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8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84화(184/439)
184―――――
답이 없어요!
캐리어 가야 해요!
와자자작!―
에라더 왕자는 자신에게 올라온 보고서를 확인한 후, 사나운 기세를 숨기지 않았다.
마구잡이로 보고서를 구기다 못해 아예 바닥을 내던지고는 이내 테이블을 힘껏 내려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고도 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 한 에라더 왕자는 씨근덕거리며 보고서에 쓰여 있던, 무척이나 간결한 내용이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해적선 7척 완파, 아군 손실 전무.
―시온 클라우젠 공자 휘하 그리핀 부대의 활약으로 아무 피해 없이 해적선 소탕 중―다만 재보급을 위하여 며칠 내로 귀항할 예정.
―
“···이런 젠장!”
왕국의 패배는 전무하다, 남쪽을 어지럽히는 해적들이 완벽하게 소탕 당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에라더 왕자에게는 정말이지 최고의 그림이었다.
시온 클라우젠의 승리는 곧 그 윗사람인 자신의 승리였고, 그의 공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자신이 시온 클라우젠을 믿고 전장을 내보냈다, 해적을 소탕하는 데에 공을 세운 건 맞지만 그만큼이나 현장 지휘관을 믿어준 총지휘관의 안목 역시 훌륭한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전장에서 으레 통용되던 것이었으니 남부나 왕성의 다른 이들도 에라더 왕자의 공을 결코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이렇게만 본다면, 에라더 왕자 본인에게 손해가 될 건 없다.
‘···그런데, 그런데 어찌하여 이렇게 분노가 치민단 말인가!’
에라더 왕자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현장 지휘관을 잘 지정하고, 굳게 믿어 그가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밀어준 총지휘관은 당연히 다른 이들에게 환호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그를 견제하며, 딱히 전폭적인 지지를 한 것도 아니고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면 그 때는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앞에서는 환호를 내지를지 몰라도, 뒤에서는 공을 가로채는 것이 아니냐며 사람들이 수군거릴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역효과로 현장 지휘관에 대한 동정과 호감이 더욱 불어나는 것 말이다.
주먹을 쥔 채로 어찌 할 줄을 모르는 에라더 왕자였다.
눈치가 있는 남부의 어느 귀족이라도 시온 클라우젠과 자신이 영 불편한 관계에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다.
시온 클라우젠이 바네사 왕녀와 가까운 건 이미 히스파냐의 권세 있는 귀족들은 대강이나마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에라더 왕자 본인은 그런 바네사 왕녀의 지지자가 힘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여 알게 모르게 그를 일선에서 빼서는 공을 세워도 미적지근하고, 반대로 약간의 흠도 커보일 수 있는 곳에 배치했었다.
그 뿐인가?
자신이 패배하고 난 후 분위기가 영 좋지 않을 때 분위기 쇄신을 위해 마치 네가 잘 할 수 있나 한 번 보자, 라는 식으로 시온 클라우젠을 출정시켰다.
시장통의 상인들보다도 더 입이 가볍다는 것이 바로 귀족들이다.
그런 부분이 어떻게 과장되고 변질되어 퍼져갈 것인지, 그리고 그 소문을 세상 사람들이 생각보다도 훨씬 더 쉽게 믿는지 에라더 왕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그리핀 부대라니?
클라우젠 변경백령이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다는 건가?
엄청난 자금이 들어 웬만한 대귀족 가문도 운용하기를 꺼려한다는 비행 몬스터들을 도대체 언제?
게다가 그걸 다른 곳도 아니고 바다에서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그 어떤 비행 몬스터라도 결국에는 날개를 접고 몸을 쉴 공간이 필요한 법이다.
히스파냐의 남쪽 바다에 섬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육지 부근이나 어느 한 기점을 중심으로 그런 것뿐이지, 결국 펼쳐진 건 깊고 너른 바다일 뿐이다.
한데 시온 클라우젠은 그런 부분을 아주 간단하게 끝내버렸다.
‘배에 그리핀을 실어서 날려 보내면 된다.
이런 간단한 생각을 왜 아무도 못 했단 말인가!’
에라더 왕자는 분하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먼저 생각했다면, 이런 지극히 간단한 것을 자신이 먼저 깨닫고 사용했다면 지금쯤 남부의 구원자로 활약할 수 있었을 텐데!
더 나아가서 남부의 강력한 지지와 막대한 부를 등에 업고 왕성으로 금의환향하여 멋지게 손을 한 번 들어준 후 바로 성전에 참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왕자님.”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브레멘 이시크 백작의 것이었다.
에라더 왕자가 들어오라 허락하니 이내 조심스레 문이 열리고 중년의 멋들어진 귀족 남성 하나가 슬그머니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소식 들었습니다.
승전보라고요.”
“···백작님도 들은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듣자하니 시온 공자와 제 아들놈이 벌써 해적선 7척을 침몰시켰다고요.”
그 말에 에라더 왕자는 불만이 많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신도 패배하기 전까지는 항해 중에 몇 척의 해적선을 공격했었다.
일주일이 조금 넘는 항해 중 두 척을 붙잡아 완벽 소탕하기도 했었다.
‘그 때에도 온갖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하던 자들이었다.
고작 두 척을 잡았을 때에도!
그런데 본격적으로 해적 소탕에 나선 지 고작 이틀에 지나지 않은 시온 클라우젠이 자그마치 7척을 잡았다면 과연 남부의 귀족들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해적들은 분명 잡기 힘든 존재들이지만, 그만큼 하나 하나 잡아갈 때마다 확연히 그 피해가 줄어드는 것이 보이는 집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적선을 벌써 7척이나 사냥한 시온 클라우젠은 진정한 의미의 ‘영웅’ 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백작님의 표정이 꽤나 좋아 보이는군요.”
브레멘 백작의 밝아 보이는 얼굴에 에라더 왕자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자신은 복장이 터져 죽을 것 같은데, 자신의 강력한 지지자라는 이가 자신의 감정에 함께 공감하기는커녕 보일 듯 말 듯 기뻐하고 있으니 기분이 확 나빠지고 있었다.
“혹시 시온 클라우젠 공자 옆에 있을 백작님의 아들 때문에 그런 겁니까?”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저도 한 아이의 아버지인지라 큰 공을 세우며 잘 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이런 반응이 나온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왕자님.”
“···좋으시겠습니다.
헤먼 공자가 공을 세우고 있고, 시온 클라우젠과 친하다니 그런 아드님을 두신 백작님은 어디든 선택하실 수 있겠군요.”
그 말에 브레멘 이시크 백작의 표정이 순간 싸늘하게 변했다.
에라더 왕자의 저 말은, 수틀리면 자신을 배신하고 바네사 왕녀에게 붙을 생각이 아니냐는 일종의 조롱이자 도발인 셈이었다.
브레멘 백작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그제야 에라더 왕자는 자신이 흥분해서 큰 실수를 했음을 자각했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감정 조절이 안 된다고 해도 자신의 지지자 앞에서 그 열의를 부정하는 언행을 보여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미안합니다, 백작님.
혹여 제 말이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왕자님.
왕자님의 속도 모르고 제가 너무 아들 생각에만 잠겨있었던 모양입니다.
제 불찰이니 부디 사과는 거두어주시길.”
브레멘 백작의 말에 에라더 왕자는 여부가 있겠냐며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는 잠시 혼자 있다 싶다는 말을 하며 백작을 물러가게 했다.
“그러면 조금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후, 브레멘 백작은 방을 나와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런 백작의 얼굴 표정은, 꽤나 무섭도록 차갑게 굳어있었다.
‘좋지 않군.’
주군을 따르는 신하들이 가장 불안감을 느낄 때가 언제인가.
그건 주군이란 자가 신하를 의심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에게는 잠깐의 의심, 혹은 말실수라고 해도 신하에게는 그것이 미래의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과 직결되는 부분이었다.
주군의 의심은 곧 그를 따르는 신하의 죽음을 의미했으니까 말이다.
‘그나마 헤먼이 시온 클라우젠 공자 옆에 붙어서 활동하고 있기에 이시크 백작가의 명성은 높아지면 높아지지, 떨어질 일은 없다.
그에 반해서 에라더 왕자는 자꾸만 이쪽의 점수만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브레멘 백작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처음 남부에 왔을 때만 해도 자신이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아주 성실하게 임해주던 에라더 왕자였다.
그런데 패배 한 번 이후 사람이 갑자기 확 바뀌었다.
왕의 재목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조심성이 쓸데없는 의심으로 바뀌었고, 경계심은 이상한 질투심을 변질되어 가고 있었다.
‘능력 있는 신하를 경계하는 건 군주로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덕목이지만, 동시에 그 능력 있는 신하를 현명하게 쓰는 것도 또한 덕목이라고 했다.’
후우, 한숨을 내뱉는 브레멘 백작이었다.
평소에는 꽤 괜찮은 차기 국왕인데, 가끔 가다가 보이는 에라더 왕자의 반드시 고쳐야 하는 부분이 여기서 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한 번 일이 꼬이면 절대 앞으로 나서려 하지 않고 희생양을 찾는 눈길하며.
불리한 상황에서 자신보다 더 앞서나가는 이를 어떻게든 뒤로 끌어당기려 하는 것 말이다.
‘내 분명 뛰어난 자도 넓은 마음으로 품에 안아 데리고 가면서 필요한 때에 써먹을 수 있어야 진정한 국왕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가슴이 답답해지다 못 해 백작 본인이 안타까워질 정도였다.
현 국왕 에드가 4세의 ‘장자’ , 에라더 라곤 히스파냐.
국왕에게 반기를 들거나 적과 내통하는 극악의 죄가 아닌 이상, 장자라는 정통성은 그 어떤 부분도 전부 가리고 막아내며 에라더 왕자를 다음 히스퍄나 국왕으로 올릴 수 있는 명분이었다.
그 명분 때문에 브레멘 이시크 백작, 본인도 남부의 실질적인 부를 쥔 이로서 에라더 왕자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내보였던 것이 아니겠는가.
헌데 이런 식으로 자꾸만 실망을 시키면, 그 때는 아무리 브레멘 백작이라도 고민을 해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가라앉을 것이 뻔히 보이는데 그 배에 굳이 올라탈 뱃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일단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자.
혹시 또 모르지.
시온 클라우젠 공자도 결국 사람이니 실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예로 들자면···.’
예로 들자면, 해적들을 전쟁 포로 대하듯 하다가 뒤통수를 맞는다던가 말이다.
남부의 사람들은 해적들을 절대 용서치 않고 무조건 처형하거나 그 수준의 형벌로 처벌하는 만큼, 혹시나 해적들을 넓은 아량과 자비로 대한다면 약간의 거부감을 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브레멘 이시크 백작이었다.
물론,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허튼 기대였지만 말이다.
“제군들.”
몽땅 건져 올린 해적들 전원을 갑판 위에 무릎 꿇게 한 후, 시온은 뒷짐을 지고는 헤먼과 함께 그 앞으로 왔다 갔다 하며 입을 열었다.
“길게 말하지 않겠다.
지금부터 딱 5분 동안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너희들의 거점, 어느 지점, 어느 섬에서 배를 숨기고 휴식을 취하며 다음 습격을 위해 준비하는 바로 그 장소.
어디야.
내가 실망하기 전에 빨리 불도록.”
“···.”
물론 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시온은 해적들을 일일이 살피다가 그 중 가장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대적으로 조금은 어려보이는 청년 앞으로 다가갔다.
“사실대로 말하면, 그래서 공을 세우는 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처벌은 면할 수 있어.
죽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야.
이런 기회 흔하지 않아.
얼른 앞에 왔을 때 붙잡으라고.”
“···.”
슬쩍 미끼를 던져보았지만 이 물고기는 결국 그걸 물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물지 않았다기보다는 물지 못 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시온은 눈앞의 이 해적이 알게 모르게 다른 해적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짝짝―.
시온이 가볍게 박수를 치자, 선원들이 뭔가를 낑낑대며 그의 앞으로 가져 왔다.
항해 불가능이 된 다른 해적선에서 회수한 교역품이었는데, 꽤나 값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당히 큰 조각품이었다.
“너.”
시온은 한 남자를 가리키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자 전투 요원들이 재빨리 그를 일으켜 세워서는 그의 발목에 사슬을 채우고는 반대편에 그 무거운 조각품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대충 여기 있는 친구들 눈치를 보아 하니 보통 선원은 아닌 것 같고.
선장인가?”
“···갑판장이다.”
자신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남자 앞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는 모습의 갑판장이었다.
그 모습에 전투 요원들은 물론이고 헤먼까지 인상을 구기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시온은 웃으면서 그들 모두를 제지했다.
어차피 뒈질 놈인데, 혀 한 번은 마지막으로 튕기게 해줘도 괜찮을 듯 싶었다.
“흠, 그래.
갑판장.어찌 되었든 다른 친구들보다는 높은 자리에 있다는 거잖아.
그렇지?”
“···그렇다.”
그에 시온은 대단하다는 듯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대단하네!
높은 자리에 있는 친구라니!
그런 높은 자리에 있으면 돈도 좀 더 만지고, 남들에게 대우도 좀 받고 그러지.
멋져, 아주 멋져.
그래서 말이야, 높은 친구?”
시온은 전투 요원들에게 바다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빼 들어서는 해적선의 갑판장을 함선 위의 갑판 끄트머리로 내몰기 시작했다.
“왜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이 돈도 더 벌고, 다른 이들에게 대우도 받는지 아나?”
“···.”
“모르는 거라면 알려주고, 알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일러줄게.
높은 친구.
바로 이런 때에, 그야말로 완벽하게 망했을 때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죽어야 하기 때문이야.”
시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함선의 전투 요원들이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해적선의 갑판장을 바다로 걷어차서 떨어트렸다.
그러자 당연한 수순으로 그의 발목에 묶여져 있던 쇠사슬이 떨어져 내렸고, 그 끝에 묶여 있던 조각상까지 같이 떨어져서는 풍덩!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그대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억!”
단말마의 비명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해적 하나가 깊은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깔끔하면서도 냉혹한 처분에 해적들 전원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시온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좋겠네.
이야, 부러워 죽겠다!
그렇게 가지고 싶어 했던 물건까지 싸들고 죽는 거잖아.
부럽다, 부러워.
사람은 원래 죽을 때에 빈손으로 간다는데.”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긴 시온은 다시금 청년의 앞으로 다가갔다.
마치 ‘눈치를 줄 것 같은 놈은 내가 대신 죽여줬어.
그러니까 얼른 불어.’ 라고 말하듯 말이다.
“너,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응?
시온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히스파냐의 병사들도 가만히 있는데, 다른 놈도 아니고 해적이 저딴 말을 지껄이고 있다.
“이건 또 무슨 헛소리지?”
“우, 우리가 아무리 해적이라고 해도 그렇게 산 채로 사람을···.”
“애초에 물에 빠져서 뒈질 뻔한 것을 기껏 건져 올려주었고, 그렇게 목숨을 한 번 살려주었는데 원하는 정보를 내놓지 않아서 다시금 바다로 되돌려주는 게 뭐가 어떻다고?”
“그, 그건···.”
“그리고 다른 놈들도 아니고 온갖 악랄한 짓을 하던 너희 해적들이 그딴 말을 하니 기가 막힐 뿐이란다, 친구들아.
너희 손에 죽거나 다친 왕국의 백성들이 과연 몇일까, 궁금하지 않아?”
“우리는, 우리는 말 그대로 악랄한 해적이니 그런 짓을 한 것이지만 귀, 귀족 나으리는 신을 믿고 빛의 교리를 믿는 분이니 한 번은 너그러이 대해주실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제 딴에는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갑판장과 똑같은 꼴이 되는 것만은 면하고 싶은 모양.
그에 시온은 푸핫!
하고 배를 잡고 웃어댔다.
역겹고, 어이가 없었고, 그저 기가 막혀 웃을 뿐이었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추해진다지만, 이왕 추해질 거라면 차라리 개처럼 빌며 살려달라고 하거나 무슨 짓이든 시키는 대로 다 해서 목숨을 구걸하는 편이 나았다.
저렇게 말 그대로 ‘좆같은’ 논리를 펴면, 오히려 더더욱 죽이고 싶다는 마음만 강해질 뿐이다.
“이봐.
해적 친구들?
너희를 용서하고 너그러이 대해주는 건 저 위에 있을 신이 할 일이야.”
그리고.
“그리고 내가 할 일은, 너희 같은 놈들을 신의 곁으로 보내주는 거지.”
―――――――작품 후기―――――――
신님, 여기 한 놈 또 갑니다.
추천을 주신다면 해적 모두가 프리패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