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8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81화(181/439)
181―――――
답이 없어요!
캐리어 가야 해요!
시온이 출정하기로 한 당일.
에라더 왕자는 물론이고 브레멘 이시크 백작과 여러 귀족들.
하다못해 시온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던 헤먼 이시크조차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는 기색을 숨기지 못 하고 있었다.
“저, 시온 공자.
도대체 이게 무슨···.”
“행운의 증표입니다.
나쁜 일 하나 없이 항해를 잘 마치게 해달라는 뜻에서 준비한 것이니 각 배의 활대 끝에다가 매달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게··· 그, 그거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필승의 방법’ 이죠.”
그가 제시한 필승의 방법.
무슨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지만, 결국 시온이 말하는 필승의 방법은 겨우 알록달록한 천을 돛 가장 끝부분에 매는 것이 전부였다.
“사르데나 항구뿐만 아니라 다른 항구에도 이미 보내두었습니다.
이걸 걸고서 출항하면 이번에는 해적들이 마치 술통이 터지는 것 마냥 펑펑 터질 것이라고 말이죠.”
“시온 공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시온과 같이 출항하게 된 헤먼은 끙끙거리다가 결국 한숨을 내뱉고는 그걸 받아들었다.
솔직히 필승의 방법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기대를 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내놓은 것이 이따위 천 조각이라 실망한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되돌려 생각해보면 딱히 손해 볼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애초에 뱃사람들은 이런 것에 대해서 상당히 호감을 품으니까.’
바다만큼 변화무쌍하고 또 위험한 곳이 어디 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바닷바람을 맞았고 그 비린내와 짠 내에 익숙해져 있으며 말을 달리는 것보다 배를 모는 것이 더 익숙한 헤먼 자신조차도 여전히 바다는 두렵고 경외하는 곳이었다.
바로 직전까지 미친 듯이 풍랑이 일며 그 어떤 배라도 집어삼킬 듯 울부짖던 바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을 허락하며 호수보다도 더 고요해지는 곳이 또한 바다다.
그렇기에 뱃사람들은 항상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자 전쟁터인 저 깊고 푸른 바다를 경외했다.
빛의 교리를 믿는 자들이 천족들을 대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말이다.
그러니 더더욱 바다 위에서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순히 안전한 항해부터 시작해서 풍족한 양의 물고기를 잡기를 원하고, 교역에서 많은 이득을 보기를 원하며 혹시나 해적들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는 그런 행운 말이다.
“바다에서는 아니었지만, 이래 뵈도 제가 누디아와 전쟁에서도 가지고 있었고 북부로 향할 때도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본 따서 만든 것입니다.
나름 행운의 증표라고 여기는 것이니 그렇게 알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것으로 인해 덕을 봤다는 이가 다름 아닌 ‘시온 클라우젠’ 이다.
비록 남부에 와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 했다지만 여전히 그 이름은 드높은 전쟁영웅, 왕국의 신성.
바로 그 남자가 직접 언급한 행운의 증표다.
이 정도라면 ‘행운’ 에 집착 수준으로 열광하는 뱃사람들이 넘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마 다른 함선의 선원들도···.”
“시온 클라우젠 공자.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고작 그런 천 조각으로 나와 귀족들 앞에서 필승의 방법이라고 했던 것인가.
이러면 실망이 조금 큰데.”
에라더 왕자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자 헤먼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저 행운의 증표로 덕을 봤다는 이가 앞에 있는데 그걸 두고서 건수를 잡는 건 알게 모르게 그런 부분에 의존하던 남부의 뱃사람들 역시 함께 타박하는 것이었다.
물론 남부의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미처 신경을 쓴 적이 없는 에라더 왕자로서는 지금 이 기회가 출항 전에 시온 클라우젠의 기를 꺾어둘 수 있는 좋은 기회로만 보일 뿐이었다.
“나는 전쟁영웅이라고 해서 뭔가 엄청난 수를 고민해온 줄 알았었네.”
“왕자님의 기대에 못 미쳤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무기가 아니겠습니까?
왕국의 신성, 전쟁영웅이 누리던 행운을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증표.
최소한 바다 위에서 해적들과는 물론이고 바람, 파도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선원들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저는 자신하고 있습니다.”
은은한 미소까지 지으며 그렇게 답하는 시온.
물론 속뜻은 ‘네까짓 허접한 놈 따위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겠느냐.’ 정도였다.
‘왕국 남부의 지지를 받고 있으면서도 정작 남부의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제대로 알지도 못 하는 놈.
그야말로 답답하기 짝이 없어.’
시온은 자신 앞에 서있는 헤먼, 그리고 에라더 왕자 곁에 서있는 남부 귀족들을 살폈다.
역시나 예상대로, 에라더 왕자의 의견에 전혀 동의를 못 하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나마 왕자라서 대놓고 불쾌하다는 감정을 숨기고 있지, 만약 적당히 대들만한 귀족이었다면 벌써 인상을 구기고는 험한 말을 내뱉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귀족이면서 동시에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 그렇기에 그 험난한 파도 위에서 조금이나마 믿음과 안정을 줄 수 있는 ‘의지할 곳’ 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시온은 바로 그걸 자신의 이름으로 내어준 것이었다.
왕국의 전쟁영웅이 누리던 행운을 나눠주겠다는데 어떤 이가 그걸 거부하려고 할까.
받아서 손해 볼 것이 하나 없다면 어느 누구라도 다 좋다며 환영할 것이다.
“···만약 그걸 달고서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행운을 누리지 못 한다면 시온 클라우젠 공자, 그대가 꽤나 곤란해질 것 같은데.”
그냥 내가 망하는 게 네 희망사항이라고 아예 불지 그러냐.
차라리 그렇게 말해주면 ‘키야!
역시 왕자가 속 한 번 더럽게 좁네!’ 라고 박수라도 거하게 쳐주었을 텐데 말이다.
시온은 애써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진정시켰다.
‘실컷 지껄이고, 실컷 행복회로 가동시켜라.
어차피 나중 가면 인상을 구긴 채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내가 아닌 네가 될 테니까.
이런 우매한 중생 같으니라고.’
속으로 실컷 에라더 왕자의 욕을 하며, 시온은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그리고는 아주 살살 에라더 왕자를 돌려 깎는 신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원래 전장에서의 승패란 평소 겪는 일의 성공과 실패처럼 항상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국 패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순리’ 아니겠습니까?”
“···크흠.”
한 번 졌다고 온갖 히스테릭을 부리면서 믿을 놈 하나 없다고 징징대는 에라더 왕자를 시원하게 돌려 차는 시온이었다.
에라더 왕자도 대충 시온의 뜻을 눈치 챈 것 같았지만, 여기서 화를 내면 그건 자신이 순리조차 제대로 따르지 못 하는 수준 이하의 인간이란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으니 그렇게 하지도 못 하고 다만 끙끙댈 뿐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천 조각으로 벌이는 이상한 짓이 아닙니다.
그동안 떨어져 있던 사기 진작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에 하는 것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헤먼 공자?”
에라더 왕자를 지지하는 남부의 큰 손, 이시크 백작가.
그 가문의 후계자인 헤먼 이시크에게 시온이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었다.
직접 네 눈으로 모든 걸 봤으니 이제 슬슬 선택을 할 때이지 않는냐, 라는 소리였다.
깜깜한 미래의 에라더 왕자냐, 아니면 밝은 앞날의 시온 클라우젠 자신이냐.
“···오전 중으로 출항하는 항구의 모든 배들에게 이 증표를 걸라고 말해두겠습니다.”
그에 헤먼은 아주 잠깐 고민을 하다가 마음을 먹고는 그렇게 답했다.
당연히 에라더 왕자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지고 반대로 시온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
에라더 왕자가 슬쩍 자신의 옆에 서있던 브레멘 이시크 백작을 바라본다.
당신은 이런데 왜 자식은 저러느냐는 무언의 질문인 모양.
하지만 브레멘 백작이라고 해서 딱히 뭐라고 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데에 있어서 강제하는 것보다 멍청한 짓이 어디 있겠는가.
조금 더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에게 호감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거기에 에라더 왕자 스스로 자신의 점수를 깎아먹은 부분도 있으니 솔직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조차 백작에게는 상당히 불쾌한 부분이기도 했다.
“가시죠, 시온 공자.”
그런 에라더 왕자와 브레멘 백작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헤먼은 무척이나 호의적인 시선으로 시온을 바라보며 슬슬 출항할 때가 다가왔다고 재촉해왔다.
그에 시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돌리다말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슬쩍 뒤로 고개를 돌렸다.
마침 에라더 왕자가 묘한 눈길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음을 알아차린 시온은 상대를 놀려먹는 것 그 이상으로 열 받게 하는 짓을 해주기로 했다.
‘나는 상대에게 나쁜 일이 생겼으면 하고 바라는데, 정작 상대는 여전히 예를 다 한다면 그것만큼 자괴감 들고 이가 갈리는 것도 없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슬쩍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러자 역시나 에라더 왕자는 더욱 인상을 찡그리곤 바로 고개를 홱!
하고 돌려버렸다.
시온의 미소 한 방에 자신만 저 쓰레기에 나쁜 인간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 에라더 왕자의 반응에 시온은 절로 웃음이 터지려는 걸 억지로 참아냈다.
지금도 저렇게 배가 아파서 죽으려고 하는데, 나중에는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 건지.
정말 진심으로 궁금해지는 시온이었다.
‘그리고 말이야.
사실 말하자면 네 말대로 이거 행운의 증표 아니야.’
당연히 행운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천 조각에 불과하다.
그냥 눈에 더 띄게 만들어주는 알록달록한 깃발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해야 할까.
누디아의 전쟁에서 이것과 비슷하게 생긴 손수건을 지닌 적 따위 없고, 북부에 갈 때도 당연히 가지고 간 적 없다.
시온이 굳이 이 화려한 깃발을 배 위에, 그것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기를 희망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아군 오폭에 맞아 뒈지는 것보다 슬픈 일은 없지.’
온갖 첨단기기가 있던 원래 세상과는 달리, 이세계에서는 철저하게 시야에만 의존해야 하는 그리핀 기수들이었다.
그들에게 표적지를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공격해야 할 적과 공격하지 말아야 할 아군을 어떤 표시로써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 에라더 왕자님.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사르데나 항구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마 전에 있었던 사르데나 항구 기습이 기억이라도 난 것일까.
에라더 왕자가 조금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다가 시온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예의상 건투를 빈다는 말을 대충이나마 해주었다.
배에 오른 후 출항 준비를 전부 마친 헤먼은 키를 잡고서는 시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시온 공자.
바로 먼 바다로 나아가면 되겠습니까?”
“아니요.
그 전에 잠시 들릴 곳이 있습니다.
거기로 가서 배를 갈아타야 할 겁니다.”
“···예?”
갑자기 이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란 말인가.
멀쩡한 배를 버리고 갑자기 다른 배로 옮겨 타야 한다니?
배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이렇게 멀쩡히 선장이 있으며 선원들도 아무 이상이 없는데 말이다.
“헤먼 공자.”
“네, 네, 시온 공자.”
“당신이 에라더 왕자님보다 저를 더 믿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죠.
그렇다면 이번 한 번만 더 믿어보지 않겠습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 따른다면, 아마 헤먼 공자는 남부의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이명까지 얻을 정도로 엄청난 공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그에 시온은 미소를 짓고는, 어깨를 한 번 으쓱여 보였다.
“설마 내가 행운의 증표만 믿고 해적들이 우글대는 바다로 나아가겠다고 당당히 말을 꺼냈으리라고 봅니까?
전쟁영웅, 왕국의 신성이라 불리는 내가요?”
“그렇다는 건···!”
“보여주겠습니다.
헤먼 공자 당신과 여기 있는 선원들에게, 그리고 항구에서 의혹의 눈길로 우리들의 출항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시온 클라우젠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거대한 승리를 챙겨올지 말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면 두말 말고 따르라.
그러면 승리와 영광을 내어주겠다!
자신만만한 표정과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 거기에 강한 몸짓까지.
시온은 온몸으로 열과 성을 다해서 헤먼을 설득했다.
그리고 그 설득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제 입으로 시온의 추종자까지 라고 말하던 헤먼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시온 공자.
그러면 어디로 방향을 정하면 되겠습니까?”
“사르데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중간 규모의 항구가 하나 있을 겁니다.
거기에 제가 따로 준비한 배가 있으니 옮겨 탄 후, 새로 훈련을 받아야 할 겁니다.
선원들도 그렇고 선장인 헤먼 공자도 전부 말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을 생각하시기에 이미 숙련된 선원들을 다시금 훈련시키겠다는 말씀까지 하는 건지 도통 이유를 모르겠군요.”
“아마 가보면 알 게 될 겁니다.”
그리고 헤먼은 왜 시온이 그런 말을 했는지 항구에 도착하고 나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바다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하는 자신조차 전혀 본 적이 없는 형태의 거대한 배를 마주한 것이 그 이유였다.
“···시온 공자?
이, 이 배는 도대체 뭡니까?”
자세히는 몰라도 일단 해군들이 으레 타던 범선은 결코 아니다.
헤먼이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시온이 내민 배는 정상이 아니었다.
“진정한 필승의 방법이죠.”
“딱 봐도 배가 군사적 목적을 띄고 만들어진 함선이 아닙니다.
대형 교역선으로 보이는데 도대체 왜 저런 배를··· 그리고 배의 양쪽 옆구리는 또 왜 튀어나와 있는 겁니까?”
“그게 그렇게 궁금합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저렇게 길쭉하게 옆으로 튀어나와 있으면 바람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아 그렇지 않아도 거대해서 느린데 발목까지 잡히는 꼴이 될 겁니다.
그리고 외관상으로도 썩 유쾌하다고는 할 수가 없군요.”
뱃사람들은 은근히 배의 외관에 신경을 많이 기울인다.
바다에서는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배가 곧 자존심이고 멋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런 부분에서 옆구리 부분에 길게 툭 튀어나온 모습이나, 전방의 활대는 오른쪽에, 그리고 후방의 활대는 왼쪽에 치우친 모습은 당장 항행부터가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시온 공자.
저렇게 활대 위치가 제각각이면 무척이나 위험합니다.
보통 때라면 몰라도 속도를 내야 할 때나 추격을 위해 급히 방향 전환을 하다가 그대로 전복 될 수도 있단 말입니다.”
“안심해요, 헤먼 공자.
어차피 저 배는 추격을 하기 위한 용도가 전혀 아니니까.”
“···예?
아니, 시온 공자.
방금 전에는 저 배가 해적들을 잡기 위한 필승의 방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해적들을 추격하는 용도가 아니라면 도대체···.”
캬아아악!
갑자기 들려오는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헤먼과 선원들이 거의 동시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들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괴성, 곧이어 그들 모두는 그 소리의 근원지가 육지나 바다가 아니라 바로 하늘 위임을 알 수 있었다.
“헤먼 공자.
혹시 이런 생각해본 적 없습니까?
뭔가가 대신해서 적함의 위치를 찾아 은밀히 미행하며 근거지를 찾기도 하고, 아니면 그대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해서 운용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그런 상상 말입니다.”
“시, 시온 공자.
저, 저거 몬스터···.”
그에 시온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몬스터가 바로 자신들을 승리를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굳이 그리핀들을 신호라고 언급하는 이유는, 최종 목적이 다른 곳에 있어서였다.
‘괴멸적인 타격을 주기는 힘들 거야.
그리핀의 숫자가 50마리라면 좋겠지만 일단 준비된 건 다섯이 전부.
그 적은 숫자로 저 넓디넓은 바다 전부를 다 헤집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하지만 해적 놈들에게 착각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해.
더는 약탈만 하며 맘 편히 지낼 수가 없다는 착각, 이참에 아예 한 번에 모여서 왕국에 괴멸적인 타격을 줘야 한다는 착각 말이야.’
그리핀의 숫자가 늘어나면 더는 해적질을 할 수가 없으니 그 전에 아예 왕국의 영토, 즉 항구를 쳐서 점령하는 방법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전처럼 흩어져서 제 살 길만 찾지 말고 모여서 왕국을 들이치자.
부디 시온은 해적들이 그런 결론에 도달하기를 간절히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