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5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56화(156/439)
156―――――
번개가 무섭나?
일단 일을 벌이고자 하니 비트리는 혼자만으로는 너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모름지기 일이란 것을 벌일 때에는 그걸 아는 자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인원은 꼭 필요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비트리에게는 자신을 따르는 몇몇 기사들이 있었다.
원래 영지에 속한 기사들은 주인인 영주를 따라야 하나 그 주인이란 남자는 죽어버렸고, 남은 건 애송이 밖에 되지 못 한 옛 주인의 자식뿐이다.
거기에 카칸카 남작이 데리고 갔던 기사들은 자신을 따르던 기사들이 아니었기에 모두가 살아남아서 이렇게 옆에 있을 수 있었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기사단장?”
“살아남자고 했다.”
“···무슨 그런 큰일 날 소리를!”
기사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혹 근처에 오는 이가 없을까 경계한다.
자칫 지금 말이 존즈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그 때는 정말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그나마 아무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음을 인지한 그들은 한숨을 내뱉곤 비트리를 돌아보았다.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하십니까!
지금 이 영지의 유일한 희망이 기사단장이라는 걸 잊었습니까?”
“존즈에게는 그럴지 몰라도, 우리에게 이 영지는 그저 죽을 자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이미 모든 일에 연루되어서 반역으로 몰려 모두 죽을 것이 확실합니다.”
“차라리 여기서 버티면서 시간을 끌다보면···.”
“만약 야만족 놈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비트리의 말에 기사들 전원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자신들이, 이 카칸카 남작가가 항전의 의지를 내세우고 버티고 앉아있는 이유.
그건 곧 야만족들이 왕국의 소식을 듣고 대대적으로 움직여줄 것이라고 믿어서였다.
뒤가 안전치 못 하면 당연히 시온 클라우젠도 더는 자신들을 압박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 때까지만 버티면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비트리의 말대로 야만족들이 빤히 지켜보고만 있을 뿐,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말 야만족 놈들이 지켜보기만 한다면.’
‘재, 재앙이다.
모두 죽는 거야!’
자신도, 제 가족들도 전부 죽을 것이다.
반역으로 몰려 한 마디 변호도 하지 못 한 채 모두가 말이다.
“지노 자작가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이미 주인을 잃자 항복하고 저들을 따르고 있다.
똑같이 죄를 저질렀지만 항복해서 공을 세우면 처벌의 강도를 줄여주겠다는 거래가 있었겠지.”
“끄응···.”
“오늘 날아든 그 시도 마찬가지다.
죽을 놈 때문에 괜히 멍청한 짓 말고 성문을 열라는 거다.
그러면 최소한 목숨은 살려줄 테니, 그리고 운이 좋다면 공을 세워 반역의 굴레에서 벗어날 기회를 줄 테니 어서 결정하라고 말이야.”
이렇게 듣고 보니 전부 맞는 말 같았다.
존즈에게, 카칸카 남작의 전원에게 항복하라는 뜻을 전할 생각이었다면 왜 굳이 그런 피곤한 짓을 했을까 싶다.
이건 자신들이 봐도 그 밑의 사람들에게 이제 할 만큼 했으니 빠르게 결정을 내려서 다 가라앉아가는 배에서 얼른 뛰어내리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반역죄에서 탈출할 수 있다.’
‘살 수 있다.
나도, 가족들도 전부 살 수 있다.’
‘공을 세우면, 용서를 받을 수 있을 지도 몰라.’
기사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그러나 같은 결론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제는 저들도 모르게 핑계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왕국에 반할 생각이 없었다, 라거나 카칸카 남작이 아니라 비트리 기사단장을 보고 이 영지에 기사로 들어온 것이니 이건 배신이 아니다, 따위의 핑계 말이다.
“시간이 없어.
시온 클라우젠 공자는 분명 오늘 안으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기를 원하고 있을 거다.
아무리 늦어도 저녁내에 모든 것을 끝내고 성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전보다도 훨씬 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비트리가 천천히 말을 잇는다.
“단순히 성문을 여는 정도로는 부족해.”
“예?
그게 무슨 말··· 서, 설마?”
“순순히 심판을 받지 않고 끝까지 버티겠다며 외쳐대는 반역자의 핏줄을 잘라내서 가져가야지.
그래야 진짜 항복을 한다고, 진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그에 기사들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단순히 성문을 열고 저들에게로 가는 것과, 아예 이곳 영지의 수장을 죽여 그 목을 들고 찾아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아무리 공을 세워서 항복을 해야 처벌이 조금이라도 줄여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 때는 주인의 아들이었던 자를 죽인다는 건 기사의 몸으로써 꺼림칙한 일이었다.
‘이럴 줄 알고 있었지.’
비트리는 이 부분에서 기사들이 가장 많이 망설일 것이라는 점을 예상했다.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자신과 함께 일을 벌일 수 있는지도 전부 생각해 왔다.
“이건 영지에 대한 충성심 따위의 문제가 아니야.
더 크게 봐서, 왕실과 히스파냐에 대한 충성심 문제란 말일세.
비록 존즈가 카칸카 남작의 자식이기는 하지만 왕실에 끝까지 반하겠다고 천명한 이상 우리들이 더는 따를 수 없다고 하며 그를 제거하고 성문을 연다면, 다른 이들도 우리를 조금이나마 선처해주자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거지.”
“그래도···.”
“생각 잘들 하게.
애초에 우리들은 카칸카 남작에게 기사 서약을 한 것이지, 존즈는 아무 것도 아니야.
그가 죽은 이상 이제 우리는 자유 기사 신분이 된 거란 말일세.”
아마 이 부분이 결정타였을 것이다.
우리를 붙들고 있는 기사 서약은 카칸카 남작이 죽은 순간부터 이미 무효화되었고, 이제 이 영지를 버린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다는 말.
오히려 국가와 왕실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를 얻었다는 그 말들이 말이다.
“···따르겠습니다.”
“저도입니다.”
“좋아.
이왕 이런 게 된 거 바로 시작하지.
뜸을 들이다가 존즈 녀석이 알아차리면 안 되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비트리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일은 언제 벌이며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를 하고 저들을 성 안으로 들일 것인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존즈님.”
하지만 원래 세상일이란 것이 제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법이고.
사람 여럿이 모이면 그 중에 분명 쓰레기 하나가 있기 마련이었다.
“뎀 경?
무슨 일이죠?”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존즈님의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순간임에도, 통수에 통수가 연속되는 상황.
아마도 시온은 바로 이런 장면을 원한 것이 아니었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 위기상황에 빠지게 되면 그 사람의, 그 단체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서로가 손을 맞잡고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하던가, 아니면 이 때다 싶어서 배신을 하고 그 배신자를 또 배신하는 그런 한 편의 예능을 찍던가 말이다.
“비트리 기사단장님, 존즈님이 부르십니다.”
“알겠다.
곧 가겠다고 전하도록.”
병사를 보낸 후, 비트리와 그를 따르는 기사들은 저마다 결심을 내린 채 존즈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전시 상황이기에 무장을 걸친 채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최고의 한 수가 된 순간.
헌데 비트리는 존즈와 딱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사람이란 게 원래 긴장하면 긴장한 티가 나기 마련이고, 반갑지 않으면 반가워하지 않는 티가 또 드러나기 마련이다.
현재 존즈는, 그런 티가 나도 너무 나는 상황이었다.
‘설마?’
아차, 싶었다.
자신들이 칼을 거꾸로 잡을 생각을 했다면, 그 칼을 거꾸로 잡은 놈들 사이에서도 또 다시 거꾸로 잡을 놈이 나올 수 있음을.
그리고 자신이 꾸민 일들이 전부 존즈의 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전부 죽여!”
“이런 빌어먹을!”
좁은 응접실이었다면 바로 달려들어 존즈의 목을 쳤을 테지만, 하필 모이라고 한 곳이 넓은 홀이었다.
그리고 이미 병사들과 존즈를 따르는 기사들이 전부 매복하고 있던 상황.
날아온 화살에 두 명의 비트리 측 기사가 순식간에 전투불능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래도 여전히 해볼 만한 싸움이다!’
여기는 기사들로만 이루어진 소수 정예, 거기에 기사 수도 오히려 이쪽이 많다.
병사들이야 어떻게든 뚫고 존즈 놈의 목만 날리면 알아서 물러날 놈들이다.
“반드시 존즈를 죽여서 그 증거를 가지고 가야 한다!”
“더러운 배신자 놈들!”
“닥쳐라!
애초에 왕국에 끝까지 칼을 들겠다고 외친 순간 당연한 일이 된 거다!”
바로 전까지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하던 이들이 고작 몇 글자로 인해 서로 살겠다고 발버둥을 친다.
얼마 전까지 자신들의 부를 자랑하며 낄낄거리던 곳이 이제는 칼을 휘두르는 난장판으로, 그리고 피가 쏟아지는 지옥이 되어버렸지만, 아무도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성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시온은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제끼겠다고 칼 들면 땡큐고, 끝까지 함께 잘 살아보겠다고 하면 다 죽이면 그만이지.’
그런 생각으로 여유롭게 천막 안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던 시온은, 문득 밖에서 소란스러움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주인님!”
“벌써 성 안에서 소란스러움이 느껴지는 거니, 리시?”
“네, 네!
그렇습니다.
주인님이 말씀하신대로···.”
역시 현자들의 말은 틀리지 않아.
사람 여럿이 모이면 무조건 쓰레기가 있기 마련이라니까?
비트리 기사단장을 가장 유력한 배신자 후보로 두기는 했지만, 굳이 그가 아니어도 성의 중간급 인물이 배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그 시를 날려 보낸 시온이었다.
그쯤 했으면 할 거 다 해주었으니 이만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하라고.
혹시 아냐고.
만에 하나 빠르게 항복하고, 또 오는 김에 선물 하나 들고 오면 입 좀 털어서 어떻게 반역죄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지 않겠냐고 속삭인 것이다.
‘대신 부작용도 있긴 하지.’
카칸카 남작가와는 달리 디온바 남작가는 잘 뭉쳐있다는 말을 전한 슈하머 부단장이었다.
즉 배신을 종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 거기에 배신자들로 인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이웃집을 보게 된다면 저들은 더욱 마음을 굳건히 하고 저항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을 것이었다.
‘이제 배신하라고 샤바샤바 하는 건 더 안 먹힌다는 소리.’
그렇게 생각하며 시온은 말 위에 올라 앞으로 향했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 조용하면서도 굳건히 버티고 있던 성 내부에서 고함소리, 비명소리와 함께 트리샤의 것만큼은 아니지만 불길도 치솟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 비트리 기사단장과 존즈와의 싸움에 이어서, 병사들 사이에서도 소요 사태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주인님!”
리시키다가 손으로 가리킨 지점에는,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열리고, 도개교까지 내려오고 있는 풍경이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도개교가 내려온 이상, 카칸카 남작가는 더는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공자님.
바로 진입하는 겁니까?”
슈마허 부단장이 다가와서 카칸카 남작가를 완전 점령하느냐고 물어온다.
하지만 시온은 고개를 내저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역으로 저게 함정일 수도 있거든요.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저 좁은 곳으로 병사들 몰아넣다가는 우리가 역으로 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냥 지켜보기만 합니까?
기껏 내부에서 동조자가 나왔는데 저러다가 진압이라도 된다면 손해일 텐데요.”
“원래 한 번 흔들린 집은 바람 한 점만 불어도 또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걱정 없어요.
그리고 함정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면 안으로 들어갈 겁니다.”
“예?
그 말씀은··· 벌써 성 내부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사람을 들여보냈단 겁니까?”
정확히는 사람이 아니라 굇수라고 해야 할 걸.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시온은 일단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바로 그 때, 성문 위에 걸려있던 카칸카 남작가의 깃발이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해자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시온의 눈에 들어왔다.
저건 자신과 김유현의 연결 고리, 가 아니라 그렇게 정해놓은 신호.
‘함정이 아니라 정말 서로 통수 치느라 난리가 난 모양이네.’
대충 예상한 그림이니 놀랍지도 않았다.
원래 자신이 조금 잘났다고 생각하는 놈들은 스스로를 너무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정작 잘난 놈들 사이에 서면 아무 것도 아닌데, 못난 놈들 사이에 있다 보니 제 존재가 무척이나 귀중한 줄 안다.
“레포엠 남작.”
“네, 시온 공자.”
“진입하죠.
함정이 아니니 괜한 걱정 말고 빠르게.
들어가면 저항하는 놈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제압하세요.
죽여도 괜찮고요.
단, 항상 말했다시피 약탈은 절대 금지입니다.
반역자들의 땅이라고는 해도 어찌 되었든 왕국의 영토니까.”
“알겠습니다.”
이제는 충실히 왕국에 칼을 든 옛 동료들을 잡아 족치는 데에 활동 중인 레포엠 남작이었다.
진형을 갖춘 병사들이 빠르게 카칸카 남작가로 들이치는 장면을 바라보며 시온은 저 멀리 마지막 남은 성 하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디온바 남작가만 제압하면 북부는 깔끔하게 정리.
이후 일들은 조만간 왕성에서 올라올 정규군과 그쪽 대장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조져볼까.’
어떤 방법을 써먹어야 당하는 입장에서 기분이 상당히 더러울 수 있는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순간이었다.
사박―.
시온은 물론이고 잠깐이었지만 리시키다조차 눈치 채지 못 한 바로 그 때.
누군가가 시온의 뒤를 잡고서 빠르게 달려들었다.
콰르릉!―.
번쩍!
―――――――작품 후기―――――――
궁극기 쿨타임 줄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