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0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06화(206/439)
206―――――
죄송합니다.
집에 우환이 생겨서 이만!
펄럭!
여태까지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바네사 왕녀의 상당히 거칠고 흥분한 모습.
덕분에 그녀의 근접 호위를 맡은 김유현이나 리시키다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왕녀님이 갑자기 이상하시군요.”
“···그러게 말이다.”
호위 대상의 감정 변화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 이유를 알아야 다음 대처가 가능한 법인데, 자신들이 들어가 있지 않던 지휘관 연합 막사에서 돌아온 이후 저런 모습을 보이니 도통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두 사람.”
뒤에서 들려온 중후한 목소리에 김유현과 리시키다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항상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볼코 레데넨 후작이 서있었다.
“지금은 잠시 왕녀님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길 바란다.”“왕녀님께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리시키다의 질문에 볼코 후작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디아의 촉망 받던, 실력 좋고 외모마저 아름다운 리시키다라는 여기사.
처음에는 그저 저 외모에 넘어가서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애송이가 실수라도 하는 줄 알았다.
왕국 곳곳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디아의 사람이었던 이를 데리고 다니니 볼코 후작으로서는 심히 달갑지 않은 일이 분명했다.
하지만 시온 클라우젠이 단순히 운이 좋았던 애송이, 내지는 잠깐 반짝하는 불꽃이 아님을 알게 된 볼코 후작이었다.
누디아와 전투를 시작으로 왕성에서, 그리고 코네안 자작령에서.
다시 클라우젠 변경백령에서, 그리고 북부에서.
‘마지막으로 남부에서까지.’
이미 남부의 해적들이 거의 소탕되었다는 건 소식이 전해졌다.
에라더 왕자가 약간의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큰일은 아니라는 것과 함께.
볼코 후작은 자신도 몇 달이 걸린 해적 소탕을 에라더 왕자 따위가 단 두 달 만에 그걸 전부 끝내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분명 이건 시온 클라우젠이 세운 공이다, 에라더 왕자는 다만 얼굴 마담일 뿐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은 시온이 구성하고 진행했으며 종지부를 찍었을 것이다.
‘철없는 애송이도, 운이 좋아 활약했던 놈도 아니었구나.
놈은 정말 리히텐 녀석이 낳은 히스파냐 역사상 최고의 남자다.’
그리고 그런 남자가 고른 기사라면,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실제로 리시키다는 바네사 왕녀의 호위로 들어온 후, 그 어떤 조그마한 실수도 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바네사 왕녀의 그림자이자 칼이 되어 행동했으며 어찌나 그 기세가 싸늘하던지 바네사 왕녀에게 다가가던 자신조차 이러다가 찔려죽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심지어 그녀는 누디아가 자신의 고국이었음에도 그 땅을 지나면서,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을 지나치면서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리시키다의 눈에는 오직 제 주인이 내린 임무만을 반드시 수행하겠다는 의지만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볼코 후작은 리시키다를 히스파냐의 기사이자 검으로 인정했다.
“회군 건에 대해서 신성 프러센 측의 반발이 있었다.
다만 그 부분은 애초부터 예상하던 것이라 바네사 왕녀님께서는 조금도 동요하시지 않으셨지.
그런데···.
흠.
솔직히 말하자면.”
“···.”
“정말 특별한 건 없었다.
누디아의 지휘관 입에서 시온 클라우젠의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예?
주인님이 갑자기 왜···.”
리시키다의 질문에 볼코 후작은 짧은 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평소에는 그야말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여인이 ‘시온’ 이라는 두 글자만 튀어나와도 바로 소녀 감성이 충만한 여인으로 돌변해서는 얼굴에 가벼운 홍조까지 띄우곤 했다.
단순히 기사로서 주군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닌, 남자와 여자로서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뭐, 거기까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지.’
볼코 후작은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그냥 정말 단순한 의견을 내놓았을 뿐이었다.
왕녀님은 돌아가시고, 대신 지휘관으로 현재 히스파냐에서 최고의 명성을 날리고 있는 시온 클라우젠을 지휘관으로 불러오는 건 어떻겠냐는 누디아 측의 의견.
나나 다른 귀족들은 당연히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갑자기 왕녀님이 상당히 불쾌하신 표정을 짓더군.”
“···.”
“그리고 별 말씀 없이 회의 막사를 박차고 나오셨고 말이다.”
그 말에 리시키다는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볼코 후작의 말만 들어보면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어째서 바네사 왕녀가 저런 격앙된 표정을 짓고는 막사 안으로 들어가 버렸을까.
“···.”
리시키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유현을 바라보았다.
여태 자신을 이끌어주던 스승과 다름없는 남자.
그러니 혹시나 그는 뭔가 짐작 가는 바가 없냐고 무언의 질문을 던지는 중이었다.
도리도리―.
물론, 여인에 관해서는 애보다도 더 못 한 존재가 바로 김유현이었지만 말이다.
당연히 김유현이 자신은 1도 모르겠다는 듯 열심히 고개를 젓자 리시키다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왕녀님의 마음이 좀 진정될 때까지는 주변에서 대기토록 하는게 좋겠어.”
“알겠습니다, 후작님.”
“···예.”
리시키다와는 달리 아주 간결한 단답을 하난 김유현.
볼코 후작은 예전 리시키다를 바라보던 눈빛으로 김유현을 응시했다.
그나마 언젠가 라이도와 연이 있고, 그의 외동딸인 루시아가 직접 나서서 그의 신분을 보장했기에 리시키다만큼 경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출신이 불분명한 자가 왕녀 옆에 있는 건 썩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심지어 리시키다와 같이 여인도 아니고, 남자가 말이다.
‘···시온 클라우젠.
네 녀석의 그 잘난 얼굴을 봐서 내가 참고 있는 거다.
원래는 왕실에서 직접 임명한 왕실 기사만이 근접 호위를 할 수 있는데, 왕녀님이 저 둘에게 반드시 호위를 맡기겠다고 하셔서 일단 물러나기는 했다만.
혹시나 실수가 생긴다면 그 때는 얄 짤 없을 것이다.’
한편, 바네사 왕녀는 막사 안으로 들어와서는 간이 탁자 위에 놓여있던 물을 들이켰다.
왜 자꾸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누디아의 아이브 기 레스티온이라는 여인과 이야기를 나눈 직후.
정확히는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입에서 나온 순간 갑자기 가슴에 확 불길이 일며 표정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졌다.
‘분명 그 여인, 시온 클라우젠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다른 귀족들은, 특히나 남성들은 이해도 못 할 것이고 눈치도 채지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여인으로서 바네사 왕녀는 분명 보았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눈앞의 이 여인이 시온 클라우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그래서 언젠가 한 번은 꼭 만나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이다.
‘도대체 왜 누디아의 여인이, 그것도 재상의 외동딸인 이가 시온 공자를 궁금해 하는 거지?
마치···.’
마치, 언젠가 한 번 마주쳤었던 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래서 얼마나 더 자신을 기쁘게 만들지 궁금해서 미치겠다는 눈빛까지 보이고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왕인 에드가 4세에게 명령서를 받고서는 싱숭생숭한 그녀였다.
마법 전문으로 지금 즉시 왕국으로 귀환하라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 안에 다른 이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왕실 내부만의 특별 암호가 있었다.
‘그건 필시 국왕 전하나 그에 준하는 인물의 신체에 이상이 생겼을 때 전하는 암호.’
에드가 4세는 비록 쇠약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사를 돌보고 있다.
그렇다면 그 암호가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바로 남부로 향했었던 에라더 왕자에게 뭔가 큰일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귀족들이 받아들인 건 그가 크게 다쳤다는 소문이나 보고 대신, 시온 클라우젠과 함께 힘을 합쳐 단기간 내에 해적들을 소탕했다는 소식만 한 가득이었다.
물론 사소한 부상을 당해서 현재는 회복 중이라는 부분이 있긴 했다.
‘사소한 부상이 아니다.
이건, 이건···.’
차기 국왕의 자리, 그 경쟁에서 더는 에라더 왕자가 바네사 왕녀 자신과 싸울 수 없을 정도로 크나큰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러니 에드가 4세가 마치 그녀를 급히 불러들여 전권을 회수하고 뒤로 물리려는 느낌을 주듯 명을 내린 것이었고 말이다.
당장 신성 프러센이나 누디아 측도 큰 공을 세운 에라더 왕자를 차기 국왕으로 정하고, 혹 공을 세워 서열을 흐트러트릴 수도 있는 바네사 왕녀를 불러들이는 것으로 착각 중에 있었다.
‘도대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부왕이시여.
그리고 오라버니.
그리고···.’
시온 클라우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자신의 옆에 두고 오직 자신만이 독점하고 싶은 그 마성의 매력과 타인과의 비교를 불허하는 재능을 지닌 남자.
여왕의 배우자가 되면 그 모든 것이 묶인 채 그저 여왕의 치세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쥐죽은 듯 조용히 지내야 하지만, 그럼에도 바네사 왕녀는 자꾸만 시온 클라우젠이 자신의 신하임을 넘어서 자신만의 사람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니다, 아니야.
진정해, 진정하고 현실을 직시해.’
시온 클라우젠은 당장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후계자다.
그가 없으면 클라우젠 변경백령은 어린 자식을 후계자로 다시 세워야 한다.
당연히 클라우젠 변경백령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뿐인가?
여태 히스파냐의 군주들은 세력이 강성한 귀족들 가문에서 배우자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적당한 곳에서 뽑을 뿐이었다.
대귀족 가문의 권력이 왕실조차 감당치 못 할 정도로 커지면 그 때는 어찌 해볼 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
‘···차라리 왕이 되지 않는다면.’
참으로 멍청한 생각이면서도, 또 참으로 괜찮은 미래이기도 했다.
에드가 4세의 딸이라는 것 하나만 쥐고, 나머지 모든 왕족의 권리를 포기한 채 왕성을 나선다면 시온 클라우젠과 아무 문제 없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그것을 원하는가?
다 버리고, 왕녀라는 자리, 차기 국왕이라는 자리, 장차 이 나라를 이끌 여왕이라는 자리 모두를 버리고 그저 한 명의 여인으로서 한 남자의 옆에서 있을 수 있겠는가?
‘···턱도 없는 헛소리.’
바네사 왕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안다.
바네사라는 여자는 그 누구보다도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여인이다.
여태까지는 그걸 애써 숨겨오고, 부정해왔다.
에라더 왕자가 있으니까, 장자라는 강력한 명분을 지닌 오라비가 있으니까.
비록 능력도 성향도 자신보다는 모자라지만 명석한 신하들이 보좌한다면 성군은 될 수 없을 지 언정, 암군이 되지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받는 가장 큰 벌은, 자신보다 못난이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최소한 저는, 저보다 더 뛰어나신 분이 제 군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시온에게서 그 말을 듣고 난 후, 바네사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이 나라가, 그리고 왕국민들이 고통을 받는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이후, 바네사 왕녀는 에라더 왕자와 왕좌를 두고 알게 모르게 다투었다.
여태까지는 뒤로 물러서서 지켜봤다면 이제는 당당히 앞으로 나서서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드러내왔다.
‘시온 클라우젠, 그대라는 신하를 둔 국왕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니, 지금은 여인보다는 여왕으로서 준비를 해야 할 때였다.
시온 클라우젠 역시 그런 모습을 원하고,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그렇게 위안하고 또 몰아세움에도.
바네사 왕녀는 왠지 모르게 자꾸만 서운한 기운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더더욱 왕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
“결국 바네사 왕녀가 회군을 결정할 것 같군.”
“어쩔 겁니까?
히스파냐가 물러가면 기껏 작업을 해둔 누디아도 돌아설 테고, 그렇게 되면 신성 프러센 만으로는 무리가 있습니다.”
원정군의 막사가 아닌, 어느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오고 가는 대화.
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들은 요정들이었고, 그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는 이들은 인간들이었다.
“이제는 별 수 없습니다.
최후의 방법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겠군요.”
“어차피 조금만 더 가면 마족들이 득실대는 땅입니다.
거기에서 지휘관을 노리고 암살자가 내려왔다고 어느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바네사 왕녀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겠습니까?
조사해보니 근접 호위를 맡고 있는 이 중 하나는 누디아의 전 상급기사, 다른 하나는 저번 히스파냐의 왕성에서 활약했다는 또 다른 실력자입니다.”
전과는 달리 리시키다나 김유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모양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일류의 실력을 지닌 강자라는 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쩌시렵니까?
위대하신 빛의 후예시여.”
한 요정의 말에 가장 중앙에 서서 말없이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여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이 땅에 빛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데, 이제 와서 돌아가겠다고 하는 이들이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군요.
어쩌겠습니까.
그들을 옳은 길로 향할 수 있게 인도해야겠지요.”
“그러시다면···.”
“내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오오오!”
그 말에 요정들과 교도들이 낮은 목소리로 탄성을 내질렀다.
자신들이 그렇게나 믿고 따르는 빛의 후예가 직접 나선다고 생각하니, 제아무리 바네사 왕녀라고 해도 권력 따위의 일은 잊은 채 오직 성전에만 집중할 것이었다.
“오늘 밤 직접 그 인간 여인을 방문하겠습니다.
말로 설득하고, 그렇지 않는다면 가벼운 체벌을 가해야겠군요.
어리석은 영혼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면 그 정도의 벌은 어쩔 수 없는 일.”
“옳으신 말씀입니다!”
“빛의 교리를 가볍게 여기고, 교도들을 경계하는 자들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빛의 교도들의 말을 들으며, 은발의 여인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등 뒤에 있던 순백의 날개가 펄럭이며 주변에 가벼운 바람을 일으켰다.
카가가각!―
“···유현 경?”
오늘도 한창 검술 대련을 나누던 중, 리시키다는 평소보다 김유현의 검이 상당히 굼떠졌음을 알아차렸다.
김유현이 검을 들고서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증거.
도통 보기 힘든 장면이었기에 리시키다가 의문을 표하자 김유현은 잠시 눈매를 좁히고서 침음을 내뱉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리시키다.”
“네, 유현 경.”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빨리 끝내도록 하겠다.”
“예?”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리시키다가 두 눈을 깜빡이자 김유현은 가벼운 미소를 머금었다.
“어째 오늘은 실전으로 대련을 대신할 것 같아서 말이야.”
조금 전부터 이쪽을 주시하는 눈길이 배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은근히 날카로운 기세를 품은 이들의 수도 갑자기 생겨났다.
비록 여자를 대하는 눈치는 눈곱만큼도 없는 눈치 제로의 김유현이었지만.
그래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기운을 느끼는 것 하나만큼은 일품인 주인공이었다.
‘바네사 왕녀를 꼭 지켜줘.’
부탁이란 걸 할 것 같지 않은 남자의 부탁.
심지어 그 내용은 참으로 어이없게도 한 여인을 지켜달라는 남자의 부탁이었다.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썩 기분이 나쁘지 않은 김유현이었다.
자신에게 그런 부탁을 할 만큼 이제는 시온도 자신을 믿는다는 소리였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일단 빚을 졌으면 확실히 갚아야 하는 법이지.’
그러니 어떻게 잡아 족치면 될까.
간만에 행복한 고민을 하는 김유현이었다.
―――――――작품 후기―――――――
도망가···.
비둘기야!
도망가 포레스트!
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