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0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01화(201/439)
201―――――
비가 온다고 해서
“시온 공자?”
브레멘 백작과 헤먼은 순간 자신들이 헛것을 보나 싶었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는 시온 클라우젠, 그리고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나아가는 그의 모습.
어느 정도 내리는 비라면 자신들이 먼저 나서서 시온 클라우젠을 설득했을 지도 모른다.
이 정도라면 왕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한 최고의 그림이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보여주기 식에도 어느 ‘정도’ 가 있는 법이다.
비가 적당히 와야 분위기라도 낼 수 있는 법인데, 이건 뭐 사람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대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 시온에게 입조차 열 수가 없었다.
“아버지, 아무래도 추모식 진행에 차질이···.”
“쉿.
우리가 먼저 우왕좌왕거리면 자연스레 다른 귀족들에 이어서 왕국민들까지 흔들린다.”
그렇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브레멘 백작도 이걸 어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은 표정이었다.
분명 어제 밤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 없었는데, 갑자기 새벽부터 해가 뜨기는커녕 구름만 잔뜩 일렁이더니 어느 순간 폭우가 쏟아 붓기 시작했다.
적당히 오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대야에 물을 퍼놓고 들이 붓는 것과 같은 상황.
이 정도면 괜찮은 장면 보여주겠다고 비를 맞으며 서는 이에게 ‘미련하다.’ 라는 말이 오히려 딱 어울릴 정도였다.
‘오죽하면 전사자들의 가족들도 괜히 다른 사람들이 고생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눈치일까.’
브레멘 백작도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되어 일단 이 장대비가 좀 진정되기를 기다리자며 막 시온 공자에게 말을 하려는 찰나였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
갑자기 반대편에 있던 귀족들이 당황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에 브레멘 백작과 헤먼이 고개를 돌렸을 때에,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시온 클라우젠 공자?
아직 비가 엄청나게 오고 있습니다.
지금 나가시면···.”
갑자기 자리를 벗어난 시온 클라우젠이 한창 비가 쏟아지는 광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장면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아니고 말 그대로 폭우, 당장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도 뭐가 뭔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와중에 굳이 저런 선택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해서 브레멘 백작과 헤먼이 거의 동시에 시온을 말리려고 하는 찰나였다.
“난 설탕이나 소금이 아닙니다.”
정말로 뜬금없이 설탕, 그리고 소금을 언급하는 시온.
덕분에 브레멘 백작과 헤먼, 그리고 주변의 모든 귀족들이 두 눈을 껌뻑이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듯 그를 쳐다보자 시온은 가벼운 미소를 짓고는 몸을 돌렸다.
쏴아아아아!―.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시온은 그야말로 귀족들의 뺨을 후려치는 말을 천천히 내뱉었다.
“비가 온다고 해서, 그걸 좀 맞는다고 해서 녹아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브레멘 백작과 헤먼은 마치 번개가 치는 듯 머릿속에서 뭔가가 쾅!
하고 내려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충격이 너무 심해서, 말을 해야 하는데 미처 하지 못한 두 부자는 시온을 붙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시온은 몸을 돌려서는 거침없이 그 폭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후두두두둑!
순식간에 시온의 머리와 입고 있던 옷이 전부 물에 젖으며 그야말로 강물에 뛰어든 꼴이 되어간다.
비통한 느낌보다는 오히려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처량해 보이는 뒷모습.
“아!”
그런 와중에 시온 클라우젠이 잠시 어딘가에서 멈춰 서서는 손을 내뻗는다.
그러자 이번에 해적들과의 전투에서 부하들을 구하려다가 죽은 한 갑판장의 아이가 그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꽃을 내밀었다.
“···.”
시온은 그걸 받아들고서는 그리 멀지 않지만 폭우로 인해 주변에서 잘 보이지도 않던 위령비까지 거침없이 걸어 나갔다.
그리고는 되도록 비에 덜 젖도록 하기 위해 품 안에 넣어두었던 꽃을 꺼내어서는 그 앞에 조심스레 내려두었다.
쏴아아아아!
여전히 비는 조금도 그칠 기색이 없는데, 시온은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 후 왕국의 적들과 싸우다가 스러져간 목숨들을 위해서, 천천히 그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딴 비 따위는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듯.
지금의 자신이 하고 있는 이 일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명예롭게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쓰러져간 이들에게 바치는 소리 없는 진혼곡을 바치듯.
‘하···.
무엇이 되었든 정말로 대단한 남자다.’
브레멘 백작은 그렇게 생각하며 감탄을 내뱉고 말았다.
만일 저게 고도의 연기이고, 지극이 계산된 부분에서 나온 행동이라면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다.
보통은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적당히 연기를 하며 적당한 이득을 취하려고 할 터인데, 시온 클라우젠은 유가족들도 걱정할 정도의 폭우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서는 위령비 앞에 섰다.
폭우로 인해 다른 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두 눈에 확실히 담을 수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 다른 이가, 심지어 에라더 왕자님이 저렇게 나섰다고 해도 오히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을 확률이 높다.
그만큼 기상 상태가 너무 나쁘니까 말이야.’
심지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좋게 말해서 그 정도지, 조금만 비틀려서 바라본다고 하면 그냥 미련하게 일정을 미루지도 않고 강행하는 멍청한 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시온 클라우젠은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저 미련하게 일정을 강행하는 모습이 아니라, 고작 비 따위에 자신과 함께 싸웠던 전우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늦게 배웅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인물임을, 그리고 그런 위치에 서있는 사람임을 말이다.
‘성인이 되자마자 전장으로 뛰어들어서, 심지어 후방도 아닌 1선에 서서 싸우다가 부상병까지 직접 등에 업고 돌아온 참된 귀족, 그리고 참된 지휘관.’
사람은 직접 두 눈으로 본 것을 더 많이 믿는다고 했다.
동부, 그리고 북부에서 전해진 시온의 무용담을 남부 사람들이 긴가민가하게 여기던 찰나.
그가 내놓은 방책 덕분에 해적들이 순식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이 정도라면 남부의 어느 누구도 시온 클라우젠이 그저 허울뿐인, 소문만 무성한 귀족 나부랭이가 아님을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영웅이 침통한 기색으로 위령비 앞에 고개를 숙이고서 그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면, 제아무리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다고 해도 사람들은 감탄하고, 애달파하며, 동시에 나중에는 환호성을 지를 것이었다.
그래, 바로 저런 모습을 지닌 자가 귀족이라고.
바로 저런 모습을 보이는 자가 진정한 영웅이고, 왕국의 신성이며, 그렇게나 원하던 새로운 물길의 시작점이라고.
저게, 진정한 의미의 왕국을 위한 미래가 아니겠냐고.
‘여기가 일단 첫 번째이고, 두 번째.
정말 만에 하나겠지만···.’
이 모든 것이 연기가 아니라 정말 이 나라의 귀족으로서.
그리고 왕국민들을 사랑하는 영웅으로서 결정하고 행동하는 일이라면.
브레멘 백작은 잠깐이었지만 저 남자가 왕자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약간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 말았다.
그만큼 훌륭하고, 그만큼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미친 듯이 퍼붓는 빗줄기 속에서 오직 홀로 광장에 나아가 위령비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스러져간 혼들에게 진심으로 명복을 비는 한 젊은 영웅의 비애.
아마 이 자리에 음유시인들이 있었다면 ‘오오오오!’ 하고 눈물을 흘리며 시온 클라우젠을 위한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류트를 튕기고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벌떡!
갑자기 헤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폭우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나 뿐인 후계자의 몸이라도 상할까 걱정을 해야 하는 브레멘 백작이었지만, 그는 아들을 말릴 수가 없었다.
요즘 들어서 저렇게 의지에 가득찬 아들의 표정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시온을 따라 브레멘 백작의 아들이자 이시크 백작가의 후계자 역시 홀딱 젖은, 상당히 비참한 꼴이 되었지만 자리의 어느 누구도 혀를 차거나 비웃지 않았다.
그저 빗소리만이 들리는 와중에 마침내 헤먼은 시온의 옆에 가서 섰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헤먼 공자?”
“이제부터는 존칭으로 높여 부르겠습니다.”
아마 헤먼의 말을 이시크 백작가의 가신들이 들었다면 가당치도 않다며 펄쩍 뛰었을 것이다.
클라우젠 변경백령이 말 그대로 변경의 방비를 맡기 때문에 다른 백작 가문들보다 더 많은 권리를 지니고 있고, 그 힘은 3후작 가문에 버금간다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시크 백작가 역시 남부의 교역을 맡아 부를 축적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해군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히스파냐의 대귀족 가문 중 하나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대귀족 가문들의 자제는 서로의 위치가 같다면 말에 예를 갖추면서도 존칭까지는 부르지 않고 그냥―공자, 내지는―공녀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정식으로 작위에 있는 이를 부를 때에는 존칭을 부르는 것이 맞는 것이지만 말이다.
“저는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과 함께 이 자리에까지 왔다는 것이 참으로 벅찹니다.”
“···그런가요.”
“공자님과 함께 했던 전투부터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그런 이시크 백작가의 후계자이자 미래의 이시크 백작인 헤먼이 이렇게 예를 갖추며 숙이고 들어온다는 건 시온에게는 남부에서의 모든 것에 청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했다.
덕분에 기분이 꽤나 좋아진 시온은 애써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다만 잔잔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전사자들의 넋을 기리려는 순간이었다.
“아들 놈 주책 받아주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시온 공자.”
어느 틈에 브레멘 백작까지 이 폭우를 뚫고 시온의 옆에 섰다.
진실 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보여주기 형식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상대방의 속마음을 서로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오늘 일을 남부 사람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여태 눈치를 보던 귀족들이 전부 폭우를 뚫고 위령비 앞에 섰다.
그들을 이어서 유력한 상인들, 그리고 해적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이들.
마지막으로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왕국민들 전부가 말이다.
그들 모두가 분명 보았다.
분명 들었다.
아무 편견 없이 왕국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영웅의 모습을.
그러나 자신은 결코 영웅이 아니라고 하며 전장에서 스러져 간 진짜 영웅들을 배웅하기 위해 어떤 고생길도 마다하지 않고 행하는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남자를.
그까짓 비 좀 맞는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며 말하던 그 목소리를 말이다.
‘좋았어.
이 정도면 완벽해.
에라더 왕자의 이름으로 시작해서 끝은 이 시온 클라우젠의 이름으로 끝내는 최고의 그림.
이걸 위해서 비 쫄딱 맞으며 여태 버틴 거 아니겠냐!’
시작이 어려울 뿐이지, 파도에 휩쓸리는 것 따위 인간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해서 시온은 자신이 나서서 그 시작이 되었을 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파도에 몸을 던지고 그 흐름에 맡길 테니까.
다시금 위령비 앞에 묵념을 하며, 시온은 ‘히히 루삥뽕!’을 열 댓 번은 외쳤다.
이건 남부의 급한 불을 끈 수준이 아니라 무슨 대화재를 한 방에 진압하고 그 주인공으로 마침표를 찍은 수준이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건 성전 망치는 일이겠군!
비둘기 여러분!
깽판 치러 내가 갑니다!’
아마 천족들이 들었다면 피를 토하며 욕을 내뱉었을 지도 모르겠다.
―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어제가 돼서야 성흔 사용의 반동을 이겨내고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선 트리샤는 아까부터 엉망진창으로 구겨진 표정 관리를 전혀 하지 못 한 채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그렇게나 간절히 원하던 남자의 모습을 두 눈에 담고 있는 그녀가 이리도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그 남자가 이렇게 폭우 속에서 물에 빠진 꼴로 위령비 앞으로 걸어가서는 묵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신이 왜, 시온님이 왜 고개를 숙여!
저까짓 게 뭐라고.
당장 불태워버릴까?
···그래, 아니지.
아니야.
그랬다가 또 시온님이 내게 실망하실 수 있으니까, 네 말대로 불태우는 건 참자.
하지만 날씨는 진짜 아니잖아.
비는 또 왜 오고 난리야!
시온님 저러다가 감기라도 걸리겠어!”
화르륵―.
성흔이 열심히 트리샤를 말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계속 감정을 주체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항상 고귀한 모습으로 남아있어야 할 남자가 저렇게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있다고 생각하니, 그 이유가 이 빌어먹을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이번에는 비고 구름이고 전부 태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화륵―.
콰릉!
붉은 불꽃과 벼락이 다시금 트리샤를 말린다.
여기서 네가 나서봤자 저 남자에게 실망과 미움만 살 뿐이라고.
진정 그를 위한다면 조용히 자리에 머물던가, 아니면 그 여자처럼 조용히 움직이라고 말이다.
“···난 릴리트 어, 언니처럼 할 자신도 없고 아직 그런 은밀함도 없잖아.”
화르륵!
콰쾅!
그러니까 그걸 연마해야지.
스스로 안 된다면 가르침을 요청해서라도 말이야.
성흔의 대답에 트리샤는 이마를 살짝 찌푸리곤 저 인파 속을 제 집 안방 마냥 헤집고 있을 릴리트를 생각했다.
한편, 수많은 인파 속에 섞인 이들 중 몇몇 인물이 조심스레 단검이나 마법을 준비했다.
인간도 있고 요정족도 몇몇 보이는 그들은, 계속해서 왕국의 혼란을 잠재우고 있는 젊은 영웅을 암살하기 위해 완벽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오히려 좋았던 것이, 빗소리 덕분에 작은 소리들은 자연스레 묻히고 비를 피하기 위해 입은 겉옷들로 인해 안에 뭔가를 숨길 수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모인 인파가 많으니 범인을 특정할 수 없으면서도 또한 남부 전체가 의심을 살 수밖에 없으니 천족 추종자들로서는 정말이지 최고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뻑―.
“깩!”
우직!
“떠헓!”
하지만 누군가가 그들을 스치듯 지나갈 때마다 음모를 꾸미고 있던 자들 모두가 그대로 기절하거나 선 채로 절명하고 있었다.
기습을 가하는 자는 마치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여유롭게 발과 손을 놀리며 암살자들을 단숨에 제압했고, 그러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망치거나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듯 마치 묵념을 하는 이의 모습처럼 자신이 공격한 모든 이들의 고개를 앞으로 처박게 하고는 재빠르게 다음 타겟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뻐억!
“컥?”
단 한 번의 일격으로 급소를 공격하여 숨통을 끊어내던 여인은 하아, 한숨을 내뱉었다.
“시온, 너 진짜 내조 잘 받고 있는 거야.
일은 내가 하는데 재미는 다른 여자랑 보고··· 진짜, 너 일 끝나면 보자.
남김없이 호로록!
하고 다 빼먹을 테니까.”
인파 속을 활보하며 감히 서큐버스 퀸의 계약자이자 연인을 해하려고 하는 자들을 손수 지옥문 하이패스로 넘겨주며, 릴리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싹!―.
‘···염병, 설마 비 좀 맞았다고 벌써부터 감기 기운 도나.’
갑자기 오한이 들었기에 시온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왠지 모르게 등골이 싸늘해지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으니 더 답답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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