뭔가 엄청난 남자를 기대했는데 저런 미청년이 등장한 것.
그리고 그 웃음 한 방에 모든 의심이 말끔히 사라지는 것 때문에.
“지노 자작에게 약간 무리한 부탁을 하여 자나깨나 이 왕국을 위해 고생하는 여러분을 초대해 파티를 열고자 했습니다.”
“그렇군요.
헌데 지노 자작은···.”
“워낙 급히 준비한 파티인지라 조금 전에도 집사와 함께 뭔가를 분주히 준비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들어올 것이니 일단 우리 먼저 가볍게나마 즐기고 있죠.”
시온의 잔잔한 미소에 여러 귀족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파티장은 평소와 같은 분위기였고, 자작 가문 어디에도 뭔가 일이 생긴 징조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에 더해서 사람의 웃음이 주는 신뢰감이란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어서, 시온 클라우젠이 뭔가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다고는 미처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거, 이거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때문에 저는 아예 묻혀버릴 것 같습니다.”
슈마허 부단장이 슬쩍 손을 들며 일부러 섭섭하다는 척을 해보였다.
그러자 귀족들은 그럴 리가 있겠냐며 손을 내저었다.
왕실 기사단의 부단장 정도면 국왕의 총애를 받는 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니 자신들과 같은 귀족들보다야 끗발이 훨씬 더 높은 사람이라고 봐야 했다.
거기에 상급 기사라는 타이틀까지 가지고 있으니,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인물이 확실했다.
“부단장도 시온 공자와 함께 북부의 야만 부족들에게로 향했던 것이었습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저희가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여러분들의 여독을 풀어드렸을 것이 더 나았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하군요.
일이 잘 풀렸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슈마허 부단장의 행동이나 목소리가 묘하게 굳어있었다.
자세히 살피면 수상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없잖아 있었지만, 귀족들이 보기에는 그들이 맡았던 임무, 야만 부족과의 대화가 잘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증거로 보일 뿐이었다.
“아, 저기 지노 자작이 들어오는군요.”
“그렇군요.
지노 자작!
이쪽일세!
사람이 왜 이렇게 늦는···.”
순간 자리에 모여 있던 귀족들의 표정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파티장으로 들어서는 지노 자작의 상태가, 어느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로 변해있어서였다.
몇날며칠 굶고 잠조차 자지 못 한 듯 볼이 쑥 들어가고, 눈 밑에는 까만 기운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피골이 상접해서 당장 쓰러져 죽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두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두려움이 가득 깃들어 보이는 것이 상황이 절대 자신들이 예견하던 대로 흘러가는 모양새가 아님을 확연히 알려주고 있었다.
“시온 공자!
혹시···.”
지노 자작이 무슨 말을 했든 그건 결코 사실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하려는 찰나.
스르릉―.
슈마허 부단장은 방금 전의 그 미소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 지극히 무심한 표정을 짓고서는 섬광을 토해내는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지노 자작의 뒤로 왕실 기사단원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들이닥쳤다.
모두가 하나같이 창칼을 잡고 있는 것이, 당장이라도 전쟁에 나아가도 모자람이 없는 상태.
‘이, 이런 젠장!’
엉망이 된 지노 자작, 그리고 완전 무장을 한 채 들어온 기사들과 병사들.
무엇보다 슈마허 부단장이 검을 뽑아들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왕실 기사단의 부단장 되는 이가 자국의 귀족들 앞에서 가벼이 검을 뽑을 인물이 결코 아니니, 결국 이건 왕실에 대한 심각한 위협 세력으로 간주하고 적으로 돌리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지노 자작!
배신이라도 한 건가!”
들켰다, 모든 것이 드러났다.
이렇게 생각되니 더는 숨길 생각도, 잡아뗄 생각도 사라진 채 그저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지노 자작을 향해 분노를 보이는 귀족들이었다.
그에 시온은 대놓고 킥!
하고 냉소를 머금었다.
이득이 큰 만큼 리스크도 엄청나다는 것 정도는 저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런 반응이라니.
차라리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면 흥미롭기라도 했을 텐데.
“꽤 긴 세월 동안 참 많이들 처먹었더군요.
역겨운 쓰레기들 같으니라고.”
예의바르고, 멋진 말만 나올 것 같은 시온의 입에서 병사들 입에서나 나올 것 같은 걸걸한 단어가 튀어나오자 북부 귀족들이 일제히 당황하고 말았다.
“배신했냐고?
다행히도 그건 아니랍니다.
같이 손잡고 사이좋게 저승길로 갈 동지인데 거 너무 한 거 아닙니까?
리시.
그 쓰레기 놓아주렴.”
시온의 말에 지노 자작을 붙잡고 있던 리시키다가 그를 강하게 밀어서 북부의 귀족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가게 만들었다.
이로써 자작 셋, 남작 다섯, 총 여덟 명의 도적놈이 한 자리에 다 모이게 되었다.
“다들 이렇게 모였으니 ‘뭐 하나 물읍시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벌인 겁니까?’ 라는 상투적인 질문 말고, 조금 더 현실적인 것으로 가보도록 하죠.”
“···.”
“혹시 깨끗하게 잘못 인정하고 깔끔하게 가실 분 없습니까?
최소한의 품위 유지 정도라면 특별히 내가 선처해드릴 수 있는데.”
“그, 그게 무슨!”
“지금 우리들을 해하겠다고 협박이라도 하는 겁니까!”
“제아무리 대귀족 가문의 자제라고 해도 왕국의 귀족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오직 왕실만이 가능한 것, 국법으로 정해진 것입니다!”
맞는 말이긴 했다.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이는 오직 히스파냐 왕실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김유현이 코네안 자작을 쓰다듬어 주었을 때도 슈마허 부단장이 그 부분을 지적하고 문제로 삼지 않았는가.
‘얼씨구.
지랄들을 하시는군.’
물론 시온 입장에서는 같잖은 헛소리에 불과했다.
“여태 왕실과 국가에 해로운 짓만 해대던 해충들이 정작 이런 때에 왕실과 국법을 찾는다니.
야아, 보통 대단한 분들이 아니네.
절로 존경심이 일렁이는군요.
귀족 여러분.”
명백한 조롱.
그걸 모를 리가 없는 귀족들은 이를 갈았지만, 도움의 손길은 멀고 칼은 가까웠다.
호위병들을 데리고 왔다지만, 저들이 저렇게 무장 상태로 들이닥친 것을 보아하니 아마도 가볍게 제압당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싸우는 소리라도 났을 텐데, 어째서!’
왕실 기사들과 왕성 방위군이 왕국의 정예라고 해도, 이쪽 역시 야만 부족들과 싸우던 북부의 기사들이고 병사들이었다.
아무런 소리 소문 없이 전부 제압당했다는 건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서, 설마 그들 전부가 회유되었다거나!’
응, 아냐.
그냥 전술핵 투입해서 저항이고 뭐고 깔끔하게 쓸어버린 거지.
아마 귀족들의 의문을 알았다면 시온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귀족들을 바라보며 시온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너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내가 북부로 올라오면서 믿을 구석 하나 없이 행차했겠습니까?
당장 야만 부족과 회담도 해야 하는데 그 어떤 권리나 권한도 없이 몸만 덜렁덜렁 왔을까.
설마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서, 설마.
시온 클라우젠 공자, 당신이 국왕 전하의 대리자 자격을 받아서···.”
“오, 그래도 당신은 좀 낫군요.
요만큼이라도 대가리가 좀 돌아가네.”
시온의 대답에 북부 귀족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국왕이 대리자 자격을 주는 것이야 아예 전례가 없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대귀족 가문, 그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3후작 가문의 가주들인 후작들조차도 평생을 살아야 한 번 받아볼까 말까한 엄청난 권한이었다.
국가적 문제를 왕실을 대신하여 해결하고, 여태 실행되던 정책을 중지시킬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왕국에 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적들에게 칼을 겨눌 수도 있었다.
그것이 외부의 적이든, 내부의 적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왕실과 국법에 따라 국왕 전하의 대리자 자격을 지닌 나는 당신들을 당장 이 자리에서 처형해도 아무 문제가 없지요.
물론 자세한 경위는 보고를 해야 하겠지만, 이렇게 증인들도 있고 증거도 있지 않습니까.
아마 서류 한 장이면 국왕 전하도 대충 넘어가 주실 것 같은데.
무엇보다 왕국을 하마터면 전쟁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밀어 넣을 뻔한 귀족 놈들을, 실례.
이 나라의 귀족들에게도 미안하군요.
쓰레기들을 잡았으니까 말이죠.”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린 뭔가를 보여주는 시온.
귀족들은 그게 한 눈에 봐도 여태 진행되던 모든 일들이 적혀있던 일종의 살생부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이이···!”
“슈마허 부단장님.
혹 히스파냐를 위험에 빠트리고,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는 어떤 처벌을 받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평시에도 온갖 고초를 겪고 투옥되어 목숨만 부지해도 다행이겠습니다만, 전시에는 그런 것도 없지요.
즉결 처분이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그렇다는군요!
아, 쓰레기 여러분.
혹시 마지막으로 할 말이라도?”
이미 어떤 처분을 내릴지 결정은 진작 다 했다는 반응에 북부의 귀족들, 아니 쓰레기들이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술을 악물었다.
여기서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설사 빠져나간다고 해도 히스파냐와 왕실에 대한 반역죄로 자신과 가문 전체가 불살라질 것이다.
야만 부족들을 향해 준비되고 있던 창칼이 그대로 쏟아질 것이 뻔히 보였다.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소!”
그 때, 한 쓰레기 하나가 호기롭게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나섰다.
다른 이들보다 체내에 쌓은 마나도 꽤 많고, 단단해 보이는 몸을 보아하니 나름 칼밥 좀 먹었던 이로 보였다.
“나, 타이커 자작은 그냥 넘어갈 수 없소.
여태 우리가 북부를 지키며 얻은 것이라곤 북쪽의 촌놈들이라는 멸시와 따돌림뿐이었소.
다른 귀족들은 떵떵거리며 사는 동안 우리는 남작위나 자작위에 어울리는 것을 누리지 못 했단 말이오!
그런 우리가 마침내 북부에 난 물길에서 물을 좀 퍼마신 것이 뭐가 어쨌다는 것이오.
이건 불공평하오.
불공평하단 말이오!”
그의 말에 슈마허 부단장이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 하는 구나, 라고 으르렁거리며 검을 빼들고 그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당장에 목이라도 날려버릴 것 같은 순간, 시온이 그를 제지하고 나섰다.
“잠시 만요, 부단장님.”
“시온 공자님, 저 자와 대화를 나눌 이유는···.”
“원래 막다른 곳에 몰린 놈들이 되도 않는 헛소리를 하고 정신 승리를 외쳐대서 말입니다.
죽일 때 죽이더라도 그 헛소리는 다 까부수고 죽여야죠.”
시온은 그리 말하며 타이커 자작의 앞으로 다가갔다.
둘의 키는 거의 비슷했지만, 시온이 상석에 서있었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서있던 타이커 자작은 그를 올려다 봐야만 했다.
“자리에 어울리는 것을 누리지 못 했다?
뭔가 잘못 알고 있는데, 자리에 앉아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는 의무를 다하는 자 뿐이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일단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놈이 뭐 대단하다고 주둥이를 놀리는 거지?
그리고 물을 좀 퍼마신 게 뭐가 잘못이냐고?
물만 퍼먹은 게 아니라, 그 물에 질펀하게 똥을 싸두고 입을 꾹 다물었으니 문제라는 거다.”
“어쩔 수 없었소.
여기는 북부요!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른, 항상 모든 것이 부족한 땅이란 말이오!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동안, 히스파냐는 도대체 뭘 해주었기에 그리도 당당한 것이오!”
“작위는 뒀다가 스튜 끓여먹으라고 준 거 아니다.
너희 능력 선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일로 살아남을 궁리를 했어야지.
그런 기본적인 삶의 지혜까지 남이 알려줘야 하나?”
“미쳤군, 시온 클라우젠 공자.
당신도, 그리고 왕국도 미쳤어!
여기는 북부란 말이요.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는···.”
하, 시발.
돼지 새끼가 자꾸 꽥꽥대는데.
이런 개좆같은 소리를 자꾸만 듣고 있을 때, 남자라면 응당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버틀러 형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적이 있다.
“미쳤냐고?
여기는 북부라고?”
남자라면 한 번쯤은.
“···여기는!”
이런 대사를 일갈하며 시원하게 걷어차고 싶은 것이 당연한 본능 아니겠는가!
“히스파냐다!”
―――――――작품 후기―――――――
주말 잘 보내세요오오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