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5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51화(151/439)
151―――――
남자라면 한 번쯤은
자신이라 하여 그들처럼 이득을 취하고 싶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레포엠 남작은 자신도 사람이라고 답할 생각이었다.
어찌 부를 누리고 싶지 않겠는가, 어찌 제 사람들의 배를 불려주고 싶지 않겠는가.
그냥 두 눈 딱 감고 다른 귀족들처럼 야만 부족들의 물건을 싸게 사들여 비싸게 팔고, 그들을 속여 더욱 싼 값에 물건을 들일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레포엠 남작은 차마 그리 할 수는 없었다.
당장 눈앞의 부를 누리기에는, 감당해야 할 위험이 너무나도 컸다.
북부의 다른 귀족들은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위로 올라갈 수 없다며 그를 겁쟁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레포엠 남작은 이건 정말 아니라고 주장하며 그들을 말리려고 했다.
그것만으로는 저들을 막을 수가 없게 되자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레포엠 남작은 왕성에 사람을 파견하여 저들이 벌이고 있는 짓에 대해 소상히 밝히려 했다.
누구는 내부 고발자라 하며, 또 누구는 북부의 배신자라고 하지만 자신은 왕국의 귀족이었으며 왕실에 의해 임명된 사람이었다.
‘이게 당연한 것이다, 욕심 때문에 북부 전체를 흔들리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생각하자 수많은 갈등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괜한 짓으로 여태 힘겹게 살아가다 겨우 살만 해진 북부의 사람들에게 못된 짓을 하는 건 아닐까, 이곳의 일을 밝혔다가 제 영지에까지 피해가 오는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 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결국 레포엠 남작은 마지막 남은 양심으로 야만 부족들과의 교역을 다른 귀족들에게 전부 넘겼다.
이것으로 죄가 없어진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양심의 가책은 덜 수 있으니 이제는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오늘, 레포엠 남작은 비로소 올 것이 왔다고 중얼거리게 되었다.
“레포엠 남작은 문을 여시오!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후계자이자 히스파냐의 적법한 지배자이신 국왕 전하의 대리자로 오신 시온 클라우젠 공자가 오셨소!”
아무리 북부가 외진 곳이라 하지만, 자신은 귀족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작위인 남작에 머물고 있다고 하지만, 국왕의 대리자를 감히 사칭할 수도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귀족에 대해서, 왕국의 떠오르는 신예라는 것 역시 인지하고 있다.
‘다른 귀족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이런 외진 영지에까지 저런 인물이 행차했다는 건···.’
결국 3년간의 비이성적인 짓들이 전부 드러났구나.
레포엠 남작은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성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비록 자신은 직접적으로 그 일과 연관되지는 않았지만, 왕성에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
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같은 죄인이라고 해야 함이 옳다.
“어서 오십쇼, 시온 클라우젠 공자.”
해서 레포엠 남작은 되도록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을 처벌하러 왔을 이들 앞에 나섰다.
그리고 시온 클라우젠의 옆에 서있는 남자가 북부에서 낳은 걸출한 인재인, 슈마허 왕실 기사단의 부단장임을 알았을 때, 레포엠 남작은 자신의 예상이 맞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앉죠.”
시온은 마치 자신이 주인인 것 마냥 응접실에 들어서자마자 의자에 앉고는 남작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레포엠 남작.”
“네, 시온 공자.”
“내가 왜 북부로 올라왔다고 생각합니까?”
“···어떤 임무 수행을 위해 야만 부족의 땅으로 가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히스파냐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에 대한 국왕 전하의 대리인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고 해야겠죠.
해서 야만 부족과의 회담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상당해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그걸 자신 앞에서 하는 저 젊은 귀족의 말에 레포엠 남작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켜야만 했다.
여태 북부의 귀족들이 해오던 짓이 있고, 그게 얼마나 큰 죄인지 잘 알고 있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라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왕실이 선택하고 주도한 교역에서, 어느 불량한 종자들이 내용물을 야금야금 빼먹고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만들었더군요.”
“···.”
“분명 왕실에서도 북부 귀족들이 어느 정도의 금액 정도는 이득으로 취하는 것을 허락했을 텐데, 그 잠깐의 욕심을 버리지 못 해 결국 사이좋게 손잡고 파멸의 길로 빠지는 꼴이라니.”
“시온 공자, 저는···.”
“살고 싶지 않습니까?”
갑자기 날아든 직언에 레포엠 남작은 저도 모르게 ‘예?’ 라고 반문하고 말았다.
그러자 시온은 입가에 미소를 걸고는 마치 지옥 앞에서 누군가를 구원하는 천사의 모습처럼 작게 속삭였다.
“지노 자작이 말하기를, 레포엠 남작은 이번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는군요.
아예 모르고 있던 건 아니지만, 최소한 직접적으로 관여된 중죄는 아니니 조금이나마 정상참작의 여지가 남아있지 않겠습니까?”
“하, 하지만 저는···.”
“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방조한 것조차 죄라는 것을.
하지만 당신은 최소한의 양심은 지켰으니 그에 상응하는 인정 정도는 받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
“나도 돈을 벌고 싶다, 내 영지도 더욱 발전하고 싶다, 내 사람들 배도 불려주고 싶다.
그런 유혹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당신은 그걸 전부 이겨내고 최소한 지킬 선은 지킨 겁니다.”
당장이라도 자신에게 반역자!
라고 외칠 것 같았던 이가 오히려 자신이 여태 겪었던 고생을 알아주고, 다 이해한다는 듯 토닥여주자 레포엠 남작은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렸다.
3년 동안이나 갈등하고 또 갈등하던 부분을, 처음 보는 저 젊은 남자가 그게 맞는 것이었다고 직접 언급해주니 꽉 막혀있던 뭔가가 뚫리는 기분이었다.
“레포엠 남작.
당신은 이번 일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면서도 침묵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그건 당신 스스로도 부정할 생각이 없을 겁니다.”
“···예, 그렇습니다.”
“동시에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은 지킨 부분도 있지요.
허면 그 죄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받을 수 있는 정상참작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하는데.”
당신은 살 수 있다, 라는 말에 레포엠 남작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시온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영지에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 전부 끌어 모으세요.
그리고 당장 타이커 자작가로 쳐들어갈 겁니다.”
“예?”
“다른 놈들은 그래도 좀 쪼그라든 기색을 보이는데, 그 자만큼은 당당하기 그지없더군요.
윗물이 구정물인데 아랫물이라고 다를 거 있겠습니까?
아마 분명 가장 먼저 이번 사태에 반발하고 일어날 곳일 겁니다.
문제가 될 건, 진작 태워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시온의 두 눈동자를 마주한 레포엠 남작은,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분명 입은 웃고 있는데, 저 싸늘하게 굳은 눈동자는 도대체 무엇인지.
그가 말하는 ‘태워 없앤다.’ 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진짜 의미로 그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레포엠 남작이었다.
수 시간 후, 시온은 이번에는 타이커 자작가의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레포엠 남작가를 방문할 때와는 다르게, 그 어떤 말도 없이 그저 대놓고 압박하듯 호위 인원들과 뒤에는 완전 무장한 레포엠 남작가의 병력들을 거의 전부 거느리고서.
“시온 공자님, 이제 어쩌시렵니까?”
슈마허 부단장이 시온을 돌아보려 그렇게 물어왔다.
파티장에 갔다는 가주 대신에 돌아온 건 완전 무장한 병사들과 그 사이에 서있는 국왕의 대리자라는 젊은 귀족.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래도 모른다면, 그야말로 병신 중의 상병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시온은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해주다가 아!
하고 탄성을 내뱉고는 레포엠 남작을 불렀다.
“레포엠 남작.”
“네, 네, 시온 공자.”
“상황이 어때 보입니까?”
“···항전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말대로, 타이커 자작가의 성 내부는 무척이나 소란스러워보였다.
사실 당연한 것이, 이리 완전 무장한 병력이 갑작스레 들이닥쳤는데 조용하다면 그게 더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찌 해야 할까요.
밀고 들어가야 할까요?”
“공성전을 치르기에는 장비도 없고, 병력 수도 적습니다.
피해가···.”
“죄를 그나마 줄일 수 있는 길인데 또 은근슬쩍 뒤로 빠지려는 겁니까?”
미소를 짓고 있지만, 말 속에 뼈가 들어가 있었다.
여기서도 뒤로 물러서면 그 때는 정말 진짜 죄인들처럼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
그에 레포엠 남작은 강하게 고개를 내저으며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서 한 번에 뚫지 못 하면 자칫 다른 영지들도 같이 가담할 수 있습니다.
가주들을 전부 붙잡았고, 지노 자작령은 완벽히 제압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쪽의 기세가 줄어들면 딴 마음을 먹을 수도 있다.”
“그렇습니다.”
북부가 소식이 늦기는 늦는 모양이네.
시온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럴 일은 죽어도 일어나지 않음을 확신했다.
당장 자신 옆에 있는 상급 기사만 둘에, 그 상급 기사를 능가하는 존재가 또 둘이다.
거기에 일반 병사들은 웃으면서 잿더미로 만들 미친 흑염룡 한 마리까지.
‘그리고 붙잡기는 무슨.
언제 버틀러 형님께서 자비를 베푸셨던가?’
이미 증거는 충분하고, 증인은 하나로 족하다.
지노 자작가의 파티장은 돼지 새끼들을 도축하는 도축장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왕실이 직접 임명한 귀족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할 수 없다?
그건 이미 국왕의 대리자 자격으로 진작 때려 부순지 오래였다.
‘안고 갈 수 없는,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는 빠르게 처리함이 옳아.
괜한 자비나, 쓸데없는 죄인은 필요 없어.
빠르게 죽이고, 제거하고, 뿌리 뽑는다.
이제 1년도 남지 않았어.’
그리고 이 다음 일도, 되도록 빠르게 처리할 생각의 시온이었다.
“레포엠 남작.
당신이 가서 직접 항복을 권하세요.
그래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신이 완벽히 돌아섰음을 알리고, 저들과는 다르다는 분위기를 낼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시온의 말에 레포엠 남작은 말을 달려 성문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타이커 자작을 대신하여 영지를 맡고 있던 기사단장과 가문의 후계자와 이야기를 나눈 끝에 한숨을 내뱉고는 다시 시온의 곁으로 돌아왔다.
“결과는요?”
“죄송합니다.”
역시나 협상 결렬인 모양이다.
하긴, 일이 전부 틀어졌고 가주는 돌아오지도 않으며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잘 알고 있는 자들이니 죽어도 저항하겠다는 의지는 당연한 결과였다.
“시온 공자님.
이렇게 되면 지금이 되었든 나중이 되었든 공격을 해야 하는데, 내부에 있는 영지민들은 어쩌시렵니까?”
슈마허 부단장이 슬쩍 질문을 던져왔다.
왕국에 위험을 가하는 중죄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자들과 그 주변인들은 몰라도, 영지민들까지 전부 피해를 보는 건 영 탐탁치 않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시온은 슈마허 부단장과는 생각하는 바가 전혀 달랐다.
“왕실의 대리자 자격으로 온 사람 앞에서 성문을 열지 않고 버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영지민들도 모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부단장님.”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들 모두가 죄인인 겁니다.
그게 죄임을 알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안 하면, 가담한 것과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그렇지 않나요, 레포엠 남작?”
레포엠 남작을 겨냥하고 쏜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맞을 수밖에 없는 그였다.
남작이 움찔 몸을 떨며 시온을 바라보자 그는 절대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래도 레포엠 남작은 이렇게 뒤늦게나마 나서기라도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저 안에 있는 영지민들은 다릅니다.
어떻게든 끔찍한 일을 피하고 싶다면 뭐라도 들고 문제를 일으킨 자들과 싸우던가, 아니면 성문을 점거해 열어버리고 우리를 맞이해야죠.”
뒤늦게라도 뭔가를 한다면, 조금이나마 핑계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때에 이르러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하기만 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같이 불타 죽고, 같이 수장되고, 같이 산 채로 파묻힐 뿐이다.
“레포엠 남작.”
“네, 시온 공자.”
“타이커 자작가의 성이 꽤나 큰 편이라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나름 북부의 잘 나가는 기사였으니···.”
“저게 불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면 사방에서 아주 잘 보이겠군요.”
“···예?”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말이.”
그렇게 말하며 ‘하하!’ 하고 웃는 시온.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레포엠 남작이나, 슈마허 부단장은 단순히 눈으로 바라보는 것 그 이상의 뭔가가 시온 안에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평소에는 나긋하고 부드러운 모습의 미청년이지만, 그 안에는 언제든지 거세게 일어날 수 있는, 찬란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자리하고 있음을.
‘슬슬 시작할 때가 되었는데.’
굳이 시온이 이렇게 대놓고 타이커 영지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그들의 시선을 돌림과 동시에 더 큰 충격을 선사해주기 위함이었다.
분명 자신들을 공격할 것 같은 적은 앞에 있는데, 뒤에서부터 제 집이 불타오르기 시작하면 저들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더는 피할 곳도 없다며 죽기까지 싸우기로 할까?
아니면 전의를 잃고 항복하기라도 할까.
‘무엇이 되었든 난 상관없어.
어찌 되었든 그 이후 있을 결론은 똑같으니까.’
그보다 왜 이 여자들이 늦는 거지, 하고 생각할 때쯤.
레포엠 남작이 다급한 목소리로 손을 들어보였다.
“어···?
시, 시온 공자!
저, 저기!”
“어이쿠, 이런.”
풋, 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시온은 고개를 올려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는 붉고 노란 꽃들의 향연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북부 귀족들의 영지에서 그나마 알아주는 곳이었다는 타이커 자작의 성이, 말 그대로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미친 듯이 타오르고 있던 것이었다.
‘그래, 그래.
이거지.
남자라면 한 번쯤은.’
한 번 쯤은, 저런 엄청난 불구경을 하고 싶은 거 아니겠는가.
세상 전부를 태워먹을 듯 이글거리는 저 시뻘건 불꽃과 함께.
나 손해 볼 거 하나 없이, 걸리적거리던 놈들의 집이 전부 타들어 갈 때.
오오오!
하는 탄성이 쏟아지며 차오르는 쾌감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짜릿했다.
‘릴리트님이랑 트리샤가 이렇게 합을 맞출 줄은 몰랐단 말이야.
그보다, 이거 돌아오면 분명 둘 다 상 달라고 들러붙을 것 같은데.’
그렇게 고민하던 시온은 뭐 어쩌겠는가, 싶은 마음이었다.
이렇게나 화려하고 즐거운 불구경을 하게 해주었는데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더 타올라라.
다 태워먹어라!
전부 다!
캬하하하하!’
어차피 내가 먹지도 못 할 돈, 전부 다 타버려라!
불꽃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흔들거리고 있는 시온의 행동은, 그야말로 세상의 재앙을 바라보며 흥겹게 연주를 하고 있는 악마에 비견될 모습이었다.
―――――――작품 후기―――――――
악마는 추천을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