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10)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10화(210/439)
210―――――
죄송합니다.
집에 우환이 생겨서 이만!
리시키다 역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여러 화살들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라면 물러서면서 최대한 방어를 하고, 그래도 뚫고 들어오는 한 두 발 정도는 치명상을 입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락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몸 상태는 최악 바로 직전이었다.
애써 감추고는 있지만 출혈도 잘 멈추지 않고, 조금만 움직여도 등판에서 엄청난 격통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기습까지 받으니, 그녀로서는 입술을 깨물며 더 큰 부상을 각오하는 마음으로 방어 자세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
하지만 곧 리시키다는 그저 두 눈을 깜빡이며 제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조금 전까지 적을 향해 내달리던 김유현이, 한 줄기 바람 혹은 연기처럼 자리로 되돌아와서는 원을 그리듯 검을 긋는 것과 동시에 자신에게로 날아들던 섬전들이 산산조각이 나서 부서져 내린 것이었다.
검이 직접적으로 닿아서 베어낸 것도 아니고, 날아들던 화살이 동시에 쏘아진 것도 아니었다.
도저히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방식의 검법, 시간차를 두고 날카롭게 들어오던 공격을 단 일검에 모조리 분쇄해버렸다.
‘리시.’
‘네, 주인님.’
‘무슨 일 생기면 김유현 뒤에 숨어서 방패로 써먹어.’
‘···네?’
‘장담하는데, 김유현이 딴 맘을 먹지 않는 이상 그놈 뒤가 제일 안전할 거야.’
‘주, 주인님?
아무리 그래도 저는 기사입니다.
어찌 다른 이의 뒤로 숨을 수가···.’
‘리시, 네가 분명 강하고 또 멋진 여자이기는 하지.
하디만 넌 인간이잖아?
그런데 걔는 인간이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벽이라고 해야 할까, 산이라고 해야 할까.’
벽은 뭐고, 산은 또 뭐란 말인가.
리시키다는 가만히 시온을 바라보며 그의 다음 말이 나오기를 얌전히 기다렸다.
그에 시온은 미소를 짓고는 슬쩍 리시키다의 옆구리를 간지럽히며 말을 이었다.
‘아군은 그 녀석을 넘어야 비로소 성장했다고 할 수 있고, 적들은 그 녀석을 넘어야 비로소 자신들이 원하던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뭐, 그 전에 지쳐서 포기할 테지만.’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리시키다는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시온의 말이 어떤 것이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와.”
“와는 무슨 와야.
정신 차려.”
김유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는 리시키다의 시선이 심히 부담스러웠는지 퉁명스레 중얼거리고는 다시금 샤이엘라에게는 달려들지 않고서 주변을 살폈다.
“나오지.
주변에 서있는 열두 놈.”
날아온 화살은 총 아홉.
하지만 김유현은 진작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정확히 그 수까지 언급하며 경고했다.
한 번만 더 허튼 짓 하면 이번에는 방어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듯이.
“···.”
그에 샤이엘라의 뒤쪽에서 후드를 뒤집어 쓴 이들 몇몇이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깊숙이 눌러쓴 후드 덕분에 생김새조차 알 수 없었지만, 김유현은 저들이 모두 웬만한 귀족 가문의 기사들을 뛰어넘는 강자임을 대충은 눈치 채고 있었다.
‘하나, 하나가 리시키다보다 약간 못 하거나 아니면 동급.
심지어 그런 실력과 마나로 검도 아닌 활을 다루는 자들이라.
원거리에서는 상당히 골치 아픈 놈들이다.’
후드를 뒤집어쓴 이들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샤이엘라를 붙잡았다.
그에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그녀는 표정이 괴기하게 비틀렸지만 곧 빠르게 이성을 되찾고는 쓰읍, 하아!
하고 심호흡을 하고는 김유현을 응시한다.
“···아쉽네요.
정말 딱 적당한 처벌자를 만나서 오랜만에 진짜 즐거움을 겪는 건가 싶었는데.”
“날개 하나로는 부족한가?”
김유현이 슬쩍 도발을 해보았지만, 샤이엘라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 답했다.
“날개 정도는 쉬면 다시 자라니까요.
우리가 인간도 아니고, 팔다리 좀 잘렸다고 절망하지도 않고, 절망할 필요도 없는 존재들이랍니다.”
“그런 걸 인간들은 괴물이라고 부르더군.”
“어머, 그 말을 당신이 하니 참으로 웃기군요!
아하하!”
탁탁―.
그만 하라는 듯 뒤에 서있던 후드들이 샤이엘라의 팔을 잡아당긴다.
김유현은 그들이 샤이엘라를 상당히 어려워하고 있음을, 마치 상전 대하듯 하고 있는 모습에서 얼추 저들의 정체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대가 지키는 인간이 히스파냐의 왕녀라고 했죠.
성전에서 이탈하여 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뜻을 밝힌 그 인간 여자.”
“그렇다면?”
“원래는 내가 설득할 생각이었는데, 당신들 덕분에 이 몰골이 되어서요.
아쉬운 대로 그대가 그 인간 여자를 성전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설득했으면 하는데.”
“싫다면?”
그에 샤이엘라는 그러면 정말 슬플 거예요, 라고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단순한 장난인지 아니면 정말 ‘슬픈 일’을 선사해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김유현은 쯧, 하고 혀를 차며 당장이라도 검을 휘둘러 샤이엘라를 죽일까 고민했지만, 단순한 근접 전투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마나를 사용하며 미친 듯이 휘두르면 기껏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를 고른 이유가 없어질 것이었다.
아마 온 동네방네 여기 싸우고 있다고 소문이 다 퍼질 테니까 말이다.
“아아, 아파라.
아픈데 너무 좋아.
당신, 정말 마음에 들어요.
우리 꼭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해요.
꼭이요.
알겠죠?”
“···그냥 꺼져.”
시온 주변에 하나 같이 이상한 여자들만 꼬여서, 설마 자신까지 그런 여자들이 들러붙지는 않겠지 싶은 김유현이었는데 이건 상상보다도 더 미친 여자였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먼지로 범벅이 되었음에도 저렇게 화사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
흡사 주화입마에 빠져서 이성을 잃은 이를 보는 것 같아 김유현은 저 여자의 몸을 헤집어서 과연 내부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조사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후후후.
정말 끝까지 흥미로운 인간이네요.
천족인 내가 이렇게 부탁하는데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생긴 것도 조금 묘하게 생겼네?
히스파냐 사람도 아니고, 누디아 사람도 아니고, 어디서 왔어요?
혹시 아주 먼 곳?”
그에 김유현은 움찔하곤 샤이엘라를 응시했다.
굳이 따지자면 자신은 히스파냐 동부나 누디아의 사람들과 비슷했지만, 그들 역시 김유현의 외모와 아주 닮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거기서는 천족들도, 빛의 교리란 것도 없었나보네요.
그러니까 이렇게 날카로운 반응이지.”
“···.”
“보아하니 인생이 꽤나 고달프고 힘들었던 것 같은데, 한 번쯤은 기댈 수 있는 곳에 몸과 마움을 두고 쉬는 것도 괜찮아요.”
“그게 천족들, 그리고 빛의 교리다 이건가?”
“아닌가요?
아니면 말고요.”
그렇게 말한 샤이엘라는 킥킥거리며 천천히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 말을 잊지 않고 김유현에게 다시 한 번 강조했고 말이다.
“히스파냐가 성전에서 이탈하면, 그 때는 정말 피곤해질 거예요.
히스파냐도, 그 왕녀라는 인간 여자도, 당신도.
그리고··· 그 영웅이라는 히스파냐의 남자도 말이에요.”
그 순간, 리시키다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저 천족 여자가 말하는 영웅이 누구인지.
저 건방진 비둘기가 감히 누구를 힘들게 하겠다는지 전부 말이다.
“저 여자가 감히···.”
리시키다의 입에서 막 험한 말이 나오려는 찰나.
김유현은 살짝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사실 그도 내심 리시키다가 흥분해서 다시금 싸움이 재개되었으면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보호자인 남자가 자신에게 신신당부시켰던 것이 있었다.
‘리시, 걔 흥분하면 무조건 막아라.’
‘···막으라고요?’
‘준비가 되었다면 상관없겠는데, 그게 아니라면 막아.’
마치 이런 장면까지 전부 예상했다는 듯 그렇게 말하는 시온이었다.
김유현이 그 말을 떠올리며 리시키다에게 더 나서지 말라는 뜻을 보이자 그녀는 매서운 눈빛을 번뜩이면서도 입을 다물고는 다시 몸을 추슬렀다.
그러자 이쪽으로 겨누어졌던 활들이 다시금 일제히 내려갔다.
“그러면 갈게요, 괴물 인간 남자.
나중에 만나면 또 즐겁게 때려달라고요?”
“···미친년.”
그 말을 끝으로, 샤이엘라와 후드들의 기척이 주변에서 천천히 사라졌다.
김유현은 그들 모두가 다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조금 더 주변을 훑어보았다.
다행히도 더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히스파냐나 다른 두 국가 중에서 이곳을 살피던 이들은 없는 모양이었다.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자 김유현은 몸을 돌려서는 리시키다의 상태를 확인했다.
“···괜찮나?”
“버틸 만해요, 유현 경.”
“별로라는 걸 이상하게 돌려 말하는군.
다른 건 몰라도 부상 정도는 확실히, 그리고 제대로 파악해서 말하는 게 몸에 좋다.
괜히 어쭙잖은 자존심 부리다가 몸 상하면 너만 손해다.”
“···조금 어지럽긴 하네요.”
“피를 많이 흘렸을 테니 당연하겠지.”
김유현은 재빠르게 체내의 마나를 내돌려 손 끝에 집중시켰다.
그러자 푸른빛이 나돌더니 이내 리시키다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간다.
“치료 마법도 할 줄 알았나요?”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운 거다.
스승님처럼 하지는 못 해.”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하고 있지만, 아마 김유현의 말을 들었다면 대륙의 마법사들이 전부 뒤집어엎어졌을 것이다.
검을 다루는 자가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과, 마법을 쓰는 자가 마나를 사용하는 법이 전혀 다른데 김유현은 그걸 무슨 들숨과 날숨마냥 너무나 가볍게 바꾸고 있던 것이었다.
‘···이래서 벽이고 산이라고 하셨군요, 주인님.’
상급 기사인 리시키다조차 이렇게 고개를 내저을 정도였다.
검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압도적인 존재인데, 다른 곳에도 저런 재능을 가지고 있다니.
정말 넘기 싫어지는 벽이었고, 오르기 싫은 산이었다.
한편, 치료를 마치고 주변 일대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리한 김유현은 한 귀퉁이에 내동댕이쳐져 있던 천족 여인의 날개를 집어 들었다.
아까 전에는 상당히 고귀해보이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흉하기 짝이 없는 신체의 일부.
김유현은 그걸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는 그걸로 둘둘 감싸기 시작했다.
“유현 경?”
“가자.”
“예?”
“왕녀에게로.”
뜬금없는 김유현의 말에 리시키다가 두 눈을 깜빡이자 그는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입을 열었다.
“완벽한 증거를 잡았다.
이걸 내놓으면 천족이란 게 어떤 년놈들인지 저 머저리들도 다 알겠지.
히스파냐는 집으로 돌아갈 완벽한 이유를 얻고 말이야.”
“···그렇긴 하죠.”
“허면 뭘 망설이고 있냐.
따라와.”
리시키다의 행색이 처참하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바네사 왕녀의 호위를 하면서도 두 남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대련을 했고 항상 깨지는 건 리시키다였으며 엉망이 되는 쪽도 리시키다였으니 히스파냐의 병사들이 보기에는 오히려 너무나 정상적인 광경일 것이었다.
―
“또 꼴이 엉망이군.
김유현 경, 리시키다 경을 너무 험하게 대하는 건 아닌가?”
바네사 왕녀는 자신의 막사로 들어온 두 남녀를 바라보곤 혀를 찼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처참하게 깨졌는지, 리시키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툭!
하지만 김유현은 그게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는 듯, 간이 테이블 위에 제 겉옷으로 둘러싼 뭔가를 올려두었다.
그에 바네사 왕녀가 ‘이게 뭐냐?’ 라는 반응을 보이자 그는 놀라지 말라는 경고를 한 번 해주고는 천천히 옷을 풀어냈다.
“흣?”
바네사 왕녀가 식겁을 하며 뒤로 물러선다.
전혀 예상치 못 했던 뭔가가, 옷에 감싸져 있었다.
“이, 이게 무엇이지?”
“보시는 것처럼 천족의 날개입니다.”
“무, 무슨 소리인가, 김유현 경?”
“사실은 방금 전, 천족 하나가 왕녀님을 노리고 잠입하려 했습니다.
저와 리시키다는 그걸 유인해서 한적한 곳에서 그 여인과 싸웠고 말이지요.”
“도대체, 도대체 왜?”
“왕녀님을 설득하려고 했다더군요.
성전에서 이탈하지 못 하도록.”
김유현의 말에 바네사 왕녀는 두 눈을 깜빡이며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그 증거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으니 거짓말 하지 말라고 일갈할 수도 없는 상황.
바네사 왕녀는 옆에 서있던 리시키다를 바라보았다.
김유현의 말이 전부 사실이냐는 무언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사실입니다, 왕녀님.
제가 먼저 나섰으나 부상을 입고 물러섰고, 그 이후에 유현 경 혼자서 그 천족 여인을 상대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승리 직전까지 몰아가셨는데, 정체불명의 자들이 나타나 그 여인을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하, 하하.
하하하···.”
리시키다의 말을 듣고서도 바네사 왕녀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실소만 내뱉었다.
빛의 교리를 믿지 않는 왕녀였지만, 그래도 천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던 바네사 왕녀였다.
대륙을 위협하는 마족이란 세력과 항상 싸우며 선과 빛을 지킨다는데 솔직히 그걸 멀리하고 싶은 인간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마족 추종자라면 또 모를까.
그런데 그런 천족이, 자신을 말이 설득이지 결국 협박을 하러 찾아왔었다니?
심지어 성전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그런 속 보이는 경고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잘 된 일 아닙니까.
이걸로 내일 이유를 대고 왕국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김유현은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이 날개를 들이밀면 천족이 히스파냐를 공격하려 했고, 선과 정의를 행하는 천족들이 사실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밤중에 설득이든 협박이든 하러 찾아오는 양아치 종족이라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다.’
하지만, 바네사 왕녀의 생각은 좀 달랐다.
‘뭔가 이상해.
정말 이게 천족의 날개라면 이상하다.
이렇게 쉽게 결정적인 증거를 내어주고 간다고?
이건 삼류 멍청이들도 하지 않을 실수다.
수거하든, 아니면 없애려고 노력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치 가져가라는 듯 김유현 경이 저걸 가지고 왔음에도 제지가 없다고 했어.’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신성 프러센 사람들의 천족 사랑은 유별나다 못해 거의 본능적, 더 나쁘게 말하자면 광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괜히 신성 프러센의 사람 앞에서 천족 동상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런 신성 프러센이 성전을 외치며 마족들의 땅 바로 앞에까지 왔다.
그들이 자랑하는 신성 기사단 외에 거의 모든 무력을 동원해서.
‘헌데 그 자리에서, 성전에서 이탈하겠다고 하던 자들이 다음 날 증거라고 천족의 날개를 들이밀며 천족들이 사실은 이런 자들이었다, 라고 말한다면?’
증거가 얼마나 결정적이냐, 논리가 얼마나 잘 맞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바로 그 순간, 분명 신성 프러센은 신성 모독이라며 길길이 날뛸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도착하자마자 다시 돌아가겠다고 하는 히스파냐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있을 텐데, 거기에 신성 프러센의 누군가가 ‘저건 가짜 증거다.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어서 만들어낸 가짜이고, 연극일 뿐이다!’ 라고 외친다면 그 순간 성전이 아니라 신성 모독에 대한 복수전으로 들어갈 수도 있음이었다.
‘이게 최고의 기회라면 좋겠지만, 최악의 함정일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바네사 왕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쟐근쟐근 깨물었다.
그 모습에 그래도 눈치 하나는 빠른 김유현이 입을 다물고는 그녀의 답을 기다린다.
하지만 바네사 왕녀는 10분이 흐르고, 30분이 넘어가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 했다.
왕국으로 귀환하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다.
이제 남은 건 반발을 최대한 사지 않으며 돌아가는 것.
혹여 이 자리에 남은 자들이 히스파냐의 등을 찌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했다.
‘차라리 이 증거를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기 전에 입수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미 성전을 포기하고 귀환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서 저들 눈에는 우리가 무슨 이유를 내밀든 그저 조작한 것으로만 보려고 할 거다.’
자신들에게는 이 날개 조각이 결정적인 것이 될 수 있어도, 저 광신도들에게는 그냥 날개 따위로만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이런 날개를 가진 건 천족 외에도 몬스터나, 마족이 있으니까 말이다.
“···하아.”
바네사 왕녀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게 최고의 무기가 될지, 아니면 최악의 미끼가 될지 모르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저, 왕녀님.”
그 때, 리시키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지금 상황을 말씀하신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왕녀의 반문에 리시키다는 갑자기 제 가슴골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뜬금없는 행동에 김유현은 물론이고 바네사 왕녀마저 얼굴을 붉히며 그게 무슨 짓이냐고 타박하려는 순간, 리시키다는 거기에서 조그마한 비단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지?”
바네사 왕녀의 질문에 리시키다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답했다.
“주인님께서, 그러니까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께서 혹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꺼내서 열어보라고 내어주신 것입니다.”
―――――――작품 후기―――――――
4연참 완료!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그리고 모바일 관련해서 읽기가 조금 불편하다는 의견을 전달 받았습니다.
한 문장 쓰고 엔터를 치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는데···.
여러분들도 많이 불편하신가요?
불편하시다면 저야 항상 수정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