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07)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07화(207/439)
207―――――
죄송합니다.
집에 우환이 생겨서 이만!
과거 있었던 성전, 정확히는 천족과 마족과의 혈투에서 두 종족은 서로가 엄청난 피해를 입으며 물러서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물론 필멸의 땅에 쳐박힌 마족들과는 달리 천족들은 물러나면서도 이것은 빛의 승리라는 둥, 선은 반드시 이길 거라는 둥 대륙에 계속해서 연막을 쳤다.
자신들이 지치고 다친 몸과 다 소진된 힘을 회복하기 위해 성소로 들어가 있는 동안 혹여 마족들이 꼬리를 쳐도 대륙의 모든 존재들이 그들에 대한 무한한 적의와 적개심으로 무장한 채 알아서 투쟁하고 반항하기를 원하는 그림으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족들이 참으로 어리석었죠.
그냥 조용히 있으면 더는 대륙의 존재들도 자신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거라고 말이에요.’
역시나 악의 무리들은, 이 땅에 혼란과 어둠을 가져오는 존재들은 멍청하다.
샤이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대륙의 그 어떤 존재도 이렇게 자신들처럼 이렇게 가벼운 날갯짓으로 날 수는 없다.
햇빛에, 그리고 달빛에 더더욱 순백의 색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이 날개를, 그리고 그 날개를 지닌 존재들을 바라보며 과연 어떤 이성을 지닌 자들이 천족을 빛의 후예라고 부르지 않을 수가 없겠는가!
물론 날개를 가진 존재들로는 몬스터와 마족도 있기는 하다만, 한쪽은 어느 존재의 눈으로 봐도 그저 괴물로만 보이는, 이성도 없는 생명체들이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피처럼 붉거나 밤처럼 새카만 색이 돋보이는, 말 그대로 불길한 기운을 가득 내뿜고 다니는 존재들이다.
두 존재 모두 대륙의 그 어떤 존재들에게도 결코 환영받지 못 할 것들이었다.
―성소로 돌아와 쉬지 못 하는 그대들의 노고는, 언젠가 반드시 빛의 보상을 받으리라.
―
천족들 대부분이 성소로 돌아가 언젠가 다시금 일어날 성전을,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이 더럽고 추하게 타락한 대륙을 정화하기 위한 날을 기다리며 힘을 회복하는 사이.
성소로 들어가지 않은 극소수의 천족들은 스스로를 천족들의 종자라고 일컬으며 그들을 위해 언제든 빛의 교리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요정족들과 함께 마족들을 견제하고 대륙에 빛의 교리를 계속 전파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그리하여 일곱 번의 뿔피리가 울리는 바로 그 날, 모든 존재들이 기도를 올리며 다만 빛의 뜻으로 모든 것이 행해지기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를 기원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빛의 뜻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 하는 이들이 있군요.
아니, 많다고 해야 하나요?
정말이지, 어리석기 짝이 없군요.”
타락하고, 더럽혀진 이 땅에서 도대체 무슨 미련이 있어 그 추한 삶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인지.
샤이엘라는 빛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을 가장 월등한 종족이라 칭하는 요정들을 보아라.
이미 종족 모두가 천족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언제든 빛의 뜻대로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최고의 종족이라 칭함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성전은 대륙의 모두가 평화로워질 수 있는 지름길.
그 영광스러운 싸움에 참전할 수 있도록 길을 밝혀주었는데도 그 영예를 누릴 생각은커녕 도망칠 생각뿐이라니.
역시나 체벌이 필요한 이들이에요.
바른 길로 인도하는 데에는 육체적 자극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
샤이엘라는 달빛을 반사시켜 은은한 보랏빛을 내뿜는 창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오라비이자 얼마 없는 최상위 천족들의 리더 격인 루가 내어준 그의 무기로 엄청난 신성력이 깃들어있다는 신비한 물품이었다.
이 귀한 것을 왜 자신에게 내어주는 것이냐는 샤이엘라의 질문에, 루는 성소에서 쉬지도 못 하며 대륙의 모든 존재들을 빛의 길로 인도하는 동생에게 주는 선물이자 최상위 천족으로서 노력하는 상위 천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밝혔다.
‘힘내거라, 샤이엘라.’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해주는 루의 말을 떠올리며 샤이엘라는 날갯짓에 박차를 가했다.
요즘 들어서 대륙에 빛과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 조금 삐걱거리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때에 가장 중요한 이 성전마저 시작도 하기 전에 어그러진다면 루를 볼 낯이 없었다.
“···저 아래인가요.”
혹시나 있을지 모를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히스나퍄, 누디아, 그리고 신성 프러센.
이 삼국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숙영 중에 있었다.
덕분에 샤이엘라는 누디아나 신성 프러센 측에 관찰되는 일 없이 히스파냐 진영의 바로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샤이엘라는 허공에서 부드러이 날갯짓을 하며 그 중 가장 화려하고 가장 큰 막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바네사 왕녀라는 인간의 막사가 바로 그러하다고 했으니 그곳을 찾아 조용히 들어가서 일단 좋게 말로 타이르고,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약간의 체벌을 가할 생각이었다.
“부디 말을 할 때 들었으면 하는데요.”
그렇게 말하며 샤이엘라는 루의 창을 만지작거렸다.
아주 오래 전에 자신이 빛의 길을 엇나가려 할 때마다 루는 반성을 하지 않는다며 이 창대로 자신의 엉덩이를 때리곤 했었다.
처음에는 그게 너무 아파서 눈물이 쏙 나올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아프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다른 자들도 이렇게 체벌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말을 잘 듣는 것일까요?’
그게 너무나 궁금했던 샤이엘라는 몬스터들이나 말을 듣지 않는 어린 천족들, 그리고 이종족들의 엉덩이를 창대로 때려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들 엉엉 울거나 괴성을 지르거나, 그도 아니면 비명을 토해내며 잘못했다고 빌 뿐, 자신처럼 미소를 지으면서 즐거워하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이상하네, 혹시 내가 잘못 때리고 있나?
너무 살살?
아니면 너무 세게?
샤이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창이 아니라 다른 도구들, 마지막에는 자신의 손으로 때려보기도 하고 강도를 조절해보기도 했지만 자신이 기대하던 반응은 결국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인간들은 다를까요?’
당장 인간들에게도 이 가르침을 베풀어보고 싶은 샤이엘라.
하지만 그녀의 행동을 보아온 이들이 인간들에게는 절대 안 된다며 말리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그걸 가르침을 위한 체벌이 아니라 마족의 괴롭힘이라고 밖에 생각지 못하는 우매한 자들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무척이나 아쉽고, 또 무척이나 체벌을 가하고 싶었다.
다들 인간들이 빛의 길을 따르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데, 자신의 오라비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체벌 몇 번 해주면 알아서 말을 잘 들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네사라는 인간.
당신은 내 영광스러운 첫 인간의 체벌 대상자가 되겠네요.
부디 말로 해서 알아듣지 않기를 바랄게요.
혹시 모르잖아요?
당신도 이 벌의 즐거움을 알고 나와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샤이엘라가 아주 밝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대지로 활강하는 순간이었다.
흠칫!
‘···어?’
순간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기라도 한 듯, 샤이엘라가 급히 제동을 걸며 한 곳에 멈춘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으려고 애를 쓰는 듯한 모습을 취한다.
‘방금, 방금 뭔가 이상한 기운이···.’
웅!―
마치 여기다, 하고 답하듯 샤이엘라의 날개를 잡아끌었던 정체불명의 기운이 어디선가 다시 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주 짧은, 말 그대로 찰나의 시간이었기에 보통의 존재들은 눈치 챌 수 없겠지만 샤이엘라 만큼은 공중에서도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녀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듯 정확히 그녀가 날고 있던 곳으로 기세를 쏘아 올린 것이었다.
‘도대체 어떤 이가 내 움직임을 전부 읽고 있었다는 거죠?’
샤이엘라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족의 함정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지만 최고위 마족이 나서지 않는 이상 자신을 어떻게 해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최고위 마족 중 절반 이상은 이미 오래전에 있었던 성전에서 한 줌 먼지가 되었고, 살아남은 존재들도 개인행동을 하다가 비밀리에 천족들에게 제압당해서 영원히 나오지 못 할 곳에 봉인되기도 했었다.
‘바하무트가 그러했고, 릴리트가 그러했죠.’
무엇보다 정말 최고위 마족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저렇게 얌전히 있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 자신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공격을 퍼부었겠지.
“···거기인가요?”
샤이엘라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몸을 돌려서는 히스파냐의 군영과는 거리가 있는 곳으로 엄청난 속도를 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어느 순간 자리에 뚝, 하고 멈춰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정말로 비둘기군.”
조금은 감탄했다는 목소리로 정확히 샤이엘라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달빛과 별이 있다고는 하지만 웬만한 인간의 실력 따위로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는커녕 기척이나 소리조차 감지할 수 없을 터인데, 밑에 서있는 인간 남자는 마치 모든 것을 다 보고, 다 듣고 있었으며 또한 전부 느끼고 있었다는 듯이 너무나도 여유로워보였다.
그보다, 방금 전에 남자가 아주 이상한 단어를 입 바깥으로 내뱉었는데.
“비둘기?”
샤이엘라는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싶었다.
고귀하고 영광스러운 빛의 후예들에게 비둘기라는 말을 쓰다니?
대륙의 그 어떤 존재들도, 하다못해 대부분의 마족들도 그런 단어를 쓰지 않았다.
천족들을 그렇게 대놓고 비하할 수 있는 이들은 오직 최고위 마족들 뿐.
즉 그럴 만한 힘을 지닌 자들만이 유일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 밑에 있는 인간이 비둘기라는 말을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다.
고작 인간 따위가, 아무 것도 모르고 매일 저들끼리 싸우느라 바쁜 우매하기 짝이 없는 열등한 종족들이 말이다.
‘아무래도 가르침이 필요하겠군요.
약간의 체벌을 포함한 따뜻한 가르침이.’
고개를 내저은 상위 천족 샤이엘라는 아주 우아하고 고상한 날갯짓을 계속 하며 천천히 대지 위에 내려앉았다.
찰랑거리는 은발, 그리고 세상 그 어떤 존재도 가질 수 없는 순결하면서도 깨끗한 날개.
‘후후.
어떤가요?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요, 인간?
감히 비둘기라는 그런 저급한 단어를 쓴 것을 지금 당장 후회하며 머리를 조아린다면 용서를 해줄 수도 있지만요···.’
샤이엘라는 그렇게 웃으며 가벼운 미소를 내지었다.
그런 천족의 모습을 지켜보던 인간 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랄 육갑을 떠는군.”
“···?”
방금 내가 뭘 잘못 들은 건가요?
그렇게 생각하며 샤이엘라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자신의 앞에 삐딱하게 서서는 차갑게 굳는 눈동자를 번뜩이고 있는 인간 남자를 바라보았다.
“···당신, 혹시 마족인가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간혹 침묵은 긍정이라고들 하지만, 샤이엘라는 이번만큼은 침묵이 긍정을 뜻하지만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마족, 이라는 단어가 나왔음에도 상대는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하고 자빠졌는지.’ 라는 분위기가 풀풀 풍기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마족에게서 풍기는 그들 특유의 기운이나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샤이엘라는 천족인 자신을 보고도 조금의 동요도 없이, 꽤나 시건방진 자세로 서서는 그보다 몇 배는 더 건방져 보이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존재가 의심할 구석 하나 없는 완벽한 인간임을 깨닫고는 말을 이었다.
“마족 추종자?”
“···.”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리 대놓고 상대를 무시하는 자라니, 샤이엘라는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뭐, 무엇이든 상관없겠죠.
빛의 후예인 우리 천족을 보고도 그리 건방진 태도라던가, 대놓고 나를 자극하는 행동이라던가.
전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들이에요.”
“···.”
“그렇게 상대의 말을 들어놓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이나.”
“···.”
“감히 내가 말하는데 듣는 모습은커녕 무시하고자 하는 몸짓까지 그대로 보이는 부분.
전부가 틀렸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당신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건방지게 행동하는군요.”
“···.”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위대한 빛의 후예로서 이런 무례를 지나칠 수는···.”
“리시키다.”
그러자 남자의 뒤에서 뭔가가 바스락, 하고 소리를 내더니 천천히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샤이엘라는 그런 리시키다의 등장에도 그리 놀라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리시키다의 기척은 대지로 내려오면서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고 남자에 비해 강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서였다.
“네, 유현 경.”
“저 비둘기, 아무래도 네가 상대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제가 말인가요?”
“내가 먼저 나서면 네가 뭐 해볼 것도 없이 반은 죽여 놓을 것 같아서.”
하아?
남자의 말에 샤이엘라는 기가 막히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상위 천족 중에서도 실력자로 이름을 날린 자신, 확실한 강자이기에 성소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머물며 여태 큰일 없이 여기까지 버텨온 자신이다.
‘그런데, 고작 인간 따위가 나를 죽여 놓는다고요?’
샤이엘라는 기가 막히면서도, 유현이라 불린 인간을 다시 한 번 살폈다.
허풍쟁이라면 분명 거짓말을 할 때 티가 날 터인데 저 남자는 그런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론은 두 가지다.
수준이 그저 그런 놈인데 우물 안 개구리 밖에 되지 않는 존재이거나.
아니면 정말로 엄청난 강자이거나.
‘솔직히 후자보다는 전자에 무게가 실리긴 하지만, 방심해서 좋을 건 없겠죠.’
때문에 그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듯 주변을 한 번 훑어보았다.
혹시 자신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한 다른 적대 세력들이 있을까 하는 행동.
그에 김유현은 샤이엘라는 보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여기는 비둘기 네 녀석과 나, 그리고 이 여자밖에 없으니 안심해.
정말 세상이 무너질 정도로 싸우지 않는 이상 들키지 않을 곳으로 특별히 정해둔 것이니까.”
“아하하!
그래서 뭔가요?
설마 고맙다는 인사라도 받고 싶다는 건가요?”
“고맙다는 말은 내가 해야겠지.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서 갑자기 생긴 제자 녀석이 미친 듯이 달려들던 터라 심히 피곤하던 참이었거든.”
“유현 경,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씀은 하지 말아주시죠.”
리시키다가 입술을 삐죽이며 그렇게 투덜거렸다.
시온은 이 자리에 없지만, 그래도 그런 말을 들으니 자신이 시온을 배신하고 다른 주인한테 달라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 비둘기를 상대로 잘 버티면, 그 때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하지.”
“정말입니까?”
리시키다의 표정에 밝은 기운이 확 들어찼다.
강해지라는 시온의 명령이 있었지만 가르쳐주는 김유현이 도통 진도를 빼주지 않아 매일 같이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검을 들고 덤비는 중이었던 자신이다.
그런 김유현이 다음 단게의 가르침을 준다고 하니 리시키다는 바로 몸을 돌려서는 샤이엘라를 바라보았다.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유현 경.”
“걱정 마.
약속은 잘 안 하지만, 일단 한 번 한 약속은 지키는 게 내 철칙이다.”
김유현의 확답을 들은 리시키다는 단출한 복장에 검 하나만 소지한 모습으로 샤이엘라의 앞에 섰다.
조금 전까지 딱히 특별해보일 것이 없던 인간 여자가 겁도 없이 자신의 앞에 서자 기가 막힌 샤이엘라가 너는 물러서고 저 건방진 남자를 앞으로 데려오라며 경고를 하려던 순간이었다.
‘으응?’
기세가 순식간에 돌변한다.
조금 전까지 잔잔한 호수 같아 보이던 여인이, 지금은 풍랑이 미친 듯이 몰아치는 바다가 되어 있었다.
‘하!
재미있네요.
내가 그렇게나 만만해보였다니.
이거 아무래도 오늘은 교육을 해줘야 할 인간들이 아주 많겠어요!’
아마 오늘은 마음껏 체벌을 할 수 있는 날이 될 것 같다고.
샤이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리시키다를 노려보았다.
―――――――작품 후기―――――――
추천은 항상 큰 힘이 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