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09)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09화(209/439)
209―――――
죄송합니다.
집에 우환이 생겨서 이만!
날개도 없으며 신념도, 빛에 대한 고고한 믿음조차 없는 인간들.
그러나 그런 인간들을 결코 얕보지는 말라는 가르침을 샤이엘라는 잘 숙지하고 있었다.
더러워지기 쉬운 만큼, 감히 하늘에 닿으려고 하는 힘을 가질 수도 있는 종족들.
샤이엘라는 그래서 여유를 보일지언정 결코 방심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데 도대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그녀는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고는 자신의 어깨를.
정확히는 어깨 뒤에 나있던 제 날개가 있던 자리를 만지작거렸다.
원래라면 보드라운 깃털이 만져져야 할 곳은 텅 비어 있었고, 대신 손에는 시뻘건 피가 잔뜩 묻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아쉽군.
목까지 함께 날려버릴 수 있었는데.”
김유현은 제 검에 묻은 천족의 붉은 피를 흩어내며 웃음기 하나 없는, 지극히 싸늘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소름 끼치던지, 샤이엘라는 저도 모르게 꿀꺽!
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뭐, 뭐죠?
어, 어떻게 인간 따위가 이런 어마어마한 기세를···.’
순간적으로 최고위 마족을 맞대면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 어떤 특별한 것도 없이, 그저 검 한 자루를 들고 서있는 인간 남자.
하지만 샤이엘라는 그 뒤에 마치 거대한 악마가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조금 전까지 그래도 인간의 눈동자로 보이던 것이,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래, 마치 이성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마물을 보는 것 같았다.
“일단 날개 하나는 뜯어냈으니, 날지는 못 하겠군.”
툭!
제 손에 들려 있던 천족의 날개를 바닥에 내던지는 김유현.
천족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날개를 잘라낸 것도 모자라 아예 바닥에 내던지기까지 하니 샤이엘라로서는 분노를 토해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생사가 걸린 일에서까지 분노를 제어치 못 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 정체불명의 강자를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휘익!
“학?”
눈 깜짝하는 사이, 정말 말 그대로 눈 한 번 깜빡하는 그 순간.
상대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바로 앞에서 날아드는 시퍼런 예기가 되었다.
샤이엘라는 아주 간발의 차로 몸을 뒤로 숙이며 그의 공격을 피해냈지만, 몸의 균형이 완전히 어그러져 결국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 고귀하다는 천족이 먼지투성이 바닥을 구르고 있다고 하니 화를 낼 법도 했지만, 샤이엘라는 그런 것조차 보일 시간이 없었다.
그녀가 쓰러지자마자 바로 김유현의 다음 공격이 소나기처럼 날아 와서였다.
‘크으읏!
도, 도대체 이런 인간이 어디서 나타난 거죠!
도대체!’
자칭 천족의 종자라는 요정족들을 통해, 그리고 빛의 교도들을 통해 대륙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상세히 알고 있던 천족들이었다.
어떤 국가가 천족들과 빛의 교리에 더 순응하는지, 어떤 곳에 빛의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이 있는지, 이후 영광스러운 뿔나팔을 불 때 어떤 이들이 방해가 될 만한 이들인지.
그 모든 정보를 모두 다 말이다!
그리고 그 정보에는 분명 히스파냐에 대한 것도 있었다.
대륙 서부의 강자, 한 때 제국 직전까지 갔던 누디아의 전성기를 끝내버린 국가로 현재 들어서는 왕국의 여러 문제들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또 해결하여 또 한 번의 중흥기를 맞이하기 직전에 와있다는 평까지 받고 있는 곳.
그렇지만 천족들에게는 아쉽게도, 신성 프러센과는 가장 거리가 멀고 그나마 통로가 될 만한 누디아와는 상당히 껄끄러운 관계에 있기에 빛의 교리 전파가 상당히 늦었던 곳이기도 했다.
다행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라면 신성 프러센과의 해상 교역을 통해 빛의 교리를 전파하여 이제는 히스파냐에도 제법 교도들이 생겨났다는 것이었으며, 특히 그 교도들이 가난하거나 힘없는 자들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꽤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보낸 정보를 통해, 그리고 히스파냐에서 활동하는 요정들이 보낸 것까지 합쳐서.
천족들은 히스파냐가 이후 대륙을 정화할 때 가장 많은 항전을 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다.
―히스파냐의 인간들까지 빛의 교리로 계몽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계몽은 누디아까지만 진행하고, 그 이후부터는 저들 스스로 갈등하고 분열되어 믿지 않는 자를 믿는다고 하는 자가 공격하여 없애도록 한다.
―
최종적으로 나온, 히스파냐에 대한 결과.
그에 따라 발 빠르게 히스파냐를 흔들기 위한 작업들이 속속 진행되었다.
왕성에 갑작스러운 습격을 일으켜 왕실과 귀족들이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었고, 히스파냐의 단단한 방패라는 클라우젠이라는 인간 귀족 가문을 없애기 위해 몬스터들을 동원하여 뒤를 치고 앞에서는 누디아가 벽을 허물기로 하기도 했었다.
동시에 북쪽의 산맥까지 가서 몬스터들을 준동시켜 히스파냐의 북부를 초토화시킬 작전까지 진행되고 있었고, 결정타로 왕국의 경제를 흔들기 위해 최고로 부유한 지역이라는 남부를 지탱하고 있는 해상 교역로에 해적들을 푸는 일까지 진행했다.
나라에 온갖 혼란이 생기고, 매번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면 어느 누구라도 자신들이 어찌 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의 벌이라고 생각하며 동시에 그 존재에게 자비를 구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교리를 전파하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빛의 길을 따르게 만들고, 그럼에도 그 길을 따르지 않겠다고 하는 자들을 불구덩이에 집어던지는 열렬한 교도들을 히스파냐에 뿌리 내리게 하는 것이 최종적인 사항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웅인지 뭔지 하는 인간이 나타나서는 모든 일을 방해한다고 했었죠.’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자신 입장에서 고작 인간 하나에 불과한 남자의 이름을 왜 기억해야 하겠는가.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영웅이라는 인간이 현재 자신들 천족에게 있어서 최악의 걸림돌이자 모든 계획을 말아먹고 있는 원수와도 같은 존재였다.
오죽하면 그 남자가 혹 마족은 아닐까, 아니면 마족 추종자, 그도 아니면 빛의 교리를 외면하고 돌아선 가증스러운 배신자가 아닐까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걸림돌이 또 있었다니요!’
깨끗하게 잘려나간 날개에서 피가 흐르고, 격통이 계속 찾아왔다.
하지만 샤이엘라는 제 피와 바닥에서 난 먼지로 온 몸이 더럽혀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바닥을 구르고 또 구르며 김유현의 공격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야 말았다.
이후 창을 쥐고는 상대에게 역공을 가해 조금이나마 쉴 틈을 버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아, 하아!”
2:1의 싸움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저 인간 여자는 자신에게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기습을 당할 뻔 했으나 저 남자의 것과는 달리 부상조차 입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자신은 그냥 저 인간 남자에게 무참히 밀리고 있는 중이었다.
인간 따위에게, 그 고귀하다는 빛의 후예인 자신이 말이다!
“도대체 당신 뭔가요.”
“네가 말하는 인간 따위겠지.”
“거짓말!
인간이 그럴 수가 없어요!
제아무리 인간들 사이에서 강자라고 일컬어지는 상급 기사라고 해도 상위 천족을 상대로 이리 우위를 점할 수는 없어요!
도대체 뭐죠?
마족이 아니라면, 고위 마족 그 이상과 계약이라도 맺은 인간인가요?”
자신은 아니지만, 그 마족과 계약을 맺은 사람을 하나 알고 있기는 한 김유현이었다.
육체적 능력은 과장 조금 보태서 없느니만 못 한 사람.
하지만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를 잘 굴려서 몸이 고생을 할래야 고생을 할 수가 없는, 말 그대로 머리가 뛰어나 몸이 편한 능력자.
덤으로 주변에 하나 같이 대단한 여인들이 가득해서 누군가가 그의 몸을 불편하게 했다가는 당장에 그 존재 머리와 몸통을 서로 분리시킬 것 같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남자.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차마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을 한 자.
“잘못 짚었다, 비둘기.”
그렇게 말한 김유현이 슬쩍 앞으로 뭔가를 내지르자 샤이엘라가 놀라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응을 한다.
덕분에 반대쪽이 훤히 노출되자 그제야 샤이엘라는 이게 함정임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저 인간 남자는 단순히 검만 잘 다루는 것이 아니었다.
‘···큰일이네요.’
뻐억!
소름이 돋게 만드는 으스스한 소리가 퍼지며 여인의 몸이 순간 기괴하게 비틀렸다.
벼락을 맞듯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샤이엘라는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는, 말 그대로 정말 충격적인 데미지를 받으며 그만 기가 막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인간이라고요?
당신이?
···거짓말.
당신은 인간이 아니에요, 이 괴물.’
샤이엘라 스스로 다른 이들에게 많은 체벌을 가함과 동시에, 많은 체벌을 당했다고도 자부할 수 있었다.
최상위 천족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일부러 버릇없이 굴어 많이 혼나봤으니까.
그렇게 해서 혹시나 자신의 이 불만족스러운 뭔가를 채울 수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확실히 그들의 체벌은 그녀가 생각하는 체벌, 그 이상이었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몸으로 전해지는 충격, 고통, 그리고 수치심에 샤이엘라는 여태까지 불만 가득하던 제 가슴이 비로소 만족으로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었다.
풀썩!
그대로 공중에 붕 뜬 샤이엘라는 바닥에 처박혔다.
몸을 일으켜보려고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몸 내부의 신성력이 진탕이 되어서 더는 운용조차 불가능했다.
“···하하.
하하!
아하하하!”
웃겼다.
이 모든 상황이, 정말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미친 듯이 웃지 않고서는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최상위 천족, 최고위 마족들은 되어야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한낱 인간 따위가 이런 무력감을, 패배감을, 그리고 만족감을 선사할 줄이야.
“아하하!
꺄하하하!”
샤이엘라는 웃었다.
아주 시원하게, 너무나 통쾌하게, 웃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는 듯이.
그 웃음이 어찌나 요란하면서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광기를 품었는지, 김유현은 그답지 않게 눈을 찡그리며 불만감을 표시했고 리시키다는 어이가 없다는 듯 두 눈을 깜빡거렸다.
“죽을 때가 되니 미쳤군.”
“아하하!
그래, 맞아요!
미칠 것 같아요!
아아아!
이럴 수가, 이렇게나 나를 몰아붙일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종족에서 나타날 수 있다니!
역시, 역시 인간은 참 희한하면서도 재미있는 종족이야!
꺄하하하!”
날개 한 쪽은 잘리고, 몸은 먼지투성이에 입에서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다.
샤이엘라의 모습은 고귀하다는 천족이라기보다는 그냥 길거리 싸움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하게 망가져 있었다.
그러나 정작 천족인 그녀는, 그 부분에 대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인간, 아니!
아니!
너무나 멋진 처벌자.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죠?”
“머리를 때린 적은 없는데.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군.”
“아하하!
그런 말은 가끔 들었어요.
하지만 난 아주 완벽하게 정상이랍니다!
다만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열정적일 뿐이죠!
그래서, 가르쳐주지 않을 건가요?
그대의 이름?”
“···곧 죽을 녀석한테 가르쳐줄 이름은 없어.”
김유현은 무심한 어조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검을 고쳐 쥐었다.
여태까지는 공격적인 검술로 나아가되 일격에 목숨을 노릴 정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었다.
혹시나 괜찮은 정보를 토해낼 지도 모르는 적인데 다짜고짜 죽여 버리면 알게 모르게 시온한테 시달림을 많이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미친 여자라면 시온도 이해해 줄 것이다.
정보는 고사하고 팔다리가 잘려도 웃을 여자다.
저런 적들은 빠르게 죽여주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것을 김유현은 오랜 칼잡이 생활동안 얻은 결론 중 하나였다.
‘솔직히, 아직도 살생은 썩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원래 소설 진행대로라면, 무림에서 이세계로 떨어진 이후 김유현은 살생을 극도로 자제했다.
그동안 제 검에 묻었던 피와 원한, 증오로 인해 자신을 포함한 너무나 많은 이들이 다치고 또한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어차피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세상, 미련 하나 가지지 않게 신경 쓰고, 마음 닫고 사는 것이 좋다고 여겨 모든 것과 거리를 두었었다.
그로 인해 소설 중반부까지 그저 휩쓸려 다니고, 다른 캐릭터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제대로 보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김유현은 달랐다.
모든 것에 염증을 느끼며 세상에서 멀어지려던 찰나에 시온 클라우젠을 만났다.
자신과는 달리 단 한 톨의 힘도, 마나도 가지고 있지 못 한.
말 그대로 하늘이 버린 남자.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연민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한숨만 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그런 시련을 내린 하늘과,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는 이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며 스스로 길을 헤쳐 나가고 또한 만들며 꿋꿋이 걸어갔다.
‘미련한 인간.
그런다고 해서 편해질 것 같습니까?’
무림에서의 김유현, 과거의 자신이 그러했다.
검술의 끝에 다다른다면, 그래서 누구보다 강해진다면 무시당할 일도, 슬퍼할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직 웃을 일만 있을 거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자신에게 더더욱 강하고 힘든 시련만 밀어 넣었다.
그걸 헤치고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김유현은 차라리 현실에 안주하여 주저앉느니만 못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악물고 버텨왔는데, 정작 옆을 바라보고 뒤를 돌아보니 자신을 따라오던 이들이 전부 어딘가에서 쓰러져 이제는 혼자만이 남았던 것이었다.
‘과연 시온 클라우젠, 당신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김유현은 그게 궁금했다.
그래서 시온을 말없이 따랐다.
자신과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동시에 자신과 비슷해도 너무 비슷한 사람.
인간의 몸으로 계속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
그 앞에 뭐가 있는지조차 모르면서도 여전히 자신만만한 기운을 잃지 않으며 계속해서.
‘당신이 과연 나와 다른 목적지에 도달할지 한 번 지켜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이제는 검을 휘둘러 누군가의 목숨을 거두는 것에 다시금 익숙해질 시간이었다.
시온의 성격 상 망설이는 자신을 보면 그게 뭐냐고 엄청난 잔소리를 퍼부을 테니까.
그리고 그럴 거면 뒤에 앉아서 구경이나 하라고 바로 몰아붙일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 마치 사형처럼.’
정말 환생이란 게 있다면, 시온은 분명 자신의 사형일 것이다.
하는 말이나 행동, 심지어 풍기는 분위기조차 이리 비슷할 수가 없었다.
다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사형은 강했고, 시온은 약하다 정도?
김유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제는 창조차 제대로 잡지 못 하는 샤이엘라를 향해 마지막 일격을 꽂아넣으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쉬잇!―
뭔가가 파공음을 내며, 은빛 궤적을 그리며 날카롭게 날아든다.
그 목표가 자신이었다면 코웃음을 치며 여유롭게 쳐내고 저 천족 여인의 목을 쳤을 테지만.
하필이면 그 궤적들이 나아가는 곳에는 부상을 입은 채 숨을 고르고 있는 리시키다가 자리하고 있었다.
‘···젠장.’
자신에게는 별 위험할 것 없는 눈 먼 화살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의 리시키다에게는 조금만 방심해도 위험할 정도의 것.
거기에 현재 리시키다는 부상을 입어 운신조차 자연스럽지 못 한 상태였다.
한 두 발도 아니고 최소한 여덟 발의 화살이 정확히 리시키다를 노리고 날아드는데, 여기서 자신이 그녀를 무시하고 샤이엘라에게 집중한다면 열에 아홉은 리시키다가 중상을 입을 것이었다.
순간 고민이 되었지만, 그건 길지 않았다.
시온은 분명 자신에게 한 여자를 지켜달라고 했고, 동시에 또 다른 여기사를 부탁한다고 했었다.
부탁을 들어주지 못 하는 건, 이전 세계의 멍청했던 과거의 자신만으로 충분했다.
촤악!
섬전보다도 훨씬 더 빠른 몸놀림으로, 김유현은 한 남자에게 반 강제로 받은 제자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역시나, 과거 자신의 사형이 그러했던 것처럼.
―――――――작품 후기―――――――
추천은 항상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