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8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86화(186/439)
186―――――
답이 없어요!
캐리어 가야 해요!
하아아암―.
경계를 서고 있던 해적이 늘어지게 하품을 해댄다.
상황을 모르는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본다면, 참으로 해이한 태도이지 않은가!
라고 뒤통수를 후려쳤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해적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그가 경계를 서고 있는 곳은 남쪽 바다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섬들 중 하나에 은밀히 지어진 해적들의 거점이었다.
최대한 왕국 해군의 탐색을 흘리기 위해 지형 상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곳을 택했고, 그 중 깊숙이 들어간 만 형태가 있는 섬을 발견한 해적들은 바로 그 섬의 만 안쪽에 여러 척의 함선이 정박할 수 있는 간이 항구까지 마련했다.
전부가 바다에 익숙하고 배를 타던 인원들이니 간이 항구 정도는 어렵지 않게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직후 예전처럼 왕국 해군의 공격으로 인해 어이없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식량과 식수를 비축하고 항상 거점에 번갈아가면서 머물게 만드는 등, 거의 정규군 수준으로까지 발전한 양상을 띌 정도였다.
‘처음에는 참 든든하고 좋았지.
해군 놈들이 들이닥친다고 해도 버틸 수 있고, 그러는 동안에 바다에 나갔던 다른 놈들이 돌아와서 뒤를 잡으면 오히려 앞뒤로 포위하는 형국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막상 거점을 완벽하게 만들고 본격적으로 해적질에 나서고 나서 얼마 후.
막상 거점 건설을 강력히 주장했던 캡틴이 히스파냐의 왕자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이면서 상황이 무척 모호해졌다.
바로 전까지 엄청난 기세로 해적들을 몰아붙이던 해군들이 갑자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해적선을 쫓되 교전은 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덕분에 몇 년 전의 해적 소탕 때처럼 왕국의 해군들이 바다를 이 잡듯 뒤지며 해적들의 거점을 찾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부분의 연속으로 항구를 넘어 반은 요새화가 진행되었던 거점도 그 위치가 살짝 모호해진 것이었다.
“끄으으윽.”
덕분에 이제 거점 경계라기보다는 그냥 지루한 작업의 일환이 되어버린 점을 느끼며 해적은 다시 한 번 기지개를 켜며 늘어지게 하품을 해댔다.
그러다 말고 그는 하늘에서 뭔가 조그마하고 새카만 점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도 섬이고, 이 근처에 다른 섬들도 있으니 당연히 이 근처에 살고 있을 바닷새 정도로 생각하고 고개를 내리려는 찰나.
“···어?”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엄청 멀리 있는 것으로 보였었는데, 다시 고개를 올려보니 금세 커졌다.
시커멓던 점이 조금씩 커지고, 하나인 줄 알았던 숫자가 갑자기 다섯으로 불어난다.
“저게 도대체 무슨 새야?”
아마 저 위에 있는 이들이 그 말을 들었다면, 새가 아니라 ‘말 잘 듣고 똑똑하며 성깔이 조금 더럽기는 해도 엄청난 매력이 있는’ 그리핀이다!
라고 외치며 뒤통수를 후려쳤을 것이다.
물론 직접 이야기를 해주기는 그러하니, 저들은 뒤통수를 치는 대신 아주 화끈한 방식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콰아아아아아앙!
화르르륵!
“···아이, 시발··· 마법사 새끼들은 오전부터 왜 이상한 짓을 하고 지랄이야···.”
거점 내부에 마련된 간이 숙소에서 한창 낮잠을 즐기고 있던 해적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폭음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잡아당겼다.
해적들이 거금을 주고 간신히 데려온 마법사들은, 아쉽게도 초급과 중급 사이에 애매하게 발을 걸친 이들이었다.
때문에 딱히 할 것이 없는 이곳에서 맨날 같이 마법을 수련하곤 했었다.
콰아아아앙!
퍼어어엉!
다른 때에는 몰라도 제발 사람이 잠을 자고 있을 때에는 얌전한 마법 좀 쓰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제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이어서 그런지 해적들 말은 귓등으로 안 듣는 놈들이었다.
콰아아앙!
퍼퍼펑!
“···으아아아!
이 개새끼들!”
결국 해먹에서 튕겨지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는 밖으로 향하는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밖으로 뛰쳐나가서 ‘야, 이 개 같은 마법사 새끼들아!
사람 잘 때는 그 마법 좀 쓰지 말란 말이다!’ 라고 험악하게 외치려던 순간이었다.
“···어?”
말 그대로, 온 세상이 불타고 있었다.
특히나 정박해 있던 몇 척의 배들은 그야말로 거대한 불덩어리가 되어 아주 찬란하게 타오르고 있었으며 그 외에 나무로 만들어진 곳까지 전부 불이 붙어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덕분에 한참 단잠을 즐기던 해적은 자신이 꿈이라도 꾸는 건가 싶다가 시발!
하고 욕설을 내뱉고는 일단 미친 듯이 내달렸다.
불길이 너무 거세서 조금이라도 멍하니 서있다가는 그대로 화형식 직행이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도록 달리고 나서야 겨우겨우 불이 붙지 않은 높은 지대로 이동할 수 있었던 그는 전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웬만한 항구처럼 잘 정돈되어 있던 거점이, 순식간에 거대한 불덩이로 변해서 마치 지옥을 펼쳐놓은 것 마냥 시뻘겋게 물들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도 불꽃, 저기도 불꽃, 마치 노을이 지는 늦은 오후의 햇살마냥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불꽃에 휩싸여 이글거리는 열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1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고생에 고생을 해가며 이루어놓은 자신들의 거점.
그곳이 완벽하게 주저앉는 데에는 딱 1시간이면 충분했다.
항구도, 배도, 건물들도 전부 거대한 불덩이에게 제물로 바쳐졌다.
“흠.”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던 맥클스키는 이 정도면 되었다는 듯 가볍게 헬캣의 등을 토닥였다.
원래라면 조금 더 머물며 혹시나 놓친 것이 있지는 않을까 확인을 했을 테지만, 이미 아침부터 비행에 들어가서 이 섬에 오는 데에만 두 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다.
다시 모함으로 돌아가는 부분까지 합치면 그리핀들은 꼬박 다섯 시간을 계속 비행해야 하는, 인간 기준으로 보자면 쉬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과 다름이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이 녀석들은 우리까지 태우고 있으니 훨씬 더 힘들 거야.
이 이상 더 머물다가 지치기라도 하면 정말 상황이 곤란해진다.’
맥클스키는 오른쪽 발로 그리핀의 옆구리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알겠다는 듯 날개를 한 번 펄럭인 그리핀이 방향을 돌렸다.
캬아아악!
마치 나를 따르라, 이 철없는 것들아!
라는 듯 울부짖는 맏언니 헬캣.
그 뒤를 따라 나머지 네 마리의 그리핀들이 임무를 완료하고 모함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적선 몇 척이 섬 근처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아까부터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것이 보이기는 했지만, 왕국 해군의 함선이 들어가는 게 확인된 적도 없으니 그냥 멍청한 새끼 하나가 모르고 불을 냈다거나, 아니면 마법사 놈들이 또 그 사이를 못 참고 사고라도 친 줄 알았던 것이다.
“···빌어먹을.”
하지만 섬 가까이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보이는 건 시뻘건 불꽃과 새카만 연기였다.
그제야 누가 사고로 잠깐 불을 낸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공격’ 을 받은 것임을 알아차린 이들은 한창 선장실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던 자신들의 ‘캡틴’을 깨우러 달려갔다.
“캡틴!
캡틴!”
자신을 부르는 외침에 캡틴이 부릅, 하고 감고 있던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는 옆에 놓아두고 있던 짧은 검과 갈고리를 쥐곤 아무 말도 없이 성큼성큼 갑판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그런 행동을 보일만한 것이, 선원들에게 왕국의 해군 놈들이 나타났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을 깨우지 말라고 했고, 그런 이유로 선원들이 자신을 깨운 이유가 해군을 만나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뭐야, 시펄?”
그리고 곧 그는, 제 배와 돈만 아는 해적들을 설득해서 열심히 기껏 마련한 거점이 거대한 불쏘시개가 되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장면을 두 눈 가득 담게 되었다.
“···.”
차라리 자신의 배를 10척이 훨씬 넘는 해군 함선이 포위하고 있는 그림이 나았을 것이다.
최소한 그런 그림은 이전부터 언젠가 벌어질 일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최후였으니까 말이다.
그만큼 실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부분이기도 했고.
하지만 최고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며 해군 함선들이나 왕국 교역선들의 항로에서도 최대한 먼 곳에 만들어 둔 거점이 이렇게 어이 없이 ‘털려 버린’ 것은 전혀 예상치 못 했던 부분이었다.
화르르륵!
그그극!
여태 한 고생이 장작이 되어 타들어가는 장면, 그리고 그 장작이 무너지는 소리.
캡틴은 하, 하고 기가 막힌 탄식을 내뱉으며 그 장면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애초 이곳은 해군 함선들이 오고 가는 항로도 아닐뿐더러 자신과 같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아오는 해적선들이 바쁘게 오고 가는 길이다.
왕국군이 이곳을 발견했다면, 그리고 저 거점을 공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어떤 수를 쓴다고 해도 결국 근처의 해적들에게 발각이 되었을 것이고 아무리 못 해도 여기 있는 경계 인원들에게 공격이 사전에 알려져야 정상이었다.
‘···망했군.’
캡틴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불길과 함께 이대로 계속 버틸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함께 완벽히 불에 사라졌다는 것을.
왕국 해군이 본격적으로 움직여 다른 동료 해적들의 피해가 커지다가 캡틴 자신이 히스파냐의 왕자에게 강한 한 방을 먹인 후에는 피해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해군이 묘하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부분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예전처럼 식량이나 식수 혹은 선원들의 피로가 급증하여 제 풀에 지쳐 떨어져나간 해적들이 적은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약탈한 교역품을 한 곳에 모아 빠르게 정리하고, 해군들의 눈을 피해 보급품을 조달하여 거점을 찾는 해적들에게 분배하고 다시 그들이 빠르게 바다로 나아가 왕국에 출혈을 강요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 결국 먼저 지칠 쪽은 히스파냐가 분명할 것이라고 캡틴은 확신했다.
‘요정들이 분명 말했어.
히스파냐는 모종의 이유로 남쪽에 길게 신경을 쓰지 못 한다고!
몇 달, 몇 달만 버티면 결국 소탕에서 한정적인 교역로 보호로 전환될 거라고 했는데!’
요정들이 말한 그 모종의 이유가 ‘성전’ 이 될 것임을 캡틴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왕국에 교역로를 위협하는 해적들에게 저번처럼 온 신경을 기울일 수 없는 이유가 분명 발생할 것이라는 부분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해적질을 하면서 동시에 장기전을 바라보는 부분으로 해적들을 설득하고 설득해 결국 거점 마련에 성공하기 까지 한 캡틴, 본인이었다.
“캡틴.”
“캡틴, 이제 어쩝니까?
설마 히스파냐가 진작 거점을 알고서···.”
“이게 가능이나 한 일 입니까?
아니, 주변에 이렇게 배회하는 동료들이 몇 이고 배가 몇 척인데 저렇게 기습을 가할 왕국 함선들이 올 동안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그동안 모아둔 식량이나 식수는 물론이고 약탈한 것도 전부 날아갔어요.
시발, 목숨 걸고 빼앗은 우리 물건이 다 타버렸다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믿었던 자신들의 거점이 단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며 해적들이 눈에 띄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약탈도 좋고, 돈도 좋지만, 그럼에도 저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나 자신들의 목숨이다.
안방이 완벽하게 기습을 당해서 아예 망해버렸는데, 언제 히스파냐의 해군들이 자신들의 뒤통수를 노리고 매복해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역시 쌓는 건 오래 걸려도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군.’
캡틴은 여기서 망설이다가는 전부 사이좋게 고기밥이 될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여기서 다 때려치우고 도망을 가서 목숨을 부지하느냐, 아니면 이렇게 된 거 아예 해군들을 전부 조지고 남쪽 바다 전체를 손아귀에 쥐느냐, 그 뿐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다, 이 겁쟁이 새끼들아.”
“캡틴?
무슨 방법이라도···.”
“우리처럼 거점에 무슨 일이 생겼음을 깨닫고 이리로 오는 놈들이 있겠지.
그놈들에게, 그리고 연락이 닿는 모든 배들에게 전달할 거다.”
거점이 공격당했다는 건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
하지만 역으로 저렇게 공격을 해놓고도 물러났다는 건 자신들을 얕보고 있다는 것이다.
약탈에 집중하고, 해봤자 항구 근처에서 껄떡대며 기습할 틈을 노리는 도적이라고만 생각하는 히스파냐의 종자들.
캡틴은 그들에게 제대로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방심한 자들의 목덜미에 비수를 꽂을 생각이었다.
“전부 모여서, 해군을 끝장내고 역으로 우리가 도시들을 접수한다.”
―
턱―.
1주가 훨씬 넘었던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시온은, 얼추 예상은 하고 있던 상황에 속으로 낄낄낄!
하고 웃음을 내뱉었다.
얼마 전까지 에라더 왕자에게 신나게 털리고 있던 남부의 여러 귀족들이 얼굴 가득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로 귀항한 자신을 맞이하고 있던 것이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
“소식 들었습니다, 대단한 공을 거두었다지요!”
“역시 이 히스파냐의 신성다운 모습이십니다!”
“과찬이십니다.
여러분이 날 믿어준 덕분에 해적선 ‘9척’을 성공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요.”
시온은 일부러 9척이라는 단어에 악센트를 넣어주었다.
당연히 저 뒤에서 영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왕자님을 위한 서비스.
그러자 시온의 속마음을 알기라도 하겠다는 듯 귀족들이 바로 추임새를 넣어준다.
“오오오!
대단합니다.
그 기간 동안 자그마치 9척이라니!”
“며칠 전에는 7척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사이에 또 두 척을 잡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시온 공자!”
시온이 덤으로 얹어준 ‘너희들도 요만큼의 공은 있다.’ 라는 부분에 바로 함박웃음을 짓는 귀족들이었다.
저들도 슬슬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남부의 해적들을 완벽히 소탕 한다면, 그 중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영웅으로 당당히 개선할 수 있는 이가 누구인지 말이다.
‘흠.’
시온은 그러다 말고 에라더 왕자의 곁에 서서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브레멘 이시크 백작을 확인했다.
구첸 후작가와 타이가 백작가가 남부와 중앙 지역의 무역으로 성장한 가문이라면, 이시크 백작가는 정말 순수하게 타국과의 해상 교역을 이용해 권력을 쥔 가문이었다.
즉, 해안이 인접한 남부의 끝자락에서는 어느 곳보다도 이시크 백작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민심 관리 좀 해줄까.’
이제 에라더 왕자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강까지 건넌 사이다.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왕자에게 물을 먹이고 자빠트려서 머리통이 깨지게 해야 했다.
“물론 나도 공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혼자서 이룬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남쪽 바다의 훌륭한 선장이자 내 무리한 부탁들을 아무 불평 없이 이행해준 헤먼 이시크 공자가 없었다면 이렇게 엄청난 공을 세우지는 못 했을 겁니다.”
“오오오!”
남부 사람들의 자존심이 강하다는 건 진작 알고 있는 시온이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타 지역의 이가 공을 전부 가져가기보다는 같은 남부 귀족의 일원인 헤먼 공자가 어느 부분을 차지해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찾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시온의 예상대로, 남부 귀족들은 ‘역시!’ 라는 듯 헤먼을 바라보았다.
이시크 백작가의 후계자가 남쪽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살려주어서 정말 고맙다는 듯이.
그 덕에 헤먼은 난감한 기색을 숨기지 못 하며 뒤통수만 긁적거렸고 브레멘 백작은 귀족들이 시온만큼은 아니어도 자신의 아들 역시 공을 세운 이로 대접을 받자 상당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크흠흠!”
역시나, 왜 네놈이 초를 안치나 했다.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불편한 기색이 가득한 헛기침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서 서있던 에라더 왕자는 살짝 고개를 돌려 항구 외곽에 정박하고 있던 모함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게 그 소문의 필승의 방법인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에라더 왕자님.”
“그러고 보니, 시온 공자.
그리핀을 저렇게 운용할 줄은 미처 상상도 못 했습니다!”
“비행 몬스터를 운용하는 것이 너무 부담이 된다고 하여 진작 사장되었던 것을 이렇게 꺼내서 이리 현명하게 이용할 줄이야.
역시 시온 클라우젠 공자입니다.”
귀족들이 또 다시 추임새를 넣어주자 시온은 에라더 왕자의 속을 한 번 더 뒤집기로 했다.
귀항하기 직전에 벌였던 일이라, 아직 해적들의 거점을 불바다로 만든 건 보고를 올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사실 오기 전에 해적들이 몰래 거점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던 섬을 공격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아마 한동안은 거점이 없는 터라 해적들도 이전만큼의 날카로움을 보이기 힘들 겁니다.”
시온의 말에 귀족들이 이제는 아예 박수까지 치며 좋아한다.
이전보다도 훨씬 더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해적들을 소탕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 모양이었다.
그들 모두가 좋아하며 막 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해적들이 힘을 잃었다, 라.
그거 무척 반가운 소식이군.”
에라더 왕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입을 열며 시온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시온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순간.
“···?”
시온을 제외한 귀족들 모두의 얼굴이 당황으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작품 후기―――――――
왕자―(소곤) 기억해 둬.
내가 돌아오면 널 부숴 버릴거야.
시온―(지랄) 뭐라카노
작가―(소곤) 추천 찍어주시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