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0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03화(203/439)
203―――――
죄송합니다.
집에 우환이 생겨서 이만!
에라더 왕자가 박살이 나고, 그를 호위하던 왕실 기사들까지 전부 포박되어 이송되듯 하고 있는 이 행렬에서, 결국 모든 실권은 자연스레 시온이 장악하게 되었다.
덕분에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왕자가 행렬에 끼어있음에도, 시온은 은근히 압박을 넣어 출발할 때와 별 다를 바 없는 시일이 걸려 왕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전과 같이 나머지 인원들은 클라우젠의 별장 안으로 밀어 넣은 후, 시온은 에라더 왕자와 함께 왕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왕자님,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시종장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두 사람을 맞이했다.
국왕을 만나는 자리에서까지 자리에 누워서 골골댈 수는 없었는지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나온 에라더 왕자였지만 여전히 어딘가가 상당히 불편한 모양이었다.
“···소식은 먼저 전해 들었습니다.
부상을 당하셨다고요.”
시종장도 아직 정확한 소식은 전달 받지 못한 모양.
그에 에라더 왕자는 난감한 웃음을 내뱉으며 다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국왕 전하께서 에라더 왕자님과 단 둘이 이야기하실 것이 있으시답니다, 시온 공자님.
잠시 저와 함께 기다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시종장의 말에 시온은 두 말 하면 잔소리라는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을 자세히 모르는 그와는 달리 이미 에드가 4세는 제 아들이 후사를 볼 수 없는 몸.
일명 ‘고자’ 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마 에라더 왕자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는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쪽입니다.”
시종장은 시온 클라우젠을 왕성 안에 있는 정원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10년도 더 전에 목숨을 잃은 왕비가 손수 가꾸던 곳이었는데, 그녀가 죽은 이후 국왕이 알게 모르게 계속 관리를 하고 있던 곳이었다.
에라더 왕자와 바네사 왕녀에게도 상당히 애틋한 공간이어서 이 정원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이들은 정말 왕실의 특별한 신임을 받는 이들만 가능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냥 응접실에서 기다릴 줄 알았는데 이곳 정원에서 기다리게 되다니.
확실히 왕실에서 날 대하는 게 아주 완벽하게 달라졌군.’
동부를 시작으로 왕성이 있는 왕국 중앙, 그 뒤를 이어 북부, 마지막으로 남부까지.
서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 제 이름을 확실히 알리고 온 인물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시온이 정원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잠들어오는 햇볕을 즐기는 와중에, 시종장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저,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네, 시종장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시온의 질문에 시종장은 잠시 주변을 살피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마치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잘 모르겠다는 듯이.
‘···뭔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마음에 걸려서 입을 열지 못 하고 있군.’
그렇다고 해서 바로 ‘아닙니다.’ 라고 물러서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어지간히도 시온에게서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시종장이 과연 내게 무엇을 물어보려고 하는 것일까, 시온은 생각해보았다.
꽤나 긴 시간 동안 에드가 4세와 에라더 왕자, 그리고 바네사 왕녀를 보좌한 인물.
딱히 출중한 능력은 없지만 항상 왕실을 생각해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던 자였다.
‘그런 자가 왜 하필 내게 질문을 하고 있을까,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던 시온은 문득 현재 에드가 4세와 에라더 왕자가 독대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혹시?’ 하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시종장님은 어느 쪽이십니까?”
“···예?”
갑작스레 시온이 질문을 던지자 시종장이 눈에 띄게 당황한다.
그에 시온은 그가 가져다 준 차를 홀짝이며 말을 이었다.
“이런 질문이 큰 무례임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에라더 왕자님과 바네사 왕녀님.
두 분 모두를 바로 곁에서 살폈던 분이니 여쭙고 있는 겁니다.”
“···.”
아무래도 시온의 예상이 맞았던 모양이다.
시종장은 입을 오물거리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말을 하고 말았다.
“···실은 얼마 전에 국왕 전하께서 갑작스레 바네사 왕녀님을 당장 왕성으로 소환하라는 칙명을 내리셨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국왕 전하께서 상당히 심기가 불편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군요.”
“다들 이유를 알 수가 없었지만, 저는 대충이나마 알고 있습니다.
남부에서 한 소식이 전해지고 그 직후 바로 바네사 왕녀님을 왕성으로 소환하신 것이죠.
거두절미하고 묻겠습니다.
에라더 왕자님께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결국 저 질문을 하고 싶었던 거군.
시온은 다시 한 번 찻잔을 기울이고는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잔을 만지작거리며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분위기를 잔뜩 낸 후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한숨까지 푹푹 내뱉었다.
“···혹, 에라더 왕자님께서 실수를 하시어 왕국에 큰 해가 되었던 건···.”
아니, 설마 걱정하는 게 그거였어?
살짝 기가 막히고 당황스러운 시온이었다.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믿음을 사지 못 했으면 시종장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
‘아, 하긴···.
에라더 왕자의 단점은 더 가까워지고 더 많이 알아가야 보이는 법이니.’
한 번 보면 적당히 인자하고, 머리도 나쁘지 않으며 딱 적당한 수준의 후계자 같다.
하지만 두 번 보면 조금씩 부족한 부분이 보이고, 세 번 보면 왕으로서 지양해야 할 단점이 드러나며 네 번 보면 그보다도 더 문제인 ‘협소한 마음’ 이 확 드러난다.
시종장은 그런 에라더 왕자의 단점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가 남부로 내려가서 뭔가에 욕심을 부리다가 일을 크게 그르치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던 것이다.
“시종장님.”
시온은 일단 그를 진정시키기로 했다.
“에라더 왕자님께서 이 왕국에 따로 해가 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비록 중간에 패전을 겪긴 하셨지만 그건 중과부적의 상황에서도 힘껏 싸우시다가 밀리셨을 뿐이죠.”
물론 개뻥이다.
잘 풀리던 해적 소탕에 고춧가루고 후춧가루고 다 뿌려서 말아먹을 뻔한 놈이다.
그나마 시온이 미리 그리핀 부대를 준비해서 제공권을 통해서 해적들을 말 그대로 작살을 내놓아서 다행이었지, 만약 그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도 남부에서는 지지부진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다행이군요.
정말 다행입니다만··· 허면 도대체 왜 전하께서.”
“바네사 왕녀님을 급히 본국으로 소환한 것 말입니까?
저도 정확한 답은 드릴 수 없겠지만, 시종장님도 이미 어렴풋이 짐작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두 분을 왕성으로 부르는 이유.”
시온의 말에 시종장은 ‘결국···.’ 이라고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상당히 우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결국 바네사 왕녀님을 불러들여 모든 권한을 회수하실 생각이시군요.”
“···?”
“남부에서의 일이 예상보다도 훨씬 빨리 끝났습니다.
아마 이것으로 국왕 전하의 심중도 정리가 되셨을 겁니다.
더는 후계자를 고르는 시일을 지체하다간 정말 나라가 내분으로 갈가리 찢어질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 아저씨가 지금 뭐라는 거지?
백주대낮에 술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잠꼬대를 하나?
시온은 혹시 이게 국왕이 비밀리에 자신에게 내리는 시험인가 싶어 경계심이 확 들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에게 날개를 붙여줄지, 아니면 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세력이라고 판단하고 사전에 꺾으려는 생각인가?
에드가 4세는 결코 만만한 남자가 아니다, 이 개똥 진흙탕 싸움에서 항상 귀족들을 누르고 승자가 되었던 능구렁이 같은 인물.
만에 하나 시온이 잠깐 방심한 틈을 타서 자신을 제거하려고 든다면, 그건 그거대로 성공일 수도 있는 셈이었다.
“시온 공자님이 바네사 왕녀님과 가깝다 하여 혹 국왕 전하께서 바네사 왕녀님께 힘을 실어주시려는 건가 싶었는데 역으로 에라더 왕자님께서 이리 빠르게 해적들을 정리하고 오셨으니 자연스레 국왕 전하께서도···.”
그런데 계속 듣고 있자니,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에드가 4세가 자신을 제거하려면 차라리 다른 방식을 쓸 것이다.
미쳤다고 왕성에서 시종장을 시켜서 독살을 하지는 않을 테고.
그렇다면 이건 국왕과는 전혀 상관없는, 정말 순수하게 시종장 개인적인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그 시종장은 아주 거하게 헛발질을 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거 아니야, 이 시종장아.’
에드가 4세가 원정군의 지휘관으로 나간 바네사 왕녀를 급히 부르는 이유?
에라더 왕자의 몸이 더는 후계자 지목을 지체할 이유도 없이 망가졌으니 뜸 들이지 않겠다는 뜻일 뿐이었다.
덤으로 아직 성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원정군을 왕국으로 불러올 좋은 이유이기도 했고 말이다.
“시종장님.”
“···아.
제, 제가 주책을 부렸군요.
죄송합니다, 시온 공자님.”
“에라더 왕자님과 바네사 왕녀님 중 어느 쪽이시냐는 제 질문에 아직 답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저는 철저히 중립을 표해야 하는 시종장으로서···.”
“하지만 그 두 분 중 한분은 현 국왕 전하의 뒤를 이어 왕이 되실 분입니다.
그저 중립적인 태도로 미래의 국왕 전하를 또 모실 바에 그냥 물러나시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는데요.”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말에는 뼈가 들어 있었다.
시종장도 그걸 눈치 채지 못 한 것이 아니었기에 끄응, 하고 침음을 내뱉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바네사 왕녀님께서 국왕 전하의 장자로 태어나셨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시종장의 발언이었다.
시온이 상당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이제는 다 포기한 듯 말을 이어갔다.
“왕자님도 참 좋은 분이시죠.
왕자라는 직위에 걸맞게 노력하시고, 적절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셨으며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가 잦으셨죠.
그로 인해 국왕 전하께 참 많이 혼나시기도 했고 말입니다.”
“···.”
“반대로 바네사 왕녀님은 되도록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으셨기에 다른 이들은 그 분의 진면모를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궁에서 오래 일했고, 두 분 모두를 많이 봐왔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두 분 중 어느 분이 ‘국왕’ 이라는 자리에 어울리는지.”
“그걸 제 앞에서 말씀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질문에 시종장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지금은 돌아가신 왕비께서 손수 가꾸시던 공간입니다.
이후 왕실 분들 외에 다른 분들은 들어오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공간이죠.
왕국에 정말 큰 공훈을 세운 몇몇 충신들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제가 그 충신이라는 말씀입니까?”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글쎄, 난 충신이라기보다는 냉정하게 말해서 충신의 탈을 뒤집어쓴 간신이라고 해야 할 걸?
시온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만 이제는 다 비어버린 찻잔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비록 시온 공자님은 바네사 왕녀님을 지지하셨다지만 이제 그 분이 돌아오시고 나면 그 분은 어느 귀족과 맺어지셔서 왕성을 떠나실 겁니다.
그리고 에라더 왕자님께서 후계자가 되시고 곧 국왕의 자리에 오르시겠죠.”
“···.”
“그 분의 모습을 남부에서 보셨을 테니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부족하시고, 모난 부분도 있으신 분이나 그렇다고 해서 태생이 악한 분은 아닙니다.
그 분을 힘껏 보좌하시어 히스파냐를 전보다 더욱 강대한 길로 이끌어 주시기를 이렇게 청하고자 했습니다.”
이전에 만났던 시종장의 언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제는 엄청난 거물이 되어버린 시온에게 보이는 일종의 예의일 것이다.
‘정말 바네사 왕녀가 밀려나고 에라더 왕자가 차기 국왕이 되는 그림이라면 시종장의 부탁이 맞긴 하지.
하지만···.’
하지만 당신, 정말 제대로 헛다리 짚고 있다니까?
에라더 왕자가 차기 국왕?
개소리도 그런 참신한 개소리가 없을 것이다.
후사를 볼 수도 없는 놈이 왕이 되어서 어디에 쓰게?
아, 양자를 들이는 수가 있으니 아예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놈을 누가 지지해준다고?’
이미 남부의 세력까지 알게 모르게 바네사 쪽으로 돌려버린 시온이다.
에라더 왕자는 이제부터 현 국왕의 아들, 그리고 차기 국왕의 오라비라는 것만 쥔 채 죽은 듯이 지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 시온이 원하는 먹음직스러운 미끼가 되어 비둘기들 앞에 던져질 것이다.
오직 그뿐이다.
바삭―.
이 때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에 시종장이 바로 뒤로 몸을 빼고, 시온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고개를 숙였다.
“둘이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지.”
두 달 사이에 조금 더 쇠약한 기운이 더해진 에드가 4세.
그러나 눈동자에서 번뜩이는 날카로운 빛은 여전히 싸늘한 기세를 품고 있었다.
역시 바네사 왕녀의 아버지다운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시종장이 남부에서 있었던 일들을 궁금해 하는 듯 하여 제가 이야기 중이었습니다.”
“···그런가?”
시온의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딱히 상관치 않는 모습의 에드가 4세였다.
그는 시온의 찻잔이 다 비워져 있음을 보고서는 시종장에게 가서 더 좋은 차를 좀 가져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시종장이 고개를 숙이며 바로 다녀오겠다고 답하고 정원에서 사라지자, 이제 이 고요하면서도 아름답고 따스한 공간에는 시온과 에드가 4세, 단 둘만이 남게 되었다.
“시종장은 능력도 괜찮고 정치에도 관여치 않은 남자이지.
다만 마음이 여린 게 흠이야.”
쯧, 하고 혀를 찬 에드가 4세가 가장 먼저 내놓은 말이었다.
이미 그가 시온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자신은 전부 다 알고 있다는 듯 한 반응.
“그래서 더더욱 왕자님과 왕녀님 곁에 필요한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에 시온은 그를 내칠 필요가 없음을 은근히 국왕에게 알렸다.
시온의 대답에 에드가 4세는 ‘흠?’ 하고 탄성을 내뱉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정말이지, 볼 때마다 사람이 달라지는군.”
“그렇습니까?”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아주 오래 전에 왕궁에 왔을 때에는 철없는 애송이, 마치 버릇없는 망아지 한 마리를 보는 것 같았는데 그 녀석이 온 나라를 질주하며 쉴 틈도 없이 공을 세우고 다니는 명마가 될 줄이야.”
“세상사가 원래 그런 법이죠.”
에드가 4세가 큭, 하고 짧은 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잠시 시온을 바라보다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래, 세상사가 원래 다 그런 법이지.
예로 들자면, 남부로 내려 갈 때는 그렇게나 당당해 보이던 아들 녀석이 내게 손자도 보여줄 수 없는 몸이 되어서 돌아올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
“참으로 웃기군.
아들 녀석에 알게 모르게 줄을 대고 있던 모든 귀족들이 그대로 망해버린 것 아닌가?
후계자에게 있어 가장 큰 약점은 능력도, 성격도 아닌 바로 그 다음 후사를 볼 수 있는가, 없는가, 이니 말이야.”
잠시 껄껄껄, 하고 웃던 에드가 4세.
그는 그렇게 계속 웃어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뚝, 하고 웃음을 멈추고는 시온을 똑바로 응시했다.
“말해보게.
내가 자네를 믿어도 되겠는가?
아들 대신 딸아이를 후계자로 지목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가 가장 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
예로부터 가장 이득을 많이 보는 자를 경계하라는 말이 있었지.
그러니 내게 말해보게.
내가, 그대를 계속 믿고서.
여왕이 될 아이의 곁에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이를 신하로 계속 두어도 되겠는가?”
꽤나 많은 비수가 숨어있는 질문이었다.
다른 뜻을 품고 있지는 않느냐, 내지는 왕실을 무시할 수도 있을 정도로 크고 있는 너를 과연 여왕이 된 바네사가, 그리고 그녀 주변의 다른 신하들이 그냥 두고 넘어가겠느냐.
“···.”
시온은 잠시 동안 에드가 4세를 응시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어려울 것도, 고민할 것도 없는 대답이었다.
“예.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사이좋게 손잡고 불지옥으로 다이빙이니까.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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