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1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13화(213/439)
213―――――
흑염룡 길들이기
일전에 트리샤는 시온에게 한 번 가볍게 데인 적이 있다.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여인인 자신이 어떤 일에 직면할지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트리샤가 먼저 와서 서성였다는 건, 그만큼 몸이고 마음이고 달아올라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이 앙큼한 흑염룡이 또 팅기네.’
기껏 차까지 타서 가져왔는데도 트리샤는 잔뜩 굳은 얼굴, 내지는 토라진 표정으로 아예 시온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마치 ‘나는 싫은데 시온님이 억지로 이러는 거예요!’ 라고 말하는 듯 말이다.
자기 자신이 안달이 나서 한 시간이 문 바깥에서 서성인 건 아예 기억 속에서 삭제를 했는지 죽어도 스스로는 이런 장면을 원하지 않았다고 앙앙거리는 여인을 바라보며.
시온은 도대체 어떻게 저 여자를 길들여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다른 여인들처럼 부드럽게 대해줘야 하나?’
···아니야, 그건 별로일 것 같아.
지금은 얌전해 보이는 ‘척’을 하고 있는 여인이지만, 원래부터 살짝 나사가 풀린 여인에 성흔이 겹쳐서 그야말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 같은 존재가 바로 트리샤다.
여기서 괜히 부드럽게 했다가 자칫 그녀가 제대로 길이 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저 날카로운 모습만 더 심해지면 자신이나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 전혀 없었다.
“트리샤.”
“···.”
“트리샤.”
“···.”
“마지막으로 부른다.
대답 안 하면 혼난다.”
시온의 말에 움찔거리는 여인, 그러나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시온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에 한숨을 내뱉으며 마음의 결정을 내린 시온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확실히, 얘가 흑화하기 전에 단단히 붙잡아두려면 자극이 좀 필요한 법이겠지.’
트리샤의 곁으로 다가가 앉은 시온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곤 그대로 자신의 무릎 위에 그녀를 엎어트렸다.
그리고는 미처 트리샤가 반항할 틈도 없이 그녀의 치마를 잡아 내렸다.
“앗?”
“분명 말했지.
혼난다고.”
“시, 시온님?”
“상을 받으려고 왔으면 달라고 꼬리를 흔들어야지, 어디서 자꾸 간을 보는 걸까, 우리 다크 드래곤 아가씨는?
그러다가 상을 주는 사람의 마음이 바뀌면 어쩌려고.”
그렇게 말하며 시온은 트리샤의 엉덩이를 짜악!
하고 올려붙였다.
덕분에 화들짝 놀란 트리샤가 바동거렸지만 성흔을 쓰지 않는다면 딱 평범한 여인에 불과한 그녀로서는 조금이나마 강화된 시온을 이길 수가 없었다.
“아, 아파요!”
“내가 말했지.
힘쓰고 쓰러지면 혼난다고.
적절히 조절해보라고 분명 말했어.”
“그, 그게 잘 안 된다고요!
안 되는데 어떻게 해요!
그러면 다 놓쳐요?”
짜악!
“아파!
아파요!”
“차라리 다 놓치지 그랬어.
너,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릴리트님을 두었기에 망정이었지, 힘을 쓰다가 그 반동에 못 이겨서 쓰러지고.
그래서 적들에게 납치되거나 혹은 바다로 빠졌으면 어쩌려고 했어?
내게 평생 갈 죄책감을 지우게 할려고 그랬던 거니?”
“에?
아, 아니에요!
제가 왜 시온님께!
저는!”
짜악!
짜악!
말대꾸 하지 말라는 듯 시온은 연속으로 두 번이나 강하게 여인의 엉덩이를 찰싹였다.
팬티를 입고 있어서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 이 달덩이 같이 흰 살결에 분명 붉은 물결이 잔뜩 출렁이고 있을 것이다.
“분명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어.
그걸 어길 거면 내 곁에 있을 생각 마.”
“···.”
“난 내 말도 제대로 안 듣고 멋대로 행동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사람 때문에 슬퍼하거나 울고 싶지는 않아.
차라리 그 전에 내칠 거야.
난 내 마음 아픈 게 제일 싫은 이기적이 놈이거든.”
육체에 충격을 주고, 그 다음에는 마음에 충격을 가해준다.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 꺼지라는 말, 그리고 뒤를 이어서 남자의 약한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서 트리샤 본인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확실히 상기시켜준다.
“···제, 제 걱정 많이 하셨어요?”
짜악!
“아얏!”
“당연한 거 물어봐서 일단 1대.”
“그, 그만 때려요!
아프다고요!”
여인이 힘껏 바동거리며 고통과 수치심에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발을 동동거린다.
하지만 시온은 그녀의 말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곤 또 다시 엉덩이를 때렸다.
“아파!”
“릴리트님보다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라고 했는데, 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때.
정말 네가 릴리트님보다 뛰어난 이라고.
그래서 내 옆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라고 어필할 수 있어?”
“다, 당연하죠!”
시온이 ‘정말로?’ 라는 뜻으로 침묵으로 일관하자 트리샤가 움찔, 몸을 떤다.
그리고는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솔직히, 솔직히 그때 제가 다 불태웠잖아요.
전부, 전부.
시온님께 뭣도 모르고 달려드는 나쁜 놈들을, 감히 시온님의 속을 썩이는 적들을 전부 불태운 건 저에요.”
“그래.
그건 맞아.
분명 네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해준 건 맞지.”
“그, 그렇죠?”
“하지만 조금 전에 내가 말했잖아?
내 명령을 어겨서.
그래서 혹 다치거나 죽어서 내 마음을 흐트러트릴 수 있는 이들은 곁에 둘 생각 없다고.”
그 말에 트리샤가 정곡을 찔렸다는 듯 ‘으으!’ 하고 신음을 내뱉는다.
분명 자신은 아주 열심히 일을 했는데, 정작 그 일을 내어준 이가 이렇게 자신을 몰아붙이니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기는 좀 죽여 두었고.’
시온은 잠시 트리샤의 반항이 잠잠해진 틈을 노려서, 자신의 무릎 위에 엎어져 있던 여인의 몸을 확 안아 들어서는 그대로 자신의 앞쪽에 앉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미처 그녀가 반항할 틈도 없이 두 다리를 쫙 벌리게 하곤 그 사이에 자신의 다리를 끼워 넣어 그녀가 다리를 오므리고 싶어도 오므릴 수 없게 했다.
“으읏!”
시온의 손이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 여인의 은밀한 곳까지 단숨에 치달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그 입구 근처를 꾹, 하고 누르니 여인의 입에서 바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제는 진짜 시간이 없어.
그러니 다시 물을게, 트리샤.
정말 이번에 네가 릴리트님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내게 보여줬다고 생각하니?”
“···이, 일정 부분에서는 그랬다고 생각해요!
분명 저는 시온님의 말씀대로 적들을 전부 불태웠··· 히끅?”
그대로 팬티 속으로 파고든 남자의 손이 거칠게 균열을 훑고 지나간다.
직후 남자의 손이 마구 진동하면서 품에 안긴 여인을 순식간에 쾌락의 구덩이로 끌고 갔다.
“히이이익!
시, 시온님!
시온님!
자, 잠깐만요!”
여인이 애타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팔을 붙잡고 멈춰달라고 사정을 해온다.
하지만 시온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는 소리라는 듯 오히려 더욱 속도를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여인의 균열 부근에서 애액이 흘러나오며 손끝에서 물이 찰랑거린다.
불꽃, 그 자체인 여인도 이런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물을 흘리는 모양.
“아흑!
히, 히윽!”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이 여인은 아직 모든 것이 익숙지 않은 몸을 가지고 있다.
당장 가벼운 애무에도 거의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쾌감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았는가.
시온은 이걸로 가볍게 흑염룡의 길을 들여볼 생각이었다.
‘저번에 이미 가본 적이 있으니까, 대충은 이 감각을 기억하고 있겠지.
그리고 그 감각이 얼마나 기분 좋은 건지도 말이야.
그렇지, 트리샤?
가는 거 너무 좋았지?’
찰박!
찰박!
균열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손바닥으로 가랑이 사이를 마구 쓰다듬어주고 있는 수준인데도 트리샤는 눈물에 침까지 줄줄 흘리며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연신 거친 숨결만 토해낸다.
당장이라도 이 쾌락의 끝으로 도달할 것만 같은 반응.
트리샤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 끝이 아주 기분이 좋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기억하고는 가슴 속에서 천천히 차오르는 만족감으로 기분이 좋아지려고 했다.
“···아?”
갑자기 가랑이 사이에서 전해지던 전율적인 쾌감이 뚝!
하고 멈춘다.
엄청난 산해진미를 즐기며 행복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입 안에서 그 요리들이 전부 사라진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트리샤.”
“네, 네?”
“네가 정말 릴리트님보다 내게 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마, 말했잖아요?
아주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찌걱!
이번에는 입구 너머로 검지 하나가 슬쩍 파고 들어온다.
그 감각에 트리샤가 신음을 내지르며 몸을 빳빳하게 굳히더니 잠시 후에는 파르르 몸을 떤다.
···화르륵.
이대로 거칠게 쑤셔준다면 정말 좋을 텐데.
트리샤는 제 안의 성흔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어서 시온이 손을 움직여주었으면, 그래서 맛만 보다가 지나간 그 쾌감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시온은 검지를 딱 한 마디만 넣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트리샤만 내려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어서 자신의 질문에 옳은 대답을 하라고 재촉하듯이 말이다.
“저, 저기··· 시온님.”
“···.”
“왜 그렇게 가만히···.”
찌걱―.
그러자 시온의 손이 아주 조금, 여인의 속살을 아주 가볍게 훑어내며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하면.’ 이라는 뜻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 그 질문 때문에 그런가요?”
“글쎄.”
찌걱, 찌걱―.
전과는 다르게 너무나 느린 속도로 여인의 속살을 긁어주는 남자의 손가락.
이것도 분명 좋은 감각이었지만, 바로 전과는 다르게 빠르지도 않고, 자신을 몰아치는 거친 느낌도 없으며 오히려 애들 장난처럼 느껴지는 트리샤였다.
마치 시온이 자신을 놀리는 듯 자꾸만 검지의 한 마디로 간을 보자 점점 안달이 나고 불길이 거세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릴리트님보다 시온님한테 도움이 되었냐는 그 질문, 그건···.”
트리샤도 대충은 알고 있다.
자신이 했던 것만큼 릴리트라는 여자도 할 수 있었을 거라고.
그런데도 굳이 시온이 자신에게 일을 맡긴 건, 그녀 스스로 증명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저, 저는··· 응읏!”
이 때, 갑자기 시온의 검지가 빠지고 그 대신 중지가 안으로 거칠게 파고든다.
그리고는 여태까지의 간보기는 어디에도 없었다는 듯이 엄청난 속도로 트리샤의 속을 마구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히끅?
학!
하아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달아올랐던, 하지만 갑작스레 불이 작아져 안달이 나있던 여인의 몸에 기름이 확 끼얹어지니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는다.
트리샤는 전처럼 연신 쾌락에 겨운 신음을 내지르며, 그러나 전과는 다르게 시온의 손을 붙잡지는 않은 채 마치 춤추는 불길이 바람에 흔들리듯 남자의 손길에 제 몸을 맡길 뿐이었다.
“흥읏!
앙!
히잉!”
화르르륵!
그래, 그 말대로 처음 것보다도 훨씬 더 강렬하고, 훨씬 더 뜨거우며 훨씬 더 기분이 좋다.
트리샤는 이대로 그냥 녹아버리던가, 아니면 재가 되어 다 타버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신음이나 교성을 제지할 생각도 이제 없어져 버렸다.
콰르릉!
참으면 좋지 않다고 말하는 또 다른 존재의 설득 덕분이었다.
물론 그 옆에서 불꽃이 너무 헤픈 모습 보이면 안 된다고 잔소리를 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온몸을 강타하는 전율적인 쾌감에 트리샤는 천천히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렇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그 때처럼 너무나 황홀한 순간이 찾아올···.
“흐응, 흐으응···.
으응?”
또 다시 별안간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트리샤가 다급히 고개를 내려보니, 역시나 시온의 손이 그대로 멈춰있는 것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으으, 우으으으!”
트리샤는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볼을 부풀리곤 강하게 불만감을 표시했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게 뭐라고 했는가.
그건 바로 줬다가 뺏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차라리 이런 쾌감을 알려주지나 말던가, 맛보게 하지 말던가.
잔뜩 불만 지펴두고, 잔뜩 달아오르게만 만들고 자꾸 도망가니 트리샤로서는 정말 환장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거기에 다른 누구보다도 더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여인이, 이렇게 마음대로 장작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 도대체 왜 이래요!
저는 대답을 했어요!
그리고 증명했어요!
저, 저는 분명 시온님한테 필요한 사람이라고요!
그러니까··· 흐긍!”
큰소리 내지 말라는 듯, 까불지 말라는 듯 시온이 다시금 안으로 거칠게 파고든다.
그렇게 잠깐 동안 여인의 속살을 한껏 긁어주며 트리샤의 불만을 잠재우는 듯 하던 시온은, 막 여인이 절정으로 치달으려는 찰나 또 다시 별안간 멈춰 섰다.
“지, 진짜!
뭐 하는 거예요.
절 가지고 노는 건가요?”
“글쎄다?”
“이건 틀려요!
약속이 틀리다고요!
전 시온님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데!
그런데 왜 시온님은 자꾸 제게 심술을 부리시는 거냐고요!”
트리샤는 그렇게 외치며 있는 힘껏 시온의 손길을 뿌리치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는 이대로 방에서 나가겠다는 듯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나가면, 그걸로 끝이야.
네가 선택한 거니까 감당도 네가 해야 하는 법이지.”
“···약속을 어긴 건 시온님이에요!”
“난 네게 분명 말했어.
정도를 지키라고.
내가 걱정할 일을 만들지 말라고.”
“그건!
그건 시온님을 위해서···.”
“날 위한다면 내가 걱정할 일을 하면 안 되는 법이지.
왜 내가 릴리트님을 가장 믿고 좋아하는지 알아?
내가 걱정할 일 자체를 안 하시는 분이거든.
오히려 그 분이 나를 챙겨주시지.
그런 의미에서, 트리샤 너는 정말 릴리트님보다 내게 더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어?”
그 말에 트리샤는 자리에 우뚝 서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은 정말 시온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그래서 조금은 무리를 해서 결과가 이렇게 되니 갑자기 무척이나 서글프고, 왠지 모르게 울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화르르륵!―콰르릉!
알아, 알고 있어.
절대 안 울 거야.
절대, 절대로 안 울어.
트리샤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고 또 되뇌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트리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
“너는 정말로, 이번에 릴리트님보다 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움찔―.
마지막이라는 말, 그리고 다시 한 번 떨어진 질문에 트리샤는 입술을 달싹였다.
답은 알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다.
다만, 그걸 인정하면 혹시나 자신이 뒤처지는 건 아닐까, 버려지는 건 아닐까, 그렇게 해서 결국 자기 자신의 손에 원하는 것을 쥐지 못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또 고집을 부려볼까.
또 자존심을 세워볼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오히려 너만 손해라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라고.
불꽃도, 벼락도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 안의 다른 목소리도 이제는 그만 인정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뇨.”
“흠?”
“아니라고요···.
그래요.
저는, 저는 릴리트 언니를 넘지 못 했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만 잘 나왔다 뿐이지, 과정이 너무 위험했어요.
좋아요, 인정할게요.
저는 릴리트님보다 도움이 되지 못 했어요.
이제 되었나요?
이제 속이 시원하세요?”
“그래서?”
“···네?”
갑작스러운 시온의 반문에 트리샤는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볼 뻔 했다.
“그래, 네 말대로 이번에는 트리샤, 네가 릴리트님보다 못 한게 사실이지.
내 기대에 부응한다고 결국 결과적으로 후일의 걱정거리만 안겨주었으니까.
그래서?
그게 끝이야?
릴리트님보다 못 하다.
그 분보다 믿음직스럽지 못 하다.
내 패배다.
그걸로 끝이냐고.”
“무슨 말을···.”
“내가 아는 트리샤라면, 여기서 나중에는 무조건 이기겠다고 외칠 당당한 여자인데.”
“···.”
“그렇게 타오르는 불꽃같이 찬란하고 뜨거운 여자인데, 이렇게 물러나겠다는 건 아니겠지?”
화르르르륵!
콰콰쾅!
시온의 말을 듣는 순간, 트리샤와 그녀 안의 성흔이 동시에 외쳤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나를 뭐로 보는 거냐고!
나는, 나는···!
턱―.
“트리샤.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지?”
여인의 어깨를 슬며시 붙잡고 그렇게 귓가에 속삭이는 남자.
그런 시온의 말에 트리샤는 가슴 한 구석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저는···.”
막 트리샤가 입을 열려는 찰나.
그녀의 몸을 확 잡아 끈 시온이 제 품에 흑염룡을 들이는 데에 성공했다.
―――――――작품 후기―――――――
흑염룡 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