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1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18화(218/439)
218―――――
너희는 논하지 말라
‘도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이야!’
닥포이 예비 주교는 훌러덩 다 까진 제 머리를 부여잡으며 몇 가닥 남지도 않은 머리털을 잡아 뽑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나마 남은 머리카락을 꽉 붙잡고 있어도 모자랄 판국에 저렇게 미친 듯이 머리를 잡아당기는 이유는, 결코 이런 방식으로 만나서는 안 될 인물이 덜컥 하고 당도해서였다.
‘왜 하필 시온 클라우젠 공자야!
국왕 전하와 두 왕자, 왕녀님을 빼면 후작들보다도 왕국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귀족인데!
도대체 왜!’
그 귀족이 좋은 이유로 굳이 여기까지 올 리는 분명 없다.
빛의 교단과는 애초에 거리가 먼 인물이다.
오히려 왕궁과 꽤나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평가 받는 이가 바로 시온 클라우젠이다.
그런 남자가 갑자기 빛의 교단을, 그것도 ‘공식적’ 으로 방문한단다.
빛의 교단에 개인적으로 볼일이 있다면 비공식적으로 조용히 방문해야 함이 옳은데, 시온 클라우젠은 마치 다른 귀족들에게 자신의 행보를 알리는 것처럼 요란스러웠다.
당장 호위 병력부터가 자신과 교도들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수준.
무엇보다 왕실과 꽤나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마음에 걸리는 닥포이 예비 주교였다.
왕실 측에서 요즘 들어서 히스파냐 내부의 빛의 교도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는 것을 그 역시 다른 소식통을 전해서 알고 있었다.
왕국 안팎이 소란스러운 이때에 약간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교리를 외치며 교도들을 모으고, 동시에 이런 저런 놈들까지 교도가 되다 보니 말썽도 잦아지고 있었다.
당연히 왕실에서는 혹 저자들이 후일 왕국에 해가 되는 존재가 되지는 않을까 경계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왕국 내부의 빛의 교단을 주목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식으로 주교직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히스파냐 왕실과 아무 마찰이 없는 것이 중요한데!
그래야 신성 프러센 측의 교단 본부에서도 정식으로 나를 임명할 텐데!
젠장!
젠장!’
도대체 뭐가 문제였던 것일까.
누디아처럼 왕실에서 주관하는 빛의 교리 행사가 없다고 히스파냐에 대해 비판하지도 않았고.
혹여나 성질머리가 불같은 교도들이 빛의 교리를 믿지 않는다고 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 무엇보다 평화가 중요하고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도 했다.
함부로 무력 집단을 모으지도 않았고 귀족들과 괜한 자리를 가져 의심을 살 만한 짓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왜 왕실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시온 클라우젠을!
누디아의 대군을 도개교를 내리고 성문까지 연 상태로 무너트리고!
야만 부족들을 말 몇 마디로 말에서 내리게 했으며!
건방진 짓을 하던 북부의 귀족들을 그야말로 싸그리 잡아 죽였고!
최소한 반년이 걸릴 거라고 예상되던 해적들까지 두 달도 채 안 되는 시간 만에 때려잡은!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그 전쟁 영웅을 말이다!
“예비 주교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자신은 아직 빛의 교단 본부에서 정식으로 주교직도 받지 못 한 남자.
반대로 상대는 손짓 한 번에 왕성 방위군까지 움직일 수 있는 젊은 영웅이다.
자신 뒤에 수많은 빛의 교도와 신성 프러센 측이 있다고 하지만, 원래 주먹은 가깝고 칼은 더 가깝다고 하지 않았는가.
‘진정하고, 마음을 가다듬자.
히스파냐 내부에 빛의 교도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계속해서 교도가 늘어나고 있는 와중에 그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나를 함부로 대하지는 않을 거다.’
닥포이 예비 주교는 애써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저 문을 열고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젊은 영웅이 들어서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덜커덩!―
쿠당탕!
“꺼헉!”
“깩!”
50대 중반의 두 남자가 교단 건물로 내던져지듯 바닥에 처박혔다.
덕분에 당연히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미청년만 상상하고 있던 닥포이 예비 주교로서는 어안이 벙벙해져서는 자리에 서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꺼윽!
흑!”
“끄으으··· 아, 아아!
예, 예비 주교님!
주교님!”
얼굴을 이쪽으로 돌리더니 이내 닥포이 예비 주교의 모습을 확인한 두 중년 남자가 살려다는 듯 두 팔을 버둥거린다.
덕분에 그 둘의 상태가 확연히 드러났는데, 어찌나 두들겨 맞았는지 순간적으로 그 둘이 누구인지 알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아?
서, 설마 파인듀 형제님과 앤키류 형제님이십니까?”
“에, 예!
마, 맞습니다!
저희입니다, 예비 주교님!”
“저, 저희 좀 살려주십쇼!
제발 살려주십쇼!”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갑자기 이 두 남자가 교단 건물로 들어선 게 무척인 당황스러웠던 닥포이 주교였지만, 곧 그는 얼굴을 굳히고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어찌 두 분 형제님께서 이런 몰골이!”
“그, 그게···.”
예비 주교가 두 남자에게 미처 답을 듣기도 전에.
“빛이 당신을 태울 것입니다.”
한 남자가 여럿의 호위 기사를 대동한 채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교단 건물의 문을 활짝 열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 와중에 또 어떻게 알고 빛의 교리에 쓰여 있는 어구를 인용한 것인지 잠깐이나마 의문이 든 닥포이 예비 주교였지만 곧 인상을 굳히고는 낼 수 있는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여기는 빛의 땅, 그 어떤 분이라고 해도 이런 곳에서 함부로 피를 봐서도 안 되고 누구를 함부로 해서도 안 되는 법입니다!”
교단 건물은 말 그대로 정식으로 요청을 하고 허락을 받아 조성된 구역이다.
유력한 귀족 가문의 사람들이나 커다란 상단의 관계자들도 최소한 교단 건물에서만큼은 언행에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 처사였다.
심지어 이 두 남자는 보통 교도도 아닌,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헌금을 한 이들.
속된 말로 금광이라고 부를 정도로 자신에게 엄청난 도움을 준 자들이었다.
아직 자신이 정식으로 주교 자리에 임명되지 않은 터라 그들에게도 정식 교도직을 줄 수는 없었지만 곧 그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두 형제님, 어서 일어나십쇼.”
“끄윽,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예비 주교님!”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도 여기서는 폭력을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두 형제님이 무슨 죄를 저질렀든 여기서는 피를 봐서는 안 됩니다.”
그래도 에비 주교라는 직을 돈이나 아첨 따위로 얻은 건 아닌 모양.
눈치 빠르게 이런 폭풍을 불고 온 이가 시온 클라우젠임을 알아차린 닥포이 예비 주교는 정중하게, 그러면서도 자신의 권위를 잃지 않도록 하며 시온에게 요청했다.
“···.”
그에 시온은 잠시 닥포이 예비 주교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팔을 들어서는 천천히 가슴 쪽에 손끝을 대고 꽤나 많이 해본 듯 한 몸짓으로 정성스레 성호를 긋기 시작했다.
‘어어?’
그 모습에 닥포이 예비 주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빛의 교단과 딱히 접점이 없다고 생각한 시온 클라우젠이 저렇게 신실한 교도의 모습처럼 성호를 그으니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중에 성호를 긋고 나서 두 눈을 감고 가볍게 기도까지 올린 시온.
그리고는 침착하게 가라앉은 눈빛을 반짝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닥포이 예비 주교.
내가 누구인지는 이미 알겠지요.”
“에, 예.
시온 클라우젠 공자··· 전쟁 영웅···.”
“그러면 내가 고작 ‘개인적인’ 이유로 이런 자리에서까지 피를 보는 멍청한 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시온은 슬쩍 손을 들어 무장을 갖춘 호위 기사들이 함부로 문을 넘어서서 교단 건물의 내부까지 들어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의 손짓에 기사들이 바로 몇 걸음 물러서서는 교단 건물 ‘밖’ 에, 그러나 언제든 명령이 내려지면 안으로 뛰쳐들어갈 수 있는 곳에 자리했다.
“왕실 측에 상당히 우려스러운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우려스러운 이야기라니요?”
“최근 들어 빛의 교리가 왕국에도 비쳐지고 있음은 참 좋은데, 그런 이때를 노려 과거의 악행들을 슬그머니 지우려는 자들이 늘어난다는 소식.”
일부러 파인듀와 앤키류, 일명 ‘이다’ 와 ‘류’ 라 불렸던 노예상들을 바라보며 시온이 그렇게 말하니 두 남자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거기까지만 해도 이미 충분히 겁을 먹었을 터인데 다음 이어진 말은 더더욱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얌전히 살아도 모자랄 판국에 자꾸 말썽을 부린다는 소식 말이죠.
빛의 교도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쓰고서.”
이번에는 닥포이 예비 주교도 움찔, 하고 몸을 떨었다.
아무래도 이 두 남자가 멀쩡한 여인들을 건드리다 못 해 납치를 하려고 했다가 실패로 돌아가고 역으로 도시의 관리청에 신고가 들어갔던 일이 급기야 왕실의 귀에까지 전해진 모양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분명 꽤 많은 돈을 들여 관련자들의 입을 전부 막았을 터인데!’
분명 돈으로 매수해서 입을 막기는 했다.
하지만 뇌물보다는 당장 눈앞에 들어온 왕실의 눈이라는 보이지 않는 비수가 더 무서운 법.
빛의 교단 측 약점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던 왕실에게 이번 일은 상당히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었고 은밀하게 사람들을 풀어 거의 모든 조사를 끝마친 상태였다.
“그자들이 아무래도 거기 엎어져 있는 두 쓰레기 같습니다만.”
시온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노예상 둘은 후다닥 몸을 일으켜서는 닥포이 예비 주교의 뒤로 숨어들었다.
자신들이 어찌 해보기에는 너무나도 큰 거물이었으니, 그나마 말이 좀 통할 것 같은 당신이 고생 하라는 뜻이었다.
‘이 썩을 것들이···.’
이를 악문 닥포이 예비 주교.
하지만 곧 한숨을 내뱉고는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듯 그들의 앞에 선 그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 둘이 여태 낸 헌금이 예비 주교직에 오르는데 꽤나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도 저들의 돈이 계속 필요할 것이었다.
당장 정식으로 주교가 되면 이 교단 건물도 증축을 해야 하는데 오롯이 헌금으로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 혼자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교단 건물이 허술하다고 주교직에 임명되자마자 밀려난 자들이 많아.
어떻게 오른 자리인데 그까짓 돈이 부족해서 실패할 수는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여인들과 자신의 뒤에 있는 두 남자가 어찌 되었든 합의를 봤다는 것이었다.
방법이 무엇이었냐 묻는다면 물론 돈으로, 그리고 그녀들 역시 교도였으니 닥포이 예비 주교 자신이 나서서 그녀들을 달래기도 했고 말이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정식으로 주교가 되기 위해, 그리고 이후에도 헌금 부분에서 어려움이 없기 위해서라도 이 두 남자는 좋든 싫든 안고 가야만 했다.
닥포이 예비 주교는 그렇게 생각하며 최대한 고요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 부분에 대해서라면 이미 그 여성들과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오해가 있었지만 서로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누어 그걸 풀어냈습니다.
빛의 교로들로서 말이지요.”
“빛의 교도, 빛의 교도.
좋군요.
그러면 질문을 바꾸죠, 예비 주교.”
“예?”
“저 두 남자가 원래는 노예상들이었고, 수많은 여인들의 눈물과 고통, 증오로 번 그 막대한 돈이 빛의 교단의 헌금으로 들어갔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닥포이 예비 주교는 정말 당황해서는 저도 모르게 두 남자를 돌아보았다.
이런 말은, 그런 이야기는 없지 않았느냐!
그냥 조그마한 상단 좀 운영하다가 빛의 교리를 믿고 사는 교도가 되고 싶다고 한 것이지 않느냐!
라는 표정이었다.
“이미 과거에 대해서도 전부 조사가 끝난 상황입니다.
저 둘은 자신들의 과거를 나름 깔끔하게 지웠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어디 꼬리 자르기가 그렇게 쉬울 리가 있겠습니까.”
“그, 그런···.”
시온은 이제 상황 파악이 되었냐는 듯, 손을 들어서는 닥포이 주교에게 이만 꺼지라는 듯 옆으로 손짓을 해보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빛의 교단의 건물 안에서 그 책임자인, 비록 예비라고는 하나 어찌 되었든 주교직에 거의 다다른 이에게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닥포이는 어떻게 해볼 수조차 없었다.
노예를 사고파는 일은 애초 왕실에서 엄격히 금한 일이다.
그걸 정면으로 어겼고, 그도 모자라 아예 은폐하여 이제는 과거를 지우겠다고 빛의 교단 안으로 들어서기까지 한 이들을 자신이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다.
“비켜요, 예비 주교.
이건 왕실의 뜻입니다.”
시온이 왕실의 이름까지 내놓자 닥포이 예비 주교는 더는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빛의 교단이라고는 하나 어찌 되었든 이 나라는 히스파냐.
히스파냐의 왕실에서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고, 맞다면 맞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감히 왕실이 엄히 금한 일을 저지르고서도 건방지게 과거를 숨기고 빛의 교단 뒤에 숨으려고 했던 극악무도한 죄인들이었다.
‘아직은, 아직은 히스파냐 내부의 빛의 교단 세력이 약하다.
물러서야겠구나.
이러다가 아예 빛의 교단에까지 죄를 물리면 큰일이다.’
시온 클라우젠이 괜히 자신에게 ‘비켜서라’ 라는 말을 한 것이 아니다고 생각하는 예비 주교였다.
만약 히스파냐 내부의 빛의 교단 전체를 이번 일로 압박할 생각이었다면 자신까지 싸잡아서 이번 일을 왕실에 대한 반항이라고 했을 터인데, 자신에게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는 듯 옆으로 비키라고 했다.
‘경고구나.
교단의 이름으로 허튼 짓 하지 말라는.
그리고 확신이구나.
이 땅에서만큼은 교리보다 왕명이 먼저임을.’
닥포이 예비 주교는 고개를 숙이고는 알겠다는 뜻으로 옆으로 비켜섰다.
그 덕에 시온의 앞에 훤히 노출된 두 중년 남자는 순식간에 낯빛이 허옇게 변했다.
“자, 그러면.”
슬슬 메인 파티로 가보실까.
시온은 무척이나 화사한 미소를 짓고는 죄인들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한 발, 한 발 뗄 때마다 두 남자의 얼굴은 삽시간에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자,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런 가벼운 말장난이나 듣겠다고 여기까지 왔을 리가 있겠나.”
두 남자 앞에 멈춰 선 시온은 가볍게 손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문 밖에 시립해있던 기사들이 우르르, 하고 몰려들어서는 당장이라도 이 쓰레기들을 으깨 죽일 듯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새로운 삶을 살아볼 생각이었다면 조용히 지냈어야지.
왜 또 말썽을 부려서 이 사달을 만들까.
그리고 과거에서 정말 도망칠 수 있었다고 생각했나?
그 눈물과 피를 보고서?”
“예, 예전의 과오였습니다!”
“저희가 어리석었습니다!
그, 그래서 반성하고자 했습니다!”
“그렇, 그렇습니다!
용서를 받기 위해 빛의 교단에 헌금도 마, 많이 하고 기도도 많이 했습니다!
저, 정말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아.
그래.
착하게 살려고, 용서 받으려고 노력했다.
돈도 많이 쓰셨다.
그래서?”
시온의 반문에 두 남자는 넋이 나가버린 표정으로 어버버 거린다.
“용서 받았나?
너희들이 여태 벌인 악행에 대해서.
용서 받았냐고.”
“그, 그건···.”
“바, 받았습니다!
받았습니다!
빛께서, 빛께서 저희를 용서하셨습니다!”
망설이던 한 놈과는 달리, 다른 한 놈은 거리낌 없이 용서 받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시온은 크흡, 하고 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이렇게나 웃긴 희극이 있을 수 있다니, 여기서도 참 재미난 일들이 많구나 싶었다.
“빛이 뭔데.”
“···예?”
“빛이 무슨 자격으로 너희를 용서 해.
빛이 뭐기에, 거기에 용서를 빌어.”
서릿발 같은 대답, 싸늘하게 굳은 눈동자.
그들 앞에 선 젊은 귀족은 신벌의 대행자라도 되듯 말을 이었다.
“너희로 인해 고통 받은 이들은 여전히 지옥 속에서 사는데.
그들은 죽어서도 너희를 용서할 수 없다는데.
너희는 무슨 오만과 자신감으로 용서받았다고 지껄이나?
빛이 뭔데 마음대로 너희를 용서해.
눈물과 피를 쏟은 수많은 이들이 용서를 못 하겠다는데.
세상 어느 것이 무슨 자격으로 용서를 한다는, 그 따위 개소리를 하는 거냐.”
“끄으읍!”
시온의 우악스러운 손이 남자의 입술을 잡아 쥔다.
당장이라도 이 가증스러운 주둥이를 잡아 뜯고 싶다는 듯.
그 안에 있는 나불거리는 혀를 뿌리째 뽑아서 으깨놓고 싶다는 듯.
“용서 받았다는 그 말,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그건 돈 좀 준다고 해서, 반성 조금 한다고 해서 쉽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너희는 논하지 마라.
살아서도, 죽어서도.
―――――――작품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