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70)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70화(170/439)
170―――――
여기가 남쪽이 맞습니까?
“어서 오세요,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표면적으로는 상단과 클라우젠 영지와의 거래 내용을 위해 하이네스 상단을 찾은 시온.
그 상단주인 헬렌은 다른 이들을 맞이할 때와는 다르게 미미하지만 분명한 미소까지 지은 채로 그를 맞이했다.
시온은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 했지만, 항상 옆에서 상단주를 보좌하던 이들은 그녀의 조그마한 변화를 눈치 채고는 살짝 묘한 눈길로 헬렌과 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 지냈나?
여기는 항상 바쁜 것 같네.”
“후후.
제가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공자님만 할까요?
듣자하니 북부에서 돌아오자마자 또 어딘가로 향하신다는 소문이 돌던데 말이죠.”
“어디선가 또 정보를 낚아챈 모양이군?”
“그것도 있고, 일전에 공자님이 일러주신 대로 남쪽을 주의 깊게 살피다가 일이 터진 것을 보곤 바로 시온 공자님이 거기로 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헬렌은 그렇게 말하며 따로 자리를 마련해두었으니 그곳에서 대화를 하자고 했다.
고개를 끄덕인 시온은 그녀의 뒤를 따라 상단주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그보다 공자님의 부탁은 들었습니다.
클라우젠 영지로 가던 물품, 정확히는 식량을 방향을 돌려 북부로 보내라고 하셨지요.”
“그래.
정확히는 북쪽 야만 부족들에게 선물로 내어주는 것이지.”
“···괜찮겠습니까?”
걱정스럽게 질문을 해오는 헬렌.
그녀의 걱정은 무척이나 타당한 것이, 이런 세상에서 식량은 아주 중요한 무기이고, 곧 힘이었다.
북부 야만 부족들에게 식량을 계속 제공하다가 갑자기 그들이 전쟁이라도 일으킨다면 그때는 적을 이롭게 한 행위로 광장에 목이 매달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었다.
“이미 북쪽에 있을 때 은밀히 보고를 올렸던 사안이야.
무엇보다 왕국 북부 귀족들의 헛짓으로 야만 부족들이 피해를 입고 날카로워졌음에는 이견이 없으니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지.
하지만 그걸 왕국에서 공식적으로 부담했다가는 자존심 문제도 있고, 야만 부족들도 자신들이 위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그냥 내가 일종의 ‘선물’ 형식으로 내어주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어.
그러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그렇게 되면 다른 건 몰라도 금전적 부분으로 봤을 때 공자님은 손해를 보는 입장이 아닌지요?”
“그렇겠지.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는 이득도 있으니까.
항상 장사가 눈에 보이는 이득만 취하는 건 아니잖아?
손해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보는게 맞겠지.”
시온의 말에 헬렌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이 남자의 정체를 모르겠다는 것이 헬렌의 생각이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그저 가문의 후광만을 등에 업은 애송이, 내지는 망나니라는 소문이 파다한 시온 클라우젠이었다.
그런 남자가 갑자기 돌변해서는 전쟁영웅, 왕국의 신성이니 불리고 있다.
심지어 더 놀라운 건, 그게 그저 공적 몰아주기로 만들어진 가면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당장의 손해라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
당장 장사꾼인 자신도 눈앞에 닥친 손해를 마주했을 때에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돈 문제에 대해서 어느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자신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시온은 깔끔하게 자신이 받게 되어있던 거래 대금을 아무 조건 없이 북부로 돌렸다.
그것으로 교역이라도 한다면 모를까, 전혀 아니다.
그냥 선물일 뿐이다.
“···그러면 제가 한 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공자님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따로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음?”
“남쪽의 소식 말입니다.
일이 터지고 직후, 상단 운영보다는 정보 수집에 더 열을 올렸고 꽤나 많은 것을 모을 수 있었으니까요.”
헬렌의 말에 시온은 ‘호오.’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이전부터 급진파 뾰족귀 놈들을 돕던 그녀답게, 현재 그들과 연을 끊은 상황에서도 꽤나 방대한 정보 수집 라인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개 상단에 불과하지만, 수집하는 정보의 양은 왕궁과 비견될 정도라고 했지.
키야··· 확실히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니까?
자본주의 만세다, 시발.’
정보가 될 만 한 것을 사들이고, 정보에 가깝게 서있는 이들 역시 돈으로 매수한다.
약간의 협박과 그보다 배는 더 큰 회유로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며 원하는 정보에 닿을 때까지 정보원들을 계속 늘리고 퍼트리며 안으로 밀어 넣는다.
이게 바로 시온이 하이네스 상단을, 그리고 헬렌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이유였다.
“해적들이 창궐한 건 당연히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지.
왕궁에서 있었던 회의도 다 그 때문이었으니까.”
“그들의 출현이 빨라도 너무 빨랐지요.
깨끗이 쓸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뱃사람은 물론이고 함선까지도 너무 빠르게 모았으니 말입니다.”
시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헬렌은, 이제부터는 소설의 설정 상으로만 남아있었기에 시온은 알 수 없었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누디아의 항구 도시와 해군 기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불미스러운 일?”
“쉬쉬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배나 군함이 탈취당한 것 같습니다.
한데 이상한 건, 그게 보고로 올라가도 어느 선에 도달하면 전부 막혀있고 오히려 상태가 좋지 않아 해체 작업을 거친다는 다른 소문이 퍼진 것이었습니다.”
“···실상은?”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합니다.
건조 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군함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직후, 히스파냐 남쪽에 해적들이 또 다시 등장했습니다.”
해적들의 재등장에는 천족 추종자들인 요정들과 광신도들이 얽혀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디아까지 거기에 포함되어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고, 정말 누디아가 국가적으로 은밀히 그들을 돕고 있다면 그건 큰 낭패였다.
“누디아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국의 군함까지 내어주면 자신들의 해안선까지 위험하니까 말이죠.
제가 보기에는 누군가가 누디아 내부에서 손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시온은 대충 예상이 간다는 듯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이 시점에서 누디아는 왕실은 거의 요정들과 천족 추종자들에게 넘어간 상황이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귀족들이 어떻게든 그들을 몰아내려고 애쓰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헬렌이 알아낸 그 부분 역시, 누디아 몰래 누디아의 국가적 자산을 빼돌린 짓이리라.
“혹시 해적 놈들의 근거지에 대해서 아는 건 있어?”
“죄송하지만 그 부분까지는 정보가 없어요.
아무리 매수를 하려고 해도 접선을 해야 뭘 하든 말든 할 터인데 그림자도 찾기가 힘든 실정이에요.”
“그렇긴 하지.
애초에 바다에서 주로 활동하는 놈들이니.”
충분히 이해한다는 시온의 반응이었다.
그에 헬렌은 미소를 짓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예 정보가 없는 건 아니에요.”
“음?”
“제가 누디아까지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거기에서 계속해서 몇 번이고 강조되는 이름이 발견되어서 은밀하게 조사를 해보았어요.
그리고 그 결과, 그 남자가 아무래도 이번 해적들의 재등장에 뭔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유추해낼 수 있었죠.”
헬렌의 말에 시온은 두 눈을 번뜩이며 어서 말해보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덕분에 살짝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해보였다.
“원래는 그냥 드리려고 한 정보인데, 그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이면 또 장사꾼 기질이 되살아난다고요, 공자님.”
“이런, 상단주 앞에서 실수했군.
좋아, 얼마면 되는데.”
“흐음··· 글쎄요?”
살포시 미소를 짓곤 고개를 일부러 갸웃거리며 시간을 끄는 헬렌이었다.
이 여자가 갑자기 왜 이러나, 정말 얼마를 청구하려고 이러는 건가 싶어 슬쩍 걱정이 되려는 찰나였다.
“묘은족 소녀, 아.
이제는 성체가 다 되었겠군요.
그 여인은 잘 지내나요?”
“리아?”
“네.
그렇게 기억하네요.”
“잘 지내지?
너무 잘 지내서 탈이라고 해야 할까.”
성체가 되면서 묘은족 특유의 기질도 훨씬 더 강해졌다.
제 짝과 제 편 앞에서만 부드럽고 나긋한 모습을 보일 뿐이지, 조금만 낯선 이가 등장해도 바로 경계심 가득한 울음소리를 내며 당장이라도 냥냥펀치를 갈길 기세였다.
참고로 현재 리아의 냥냥 펀치에 맞았다가는, 그야말로 살가죽이 다 찢어지는 무시무시한 일을 겪을 수도 있음이었다.
“그리고 그··· 마족 분도 잘 지내고요.”
“릴리트님을 말하는 거라면 그렇지.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신기해서요, 그리고 부러워서요.
헬렌은 반사적으로 그렇게 대답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고는 고개를 저었다.
대륙의 인간들이 되도록 멀리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바로 옆에 데리고 있으면서도 정작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저 남자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자신이라도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헬렌은 절대 그리해선 안 된다며 마음을 굳혔다.
“궁금하잖아요.
그저 평범한 인간인 공자님이 마족이고 수인이고 옆에 데리고서 아무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는게 말이죠.”
“사고나 치고 다닐 이들이었으면 애초에 이렇게 데리고 다니지도 않았어.
무엇보다 내게 큰 도움이 되는 여인들이니까 말이야.”
“···저는요?”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질문에 시온이 ‘으엥?’ 하고 헬렌을 바라본다.
물론 헬렌 역시 자신의 입에서 이런 질문이 나갈 줄은 미처 몰랐는지 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으로 허둥대고 있었고 말이다.
“방금 뭐라고 했지?”
“아, 아니에요!
제가 그냥 말실수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감정 한 톨 보이지 않던, 그저 냉철하기만 하던 여인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제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리아를 보고 껴안으며 울던 때가 시온에게는 가장 충격적인 때였다.
‘···생각해보니 현재 헬렌이 인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딱 한창일 여인 시기였지.’
그러니까 그녀는 아직 소녀일 시기에 납치되어 온갖 끔찍한 일을 당했던 것이다.
이후 카슈가르 백작가에게도, 그리고 동족들에게도 버려져서 고생을 또 했고 말이다.
“너도 똑같지, 헬렌 하이네스.”
“네?”
“도움이 되었다고.
아주 확실하게 말이야.
감사의 의미라고 하기에 너무 없어 보이지만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할 테니 남쪽의 해적이 정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시간 좀 마련해둬.”
시온의 말에 헬렌은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으으!’ 하고 머리를 감싸 쥐더니 바로 훌훌 털어버리고는 입을 열었다.
“자크 스파로.”
“자크 스파로?”
“이번에 다시 창궐한 해적들의 수장인 것 같아요.
처음에 이름이 꽤나 활발하게 거론되다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확 없어졌어요.
죽어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는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 자가 해적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처음에는 히스파냐의 무역선 선장으로 일했고, 그 다음에는 해군으로 복무했어요.
하지만 상관과의 마찰로 인해 해군에서 제명되고 처벌까지 받아 무일푼이 되었다고 하죠.”
“원한 관계는 충분하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은데.”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헬렌은 아까 누디아의 군함이 사라졌다는 부분을 언급했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범선 한 척도 사라졌어요.
그런데 그 군함이 사라지기 얼마 전에 그 근처에서 그를 목격했다는 정보가 있고, 근처의 경계 업무를 서던 이들이 그와 술집을 드나들었다는 소식도 있답니다.”
“···수상하긴 하네.
가장 최신형의 범선 근처에서 어물쩍대던 놈이라.”
최신형 범선까지 탐내던 놈이었다면 분명 대가리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바다에서는 빠르고 튼튼한 배가 최고의 무기로 인식되었으니까 말이다.
“더 상세한 건 없어?”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지운 것처럼 보여서 애를 좀 먹고 있어요.
일단 왕국 출신이라는 것과 30대 후반의 남성이라는 것 정도가 확실하죠.”
“흐음.”
“그리고 주변 이들에게 자신을 부를 때에는 항상 ‘캡틴’ 이라고 부르라고 했으며···.”
“잠깐만.”
순간 시온의 두 눈동자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방금 뭔가 엄청나게 중요한 정보를 들은 것 같은데.
“헬렌, 방금 뭐라고 했지?”
“예?
아.
왕국 출신이며 30대 남성···.”
“아니, 아니.
그거 말고.
그 다음 말이야.
놈이 자신을 뭐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그 부분 말씀인가요?
캡틴, 캡틴이라고 부르라고 했답니다.”
그 말에 시온은 뭔가가 뇌를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저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단순한 착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아니다.
이건 그저 우연의 일치가 아니야.
분명 뭔가가 있어.’
나중이기는 하지만, 항상 자신을 부를 때에는 ‘캡틴’ 이라고 부르라는 이가 하나 있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기에 김유현도, 다른 독자들도 그를 캡틴이라고 불렀었다.
‘칠익.’
그래, 분명 칠익 중 하나가 이름을 대신하여 그렇게 불렸었다.
‘캡틴’ 이라는 단어로 말이다.
“헬렌.”
“네, 공자님.”
“아무래도 네가 월척을 낚은 것 같아.”
“···네?”
“대어 값으로 적당한 거 생각해두라고.”
트리샤를 제외하곤 실명조차 나온 적이 없었기에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칠익.
그 날개 중 하나를 조만간 꺾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절로 행복해지는 시온이었다.
―――――――작품 후기―――――――
추천은 항상 환영입니다!
한 주 힘내시길 바랍니다!
코로나도 조심하시고, 폭염도 조심하시고, 심지어 이제 태풍 조심도···.
하···.
너무 조심할게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