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19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193화(193/439)
193―――――
아··· 왕자님은 앞으로···
그래, 그렇지!
결국 시온 클라우젠, 그 자식이 해냈구나!에라더 왕자는 당장이라도 환호성을 지르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밤바다 위의 전투라 정확한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르데나의 도시나 항구에서는 불길이 치솟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사르데나로 밀고 들어가던 해적선들이 아주 활활 타오르며 밤하늘과 밤바다 전부를 찬연한 붉은 불꽃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시발, 시바아아알!”
“튀어!
튀어야 해!”
“망했다!
좆 됐다!”
사방에서 자신들의 대실패를 인정하는 해적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발목이라도 잡겠다고 발악하던 놈들이 순식간에 등을 돌려 도망치려고 한다.
물론 사방이 난장판이고, 거기에 어둡기까지 하니 그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서 해적들 중 다수가 사르데나로 향했고, 나머지가 지금 이 자리에서 시선을 끌기 위해 발목을 잡고 있던 것뿐이었다.
이미 선원 수나 함선의 수에서부터 왕국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었던 것이다.
‘사르데나는 안전하다.
그러면 이게 마지막!
여기서 끝장을 봐야 한다!’
이 자리에서 이 건방진 해적들에게 괴멸적인 피해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남부가 안정되었다고 공식적으로 알릴 수도 있고, 무엇보다 에라더 왕자 본인의 공도 확실히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곱게 돌려보내지 마라!
무조건 막아!
막으란 말이다!”
“왕자님, 왕자님!
위험합니다.
더는 자리를 이탈하시면 안 됩니다.”
한창 에라더 왕자의 주변을 단단히 지키고 있던 왕실 기사들이 주의를 주었다.
차라리 낮이라면 또 모를까, 지금은 해가 완전히 저문 상태의 밤바다 위다.
제아무리 왕실 기사들이라고 해도 시각적으로 많이 흐려지는 이런 밤, 더군다나 도통 익숙해지지가 않는 바다 위에 떠있는 배의 갑판은 영 달갑지 않은 장소였다.
하지만 에라더 왕자는 한사코 조금 더 싸움터 가까이로 다가가려고 했다.
지금이 마지막, 해적 소탕전에서 자신이라는 존재가 마지막으로 존재감을 띄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란 말이다.
여기서 또 뒤로 물러서 있다가는 당장 여기 잔뜩 모여 있는 해군들에게 ‘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 있는 왕자’ 라는 말을 들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해군들은 배에서 내리면 평범한 왕국의 백성이요, 동시에 남부에서 가장 목소리가 높은 이들 중 하나다.
해군 병사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이 사람과 사람의 입을 거치며 더 멋지게 변모할 수도 있고, 더 구역질나게 변질될 수도 있음을 에라더 왕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대들의 충심은 잘 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안전한 곳에 서서 구경만 할 수는 없잖은가!
마지막 전투임을 모두가 알 터인데 끝까지 지켜보기만 하라는 건가?”
“···.”
왕실 기사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왕자와 옆에 서있던 동료 기사들을 쳐다보았다.
지금이 낮이었다면 자신들이 이리 엄격하게 주의를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변이 훤하다면 호위 대상의 일신을 책임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시각 부분이 반 넘게 차단되는 밤 시간 대다.
이게 무슨 결투라고 해서 상대방의 기척이나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발소리에 집중을 할 수 있도록 고요한 장소는 더더욱 아니다.
사방에서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가 난무하고 각 배에서 비치고 있는 등불 때문에 오히려 시각이 더욱 마비되고만 있으며 비록 자신들보다는 미약하지만 확실히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이들이 싸우고 있다 보니 마나를 감지하는 것조차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왕자님.
여기서는 호위 자체가 너무 힘듭니다.
당장 저희가 전투로 뛰어들지 못 하는 부분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자 함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싸우다가 다치는 거라면 오히려 환영하는 바다!
이런 정신 사나운 전장에서 몸에 상처 하나 없이 개선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 아니겠느냐!”
“끄으응···.”
에라더 왕자가 초조해하고 있음을 왕실 기사들 역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 역시 해적이라는 왕국의 적들을 눈앞에 두고 계속 자리만 지키고 있어야 함이 조금씩이나마 답답해지는 중이긴 했다.
물론 왕실 기사들은 그 무엇보다 왕실의 안위를 책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이니 그것에 소홀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답답하다, 그 정도가 전부였다.
“이렇게 나만 지키는 것으로 인해 싸움이 더 길어지고 있다.
왕국의 백성들이 더 많이 다치고, 더 많이 죽어간단 말이다.
나를 싸움터로 보낼 생각이 없다면 그대들 중 일부라도 가서 해적들을 처단하라.
왕국을 위해서 검을 들란 말이다.”
에라더 왕자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왕실 기사들도 더는 막아 세울 이유가 너무 흐릿해졌다.
거기에 다른 이도 아니고 에라더 왕자, 에드가 4세를 제외하면 현재 왕실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이가 이렇게 나오니 그들도 계속 만류만 하기에는 모호한 상황이었다.
“왕자님.
무조건 저희 옆에 붙어계셔야만 합니다.”
“개인적인 행동을 하신다면 저희는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왕자님을 선장실로 모시고 움직이지 못 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왕실 기사들의 입에서 허락한다는 뜻의 말이 나오자 에라더 왕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자칫 안전한 곳에서 구경만 하다가 싸움이 끝날 뻔 했는데 이렇게나마 모습을 비쳐두면 시온 클라우젠 만큼은 아니어도 그 반 정도는 따라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으아아아!”
어둠으로 인해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달려들던 해적 몇몇이 왕실 기사들의 능숙한 칼날에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 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여태까지 굳게 자리에 버티고 서서 움직이지 않던 왕실 기사들이 비로소 움직이자 왕국 해군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밀리기 시작한 해적들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우악!”
“꺽!”
이미 적들은 싸울 의지조차 잃은 채 그저 살기 위해 칼을 휘두르는 도적떼일 뿐이다.
그마저도 너무 약해서 팔을 한 번 휘두르면 그대로 나가떨어지기 일쑤.
이쯤 되면 방심을 해도 남았을 테지만 역시나 왕실 기사들은 왕실 기사들이었다.
그들은 이 싸움이 끝나는 때까지 조금의 방심도 하지 않겠다는 듯 굳건히 자리에 버티고 서서 왕자에게로 향할 수 있는 모든 위협을 완벽하게 분쇄해내고 있었다.
“왕국을 노리던 놈들은 이미 불에 타서 한 줌 잿더미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이놈들을 살려 보내면 기껏 고생한 항구 인원들에게 무슨 낯으로 돌아가겠는가!”
“으오오오!”
“여태 이 바다를, 그대들 남쪽의 사람들을 괴롭히던 도적들을 전부 수장시키는 거다!
오늘 밤이 지나고 해가 떠오르면 끝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내라!”
덕분에 에라더 왕자는 검을 뽑아들고 정말 오랜만에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
낮이었다면 왕실 기사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검만 뽑아들고 외치는 장면이 상당히 이상할 수도 있었겠지만, 흐릿한 달빛과 등불에서 나오는 빛 정도만 있었기에 오히려 왕자 혼자 그 자리에 서서 해군들을 독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배를 점거해라!
바다로 빠지는 것 외에는 도망갈 길이 없게 만들어!”
에라더 왕자의 독려에 따라 승기를 붙잡은 왕국의 병사들은 더욱 거칠게 해적들을 몰아붙이며 해적선까지 진입해서는 역으로 배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비록 눈에 확실히 들어오는 건 없지만, 소리로 이쪽의 상황을 파악한 다른 함의 해군들도 최고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도 훨씬 더 거칠게 적들을 몰아붙였다.
“으아아아!”
“나, 난 여기를 벗어나야겠어!”
결국 상대적으로 포위가 덜했던 외곽 부분부터 이탈이 시작되었다.
안쪽처럼 사방에서 배들이 들러붙어 돛을 펴도 움직일 수가 없는 게 아니었으니 가장 끝부분에 있던 해적선 몇 척이 돛을 올리고 도망을 치려고 발악을 하는 것이었다.
촤라라라락!
돛이 펴지니 단순히 파도에만 흔들리던 배가 서서히 움직이며 주변에 있던 다른 배들을 쿵!
하고 치기 시작한다.
덕분에 전장에서 도망쳐서 목숨을 부지하려는 도망자가 생겼다는 것을 왕국과 해적들이 조금씩 알아가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외곽의 놈들이 도망칩니다!”
“이 배신자 새끼들이 튄다!”
그래도 여태 정신없이 싸우고 있던 해적들에게 균열을 야기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덤으로 왕국군에게는 여기서 끝낼 수 있는 싸움을 또 질질 끌 수도 있는 악몽이 되고 있었고 말이다.
“잡아!
놓치면 안 된다!
외곽에 있는 배들은 당장 놈들을 쫓으라고!”
사방에서 고함이 내질러지고 당연히 왕국 측도 해적선들을 쫓기 위해 다급히 배를 움직이려고 애를 썼다.
헌데 워낙 혼전 양상을 띠고 있던 터라 명령 체계가 순간 마비가 되었고, 사방에서 배들이 움직이려고 하니 당연히 여기저기서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속도가 제대로 나고 있지는 않다고 해도 어찌 되었든 거대한 크기를 지닌 배들이 파도뿐만 아니라 바람의 힘까지 받으며 일으키는 충돌이다.
쿵!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며 어두운 밤바다 위에서 한창 난전을 벌이고 있던 사람들은 미처 균형을 잡지 못 하고 넘어지는 상황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배들끼리의 거리가 벌어지니 어느 정도 제어되고 있던 흔들림까지 다시 심해졌고 미처 그 부분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던, 많은 수의 인원들이 전투 도중에 휘청거리거나 앞뒤로 넘어지고 자빠지는 것이 마치 사방에서 쓰러지는 도미노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우악!”
“어어어어?”
바다 위의 생활이 익숙한 해군이나 해적들도 이러 할진데, 여태까지 왕성에서 근무하다가 에라더 왕자 덕분에 남쪽으로 같이 와서는 배에까지 올라 온갖 고생을 하고 있는 왕실 기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큿!”
그나마 숙련된 기사들이어서 망정이지, 귀족 영지의 보통 기사들이었다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 하고 넘어지거나 하는 추태를 보였을 것이다.
‘젠장!’
왕실 기사들은 이를 악물며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 이 파도의 움직임과 그로 인해 흔들리는 배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만에 하나 자신들이 빈틈을 보여 왕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건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스스로를 결코 용서하지 못 할 불명예스러운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으어어어!”
사방에서 배와 배가 충돌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덕분에 지극히 평범한 해적단원, 조는 열심히 쏘고 있던 활마저 제대로 붙잡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간신히 화살을 시위에 먹이고 잡아당기기까지는 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온 전장이 난장판인 와중에 흔들림까지 전해지니 정말 뭘 할 수가 없었다.
쿠웅!
또 다시 뒤에 있던, 해적선인지 해군의 함선인지 모를 뭔가가 자신의 배를 들이받자 조는 그만 시위를 당기고 있던 손을 그대로 놓아버리고 말았다.
옆으로 넘어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날아간 화살, 조는 저렇게 날아간 화살이 얼마 가지 못 해 배의 구조물에 부딪치거나, 설사 누군가를 맞춘다고 해도 다리에 상처 정도만 입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 화살 하나가 바꿀 운명을, 조금도 생각지 못 한 채로 말이다.
쿵!
“큭!”
해군들도, 해적들도, 왕실 기사들도 휘청거리는데 에라더 왕자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는다면 그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대로 넘어지면 일국의 왕자로서 그만한 꼴불견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에라더 왕자는 어떻게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양 다리 사이를 벌리고 두 다리에 힘을 준 채 흔들릴 수는 있어도 넘어지지는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가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 자연스레 왕실 기사들도 그의 바로 옆에 붙지 않고 조금씩이나마 거리를 더 벌리고서 섰고 바로 그 때 조가 날려 보낸, 아니.
날려 보냈다기보다는 그냥 놓친 화살이 그대로 그 빈틈으로 날아들었다.
왕실 기사들이 뒤늦게 뭔가가 비릿한 바닷바람을 꿰뚫고 날아옴을 느꼈지만, 주변의 소란과 소음, 그 외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던 터라 너무 찰나의 시간을 두고 다가왔고 무엇보다 정면이 아니라 비교적 밑에서 날아오고 있었다는 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왕자님···!”
“뭣···.”
자신의 바로 앞에 서있던 왕실 기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는 순간.
에라더 왕자는 왜 그러는 것이냐, 라는 말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 했다.
갑자기 화끈한 감각이 가랑이 사이에서 전해지더니,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어···?’
좌륵!
에라더 왕자가 마지막으로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천천히 뒤로 쓰러지고 있는 자신과.
대경실색해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왕실 기사들의 모습이 전부였다.
―
눈꺼풀 사이로 들어온 밝은 빛이 굳어있던 신체와 뇌를 일깨운다.
에라더 왕자는 순간 구름 위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푹신하고, 너무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진 것이 그 이유였다.
천근만근 무겁던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려 주변을 살핀 에라더 왕자는, 바로 조금 전까지 밤바다의 배 갑판 위에서 싸우고 있던 자신이 창가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잔뜩 머금은 어느 방 안의 아늑한 침대 위에 누워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다리에 힘을 주려고 하는데, 아무리 낑낑대도 도통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에라더 왕자가 몹시 당황하여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였다.
“왕자님.”
처음 보는 이가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
얼굴은 낯설고, 잡티 하나 없는 순백의 로브를 입고 있는 남자.
에라더 왕자는 눈꺼풀처럼 몹시 무거운 입술을 간신히 열어 하고 싶은 말을 꺼내보았다.
“여기가··· 어디지?”
“아, 치료 병동입니다, 안심하세요, 왕자님.
배 위에서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셔서 제가 치료 마법을 쓰기도 전에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그게 무슨··· 피라니?
치료 마법···?”
에라더 왕자의 말에 마법사는 끄응, 하고 침음을 내뱉고는 무척이나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지만 에라더 왕자가 무척이나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자 결국 조심스레 입을 열고 말았다.
“원래는 어느 정도 회복하신 뒤에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왕자님, 정말 송구스러운 말씀이겠지만, 이제부터 왕자님께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