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59)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59화(159/439)
159―――――
번개가 무섭나?
비 한 방울 없이 오직 천둥번개만 치던 괴기스럽던 밤이 지나갔다.
이튿날, 시온은 가슴팍 위에서 느껴지는 꽤나 무겁고 또 따스한 기운에 슬쩍 눈을 떴다.
“냐우응···.”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역시나 보드라워 보이는 고양이 귀.
그리고 그 뒤로 옅은 푸른색의 머리칼이 어지럽게 흐트러져있다.
무겁다고, 제발 좀 가슴 위에 올라오지 말라고 그렇게 일러두었건만 오늘도 자신의 가슴 위에 거의 올라타다시피 해서 단잠에 빠져있는 고양이 여인이었다.
‘···그나마 옷은 다 멀쩡히 입고 있으니 다행인 건가.’
보통의 남자였다면 이런 엄청난 미녀가 제 바로 옆에 있다면 살며시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며 더 자라고 제 가슴을 내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온은 달랐다.
다른 때에는 몰라도, 일단 잠들면 방해받는 건 딱 질색이었다.
“저리가, 이 떼껄룩아!”
“냐앙?
으앙?
냐, 냐아앙!”
얼굴을 붙잡고는 그대로 옆으로 밀어버리는 시온이었다.
덕분에 고양이 여인, 리아는 그대로 밀려나 허우적대다가 아예 침대 밑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냐앙!
아파!
시온,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무슨 일 있지.
내가 나 잘 때는 가슴 위에 올라오지 말라고 했다!”
“냥?
그래도 나 열심히 일하고 왔는데.
솔직히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
그러면서 슬쩍 제 손을 핥는 리아였다.
그녀가 밤사이에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 잘 알고 있던 시온은 ‘끄응.’ 하고 침음을 내뱉고는 현 상황에서 리아를 밀어낼 이유가 없음을 인정하고 말았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섹스부터 하자도 달라붙은 것도 아니고, 몸에 피를 덕지덕지 묻혀서 온 것도 아니었다.
아주 말끔하게 살인의 흔적을 지운 그녀는 그냥 같이 자자고만 했지, 별 다른 요구는 하지 않았고 시온도 잠결이기는 했지만 허락하지 않았던가.
“···고생했어.
돌아오자마자 바로 일부터 시켜먹어서.”
“응?
이게 일이었어?
나는 시온이 성체가 된 나를 시험하는 건줄 알고 진짜 열심히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즐거웠어!
사냥감이 많아서 좋았다고 해야 할까!”
그 말에 시온은 오싹, 하고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지금이야 자신 앞에서 꼬리를 살랑이며 얼른 더 만져달라고 몸을 부비고, 가르릉 골골송을 내는 여인이지만, 적 앞에서는 그야말로 자비 없는 맹수가 되는 존재였다.
특히나 고양이들이 사냥감을 가지고 놀다시피 하며 죽인다는 건 묘은족들에게도 거의 비슷하게 통용되는 부분이라 적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을지는 안 봐도 훤했다.
“그보다 정말 성체가 된 거야?”
“응!
나 이제 다 할 수 있어!
시온이랑 아기도 만들 수 있고, 그리고···.”
“야야, 그런 건 나중에 말하자, 나중에.
내 말은 그 번개의 선택 어쩌고인지 힘인지 이제 제대로 다룰 수 있냐, 이 말을 하는 거야.”
분명 거스 대왕은 리아를 제대로 훈련시켜 ‘번개의 선택을 받은 아이’ 라는 호칭답게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었다.
리아가 곧 성체가 된다고 했고, 다 자라면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고 일단 외견상으로 봐서는 확실히 성장한 티가 나고 있었다.
이전의 리아가 여성스럽다, 라기 보다는 여전히 소녀틱한 모습이 더 돋보였다면.
지금은 딱 여인의 성숙함 70퍼센트에 소녀의 청순함 20퍼센트가 배합된 모습이었다.
나머지 10퍼센트는 저 아름다운 모습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맹수의 본능이고.
“확실히 더 예뻐졌네.”
“냐, 냐아아앙?”
순간 저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오자 그 대답을 들은 리아가 괴성을 내지른다.
그러더니 살그머니 시온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살짝살짝 몸을 부비며 냥낭거린다.
마치 그 말이 진짜냐는 듯, 잘못 말한 건 아니냐는 듯, 자신이 정말 예쁘냐는 듯이.
“진짜야?
나 예뻐졌어?”
리아의 질문에 시온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도 아침의 영향에 더해서 초절정 고양이 미녀가 앞에 있는지라 은근슬쩍 똘똘이가 고개를 치켜들고 ‘동지여!
나는 언제든 준비가 되어있네!’ 라고 외치고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리아와 하는 건 일도 아니었고, 그녀 역시 짝짓기는 언제나 환영이야!
하고 외치며 꼬리를 살랑거린 채로 제 엉덩이를 내밀 것이 훤히 보였다.
하지만 시온은 일단 나중에 상을 주기로 하고는, 다만 리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어 주는 것으로 성체가 된 그녀를 축하해주었다.
“시온!
시온!
시온!”
“한 번만 불러.
정신 사납다.”
“나 진짜 노력 엄청 했다?
아빠가 막 엄청 험하게 굴려도 시온 얼굴만 보고 참고, 또 참았어!
물에 풍덩!
하고 빠질 때도 그렇고, 온몸에 더러운 게 묻었는데도 닦아내지 못 해도 말이야!”
“···.”
뭔가 썩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일들이다.
하지만 고양이들 특성 상 물에 빠지는 것이나 그루밍을 하지 못해 몸단장을 못 하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니 달리 생각해보면 꽤나 힘든 일을 했다고 보기에 무리는 없었다.
“그리고!
막 번개 맞고 빠지직!
하는 와중에도 아빠가 말하는 대로 버텼어!”
“···뭐?”
시발?
방금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시온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다시 말해보라는 뜻으로 리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고양이 여인은 뭐가 그리 대단한지 팔을 들어 허우적거리며 재차 말한다.
“아빠가 그랬어.
내 안에 있는 힘을 일깨우고, 또 제대로 쓰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그냥 우겨넣는 거라고 말이야!”
“그, 그래서?”
“그래서 번개가 잘 떨어지는 곳으로 가서 그냥 막 맞았어!
우르릉!
콰쾅!
하고!”
“번개에 맞았다고?”
“응!
그리고 시온 옆에 더 빠르게 가고 싶어서 계속 더 맞았어!
한 번, 두 번, 세 번, 많이!”
“···.”
혹시 나 지금 유령이랑 떠드는 건 아니지?
싶은 시온이었다.
번개를 맞고,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 맞았는데도 멀쩡히 여기 와서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
지극히 현실적인 개념에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이었다.
‘아니, 염병?
그러면 제 딸을 가서 번개 맞으라고 등 떠민 거야?’
뭐 그런 부모가 다 있어!
자식이 그렇게 하겠다고 해도 말려야 할 판국에 말이다!
이제는 하다하다 장인어른 1호기와 2호기가 전부 다 또라이라니.
시온은 얼굴을 감싸 쥐고는 이 처참한 현실에 빠진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표했다.
“시온, 왜 그래?
어디 아파?”
물론 사지 멀쩡하게, 오히려 번개 팩을 받아서인지 훨씬 더 예뻐진 리아는 그런 걱정을 하며 시온의 팔을 풀어내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아니, 남 걱정 하지 말고 네 걱정부터 하라고!
번개 맞은 여자가 뭐 그리 멀쩡해!
“주인님.
일어나셨나요?”
문 밖에서 리시키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시온이 대답을 하려는 찰나, 순식간에 파란 무언가가 휘릭!
하고 쏜살같이 달려가더니 문을 열고는 그대로 밖에 서있던 여기사에게 날아들었다.
“으아?”
“리시!”
풀썩!
어찌나 은밀하면서도 빨랐는지, 상급 기사인 리시키다가 순간 반응을 하지 못 했을 정도였다.
원래라면 살짝 몸을 틀어 피했을 텐데 이제는 그게 힘든 모양.
확실히 성장을 하긴 했구나, 싶은 시온은 바닥에 누워서 리아의 부비부비를 감당하고 있는 리시키다를 바라보며 웃음을 내뱉었다.
“으읏!
리, 리아!
그만 하세요!
주인님 앞에서 이 무슨!”
“킁킁킁!
헤에?
어제도 느낀 건데 리시 몸에서 시온 냄새 아직도 엄청 난다.
둘이 짝짓기 했어?
냄새가 너무 많이 밴 것 같은데?”
“무, 무슨 그런 말씀을!”
“시온이랑 짝찟기 안 했다는 거야?”
리아의 질문에 리시키다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이내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을 내놓았다.
“사, 사랑 받기는 했습니다만···.”
“우으!
역시 조금만 더 빨리 올 걸!
이렇게 시온의 냄새가 한 가득 배어있을 정도라면 짝짓기 엄청 한 거잖아!
나도 하고 싶어!
시온!
나랑 짝짓기 하자!
지금 당장 해!”
“뭔 멍소리야!”
또 다시 우다다다!
하고 달려들어서는 되도 않는 짝짓기 타령 중인 리아였다.
나도 할래, 나도 하고 싶어, 나는 왜 안 해줘!
등등의 투덜거림과 마구 들이대는 여인의 얼굴을 강하게 밀어내며 시온은 일단 일부터 하기로 마음먹었다.
“리시?”
“네, 네!
주인님.”
“이 앙큼한 고양이부터 얼른 떼어줄래?”
“아!
알겠습니다!”
명령에 더해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제 주인을 탐내는 도둑고양이를 떼어내는 일에 적극 협조하는 리시키다였다.
잠시 후.
“우으으!”
입술을 삐죽이며 토라진 리아를 잠시 뒤로 하고, 시온은 리시키다가 이른 아침부터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그에 리시키다는 대충 예상은 간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그에 대답을 했다.
“병사들이 성 외부에서 디온바 남작가의 병사들로 보이는 시체와 부상병 다수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현재 수습 중이라고 하니 바로 가보셔야 할 듯 합니다.”
아마 전부 리아의 작품일 것이다.
더해서 마치 보란 듯이 들판에 부상병이고 시체고 전부 버려둔 것도 그녀였을 테고 말이다.
“냐앙.
감히 시온한테 송곳니를 드러낸 놈들이잖아.
그러면 그냥 적이고 사냥감일 뿐이지.
어디 숨겨둘 필요도 없어.
그냥 아무데나 늘어놓으면 그만이야.”
그러면서 살짝 내밀어진 제 손톱을 할짝이는 리아.
칼날같이 시퍼런 섬광을 토해내는 저 무시무시한 손톱에 의해 과연 몇 명이 죽어나갔을지 생각해보니 조금은 오싹해지는 시온이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시온은 대충 준비를 마치고 리시키다와 함께 자신들이 머물렀던 성에서 나와 기사들과 병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뭔가를 수습 중인 장소로 나아갔다.
‘···끄응.’
간밤에 벌어진 피의 축제는 리아가 말하던 것보다 훨씬 더 거하게 벌어졌던 모양이었다.
풀숲에 누워있고 엎어져 있는 병사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듯 사냥감들을 늘어놓은 모습.
가끔 가다가 자신이 잡은 뱀이나 쥐, 곤충 등을 물어 와서는 집사 앞에 가져와서 ‘내가 널 위해 이렇게나 노력했어!
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거라!’ 라고 말하던 디아블로가 생각나는 시온이었다.
“시온 공자님.”
먼저 나와서 사냥터를 수습하고 있던 슈마허 부단장이 인사를 해온다.
시온이 그를 받아주자 그는 끙, 하고 침음을 내뱉고는 슬쩍 목소리를 낮추었다.
“디온바 남작의 장자라는 데몰을 발견했습니다.”
“살아있는 상태로요?”
혹시나 싶어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였다.
“사지가 기묘하게 뒤틀려서 성문 바로 앞에 마치 전시라도 하듯 늘어져있더군요.”
마지막으로 저항하던 세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가 죽었지만, 슈마허 부단장은 썩 유쾌하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사람으로서 사람이 엉망이 된 채 죽어있는데 그걸 ‘와아!
이 새끼 뒈졌네!’ 라고 말할 놈은 서로가 철천지원수인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겨우 목숨을 건진 몇몇 자들 말로는 사람의 짓이 아니라 맹수나 괴물의 짓 같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제가 보기에는 저희와 관련이 있는 수인의 짓이 아닐까 생각 중입니다.”
“···.”
“이전에 시온 공자님 옆에 있던 묘은족이 잠깐이지만 제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혹시···.”
“혹시 그 묘은족 여인이 맞다면 어쩌시렵니까?”
순간 시온의 목소리가 으스스하게 변했다.
“그 여인이 저들을 저렇게 죽이고, 크고 작은 부상을 입혀 자랑하듯 늘어놓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생각입니까, 슈마허 부단장님?”
자신의 사람을 적대시 여길 거냐는, 상당히 매서운 눈빛의 시온이었다.
슈마허 부단장은 잠시 제 앞에 서있는 시온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시온 공자님이 히스파냐를 위해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분이라는 건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앞장서시고, 이종족들의 눈물이 서린 돈을 돌려주고, 북부의 안정을 위해 혼인동맹까지 언급하셨으며 스스로 칼을 자처하시어 반역자들을 용서 없이 걷어내셨죠.”
“잘 알고 계시는군요.”
“허니 저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히스파냐와 왕실을 생각하는 공자님의 마음을 잘 아니 걱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슈마허 부단장의 목소리나 눈동자에는 거짓의 기운이 담겨있지 않았다.
솔직히 릴리트나 리시키다, 김유현 정도를 제외한다면 시온의 여태까지의 행보에 대해서 가장 많이 봤던 이가 슈마허 부단장이었다.
때문에 시온이 항상 히스파냐에 이득이 되는 부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보다 회심의 기회로 보던 야습까지 전부 분쇄되었으니, 마지막 하나 남은 디온바 남작가도 더는 버티지 못 할 겁니다.
오늘 안으로 북부의 모든 일이 정리될 듯 싶군요.”
“보아하니 왕성이 그리운가봅니다, 부단장님.”
“분명 이 땅이 제 고향이긴 한데, 이렇게 썩어있음을 확인하니 절로 정이 확 떨어지는군요.”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내젓는 슈마허 부단장이었다.
그의 가족은 이미 모두가 왕성으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살고 있다.
가족도 없는 땅임에도 북부를 고향으로 생각하던 슈마허 부단장에게는 이번 일이 꽤나 충격적이고, 또 분노를 피어오르게 만드는 일이던 모양이었다.
“그보다 부단장님의 말씀대로 북부의 일도 전부 마무리가 되었으니 이제는 정말 왕성으로 돌아가긴 해야겠군요.”
시온은 저 멀리 외롭게 서있는 디온바 남작가의 성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한 차례 폭풍과 함께 고생 좀 했으니, 이제는 그 고생에 대한 수금을 할 시간이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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