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5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58화(158/439)
158―――――
번개가 무섭나?
“출발하겠습니다.”
짙은 어둠이 깔린 늦은 밤 시간.
디온바 남작가의 성문이 열리고 2백 여 명의 병사들이 소리를 죽이며 어딘가로 이동한다.
선두에는 현재 디온바 남작가를 이끌고 있는 데몰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에 남은 이들, 특히나 그의 어머니와 동생도 만류했지만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게 마지막 남은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다.
반드시 성공해야 해!’
오늘 하루 전투를 치른 자들이니 휴식을 취하고, 내일이면 디온바 남작가의 성으로 몰려들 것이 두 눈에 훤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들을 막으려면 단단한 성벽보다는, 발목이나 다리에 상처를 입히는 편이 나으리라.
데몰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여기 지리는 우리가 훨씬 더 잘 안다.
들키지 않고 은밀히 이동할 수 있는 곳도, 카칸카 남작가를 어느 지점에서 공격하면 혼란을 더 많이 줄 수 있는지도, 그리고 기습 후에 어느 곳으로 빠져야 꼬리를 잡히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지도 전부 다 알고 있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타이커 자작가와 바살라 남작가에서 치솟은 불길은 이유 불명의 화재라고 했지만 데몰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화재가 분명 시온 클라우젠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된 것이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연극을 보듯이 화재로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해보고 폭삭 무너질 수가 있겠는가.
몇몇 이들은 그게 신이 노했다, 내지는 하늘이 시온 클라우젠의 편을 들고 있어서 그렇다, 라고 떠들어댔지만 데몰은 믿지 않았다.
신이고 하늘이고, 결국 능력 있고 머리가 좋으며, 가장 빠르게 행동하는 이를 도울 뿐이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역으로 불을 놓는 거다.
너희들이 하던 것만큼, 그대로 갚아주마!’
적들의 병사가 얼마나 상하든 상관없다.
일단 밤새 자지 못 해 피곤함으로 찌들고, 그럼으로 인해 디온바 남작가로 쏟아질 창칼이 무뎌지기만 해도 데몰로서는 성공적인 야습이었다.
“이제부터는 소리도 내지 않는다.
연습했던 대로 수신호로만 대화하고, 그 외에는 어떤 소름도 금한다.”
데몰의 마지막 육성 명령에 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영지민들과 병사들을 나름 잘 챙겼기에 디온바 남작가에는 배신하려는 자들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들키면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는 기습 부대에 대부분이 자원한 것을 보면, 확실히 충성심 하나는 확실한 모양이었다.
아마 시온이 이 장면을 봤다면 ‘왕국에 그 충성 다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라고 빈정거렸을 테지만 말이다.
사삭, 사삭―.
북부의 지리에 통달해있는 왕국 현지인들답게, 데몰과 휘하 병사들은 횃불 없이도 거침없이 어둠 속을 헤쳐 나갔다.
달빛이 너무 강했다면 문제가 심해졌을 텐데, 하늘이 돕는 것인지 저녁 무렵부터 구름이 끼어있던 것이 신의 한 수가 되고 있었다.
‘달빛도 적당히 은은해서 딱 위치만 보일 정도군.
좋아, 이 정도면 들키지 않고 카칸카 남작가의 성 근처까지 다가가는 것도 가능하다!’
데몰을 필두로 해서 선두조가 가장 앞서 나가고 그 뒤를 본대가, 그리고 후미에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추적병을 살피기 위해 기사 하나와 병사 수십이 거리를 벌리고 따르고 있었다.
본대와 거리를 둔 채 혹 적들이 이쪽을 발견하거나 노리고 있지는 않을까 일대를 확인한 후발대는 다시금 본대와의 거리를 일정 수준으로 좁히기 위해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이었다.
사사사삭!―
휘릭!
“억!”
지극히 낮은 비명이었지만, 고요한 한밤중에 들린 소리였기에 꽤 크게 들렸다.
후발대를 지휘하던 기사는 혀를 차곤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비명을 속으로만 삼키라고 윽박지르기 위해 뒤를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하악!
“꺽!”
달빛이 아주 잠깐 구름 사이로 비치던 순간, 뭔가가 휘릭!하고 지나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뒤에 서있던 병사 하나가 순식간에 풀숲 너머로 사라졌다.
‘무슨?’
기사는 물론이고, 병사들도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급히 인원을 파악해보니 하나도 아니고, 그렇다고 둘도 아닌, 자그마치 다섯의 병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있었다.
거의 반수가 대오에서 이탈했음에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 한 것이었다.
‘서, 설마 적에게 들킨 건가?’
그럴 확률이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높았다.
분명 완벽한 작전이었는데, 어떻게 적들이 미리 알고 대비를 했단 말인가.
설마 남작가 안에 배신자라도 있는 건가!
싶은 기사였다.
‘일단, 일단 도련님께 알려야 한다!
이 작전은 시작부터 실패야!’
그렇게 결정을 내린 기사가 막 소리를 내려던 순간이었다.
콰르르르릉!
콰쾅!
갑자기 번개가 치며, 그대로 기사의 경고 소리가 묻혀버렸다.
정말이지, 절묘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순간.
그는 이를 악물고는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어?’
바로 앞에, 번뜩이는 한 쌍의 눈동자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캬아앙!”
―
‘비는 안 된다, 제발.
제발!’
카칸카 남작가에 거의 다다른 상황에서 데몰은 초조한 기색을 버리지 못 하고 있었다.
구름이 낄 때만 해도 설마 했는데, 갑작스레 번개가 치는 것을 보니 비가 올 모양이었다.
기껏 화재를 일으켰는데 비가 내려 곧장 불이 꺼진다면, 기습의 의미는 바래지고 역으로 추격조가 편성되어 자신들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그는 후발대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공격 대형을 편성했다.
어차피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들이 도착할 것이라 믿고 지금은 바로 공격부터 할 생각이었다.
‘영지의 특성 상 병사들의 막사가 쳐져있을 곳은 바로 이 지점, 그리고 불에 잘 타는 민가들이 위치한 곳도 그 근처다!
불이 한 번 나면 번지기에 딱 좋은 곳!’
데몰은 바로 병사들에게 불화살을 준비토록 했다.
신호를 받으면 화살 앞의 뭉텅이에 불을 붙이고 일시에 쏘아 보내는 방식이었다.
안에서 호응을 하는 이들이 없으니 아예 성 전체가 불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오늘 하루 전투로 피곤할 병사들이 쉴 수 없도록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차착!
훈련이 꽤나 잘 되어 있는지, 옅은 달빛만으로도 재빠르게 화살을 분배하는 병사들.
확실히 기습이라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던 이유가 다 있었던 모양이었다.
가장 끝에 자리하고 있던 병사가 분배가 모두 되었다는 수신호를 해보이자 데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옆에 서있던 병사에게 화살에 불을 붙이라는 명령을 내리려고 했다.
콰르르릉!
번개가 치며 일순간이었지만 주변 모든 소리가 파묻혔다.
잠깐이었지만 몸을 움찔했던 데몰이 다시 옆을 돌아봤을 때에는.
‘뭣···?’
아무도 없었다.
분명 바로 옆에 서있던 병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데몰이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려보니 병사의 것으로 보이는 화살과 활만이 자리에 놓여있을 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손끝에 끈적한 뭔가가 묻어나왔다.
미약한 달빛에 비쳐보려고 했지만, 구름이 또 짙어졌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콰콰콰쾅!
순간 다시 한 번 시퍼런 번개가 치며, 짧지만 확실하게 보여준다.
데몰의 손에 흥건히 묻어있는 사람의 붉은 피를.
“우악!”
어딘가에서 병사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절대 소리를 내지 말라고 했는데, 저리 비명을 지를 정도라면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악!”
사사삭!
“꺽!”
타탓!
“으아!”
짧은 외마디 비명이 여기저기서 마구 터져 나온다.
그 텀이 너무 짧다.
마치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듯 병사들이 사라져간다.
‘서, 설마 시작부터 다 알고 있었다고?’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데몰의 머릿속에 가득하던 자신감이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병사들은 계속 사라져 가고 있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에서, 뒤에서.
사방팔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콰콰콰쾅!
번개가 다시 한 번 치는 순간, 데몰은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을 노리고서 수풀 속을 돌아다니고 있는 맹수를 말이다.
“퇴, 퇴각!”
절대 소리를 내지 말라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면 모든 게 의미가 없어진다.
이제부터는 무조건 살아서 디온바 남작가로 돌아가야만 했다.
“으아아!”
“뭐, 뭐냐고!
우아악!”
콰르르릉!―
번개가 한 번 번쩍일 때마다 병사들이 계속 사라져간다.
이후 그 자리에 남는 건, 사람이 흘린 붉은 피가 전부.
차라리 계속 밝기라도 했다면 이리 두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금씩이나마 비쳐지던 달빛도 이제 구름에 완벽히 가려져 어둠만이 찾아오고, 그 짧은 사이에 강렬한 빛줄기가 번쩍이다보니 어둠에 적응해있던 시야가 완전히 망가졌다.
번개가 치고 그 빛에 노출되었다가 다시 어둠에 빠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아악!”
캬악!
“꺽!”
그리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 계속해서 비명이 들린다.
뒤를 이어서 뭔가가 질질 끌려가는 소리, 꺽꺽하며 숨통이 끊어지는 소리.
버둥거리며 살려달라고 흐느끼는 소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천둥까지.
콰르르릉!
“허억!
헉!”
데몰은 정신없이 내달렸다.
이제 그의 머릿속에서 야습에 대한 생각은 일말도 없이 산산이 부서졌다.
지금 머릿속에 남은 건 정체불명의 괴물에게서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다.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라는 마음이 전부였다.
“아악!”
하아아악!
“꺽!
아악!
아아!”
“살려줘, 살려줘어어어어!···.”
콰르릉!
콰쾅!
사방에서 비명이 계속 들려온다.
이정표가 되어주던 달빛이 사라지고, 시야를 망가트리는 번개의 빛만이 가득한 세상.
데몰도 병사들도 전부 살고 싶어 나뒹구는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달릴 뿐이었다.
캬아아악!
하지만, 그들의 숨통을 끊고 있는 괴물은 아무래도 그들을 순순히 돌려보낼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사냥하겠다는 듯 수풀을 헤치며 내달리는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샛노란 황금색 눈동자가 반짝일 때마다 샤낭감으로 점찍은 적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갔다.
“아악!
아아악!”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자들.
위해를 가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원한 관계를 지닌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가 이러기를 원하고, 희망했고, 부탁했다.
그렇다면 이유는 충분하다.
자신의 송곳니에, 그리고 손톱에 이 인간들의 피와 살점을 묻힐 이유는 말이다.
단 몇 초 만에 거의 수십 번에 달하는 공격이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넝마가 된 병사는 얼굴과 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동자를 번뜩인 맹수는 다시금 다음 사냥감을 찾았다.
그리고 저 멀리 미친 듯이 내달리고 있는, 다른 사냥감들 보다는 조금 특이해 보이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흐음.”
살짝 몸을 웅크리고, 달려 나가 순식간에 덮칠 준비를 마친다.
엉덩이 끝에 달린 꼬리가 살랑이고, 귀는 연신 쫑긋거리며 사방에서 들리는 또 다른 사냥감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그녀에게 전달한다.
콰콰콰쾅!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일대를 뒤덮자 잔뜩 웅크리고 있던 맹수가 일순간 튀어나간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내달리고 있던 사냥감의 목과 어깨 부근을 칼날보다도 더 날카로운 손톱으로 찢어버렸다.
“아아악!
아악!”
붉은 피가 허공으로 솟구치며 데몰이 그대로 땅바닥에 엎어졌다.
사냥감이 제대로 제 공격에 적중 당한 것을 확인한 맹수는, 이 정도면 도망은 치지 못 하겠지 하는 듯 바로 다음 희생양을 골라서는 그에게로 돌진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병사가 목에서 피를 흘리며 어딘가로 끌려갔다.
‘끄으윽!
도대체, 도대체 뭐야.
빌어먹을, 도대체 뭐냐고!’
눈물, 콧물을 있는대로 다 흘리며 데몰은 한 팔로 어떻게든 기어서라도 이 자리를 이탈하고자 했다.
살고 싶었고, 이 끔찍한 소식을 영지에 전하고 싶었다.
다 죽는다고,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저 남자는 그냥 괴물 그 자체라고!
“끄으으윽!”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내며 바닥에 엎드려 기어가던 데몰.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뭔가에 가로막혀 도망조차 칠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등판을 꾸욱, 하고 밟고 지나가는 뭔가.
그리고 그 때 다시 한 번 번개가 번쩍이며 밝은 섬광이 터졌고, 그는 비로소 자신들을 잔혹하게 사냥하던 괴물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넌 꽤 멀리까지 도망갔네.”
바로 앞에 앉아서 마치 어디까지 기어가나 구경이라도 하고 있듯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던 그 괴물은, 아니 묘령의 여인은 피로 붉게 물든 제 손을, 역시나 사람의 피로 붉게 물든 혀로 핥아댄다.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마.”
“끄으으?”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다만 내 짝이 원하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꼬리를 살랑거리며,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빛나는 황금색 눈동자를 번뜩이며.
여인은 이 지옥과 같은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사한 미소를 내짓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콰쾅!
콰콰콰쾅!
“ “왜 자꾸 그래?
혹시 번개가 무서워?” ”
릴리트는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보며 뭔가를 생각하는 시온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장난 식으로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시온은 언제인가 영화에서 봤던 대사를 그대로 답으로 내놓았다.
“번개가 무서운 게 아니라, 그 번개가 치고 등장하는 뭔가가 더 무서운 법이죠.”
콰릉!
콰콰쾅!
냐아아아앙!
천둥 번개와 함께, 어디선가 앙칼지게 울어대는 고양이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고양이가 귀엽다고 어디를 가서도 귀엽기만 한 동물이냐?
절대 아니지.
집사니까 적당히 귀여운 모습 보여주고 놀아주는 거야.
밖에 나가봐.
깡패 수준을 넘어서서 맹수가 되는 녀석들인데.’
집에서는 골골송을 하며 쓰다듬어 달라고 하는 때껄룩이지만.
밖에 나가는 순간 내 안의 맹수 본능을 일깨우는 존재가 바로 냥이들 아니겠는가.
아마 지금쯤 엄청난 지옥을 겪고 있을 적들을 생각하며, 시온은 조금은 더 고통스럽게 죽기를 특별히 빌어주었다.
―――――――작품 후기―――――――
냥이는 맹수입니다!
하아악!
궁극기를 위해 열심히 쓰는 중입니다!
토요일 4연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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