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8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83화(183/439)
183―――――
답이 없어요!
캐리어 가야 해요!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야, 하고 믿고 싶은 해적단원 1이었다.
조금 전까지 바로 옆에서 같이 항해 중이던 다른 해적선이 그야말로 불쏘시개로 변해서 활활 타오르는 장면은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게 만드는 마법을 지니고 있었다.
대낮인데도 어찌나 활활 잘 타오르는지 그는 물론이고 다른 해적들, 심지어 고참 선원들이나 갑판장조차 두 눈을 껌뻑이며 바로 직전까지 나란히 항해하던 배가 거대한 불꽃이 되어 타오르고 있는 상황을 지켜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불구경도 잠시, 그 다음 목표가 자신들이 탄 배임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뭐, 뭔데.
시발!”
선장이고 갑판장이고, 고참 선원이고 초짜 선원이고 정신줄을 놓고 허둥거리기 바빴다.
갑자기 하늘에서 난데없이 불덩어리가 뚝 하고 떨어졌는데 과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캬아아악!
그래, 저 소리!
바로 저 소리다!
저 흉악하기 짝이 없는 괴성이 들리고 나서 몇 초 후, 불기둥이 치솟았다!
해적선원들은 다급히 허공을 두리번거리며 그 괴상한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 애썼다.
다만 그 와중에도 헤맬 수밖에 없었던 것이, 여태 ‘하늘’에서 뭔가가 자신들을 노리고 공격한 적이 전혀 없었다.
또 다시 괴성이 들려오자 비로소 하늘로 고개를 올리는 해적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뭔가가 날개를 펄럭이며 자신들의 주변을 배회하며 돌아다니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뭐, 뭐야!
갈매기야?”
“이 병신 머저리 새끼가!
여기서 가까운 섬만 해도 하루가 넘게 걸리는데 무슨 갈매기야!”
“뭔 헛소리야!
당연히 바닷새가 있을 수도 있는 법이지!”
“개새끼들아!
지금 그딴 걸로 싸우고 있을 때냐!”
저게 갈매기든 바닷새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두 마리의 비행체가 마치 다 죽어가는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라도 되는 듯 해적선 위를 빙빙 돌며 빈틈을 엿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게 도대체 뭔지 몰라도 일단 확실한 건, 보이지 않던 뭔가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자신들의 옆에서 항해 중이던 배 한 척이 그대로 불꽃과 함께 사라졌다는 부분이었다.
“어어어!
저, 저거 왜 점점 커져?”
“뭐, 뭐야.
저거 새 아닌 것 같은데?”
바다 한가운데에서 생활하는 해적들의 특성 상 비행 몬스터를 본 경험은 거의 없다.
아무리 몬스터라고 해도 잠시 날개를 접고 쉴 곳이 필요하니 육지나 섬 등에서 가까이 지내는 몬스터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저렇게 갑자기 급강하 하는 생물 역시 본 적이 거의 없다.
어떤 새가 배에 그대로 내리꽂듯 수직 낙하를 하고 있겠는가.
그냥 유유히 활강하여 활대 위에 잠시 내려앉아 쉬다가 갈 텐데 말이다.
하지만 저건 새가 아니다, 쉴 곳을 찾아 헤매는 자들이 아니다.
두 눈 부릅뜨고 바다를 뒤지고 다니며 자신들의 먹잇감이 될 해적선들을 찾아다니는 진정한 의미의 사냥꾼들이었다.
“이 머저리 새끼들!
저거 지금 배로 내려오고 있잖아!”
“화살!
뭐하고 있어!
쏴, 쏘라고!”
그래도 모든 해적들이 멍청한 것은 아니었다.눈칫밥 꽤나 먹은 갑판장이나 선장은 저게 결코 좋은 목적으로 점점 커지는 것이 아님을 직감하고는 다급하게 화살을 쏘라고 외쳤다.
하지만 지금 해적선으로 급강하하고 있는 저 존재는, 화살 따위로 애초에 맞출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벗어난 상태였다.
천천히 활강을 한다면 또 모를까, 엄청난 속도로 위에서 밑으로 내리꽂히고 있는 상황이다.
화살을 위로 쐈다가는 얼마 나가지도 못 하고 그대로 힘을 잃고 떨어지거나 아예 해적들이 역으로 화살을 맞을 수도 있음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대처를 하기에는 그리핀들의 하강 속도가 너무 빨랐다.
캬아아악!
지옥으로 꺼지라는 듯 한 괴성이 울리고, 바로 직후 역시나 거대한 불덩이 두 개가 그대로 해적선으로 날아들었다.
선장이 이를 악물고 피해보려고 했지만, 지금 배로 날아들고 있는 저 불덩이는 눈을 두 번 깜빡이면 바로 지척에 다가올 정도의 속도를 지닌 상태.
이세계의 그 어떤 함선이라도 해도 조준을 마친 상태의 폭격을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콰아아아앙!
또 다시 엄청난 불기둥이 치솟으며 사방팔방으로 불똥이 퍼져 나간다.
불덩이에서 나온 것들도 있었지만 속도로 인해 갑판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바람에 갑판에 깔려있던 나무 조각들이나 돛의 일부도 같이 불똥이 되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아아악!”
어떻게 해주지도 못 할 정도로 불꽃에 온 몸이 타들어가는, 그야말로 산 채로 타오르는 자들도 있었고, 몸에 붙은 불을 끄려 갑판을 뒹굴거나 바다에 뛰어드는 자들도 부지기수였다.
불을 끄라는 고함이 여기저기서 들렸지만 이미 패닉 상태에 빠진 이들을 제어하는 것이란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으로 어려운 일.
불덩이 두 개가 정확히 위에서 밑으로 떨어진 것이라 돛은 물론이고 갑판 전부에 불길이 퍼진 건 당연한 일이었고 아예 갑판을 뚫고 들어가 안에서 발화한 불들은 기껏 해적들이 약탈했던 교역품들을 전부 불살라 먹고 있었다.
“불부터 끄란 말이다, 이 한심한 놈들아!”
“불만 잡으면 어떻게든 항해가 가능해!
쫄지 말고 불을 끄라고, 버러지 새끼들아!”
배에 불이 붙고, 갑판 일부가 부서지기는 했지만 배 전부가 불길에 휩싸이지는 않았다.
앞쪽 돛과 갑판 일부에 불이 붙은 것이니, 빠르게 소화 작업을 하고 예비 돛을 달면 충분히 여기에서 도망칠 수 있다!
즉, 어떻게든 불길만 잡으면 거점으로 돌아가서 배를 수리하고 이 상황을 알릴 수 있다, 라는 것이 고참 선원들과 선장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불이 잡히지 않으면 결국 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시온 휘하의 그리핀 기수들이 모를 리가 없는 부분이었다.
“어이, 베스트!
아무래도 놈들이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디킨슨!
공자님이 하신 말씀 기억하고 있겠지!”
다른 그리핀들보다 생긴 건 조금 별로지만 힘 하나만큼은 엄청난 팬텀의 등 위에 오른 채 한 남자가 옆을 날고 있던 디킨슨에게 외쳤다.
그러자 그리핀 ‘콜세어’ 의 기수인 디킨슨은 히죽, 하고 미소를 짓더니 검지를 들어 보였다.
“좋은 해적은, 오직 죽은 해적뿐!”
그 말을 들은 베스트는 엄지를 척!
하고 들어 올리곤 제 그리핀 ‘팬텀’ 과 함께 그대로 불타오르고 있는 해적선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베스트가 노리고 있는 곳은 뒤쪽의 활대, 더 정확히는 딱 키를 조종하고 있을 선장이 자리한 선미 쪽이었다.
다만 이미 기습이 전부 알려졌고, 거기에 더해서 해적선에 붙을 불길로 인해 발생한 열기와 빛, 그리고 연기 등이 전부 그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칫 자신의 그리핀도 불길 때문에 다칠 수 있었지만, 팬텀은 그딴 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조금도 겁을 먹지 않은 기세로 해적선을 향해 똑바로 내달렸다.
쿠아아악!
“···그래, 어디 한 번 제대로 가보자!”
당사자 의 허락도 받았겠다, 베스트는 가장 정확하면서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거리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급강하를 이어갔다.
평소 훈련하던 것보다도 더 아래로, 더 빠르게 급강하한 베스트는 이내 자신이 목표로 삼고 있던 곳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데에 성공했다.
연기로 시야가 일부 가려지기는 했지만 원래 공격 지점보다도 더 밑으로 내려가 육안으로 목표 지점을 확인했기에 그는 바로 스크롤을 찢었고 그 직후 그리핀과 함께 다시금 공중으로 상승했다.
휘유우우우!
순간 해적선의 선장은 오싹, 하고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나름 칼밥도 많이 먹고 해적 생활도 꽤 많이 했기에 어느 정도는 이제 직감할 수 있었다.
아, 지금 내게 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라는 것 말이다.
“···오, 시발.”
정확히 자신의 위치를 노리고 날아드는 거대한 불덩이를 바라보며, 선장은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게, 선원들이 기억하는 선장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콰아아앙!
정확히 돛을 꿰뚫고 날아든 불덩이가 그대로 선미 쪽을 강타했다.
그나마 배에서 멀쩡하던 부분이 또 다시 불길에 휩싸이고, 이내 배 전체가 시뻘건 불길에 먹혀 들어가니 더는 고참 선원들이라고 해도 버틸 수가 없게 되었다.
결국 배를 버리라는 갑판장의 명령이 떨어졌고, 해적들은 불에 타죽느냐 아니면 아무 것도 없이 저 깊은 바다로 뛰어드느냐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잠시 망설이던 해적들은, 그래도 저 시뻘건 괴물보다는 차라리 깊고 푸른 바다가 훨씬 낫겠다 생각하며 바로 바다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뛰어!”
“으아아악!”
불타는 배와, 기껏 힘들게 빼앗은 교역품은 이미 머릿속에서 잊은 지 오래였다.
바다에 빠져 죽든, 아니면 고기밥이 된다고 해도 최소한 산 채로 불에 타는 것만큼은 정말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을 잔혹하게 습격한 저 괴수들은 그런 해적들을 편히 놓아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캬아악!
또 다시 머리 위에서 괴성이 들리며 두 비행체가 하늘을 뱅뱅 돌아댄다.
그 모습에 해적들은 욕도 하고, 꺼지라는 듯 고함까지 질러보았지만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그리핀은 더욱 더 큰 소리로 괴성을 내지르는데 그게 마치 입 닥치고 죽을 떼나 기다려라, 라는 말처럼 들릴 정도였다.
“가, 갑판장님.
이, 이거 어쩝니까?”
조금 전까지 ‘배’ 라고 불리던,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불쏘시개가 되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바다 위를 부유물 하나 없이 첨벙거리고 있던 해적들이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갑판장 주변으로 몰려들어서는 방도를 물었다.
하지만 갑판장이라고 해서 뭐 뾰족한 수가 나올 리가 없었다.
이 넓은 바다에서 배는 고사하고 판자 하나 없이 몸만 둥둥 떠 있는데 뭐 어떻게 하겠는가.
그 때, 해적 한 명이 두 눈을 좁히고 뭔가를 바라보다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저, 저기!
화, 활대 끝이 보입니다!”
“···히스파냐 배 아니야?
시발!
히스파냐 해군이잖아!”
물론 같은 해적이 아니라 히스파냐의 배라는 것이 크나 큰 문제였지만 말이다.
해적들은 왕국에게 붙잡히면 어떤 미래가 펼쳐지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도망이라도 쳐볼까 했지만, 바람의 영향을 전혀 받지 못 한 채, 오직 수영으로만 속도를 내야 하는 인간 따위가 배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해군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운 상황이었지만, 그 다음 벌어진 일은 더 끔찍했다.
그냥 악몽 그 자체로 불릴 정도로 말이다.
“뭐, 뭔?”
“저게 뭔데, 시발!”
자신들의 배는 그야말로 불덩이로 만든 괴물들이, 저 왕국의 배를 공격하기는커녕 유유히 활강하면서 함선 쪽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거기에 화답하듯, 때를 맞춰 돛을 내리고 속도를 멈추어 그 괴물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히스파냐의 함선.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배로 저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배로 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저 멀리서 잠시 돛을 내린 채 괴물들을 전부 수용한 배가 다시금 돛을 올리더니 이내 해적들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장소로 천천히 미끄러지듯 다가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 배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던 해적들은, 도저히 상상도 못 했던 배의 모습에 자신들의 상황도 잠시 잊은 채 황당한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한편, 그리핀들을 전부 수용한 시온은 우려했던 사고가 벌어지지 않아 안도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그리핀들이 모함을 찾지 못 하고 바다에 추락하거나, 아니면 해적들을 공격하거나 모함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다치는 일들 말이다.
‘그리핀들은 둥지로 돌아가는 귀소 본능이 강한 놈들이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녀석들이 모함을 찾기 쉽도록 표시도 확실히 해두었고.’
본격적으로 해적들을 찾아 소탕하기 시작한지 이틀이 되는 날이었다.
사르데나 항구를 떠난 건 그보다 훨씬 전이었지만, 그리핀들의 모함 이착륙을 익숙하게 하기 위해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었다.
더해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배를 운용해야 하는 헤먼과 그 휘하 선원들에게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고 말이다.
“···저는 지금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비행 몬스터를 이렇게 운용할 줄이야.”
헤먼 공자는 질려버렸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비행 몬스터를 붙잡아 여러 상황에 이용하려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바다 한가운데에서 운용한다는 건 세상 어느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 한 부분이었다.
덤으로 그 비행 몬스터들을 수용하고 쉬게 하며 다시금 날아오르게 할 수 있는 배를 운용할 생각 역시 말이다.
그에 시온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
일단 그리핀의 숫자는 너무 적고, 반대로 바다는 너무 넓으니까요.
해군의 여러 함선들과 그리핀 기수들이 계속 해적선들을 찾고 있지만 어제와 오늘 합쳐서 고작 7척을 잡은 것이 전부 아닙니까?”
“···.”
일부러 저러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모르고 하는 것일까.
헤먼 공자는 저도 모르게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내보이고 말았다.
이틀, 단 이틀이었다.
해적선 7척을 공격해 반파시키거나 아예 침몰하게 만든 시간 말이다.
심지어 그 7척은 오직 그리핀들의 전과였을 뿐, 그들이 발견하고 그 인도를 받아 해군 함선들이 공격한 해적선까지 합치면 두 자리 수는 훨씬 넘어갈 것이었다.
시온의 말대로 바다는 넓어도 너무 넓다.
그 넓은 바다에서 해적들을 찾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
심지어 해적들을 발견한다고 해도 그들 역시 왕국의 함선을 발견할 터이니 은밀학 기습하는 것보다는 속도로 따라잡아서 억지로 전투를 벌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해군들은 한 번의 항해에서 5척 이상의 해적선을 잡으면 풍년이라고 할 정도였다.
한데 저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귀족은 그리핀을 운용하고, 동시에 그들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배까지 만들어 작전 반경과 정찰 범위를 몇 배로 늘려버렸다.
덕분에 수평선만을 바라보며 해적들을 찾아 헤매어야 했던 전과는 달리, 해적들의 감시의 눈길을 피한 채 은밀하게 따라붙어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적들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 했을까!
이렇게 효과적이고 엄청난 방법을 어째서 우리는···.’
배는 외관상 멋져야 한다는 바닷사람들의 고정 관념, 그리고 비행 몬스터들은 바다에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이 겹쳐져 어느 누구도 이런 발상을 하지는 못 했을 것이다.
자신 역시 다르지 않아서, 처음에는 의문감 가득했던 헤먼 이시크였다.
하지만 그 파급력이 바로 피부에 느껴지자 처음부터 시온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던 이시크 백작가의 후계자는 이제 전적으로 시온을 믿고 따를 정도였다.
‘아니, 아니다.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야.
시온 공자가 천재인 거야.
천재가 아니고서야 이런 방식으로 바다를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어!
전쟁영웅!
왕국의 신성!
그야말로 히스파냐의 미래이자 구명줄인 남자다!’
이런 남자와 척을 진다고 생각하니 절로 끔찍함이 온 몸에 드는 헤먼이었다.
시온과 에라더 왕자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데, 정말 에라더 왕자가 왕이 될 수 있겠는가?
저런 남자를 적으로 두고서?
과연 시온 클라우젠이 그걸 두고만 보겠는가?
‘절대 불가능해.
왕자는 결코 왕이 될 수 없을 거야.’
헤먼은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의 아버지인 브레멘 이시크 백작에게는 미안한 말이겠으나, 에라더 왕자가 차기 국왕이 되는 건 무조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헤먼 자신이 확언할 수 있었다.
“시온 공자.
해적들은 어찌 할까요?”
애써 속마음을 감추며 헤먼 공자는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시온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에 시온은 미소를 짓고는 당연한 거 아니냐는 목소리로 답했다.
“다 건져 올리세요.”
―――――――작품 후기―――――――
핫!
추천도 같이 건져 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