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2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24화(224/439)
224―――――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화재 발생―화재 발생―화재 발생―화재 발생―화재 발생―
“···.”
시온은 지금 자신이 뭘 보고 있나 싶었다.
자신의 손에 들린 보고서에는 ‘화재 발생’ 이라는 단어가 그 밑으로도 몇 줄이나 더 이어지고 있었는데 너무 현실성이 떨어져서 누군가의 장난질이라도 보는 것 같았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전보다도 더 안 좋아진 모습.
그러나 그 눈빛만큼은 여전히 살아있는 에드가 4세의 질문에 시온은 침음을 내뱉었다.
“설마 바네사 왕녀나 볼코 후작이 진지를 정리할 때 불씨를 남겨두고 떠날 정도로 무르지는 않았을 테고 말입니다.”
“그렇겠지.”
“지금이 화재가 잘 나는 계절이나 그냥 자연적으로 발생한 화재도 아닐 테고, 설사 그러하다고 해도 이렇게 귀신 같이 원정군의 귀환 길을 따라서 불이 날 수는 없습니다.”
비밀로 하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일이 자꾸 커져서 결국 공론화가 된 모양이었다.
실은 히스파냐의 원정군이 귀환길에 오르고 나서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마다 화재가 발생한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병사들이 불씨를 제대로 꺼트리지 않고 출발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에도 계속해서 병사들이 진지를 거두고 출발하고 나서 얼마 뒤에 불이 난다는 것이었다.
‘불씨도 없었고, 탈 만한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자연 발화 현상이 아니라는 소리.
그런데도 미친 듯이 불길이 커져서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마치 히스파냐의 원정군이 지옥의 불길을 몰고 다니는 마차라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지.’
염병, 망할 비둘기 놈들.
시온은 앞에 에드가 4세만 없었다면 육성으로 진지하게 욕설을 내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놈들이 하도 조용하기에 뭔가 이상한 짓을 꾸미나 싶었었는데 이렇게 또 선동으로 시작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이 정도면 도대체 누가 빛이고 누가 어둠인지 마족조차 헛갈려 할 정도였다.
‘그래도 꼴에 새라고 새대가리는 아니다, 라고 증명이라도 하는 건가.’
현재까지 발생한 화재는 ‘누디아’ 의 땅에서 발생했다.
히스파냐의 원정군이 아무리 관리를 하고,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결국 누디아의 눈에 비치는 건 ‘히스파냐의 원정군이 지나가는 길에 큰 불이 났다, 그것도 진지를 펼치는 곳마다!’ 라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로 몇 개월 전까지 서로 으르렁거리며 품 안의 칼을 뽑을까 말까 하던 사이인데 그 나라의 군이 지나가는 제 영토마다 불이 나고 있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심지어 그 군이 가장 먼저 회군을 요청했던 자들, 성전에서 가장 먼저 이탈한 자들이라는 말까지 붙는다면 아주 금상첨화지.’
이쯤 되면 그 다음 일은 안 봐도 눈에 훤하다.
성전을 포기하고 물러선 군대에게 붙는 불길한 꼬리부터 시작해서 최고로 화려하게 터트린다고 생각하면 지옥의 불길을 몰고 다니는 마족 추종자들의 군대라는 것까지.
아마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벌릴 수 있을 정도였다.
‘바네사 왕녀 측에 여유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행군을 서두르지 않았겠지만, 에드가 4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왕녀도 들었을 터이니 조금도 지체할 수 없겠지.’
자식으로서 부모의 생명이 위중하다는데 누가 늦장을 부릴 수 있겠는가.
거기에 더해서 한 나라의 1인자가 죽을 경우 다음으로 권력을 차지하는 자는 2인자나 후계자가 아니라 그 바로 옆에 머물고 있던 또 다른 누군가일 확률이 가장 높다.
제아무리 에라더 왕자가 에드가 4세의 마음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라곤 하지만 국왕이 죽고 바네사 왕녀가 아직 왕성으로 돌아오지 않은 때에 혹 그가 딴 마음을 먹고 국왕의 자리에 올라 정통성을 주장하면 그녀로서는 치명타를 맞는 셈이었다.
“심지어 그 불길이 히스파냐에 들어서도 계속되었다고 하더군.”
이러면 문제가 더 커진다.
단순히 원정군뿐만 아니라 히스파냐 전체가 빛의 교도들에게 불길한 땅이라고 인식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껏 안정시켜둔 본진이 다시금 흔들리게 된다.
심지어 신성 프러센 측에서 정말 미친 척 하고 성전을 ‘히스파냐’ 로 지정하고 누디아와 함께 밀고 들어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딸아이의 호위라는 이가 후방을 맡은 뒤로 더는 불길이 일지 않았다는 것이지.
자칫 잘못 했으면 원정군을 왕성 근처로 들일 수도 없을 뻔 했어.”
“···.”
에드가 4세는 그냥 농담조로 저렇게 말하고 있지만, 시온은 거기서 현재 일어난 모든 일들이 천족과 요정들의 짓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바네사의 곁에 있다는 호위는 분명 김유현일 테고, 벼르고 벼르던 그가 마침내 놈들의 꼬리를 붙잡고선 단순히 그 꼬리를 뜯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머리통을 뽑아내려고 했을 것이다.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미친놈 하나가 검 하나를 쥐고서 눈을 시퍼렇게 뜬 채 달려드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공포 그 자체.
아마 김유현 때문에 그들의 작전은 일단 반만 성공했을 것이다.
“아마 며칠 후면 다들 왕성으로 들어온다고 하더군.
자네를 이리 급하게 부른 건 차후 누디아가 이번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 클라우젠의 방비를 더욱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직접 강조하기 위함이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도 그렇고 변경백도 그렇고, 이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끝까지 싸울 이들임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시온의 대답에 에드가 4세는 골골대는 와중에도 푸헛!
하고 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리히텐 변경백은 몰라도 시온이 그런 말을 하니 아무래도 그게 상당히 웃겼던 모양이었다.
“바네사 왕녀의 다른 소식은 없었습니까?”
“다른 소식이라.
왜, 그 아이가 자네의 소식이라도 묻는 건 아닐까 기대하나?”
에드가 4세의 대답,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진심에 시온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네사 왕녀가 천족들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 아직 제 아비에게 알리지 않았음을.
“그리고 북부의 레포엠 자작에게서 소식이 날아왔다.
그대가 고생했던 북부의 야만 부족이 감사 인사를 직접 하고 싶다며 이름난 전사 셋을 보냈다고 하더군.”
“야만 부족들이 사람을 직접 보냈단 말입니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당연히 알고 있는 부분도 마치 처음 듣는 소리처럼 연기를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시온에겐, 지금이 바로 그 때였다.
“의외로군요.
저는 그냥 레포엠 자작에게 서신 하나 주고서 헛기침만 할 줄 아는 자들로 예상했는데 말입니다.”
“그들로서 오히려 당연한 법이지.
자신들의 부족장이자 최고의 전사라는 자의 반려가 바로 왕국에 있는데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목을 내놓을 수는 없지 않나?”
그 말에 시온은 이번에는 진심으로 얼굴을 살짝 구기고 말았다.
잠깐 잊고 있었던 북부에서의 일이 떠오르자 다른 온갖 문제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이었다.
“···왕녀님은 아직 모르고 있지요.”
“아마 이번에 원정에서 돌아오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설명을 해야 북부에서 왜 전사들이 직접 왕성까지 왔는지 이해를 할 터이니 말이다.”
“···.”
“그래서 하는 말인데, 시온 클라우젠 공자.
정말 괜찮겠나?”
“혼인 말입니까?”
“그대는 이제 그저 단순한 귀족이 아니다.
이 나라, 히스파냐가 자랑하는 인물이자 어려운 상황에서 무조건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이기도 하지.
그런 이가 북부의 야만 부족 여인과 혼인을 맺는다고 하면 귀족들의 반발이 엄청날 걸세.”
“각오하고 벌인 일입니다.”
“각오 정도로는 모자라.
사실에 입각한 미래뿐만 아니라, 아무 관련도 없고 어떤 증거도 없는 낭설들까지 이리저리 퍼지며 그대를 괴롭힐 테니 말이다.”
에드가 4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시온이 걱정하던 부분을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왔다.
그의 말대로 북부 야만 부족과 혼인을 맺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는 것은, 시온 스스로 제 약점을 만들어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왕국의 영웅이라고 하며 누디아를 박살내고 해적들을 수장시킨 자가 갑자기 북부 야만 부족들과는 선물까지 내어주면서 대화로 풀어나가더니 갑자기 여인과 홀라당 혼인을 한다.
아마 이야기를 꾸며내기 좋아하는 이들은 얼씨구나 하고 이런 말을 지어낼 것이다.
‘히스파냐의 영웅이라는 시온 클라우젠도 결국 어쩔 수 없는 남자였다!
야만족들의 미인계에 넘어가 야만족들과 말도 안 되는 평화만 떠들다가 온 것이다!
라고 말이야.’
솔직히 다른 이들이 보기에도 좀 그럴 것이다.
어딘가로 갔다하면 왕국의 적들이란 적은 전부 박살을 내놓는 시온 클라우젠이.
누디아나 해적들은 물론이고 같은 귀족들까지 아주 처참한 꼴을 만들어 놓았으면서 북부의 영원한 골칫거리인 야만 부족과는 전투 의지 한 번 보이지 않고 식량까지 자비로 내어주며 평화를 모색하는 그림이 상당히 이상하니까 말이다.
완벽하게 거짓만으로 구성된 말도 아니다.
원래 사람들을 현혹하는 거짓말들은 10퍼센트의 진실에 90퍼센트의 거짓을 섞어서 매콤하게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말하는 이는 그 조금의 진실로 이것이 진짜인 것인 냥 떠들고, 듣는 이들은 나머지 절반의 거짓은 전혀 인지하지 못 한 채 그냥 모든 것을 사실로 인지한다.
그들의 눈에는 그냥 여자에 눈이 멀어 넘어간 젊은 귀족만이 있을 뿐이다.
그 젊은 귀족이 어떤 이유로 북부 야만 부족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갔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되는 순간 자신이 멍청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단 약혼 정도로만 축소해서 알릴까도 생각 중입니다.”
“그게 그거라고 비웃는 귀족들이 나타날 게 훤히 보이는군.”
에드가 4세는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흘리더니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가는 길에 치워주고 가랴?”
“···예?”
“입만 산 자들 말이다.
상대방의 빈틈만 노리며 헤집기를 좋아하는 자들.
내가 가는 길에 같이 데리고 가주느냐, 이 말이다.”
“···.”
“그대가 이 히스파냐에 해준 모든 일들에 대한 국왕의 작은 보답이라고 생각해두면 좋을 것 같은데.”
순간이었지만 시온은 ‘그래주시면 저야 압도적 감사죠.’ 라고 인사를 박을 뻔 했다.
너무나 강렬한 유혹, 다른 이도 아니고 국왕이 직접 나서서 쓸모도 없는 귀족들을 치워 주냐고 묻고 있다.
어차피 한 톨 도움도 되지 않을 것들이 태반인지라 시온은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전부 다 꼴 보기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 스스로를 더 큰 위험에 빠트릴 필요는 없었다.
그래, 지금 이 노쇠한 국왕은 몸이 정상이 아닌 이 순간에도 시온을 시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왕국에 더 해롭습니다.”
“흠?”
“정치란 게 무엇입니까.
진흙탕에서 연꽃을 치우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진흙탕에서 연꽃이 피느냐, 그건 서로 싸우느라 안에 가라앉은 흙이 위로 퍼지고, 고이려던 물들이 전부 퍼내어져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새로운 물이 또 들어와서입니다.”
“그런 진흙탕 싸움이 필요하다, 이 소리인가?”
“네.
전하.
깨끗한 물이었든 더러운 물이었든 결국 고이면 모두 썩기 마련이니까요.”
시온의 대답에 순간이었지만 에드가 4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흥미롭다는 듯, 제법이라는 듯, 놀랍다는 듯.
그런 시선으로 국왕은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 있는가?
아무리 명예로운 자라고 해도 진흙탕에서는 전부가 공평하게 구를 뿐이다.”
“고귀한 영웅이라고 해서 항상 정정당당한 싸움터에서만 승리하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가장 더러운 곳에서 가장 더럽게 싸워서 이기는 법도 있어야죠.”
정말이지, 한 마디를 지지 않는 녀석이군.
도대체 리히텐 변경백의 밑에서 어쩌다가 이런 놈이 나왔을까?
에드가 4세는 기가 막히다는 듯 실없는 미소를 지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
“네, 전하.”
“북부에서 오는 이들은 그대가 직접 맞이해 주거라.
그래도 조금이나마 면식이 있는 이가 가면 그 자존심 강한 전사 놈들이 조금은 풀어지겠지.”
국왕의 명령에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에드가 4세가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자신이 먼저 나서서 북부에서 왔다는 그 손님들을 자신이 맞이할 생각이었다.
시온이 왕성에서 볼 일을 마치고 다시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생각보다도 더 시간이 더 많이 흐른 후였다.
설마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까 싶어 정원으로 향한 시온은, 그 자리에 여전히 헬렌이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여자는 갑자기 왜 저래.
기껏 지옥에서 데리고 나와서 이제 좀 괜찮아진 줄 알았더니.’
이틀 전, 헤어질 때만 해도 세상 전부를 얻은 것 같던 여인이 갑자기 또 변해서는 다시 평소의 그 우울 모드로 돌아온 상태였다.
아니, 돌아왔다고 하기 보다는 더 심해졌다고 해야 할까.
“헬렌?”
시온의 부름에 여인이 슬쩍 뒤를 돌아본다.
정원에는 루시아도, 리아도 없고 오직 그녀 혼자만 남아있었다.
모두가 제 할 일을 위해 떠나간 상황에서 헬렌만이 시온을 기다린 모양이었다.
“상단 일로 바쁠 텐데 그냥 돌아가지 그랬어.
내가 찾아가면 되었는데.”
“공자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니까요.
할 말 정리해서, 기다리라고.”
“···그래, 그리 말하긴 했지.
그렇다고 정말 네 시간 다 버리면서 여기 앉아서 기다릴 필요는 없었는데.
내 시간만큼 네 시간도 귀하니까.”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그래서, 할 말은 생각해봤어?”
“···.”
헬렌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시온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또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문득 고개를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듯 하네요.”
“반나절 넘게 생각했는데도 답이 안 나왔나보군.”
“나중에, 나중에 꼭 정리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아닌 것 같네요.”
시온도 그녀가 무엇으로 인해 저리 고민하는지 대충은 눈치를 채고 있었다.
다만 애써 모르는 척, 모르는 티를 내며 헬렌을 곤란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자꾸 망설이면 감점이야.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내게 말했을 텐데.”
“그렇죠.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겁니다.
시온 공자님께서 제게 실망하실 일은 절대 없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큰 걱정 마시고, 부디 저를 믿어주세요.”
“믿어.
믿으니까 이렇게 걱정을 하고 있는 거 아닐까?”
그리 말하며 헬렌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시온.
헬렌은 그런 남자의 손길에 입술을 달싹이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공자님.”
직후 헬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척이나 힘겨운 발걸음으로 정원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시온은 저 여인을 붙잡을까 고민도 했지만, 그리 했다가는 엉망이 되어 헝클어진 여인의 머리고 가슴이 더더욱 엉망진창이 될까 내버려두었다.
아직까지는 그녀 혼자서,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
‘···레포엠 자작, 너 혹시 인성 문제 있어?’
시온은 진심으로 북부로 달려가서 그의 멱살을 쥐고 그렇게 묻고 싶었다.
아니, 염병.
분명 남자 셋이라며.
그래서 믿고 있었는데, 이 망할 놈이 목숨을 살려주었더니 일을 이 따위로 해먹어?
“오랜만이군.
변장이 어디까지 먹히나 했는데 다들 너무나 쉽게 넘어가더구나.”
얼굴에 참 정성스럽게도 붙인 수염을 떼어내고 꽁꽁 묶어서 모자 안에 숨기고 있던 머리를 확 풀어 헤치며 ‘남쪽은 확실히 덥구나.’ 라고 중얼거리는 여인을 바라보며, 시온은 진심으로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않아도 북부 야만 부족의 여인과 혼인이든 약혼이든 그 이야기를 왕녀와 귀족들 앞에서 어떻게 꺼내야 할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당사자가 이리 등장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꽤나 즐거운 여정이었어.
에오스가 말리는데도 굳이 직접 온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할까.”
원래 소설에서는 히스파냐에게 있어 북부의 악몽이라고 불렸던 여인.
치장을 하는 것보다 사람 허리를 반으로 접어 죽이는 게 더 익숙한 북쪽 땅의 강자.
‘칸’, 쟌 테무친의 등장이었다.
“뭐하고 있는가.
어서 손님 받지 않고.”
···이랏샤이마세!
연쇄 허리 살상마!
―――――――작품 후기―――――――
주말 잘 보내세요···.!
전 다음주 입원 치료가 있습니다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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